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꾸라지 포획’ 자신하는 민주당 속내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12.04 14:41:28
  • 호수 11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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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못 잡으면 끝이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요리조리 법망을 피해가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코너에 몰렸다. 본인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듯 이전과 다른 표정과 태도를 보였다. 정치권 및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이 사실상 우 전 수석을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입을 모은다. <일요시사>는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우 전 수석에 대한 혐의와 여권의 반응을 취재했다.
 

검찰의 이번 기습 압수수색은 마치 첩보영화를 방불케 했었다. 지난달 24일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의 수사관 두명은 차량에 탑승하려던 우 전 수석을 막고 압수수색을 집행했다. 직권남용 혐의를 다투는 자신의 재판에 출석했다가 귀가 중이던 우 전 수석은 동그랗게 커진 눈으로 “무슨 영장이요?”라고 반문했다. 압수수색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증거이자 검찰 내 우병우 라인이 약해졌다는 방증이었다.

기습 압색
놀란 우병우

당시 검찰 관계자는 “부득이한 사유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주거지와 사무실은 압수수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수사관 두명은 현장서 우 전 수석 측 관계자를 차에서 내리게 한 뒤 우 전 수석과 함께 모처로 이동해 압수수색을 펼쳤다.

압수수색 대상은 우 전 수석의 휴대전화와 차량이었다. 앞서 국정 농단 수사 국면서 검찰은 우 전 수석을 여러 차례 압수수색했음에도 우 전 수석의 휴대전화만은 확보하지 않았다. 이에 봐주기 수사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형성된 바 있다. 검찰의 태도 변화는 검찰 내부의 달라진 분위기를 고스란히 대변했다.

검찰 수사가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10월. 국정원 적폐 청산 태스크포스(TF)로부터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의 직권남용 및 비선보고 의혹 조사결과를 보고받은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추 전 국장을 수사해 줄 것을 검찰 측에 권고했다.


추 전 국장이 우 전 수석의 지시로 정부 비판적인 인사를 사찰하고 그 결과를 우 전 수석에게 비선으로 보고했다는 의혹이다. 

수사 중인 검찰은 추 전 국장을 국정원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는가 하면 우 전 수석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앞서 국정원 개혁위는 우 전 수석이 한때 추 전 국장을 국내정보 관할인 2차장에 추천했을 정도로 두 사람이 밀착관계라는 사실을 발표했다.

검찰은 우 전 수석 개인비리도 겨냥했다. 서울고검은 우 전 수석의 ‘처가 강남 부동산 넥슨 특혜매각’ 의혹에 대해 재수사 결정을 알렸다. 비선보고 의혹에 개인비리 의혹까지 다시 살펴보며 총공세에 나서는 모습이다.

처가 부동산 특혜매각 의혹은 검찰이 이미 우 전 수석에 대한 불기소 처분을 내린 건이다. 이에 봐주기 수사 의혹이 당시 제기된 바 있다. 공개된 검찰의 불기소 결정서에 따르면 검찰은 넥슨 측이 해당 부동산을 거래할 때 우 전 수석 처가 소유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을 파악했지만 불기소 처분했다.

전방위 압박
최종 목표는?

검찰의 자신감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 바로 비선보고를 묵인한 의혹을 받고 있는 최윤수 전 국가정보원 2차장 때문이다. 최 전 차장은 우 전 수석에게 비선보고한 혐의로 구속된 추 전 국장의 직속상관이었다. 검찰은 최근 추 전 국장을 구속기소하며 최 전 차장과 우 전 수석을 공범으로 적시한 바 있다.

검찰 고위간부 출신인 최 전 차장은 경북 김천서 태어나 부산 내성고를 졸업한 뒤 우 전 수석과 지난 1984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한 동기다. 최 전 차장은 사법연수원 21기로 우 전 수석(19기) 보다는 두 기수 아래지만 사석서 서로 말을 놓을 만큼 절친한 사이로 알려졌다.


최 전 차장은 ‘우병우 사단’의 핵심인물로 분류된다. 지난해 2월 국정원 2차장으로 선임될 당시 우 전 수석이 추천했다는 말도 법조계 안팎서 들려온다. 국정원 2차장은 국내 정보 및 공안 부문을 담당하는 국정원 내 핵심 요직이다.

