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월별 골프계 이슈

올해 필드에선 무슨 일이?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닭띠 기대주 골퍼는 누가 있는가?’ 등 새해에 대한 기대로 2017년을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에 와 있다. 올 한해도 골프계는 다사다난했고 골프의 대중적 인기도 날로 더해갔다. 1월부터 12월까지 골프계에 일어났던 핫한 이슈들을 월별로 모았다.

1~4월 사이에 가장 핫했던 선수는 박성현과 저스틴 토마스였다. 지난해 6월 US오픈에서 ‘저절로 움직인 볼’의 희생양이 된 더스틴 존슨은 다른 의미로 골프계에 족적을 남겼다. 대대적인 골프룰 개정이 있어, 적응기간을 거칠 예정이다. 금녀의 벽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는 것도 눈여겨 볼 요소였다. 

1월> 최소타 진기록

주목할 만한 닭띠 골퍼로 꼽혔던 박성현이 LPGA진출을 선언했다. 박성현이 미국 무대 진출을 선언하자 LPGA투어 인터넷 홈페이지는 ‘2017년 주목할 선수’란에 박성현을 올렸다. ‘지난해 KLPGA투어에서 7승을 거뒀고 LPGA투어 대회에도 7차례 출전했다’고 소개했다. 또한 ‘7차례 대회에서 6번이나 13위 이내의 성적을 냈으며 5개의 메이저 대회에서는 두 번이나 3위 이내에 입상했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저스틴 토마스는 새해 시작과 함께 골프계를 놀라게 했다. 지난 1월16일 미국 하와이 주 호놀룰루의 와이알레이 골프장에서 열린 소니오픈 4라운드에서 5언더파 65타, 최종 합계 27언더파를 기록하며 2위 저스틴 로즈(영국)를 7타 차로 따돌리며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첫날에는 11언더파 59타를 쳐 PGA투어 사상 최연소로 60대 타수의 벽을 넘었다. 21년 동안 PGA투어에서 활동하며 엄청난 기록들을 쏟아 낸 타이거 우즈도 한 라운드 60타의 벽은 넘지 못했으며 50대 타수는 이전에도 PGA투어 통산 7차례 밖에 나오지 않은 진귀한 기록이다. 둘째 날에는 2015년 BMW 챔피언십에서 제이슨 데이(호주)가 세운 종전 36홀 최소타 기록인 124타를 넘어선 17언더파 123타의 기록으로 PGA투어 36홀 최소타 기록도 갱신했다. 마지막 날에는 5타를 더 줄여 27언더파 253타로 72홀 최소타 기록을 세웠다. 토머스의 타수는 2003년 토미 아머 3세가 세운 72홀 최소타 기록(254타)을 1타 줄인 신기록이다.

시작을 달군 저스틴 토마스
박, 국내 평정하고 미국으로

2017년 시작과 함께 새로운 규정이 도입됐다. 그린 위 저절로 움직인 볼에 벌타가 없어 졌다. 지난 2016년 6월 PGA투어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서 더스틴 존슨의 ‘저절로 움직인 볼’로 인해 촉발된 그린 위 멈춰있던 공이 저절로 움직였을 때 부여하던 벌타가 사라졌다.

영국왕실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는 최근 경기 도중 멈춘 공이 우연히 움직였을 때 벌타를 주지 않도록 규정을 일부 개정했다. 개정된 규칙에 따르면 공이 퍼팅 그린에 놓여 있을 때 선수와 그의 파트너 캐디 또는 장비 등에 의해 우연히 공이나 볼 마커가 이동한 경우 벌타가 발생하지 않는다.

2월> 박성현 스폰계약

2016년 한해 KLPGA무대에서 7승을 거두며 많은 골프팬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폰서 계약이 쉽게 이루어지 않아 고생했던 박성현이 드디어 메인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2월16일 하나금융과 메인 스폰서 계약을 맺은 박성현은 계약에 비밀 유지 조항을 넣어 계약조건과 금액은 정확히 공개하지 않았지만 15억~2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성현의 매니지먼트사 세마 스포츠 이성환 대표는 “K선수는 넘어섰고 역대 최고라는 P선수가 받은 금액에 근접한다”고 귀띔했는데 K선수로 꼽히는 김효주는 2014년에 롯데와 연봉 13억원에 계약했고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는 별도였다. 투어 대회 우승 때 상금의 70%, 5위 이내 입상 때 상금의 30%를 받았고 상금 랭킹 1위나 세계 랭킹 1위, 그랜드슬램 달성 때도 별도의 인센티브를 받는다는 식이었다. P선수로 꼽히는 박세리는 2003년 CJ와 연간 20억원을 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박성현의 계약은 옵션이 많을 것이라고 봤다. 연봉 개념으로 지급하는 기본 금액 대신 세세한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후하게 쳐주는 방식이라는 것. 박성현은 이런 어마어마한 돈을 받는 대가로 모자 정면에 KEB Hana bank 로고를, 또 모자 왼쪽 측면에 하나멤버스, 셔츠 왼쪽 팔뚝 부분에 하나카드 로고를 붙였다. 바지 왼쪽 허벅지에도 하나금융그룹 로고가 들어간다. 

메인 스폰서 계약 외에도 박성현은 빈폴과 LG전자 로고를 각각 셔츠 왼쪽 가슴과 오른쪽 가슴에 넣는 계약을 맺었다. 업계에서는 이들 업체가 각각 연 3억원을 지급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합치면 6억원.

또 국내 아우디 딜러사인 고진모터스와도 후원계약을 연장해 고진모터스는 1억원짜리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박성현에게 제공했다. 박성현이 사용하는 테일러메이드 클럽과 나이키 신발도 해당 업체들로부터 별도의 계약금을 받았다.

