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골프계 이슈(9~12월)

올해 필드에선 무슨 일이?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닭띠 기대주 골퍼는 누가 있는가?’ 등 새해에 대한 기대로 2017년을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에 와 있다. 올 한 해도 골프계는 다사다난했고 골프의 대중적 인기도 날로 더해갔다. 1월부터 12월까지 골프계에 일어났던 핫한 이슈들을 월별로 모았다.

9~12월에는 흥미로운 소식이 안팎에서 들려왔다. 괴짜 골퍼의 골프 여정, 국내 첫 PGA투어의 성공적 개최, 한국 낭자들의 LPGA 점령, KLPGA를 점령한 이정은 등이 눈에 띄는 월별 이슈다. 

[9월] 골프 괴짜 대장정

애덤 롤스턴은 지난 6월29일 몽골 서부 후이퉁 근처 베이스캠프에서 티샷한 후 여분의 골프공과 옷, 물 등이 가득 든 120㎏ 카트를 들고 캐디 론 루틀랜드과 함께 골프 대장정을 시작했다. 여정은 지난 9월16일 몽골 유일의 골프장인 울란바토르에 있는 마운틴보그드 골프클럽 18번홀 마지막 2m짜리 퍼트를 성공과 함께 종료됐다. 80일간 2011㎞를 걸어 무려 2만93타 만에 끝낸 장기 라운드였다. 기네스북에 세계 최장거리 골프 라운드로 등재될 것으로 보인다. 

북아일랜드 출신 전 럭비 선수 롤스턴은 옛 동료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루틀랜드와 함께 이 특이한 도전을 계획했다. 과거 루틀랜드가 아프리카에서 2만6000㎞를 자전거로 누비는 모험을 한 것에 착안해 롤스턴이 ‘세계 최장 홀’ 골프 라운드도 함께 해보자고 제안했다. 장애물과 사람들이 별로 없고 세계 최대 페어웨이를 가진 몽골을 도전 장소로 정했다.

대장정 골프 여정 동안 카트가 진흙에 빠지기도 하고 힘겨운 오르막길과 종아리까지 물에 잠기는 하천, 뜨거운 사막, 얼음이 덮인 곳도 통과해야 했다. 중간에 떠돌이 개가 합류해 1500㎞를 동행하기도 했다. 


당초 82일 동안 1850㎞를 걷는 코스로 전망했으나 예상치 못한 난코스가 계속 이어지면서 6093오버파로 라운드를 마치게 됐다. 롤스턴은 “불가능하다부터 할 일이 그렇게 없느냐까지 온갖 소리를 다 들었다”며 도전 자체는 물론 부정적 시선과도 싸워야 했던 80일 간의 힘겨운 여정을 회고했다.

[10월] 국내 첫 PGA투어

국내서 처음 개최되는 PGA투어 대회로 관심을 모았던 ‘더 CJ컵@나인브릿지’는 시작 전부터 북핵문제 등 정치·외교적인 변수로 인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었다. 그러나 저스틴 토머스와 제이스 데이 등 PGA 간판스타 톱스타들이 참가해 3만5000여명의 갤러리들을 흥분시켰고 대회를 위해 만전을 기한 대회 주최 측의 준비와 진행으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괴짜 골퍼의 특별한 도전
국내서도 PGA 바람이 분다

2017~18시즌 PGA투어 세 번째 대회였던 더 CJ컵@나인브릿지는 총상금만 925만달러(약 105억원)로 메이저 대회와 WGC,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정도를 빼고는 상금 규모가 가장 크다. 더 CJ컵@나인브릿지가 열린 제주 서귀포의 클럽나인브릿지(파72)에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멋진 샷을 보기 위한 관중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장당 10만원인 입장권은 1만장 이상 팔렸고, 대회 첫날부터 4000명 넘는 갤러리들이 입장해 흥행을 예고했다.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PGA 정규투어 대회이자 스타 플레이어들의 경기를 직접 볼 수 있는 흔치 않는 기회인만큼 많은 골프팬들이 뜨겁게 반응했다.

제주의 바람을 뚫고 초대 챔피언에 오른 선수는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세계랭킹 4위의 저스틴 토머스(미국)였다. 토머스는 “첫날 9언더파를 쳤는데 사흘 동안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도 우승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제주 바람은 내게 아주 괴상한 경험이었다.”고 말했고 이 대회에서 PGA 통산 7승째를 기록했다. 