두 사람의 관계를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사건이 있다. ‘네이처리퍼블릭 전관 로비’ 사건이다. 최 전 차장은 당시 홍만표 변호사로부터 청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의 수사를 받은 바 있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는 조사를 받던 중 “홍 변호사에게 사건 청탁 명목으로 3억원을 건넸고, 홍 변호사가 당시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과 최윤수 검사에게 청탁하겠다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차장은 2015년 2월부터 12월까지 서울지검 3차장 검사로 있었고 국정원 2차장이 된 것은 지난해 2월부터다.

수사하던 검찰은 통화기록을 추적해 홍 변호사와 최 전 차장이 두 차례 만났고 20여차례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최 전 차장을 소환하지 않고 서면으로만 조사해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검, 우 휴대전화·차량 기습 압수
“개인비리도 다시” 좁혀진 수사망

우 전 수석이 홍 변호사와 최 전 차장의 연결 고리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우 전 수석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기용되기 전 변호사로 활동하며 홍 변호사와 함께 ‘2인 1조’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서 함께 일한 인연이 있는 두 사람은 같은 건물에 변호사 사무실을 내 활동했다(우 전 수석은 서울 서초동 빌딩 1111호, 홍 변호사는 같은 건물 1010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박근혜-최순실 비선실세 국정 농단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청문회서 우 전 수석에게 “최 전 차장을 모르시나?”라고 물었다. 우 전 수석은 “잘 알지만 그렇게 자주 만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러나 최 전 차장은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추 전 국장이 우 전 수석에게 비선보고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일부 인정했다. 이에 검찰은 최 전 차장이 추 전 국장에게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등에 대한 불법사찰을 지시했다고 잠정 결론 내렸다. 

이 전 감찰관은 지난해 8월 우 전 수석을 검찰에 수사의뢰(직권남용·횡령)한 바 있다. 결국 최 전 차장이 지시했다는 이 전 감찰관 등에 대한 불법사찰이 우 전 수석을 위한 것 아니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앞서 추 전 국장은 지난해 7월경 우 전 수석에게 이 전 감찰관 관련 정보 수집을 지시받았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바 있다.


우 전 수석은 검찰에 네 번째 소환되던 날 최 전 차장의 처지에 대해 “가슴 아프다. 잘 되기를 바란다”고 본인의 심경을 전했다. 이어 “지난 1년 사이에 포토라인에 네 번째 섰다. 이게 제 숙명이라면 받아들이고 또 헤쳐 나가는 것도 제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비교적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표정은 오랜 수사로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첫 번째 소환 때 ‘가족 회사를 통한 횡령을 인정하느냐’고 묻는 기자를 노려봤던 ‘레이저 눈빛’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우 전 수석은 16시간에 걸친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힘 빠진 레이저
담담한 대응

우 전 수석은 검찰 조사에서 자신에 대한 혐의 전반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 전 국장 등의 진술이 있었지만 우 전 수석은 “업무상 (추 전 국장과) 통상적인 전화만을 주고받았고 자세한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통상 업무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봐야할 지가 우 전 수석 수사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의 혐의가 상당 부분 입증됐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이전 사례를 본다면 결과는 예측하기 힘들다.
 

지난 2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우 전 수석에 대해 ▲특별감찰관실 감찰 방해(특별감찰관법 위반)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등에 대한 부당한 감찰(직권남용)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을 묵인·방조한 혐의(직무유기)를 적용했지만 용케 법망을 피해갔다. 


4월에는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앞선 혐의 외 K스포츠클럽 사업과 관련해 우 전 수석이 민정수석실을 동원해 대한체육회를 감찰하려 한 혐의(직권남용)를 추가했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국 우 전 수석의 추가 혐의와 관련한 증거를 검찰이 얼마나 확보했느냐가 관건이다. 우 전 수석은 민정수석실의 통상적인 업무였다고 방어에 나선 상태다. 

민정수석으로서 우 전 수석의 직무 범위를 어디까지 봐야 하는지는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다. 그는 재판이나 지난 구속전피의자심문 과정서 직권남용 혐의를 부인하며 “사적인 욕심 없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휘에 따라 업무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앞서 국정원 적폐 청산 TF는 우 전 수석의 지시를 계기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사업 예정 대상자 명단을 국정원에 보내면 국정원이 허가 여부를 결정해 통보하는 방식의 유기적인 업무 협조 관계가 구축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권은 이 과정서 ‘우병우-추명호 커넥션’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에 이번에야 말로 우 전 수석이 피해가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추 전 국장이 구속된 상태인 만큼 우 전 수석이 이전만큼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피해갈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추명호 “우 지시 있었다”
우 사단 10명 사직·좌천

