자유한국당 ‘수도 탈환’ 플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1.02 10:36:12
  • 호수 1147호
  • 댓글 0개

불발된 홍정욱 카드 ‘어렵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이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대여(對與) 승리의 바로미터는 역시나 ‘서울시 탈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마지막으로 대가 끊긴 서울시를 기필코 수복하겠다는 각오다. 홍준표 체제는 승부수로 ‘홍정욱 카드’를 내걸었다. 그러나 당사자가 갑작스레 불출마를 선언,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한 상태다. 과연 한국당은 어떤 후보를 내세울 것인가.
 

한국당은 지방선거 승리의 첫 단추이자 핵심인 인재 영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당 지도부는 경선 가능성이 큰 대구시장, 경북도지사와 현역 단체장의 경쟁력이 큰 것으로 평가받는 인천시장(유정복 시장), 울산시장(김기현 시장)을 제외한 전 지역에 인물을 영입해 단수 전략 공천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작된 전쟁
인재 영입전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으로부터 무죄를 확정 받은 홍준표 대표가 당을 지방선거 체제로 전환하는 데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홍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에 의욕적으로 뛰어들었다.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이하 조강특위)를 출범시키면서 본격적인 지방선거 체제에 돌입했다. 

홍 대표는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서 “조강특위를 통한 조직혁신을 마무리 지을 생각”이라며 “이제는 정책혁신을 통해 국민들이 한국당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또 당무감사 결과 확정으로 62인의 당협위원장직 최종 박탈 등 체제를 정비한 한국당은 2기 혁신위원회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새로운 보수정당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공들인 지방선거서 최종 성적표 역할을 할 곳은 서울시장 자리다. 한국당 지도부는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서울시를 반드시 수복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비록 서울은 홍 대표가 앞서 “지방선거서 6개 광역단체장(부산·인천·대구·울산·경북·경남)을 지켜내지 못하면 대표직을 사퇴하겠다”며 배수의 진을 친 지역은 아니지만 서울의 상징성과 서울시를 민주당에 내준 과정, 그리고 서울시를 민주당에 내준 후 격노했던 홍 대표의 과거 등을 고려한다면 결코 여당에 양보할 수 없는 지역이다.

서울은 한국당 입장에선 상당한 아픔이 서려있는 곳이다. 당 소속이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 2010년 재선에 성공하면서 서울은 보수정당의 새로운 성지로 발돋움할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1년 오 전 시장은 직을 걸고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밀어붙이면서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그해 8월24일 최종 투표율이 25.7%에 그치면서 투표함을 개봉할 수 있는 투표율 33.3%에 미달했다. 

결국 오 전 시장은 투표함을 열어보지도 못한 채 이틀 뒤인 8월26일 자진해 자리서 내려와야만 했다. 당시 한나라당(현 한국당)서 오 전 시장의 주민투표 강행을 극구 만류했지만 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앞서 오 전 시장이 주민투표 강행으로 서울시장직을 내려놨을 때 격노했던 사람이 바로 지금의 홍 대표였다. 한나라당 대표였던 홍 대표는 오 전 시장이 사퇴한날 그를 ‘포퓰리스트’로 규정하고 맹비난했다.
 


홍 대표는 당시 기자들에게 “오세훈은 이벤트로 출발해 이벤트로 끝났다. 오세훈은 오늘로 끝”이라며 “이벤트 정치에만 매달리는 포퓰리스트(인기영합주의자) 정치인은 한나라당에 더이상 없어야 한다”고 격앙된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냈던 바 있다.

서울지역 당협위원장들과의 조찬간담회서도 홍 대표는 “국익이나 당보다도 개인의 명예가 더 중요하다는 것은 당인, 조직인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의 말에 따르면 홍 대표는 간담회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어젯밤 10시쯤 오 (전)시장이 집으로 찾아왔기에 쫓아냈다. 앞으로 다시는 볼 일 없을 것이라고 했다”며 “어떻게 개인의 명예만 중요하냐. 오 (전) 시장은 당이나 국가를 도외시하고 자기 모양만 중요시한다. 당이 어떻게 되든, 10월 재보선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것 아닌가. 그런 식으로 하려면 혼자 정치하지, 왜 조직으로 하는가”라고 격노했다고 한다. 

당시 홍 대표 측은 오 전 시장이 당의 처지를 고려해 사퇴 시기를 늦춰주길 희망했으나 오 전 시장이 조기 사퇴를 강행해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내려온 오
차지한 박

홍 대표의 격노는 비단 개인 간의 감정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이명박정권의 청와대는 오 전 시장의 사퇴가 가져올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재보궐 선거서 서울시장 자리를 민주당에 내줄 경우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레임덕을 부추길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명박정권의 복심으로 통했던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오 전 시장을 “남 생각 안 하고 자신만 생각하는 냉혈한”이라며 맹비난했다.