2017 PGA는 저스틴 토머스를 빼고 논할 수 없는 한 해였다. 26살 저스틴 토머스는 지난 8월 막을 내린 PGA투어 2016-2017시즌에 상금왕, 다승왕, 올해의 선수를 휩쓸었다.


[11월] 눈부신 낭자들

한국 여자 프로골프 선수들은 올해 LPGA투어 33개 대회 중 절반에 가까운 15개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가져가며 여자골프 세계 최강임을 재확인했다. 15승은 2015년에 이어 한국 선수들의 LPGA투어 시즌 최다승 타이기록이다. 

4개 대회를 더 남겨둔 지난 10월 지은희가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스윙잉 스커츠 타이완 챔피언십에서 한국 시즌 15번째 우승을 거두면서 시즌 최다승 경신 기대감이 무르익었지만 이후 우승을 추가하지 못해 신기록 달성은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LPGA는 여전히 한국 천하
박성현 빈자리 채운 이정은

지난해에는 8명의 선수가 15승을 거뒀던 반면 올해에 11명의 선수가 정상에 올라 더욱 넓어진 선수 인프라를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 진출 데뷔 첫 회인 올해 박성현은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 우승을 포함해 2승을 올려 신인왕과 상금왕, 올해의 선수까지 공동 수상하는 등 ‘남다른 박성현’이라는 수식어를 실감케 했다. 김인경도 브리티시 여자오픈 등 3승을 거두며 부활했다. LPGA에서 올 시즌 3승을 거둔 이는 김인경과 펑샨샨(중국)뿐이다.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하면서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유소연도 2승을 거뒀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로 복귀한 장하나(25)는 2월 ISPS 한다 호주오픈에서 우승했다. 이후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양희영이, HSBC 위민스 챔피언스에서 박인비가 우승하면서 한국 선수의 3개 대회 연속 우승을 일궜다. 

이미림은 지난 3월 KIA 클래식에서 우승컵을 들었고, 김세영은 5월 로레나 오초아 매치 플레이에서 정상에 올랐다. 이미향은 스코틀랜드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7월 박성현의 US여자오픈 우승을 시작으로 마라톤 클래식 김인경, 스코틀랜드오픈 이미향, 브리티시오픈 김인경, 캐나다오픈 박성현 등 5개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이 연달아 우승하는 신기록도 나왔다. 종전 기록은 4개 대회 연속이었다. 

10월에는 LPGA투어에 데뷔하지도 않은 고진영(22)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LPGA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어 스윙잉 스커츠 LPGA 타이완 챔피언십에서 지은희가 투어 통산 3승째를 거두면서 한국 선수 시즌 15승째를 장식했다.

이렇게 15승을 합작한 한국 골퍼들은 올해 LPGA투어에서 상금으로만 1642만641달러(약 180억523만원)를 챙겼다. 이는 33개 대회에 걸린 총상금 6550만달러 중 25.1%에 해당한다. 지난해 한국 여자 골퍼들의 총 상금은 1526만956달러였다. 

[12월] 6관왕 이정은

시즌 초 박성현이 미국 무대로 떠나면서 한국 무대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KLPGA 최초로 시즌 6관왕을 차지한 이정은이 있어서 신났다. 실력뿐 아니라 훈훈한 스토리들까지 함께 가지고 있는 이정은은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2015년 8월 프로에 입문한 이정은은 데뷔 첫해 우승 없이 2016년 신인왕을 수상했고 2017년 4월 초에 열린 올 시즌 개막전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7월 MY 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 8월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9월OK저축은행 박세리 INVITATIONAL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4승을 거둬 다승왕에 올랐고 대상, 상금왕, 평균 타수 1위 등 굵직한 타이틀 모두를 휩쓸었다.


효녀 골퍼로 유명한 이정은은 첫 우승 후 항상 동행하다 이날 대회장에 오지 못한 아버지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정은 프로가 네 살 때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의 지체장애인된 아버지는 넉넉하지 않은 가정형편에도 딸을 뒷바라지했고 이정은은 주변의 도움으로 프로골퍼의 꿈을 키웠다. 

이정은의 아버지 이정호씨는 불편한 몸을 휠체어에 의지한 채 꼬박꼬박 경기장에 나왔고 불편한 몸으로 장애인용 승용차를 타고 외동딸을 골프장까지 바래다주는 등 누구보다 열성적이었다. 고생하며 키운 딸은 뒤늦게 골프를 배웠지만, 유망주로 성장했다. 

고교 시절 국가대표로 활약했고, 2015년 프로로 전향한 뒤에는 준회원부터 정규투어 입성까지 한 번에 이뤄냈다. 지난해 데뷔해서는 28경기에 출전해 7차례 톱10에 진입하는 등 상금랭킹 24위(2억5765만1211원)를 기록하며 생애 단 한 번뿐인 신인상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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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