강훈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최근 현안 브리핑을 통해 “우병우-추명호 커넥션 정황이 드러났다”며 “추 전 국장이 우 전 수석과 최 전 차장에게 ‘비선 보고’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우 전 수석의 변호인과 최 전 차장은 검찰간부를 통해 수차례 추 전 국장과 연락을 주고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범으로 지목된 이들이 증거인멸을 하려 했다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해당 간부를 활용한 정황”이라며 “살아 있는 권력, 정치검찰의 뿌리 깊은 폐단이 확인된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MBC라디오 <변창립의 시선집중> 인터뷰서 ‘1년 이상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게 이례적’이라는 사회자의 말에 “우 전 수석 같은 경우는 구속영장이 두 번 청구됐는데 두 번 다 기각됐고 압수수색영장까지도 기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만큼 우 전 수석 수사가 굉장히 어렵다는 뜻”이라며 “(우 전 수석)본인이 법률전문가다 보니 수사에 대비해 행동 하나하나를 범죄로 성립되지 않을 정도로만 애매하게 처신했던 점 때문에 수사가 어렵지 않나 싶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어쨌든 지금 검찰 내부는 사람이 다 바뀌었다. ‘우병우 사단’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물러났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 상황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를 통해 “우 전 수석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됐던 박근혜정부 실세들 중 유일하게 법망을 피해왔다”며 “이번에는 (검찰의 수사를) 피해가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후 우병우 사단은 거의 와해됐기 때문이다. 우 전 수석의 죄는 국민 모두가 일찌감치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우병우 사단이 지켜줘 요리조리 피해갔던 것 아닌가”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법조계 안팎서도 이전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11월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우병우 사단’이라고 지목됐던 인물 대부분은 스스로 검찰을 떠나거나 수사 지휘 부서에서 배제됐다.
 

당시 지목된 사람은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김주현 전 대검 차장을 비롯해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 김진모 서울남부지검장, 정점식 대검 공안부장, 전현준 대구지검장, 김기동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 유상범 창원지검장, 이동열 서울중앙지검 3차장,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등 12명이다. 

이중 10명이 현재 검찰 조직을 떠나거나 좌천된 것으로 전해진다. ‘우병우 별동대’로 불리던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전원도 물갈이됐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는 1년을 끌어왔다. 지난해 8월 출범한 검찰 특별수사팀은 우 전 수석 개인비리 의혹을 주요 대상으로 삼았으나 국정 농단 의혹이 터지면서 기소까지 이르지 못하고 그해 12월 수사기록을 박영수 특검에 넘겼다.

와해된 사단
피할 곳 없다

특검은 국정농단 비리를 묵인·방조한 의혹을 수사했으나 수사 기간 만료로 사건을 검찰 특별수사본부로 넘겼다. 세 번째 수사를 맡은 검찰이 지난 4월 우 전 수석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우 전 수석은 현재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특정 인물을 상대로 1년 넘게 수사를 이어가는 상황이 이례적인 만큼 정치권 및 법조계 안팎에선 이번 수사가 사실상 마지막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근혜 국선변호인 누구?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이 지난달 27일 재개되면서 박 전 대통령 변호를 맡은 국선변호인단의 면면이 공개됐다. 재판 재개는 유영하 변호사 등 사선변호인단이 총사퇴한 지 42일 만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새로운 변호인단은 조현권(사법연수원 15기) 변호사를 비롯해 남현우(34기), 강철구(37기), 김혜영(37기), 박승길(39기) 변호사 등 모두 5명이다. 이들은 모두 법원에서 월급을 받으며 국선 사건만 맡는 전담 변호사다.

서울중앙지법은 관할 내의 국선전담 변호사 30명 중 법조 경력과 국선변호인 경력, 희망 여부 등을 고려해 이들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집중 심리가 필요한 만큼 이 사건에만 ‘올인’할 수 있는 변호사들로 팀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변호인은 2명이다.

5명 가운데 경력이 가장 긴 조 변호사가 변호인단을 이끄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남 구례 출신인 조 변호사는 경희대 법대를 나와 지난 1986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2006년부터 서울중앙지법 국선전담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남 변호사는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해 2005년 변호사가 됐다. 일본의 위안부 보상 문제에 앙심을 품고 주한일본대사관에 불을 지르려 한 피고인의 사건 등을 변호했다. 강 변호사는 수원대 법학과를 나와 2008년부터 시작했으며 최근 ‘18대 대선 개표가 조작됐다’는 동영상을 제작해 블로그에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등을 변호했다.

김 변호사는 이화여대 법학과를 나와 2008년 개업했으며, 박 변호사는 서강대 영어영문학과를 나와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력이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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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