결국 재보궐 선거가 열렸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박원순 변호사는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에 성공한 뒤 탄력을 받아 민주당 및 민주노동당 후보와 경선서 승리해 범야권 단일후보가 됐고 최종적으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꺾고 서울시장으로 당선됐다.

이후 박 시장은 재선에 성공해 현재 3선 도전을 암시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당은 당명이 두 차례(한나라당→새누리당→한국당) 바뀌는 와중에도 서울시를 수복하지 못하고 있다.

홍 대표는 서울시장 후보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당 내부에서는 홍 대표가 직접 영입 후보를 챙기고 있다는 말까지 들려온다. 후보자 공천 구상을 상당 부분 가다듬었으며 유력 후보군까지 압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중 가장 유력한 주자가 바로 홍정욱 헤럴드 회장이었다. 한나라당 소속으로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홍 회장에게 당 지도부는 수차례 출마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회장은 ‘젊은’ 이미지와 계파에 속하지 않은 점 등 현 한국당 지도부서 매력적으로 느낄 만한 요소들을 두루 갖춘 인물이다. 본선 경쟁력이 없는 후보를 앞세워 경선을 치르기보다 젊고 능력 있는 이미지의 정치인을 영입해 미리 표심을 흔드는 것이 낫다는 게 한국당 지도부의 판단이었다.


대끊긴 서울시장 수복 강력 의지
보수 외면한 ‘독수리’ 어쩌나…

한국당도 홍 회장에게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타진 중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 27일 cpbc 가톨릭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 출연한 홍문표 사무총장은 “(홍 회장과)대화를 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언론에 보도된 홍 회장 영입설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실제 영입으로 이어졌는지 여부에 대해선 “결과에 대해 지금 말씀드리기가 좀 그렇다”며 말을 아꼈다. 이 때문에 홍 회장이 한국당 후보로 서울시장에 출마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홍 회장 출마설은 그의 ‘불출마 선언’으로 단순 해프닝으로 끝났다.

지난 28일 그는 자신의 SNS에 “최근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한 언론보도에 생각보다 많은 분들께서 관심을 가져주셔서 입장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국민과 국가를 섬기는 공직은 가장 영예로운 봉사”라고 언급했다.
 

그는 “그러나 공직의 직분을 다하기에 내 역량과 지혜가 여전히 모자란다. 당장의 부름에 꾸밈으로 응하기보다는 지금의 내 자리서 세상을 밝히고 바꾸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불출마 의사를 시사했다.


홍 회장은 한국당의 두 번째 부름에도 응하지 않았다. 앞서 홍 회장은 19대 총선에도 불출마한 바 있다. 

당시 홍 회장은 “18대 국회가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줬다. (19대 총선 불출마가)유권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고 책임지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다”며 “18대 국회의 일원으로 책임감을 느껴왔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처리할 때도 책임감을 느꼈다”고 언급했던 바 있다. 

그는 “오랜 시간동안 고민하고 내린 결정”이라며 ‘정계 은퇴를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내가 많이 부족해서 가는 것이기 때문에 떠난다고 봐야 한다. 뜻을 성실히 하는 것에 있어 생각에 간사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굳은 의지를 보였다.

한국당 입장에서는 허탈할 수밖에 없게 됐다. 홍 회장이 한국당의 ‘올드’한 이미지를 만회할 수 있는 최고의 카드였기에 더욱 그렇다. 

올해 초 대선 패배 이후 당이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율을 우려하며 보수 진영의 세대교체 필요성을 제기했을 때 홍 회장이 20∼40세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인물로 영입 대상에 오른 바 있다.

홍정욱 영입
해프닝 그쳐

민주당의 경계심도 높았다. 한국당 내에서 거론되는 서울시장 후보군 중 홍 회장이 가장 상대하기 껄끄러운 상대라고 봤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홍 회장이 가장 두려운 존재”라며 전제한 뒤 “젊으면서도 엘리트적인 면이 과거 대권주자로까지 분류됐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연상케 한다. 만약 한국당서 ‘젊은’ 홍정욱 대 ‘올드’한 박원순 프레임으로 끌고 간다면 딱히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굳이 박원순 시장이 아니더라도 현재 우리당 내 서울시장 하마평에 오르는 사람 중 홍 회장만큼 신선한 인물이 안 보이는 것도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정치적 성향 역시 중도보수로 확장성이 보장된 인물이었다. 정치권서 멀어져 있던 시간이 길어 친박(친 박근혜)·비박(비 박근혜) 등 계파에서도 자유로웠다. 본인도 정치권에 몸담고 있던 시절 계파주의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펴왔다. 