3월> 골프 룰 개정

세계 골프룰을 정하는 영국 R&A와 USGA는 지난 3월2일 30개 항목의 대대적인 룰개정을 예고했다. 2018년 적응기를 거쳐 2019년 1월부터 전면 시행한다고 밝혔다. 2019년부터 1월부터 적용될 새 규정의 취지는 공정하고, 적용하기 쉽고 간편하게, 그리고 경기시간을 단축하려는 의지가 반영됐다.

시간 단축을 위해 40초 안에 공을 쳐야 하는 규정이 도입된다. 퍼팅의 경우는 볼 자국이나 잔디 조각 등의 방해물을 정리하는 불가피한 행위가 끝나는 순간부터 40초 안에 스트로크 해야 한다.

까다롭게 적용되던 불합리한 룰도 개정 사항에 포함됐는데 러프에서 공을 찾는 도중에, 또는 그린에서 실수로 볼이나 볼 마커를 건드려도 벌타를 받지 않는다. 어드레스 자세를 취했을 때 저절로 공이 움직여도 벌타는 없다.

규정 단순화하고 신설되는 옵션도 있다. 캐디가 대신 볼을 마크하고 집어 올리는 것도 허용된다. 워터해저드 말뚝은 노란색보다 빨간색을 권장한다. 빨간색 말뚝의 경우 볼이 물에 빠진 지점 근처에서 드롭하고 치면 되기 때문에 구제 방법이 단순하다. 해저드 구역 안에서 돌멩이 같은 장애물을 접촉하거나 지면에 손이나 클럽을 댔을 때의 벌타 규정도 사라진다. 벙커에서도 벙커 상태를 테스트하기 위해서나 볼 바로 앞에서 연습스윙을 할 때만 모래에 접촉하는 것을 금지한다. 볼을 칠 수 없는 언플레이어블 상황에서 벙커 내에서만 구제받던 것에서 벙커 밖으로 꺼내 구제받을 수 있는 옵션도 신설됐다.

대대적 룰 개정 움직임
진입 문턱 낮아진 골프

장비와 관련해서는 출전 선수가 디지털 거리측정기나 보이스캐디, GPS가 장착된 시계 등의 전자 기구를 사용할 수 있고 경기 중 손상된 퍼터나 클럽을 필요하다면 계속 사용해 플레이해 도 된다.

골프가 자유롭고 평등해졌다. PGA가 연습 라운드에서 선수들의 반바지 착용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골프는 스포츠 중에서도 유독 매너와 격식이 강조되는 운동으로 지금까지 무더위에도 긴 바지를 입어야 했던 남성 골퍼들에게 희소식이다. 물론 정규대회에서는 여전히 긴 바지를 입어야 하지만 연습라운드에서는 반바지 차림이 가능해져 선수들은 크게 반겼다. 여성에게도 관대해졌다. 올림픽을 치를 경기장으로 선정된 일본 사이타마현의 가스미가세키골프장은 지금까지 여성을 정회원으로 받지도 않고 일반회원의 경우에도 여성은 일요일 등 공휴일에 라운드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러한 여성차별 조항으로 여론의 비난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경고를 받은 가스미가세키골프장이 결국 백기를 들었다. 지난 3월20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여성에게 정회원 자격을 주지 않던 기존의 정관을 변경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일반회원이라도 여성에게는 일요일 등 공휴일 라운드를 허용하지 않는 조항 또한 폐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백년간 ‘금녀’방침을 유지해왔던 디오픈의 개최지 영국 스코틀랜드 뮤어필드 골프장도 골프장 설립 이후 273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회원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4월> 골프 대중화

국내에선 대중제 내장객이 회원제 내장객에 앞섰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회장 박정호)가 지난 4월17일 발표한 2016년 전국 골프장 내장객 현황에 따르면 대중제 골프장 내장객은 1966만명으로 회원제 골프장 내장객 1852만명보다 많았다. 대중제 골프장이 회원제 골프장보다 내장객이 많아진 것은 골프장 내장객 통계를 뽑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10년 전인 지난 2006년에는 회원제 골프장 내장객은 1350만명으로 대중제 골프장 내장객 614만 명보다 2배가량 많았다. 

이런 변화는 대중제 골프장의 수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2006년에는 대중제 골프장이 불과 93개뿐이었고 그 당시 회원제 골프장은 157개였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2015년에는 회원제 골프장은 218개에서 지난해 196개로 줄고 대중제 골프장은 265개에서 290개로 증가했다. 특히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전환한 골프장이 24개에 이르렀다.

대중제 골프장은 회원권이 없어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그린피를 비롯한 각종 이용료가 저렴하다. 소수 회원에게 예약 우선권을 주는 회원제보다 이용이 쉽다.

캐디선택제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한국골프소비자모임의 조사에 따르면 2년 전 51개소에서 17곳이 늘어난 68개소로 집계됐다. 전반 9홀은 걸어서, 후반 9홀은 카트를 직접 몰고 라운드를 즐기는 노캐디 골프 라운드 형태의 ‘반-반 셀프 라운드’ 서비스를 운영하는 골프장도 있다.

노캐디나 캐디선택제를 도입한 골프장은 대중골프장이 56개소로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회원제도 회원의 평일 라운드에 한해 11개소가 도입하고 있다. 캐디 없는 셀프 18홀 라운드라면 1인당 최소한 캐디피 3만~4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 몇몇 대중 골프장은 셀프 카트까지 이용할 수도 있으니 이 경우 카트피 1만~2만원을 더 줄일 수 있다. 10만원 미만의 가격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는 본격적인 골프 대중화 시대가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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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