친박 대 친이의 대결이 한창이던 시절 홍 회장은 복수의 인터뷰서 “정치조직서 계파갈등이 없을 수는 없지만, 경쟁을 통해서 발전해야지 정쟁으로가면 패망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라며 “당과 대통령의 도움을 받아서 당선됐다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열심히 노력을 해야 한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또한 그는 “무리와 함께 가는 철새보다 혼자 가는 독수리가 더 멋있다”는 말로 계파에 치우친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현역 시절 간접적으로 내비친 바 있다. 결과적으로 홍 회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한국당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됐다.

한국당은 홍 회장의 불출마 선언이 자칫 한국당 기피 현상으로 확전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마당에 영입 후보군이 잇따라 러브콜에 고개를 내젓고 있기 때문이다. 

홍 회장에 앞서 한국당 부산시장 후보로 유력했던 장제국 동서대 총장과 경남도지사 후보로 거론된 안대희 전 대법관이 잇따라 불출마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민주에 호재? 아직 몰라
낮은 시 지지율 변수로

한국당은 새로운 영입 대상을 찾아야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12월 3주차 주간동향에 따르면 한국당은 서울서 2주차 대비 2.2%포인트 하락한 16.3%의 정당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치 신예 입장에서는 한국당의 러브콜을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한국당 내에서의 푸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그렇다고 이대로 서울시를 포기할 수 없는 게 한국당의 딜레마다. 홍 회장의 이탈로 현재 한국당 서울시장 후보군은 김병준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와 김용태 의원으로 좁혀졌다. 후보군의 양과 질에서 추가 영입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영입설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앞서 한국당 내에서는 황 전 총리를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우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비록 홍 대표가 지난해 9월 “다시 탄핵 선거가 될 수 있다”며 선을 그었지만, 그때와는 상황이 180도 바뀌었기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하나 예의주시할 점은 홍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에 직접 나서는 그림이다. 본인의 출마 의사와 관계없이 정치권에서는 홍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을 높게 점쳐왔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지난해 11월 홍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야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불교방송> 라디오 인터뷰서 그는 “민병두-홍준표 대결이든, 민병두-안철수 대결이든, 민병두-홍준표-안철수 3자 대결이든 상관없다”며 자신감을 표출했다.

인물난 고조
홍 대표 출마?

홍 대표는 홍 회장의 불출마 선언에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며 추가 인재 영입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28일 기자들과 만난 홍 대표는 “서울시장 후보는 홍 회장 외에도 많이 있다”면서도 “인재난이 있는 건 당연하다. 야당에 들어오면 불이익이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출마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을 상대로 설득 작업을 하겠다. 새해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서병수 VS 이종혁’ 부산 매치 막전막후

장제국 동서대 총장이 내년 지방선거서 부산시장 후보로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지난달 26일 장 총장은 자신의 SNS에 “부족한 나를 평가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라며 “오늘을 기점으로 저의 부산시장 출마에 관한 이야기가 더 이상 회자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장 총장 영입을 위해 다각도로 공을 들여왔다. 최근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홍 대표는 “(서병수) 현 시장이 인기가 없으면 공천에도 붙이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신인과 현역 단체장 간 경선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 장 총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온 바 있다. 

실제 최근 홍 대표는 장 총장을 만나 부산시장 후보로 나서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제국 불출마 선언
집안싸움 2파전 양상

그러나 장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으로 홍 대표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더불어 한국당 부산시장 후보 경선이 서병수 부산시장 대 한국당 이종혁 최고위원 간 대결로 좁혀지게 됐다. 

서 시장은 그간 재선의지를 꾸준히 밝혀왔지만, 홍 대표와의 갈등으로 한때 무소속 출마가 예상됐었다. 그러나 이번 장 총장 불출마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올라섰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 때 홍 대표와 설전을 주고받기도 한 서 시장은 지난달 22일 홍 대표의 대법원 무죄판결에 대해 “홍 대표와 이완구 전 총리의 대법원 무죄 판결은 ‘사필귀정’”이라며 “홍 대표를 중심으로 보수가 대동단결하고 결집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말하는 등 그간의 갈등을 봉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그러나 서 시장이 넘어야 할 산은 아직 존재한다. 대결 상대로 홍 대표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종혁 최고위원이 거론되기 때문이다. 

홍 대표 측근인사로 분류되는 이 최고위원은 지역 국회의원 출신으로 최근 부산에 사무실을 내고 산악회 활동과 봉사활동을 하는 등 민심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당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뒤 오는 4일 부산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