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꾸라지 포획’ 자신하는 민주당 속내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12.04 14:41:28
  • 호수 11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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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못 잡으면 끝이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요리조리 법망을 피해가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코너에 몰렸다. 본인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듯 이전과 다른 표정과 태도를 보였다. 정치권 및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이 사실상 우 전 수석을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입을 모은다. <일요시사>는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우 전 수석에 대한 혐의와 여권의 반응을 취재했다.
 

검찰의 이번 기습 압수수색은 마치 첩보영화를 방불케 했었다. 지난달 24일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의 수사관 두명은 차량에 탑승하려던 우 전 수석을 막고 압수수색을 집행했다. 직권남용 혐의를 다투는 자신의 재판에 출석했다가 귀가 중이던 우 전 수석은 동그랗게 커진 눈으로 “무슨 영장이요?”라고 반문했다. 압수수색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증거이자 검찰 내 우병우 라인이 약해졌다는 방증이었다.

기습 압색
놀란 우병우

당시 검찰 관계자는 “부득이한 사유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주거지와 사무실은 압수수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수사관 두명은 현장서 우 전 수석 측 관계자를 차에서 내리게 한 뒤 우 전 수석과 함께 모처로 이동해 압수수색을 펼쳤다.

압수수색 대상은 우 전 수석의 휴대전화와 차량이었다. 앞서 국정 농단 수사 국면서 검찰은 우 전 수석을 여러 차례 압수수색했음에도 우 전 수석의 휴대전화만은 확보하지 않았다. 이에 봐주기 수사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형성된 바 있다. 검찰의 태도 변화는 검찰 내부의 달라진 분위기를 고스란히 대변했다.

검찰 수사가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10월. 국정원 적폐 청산 태스크포스(TF)로부터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의 직권남용 및 비선보고 의혹 조사결과를 보고받은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추 전 국장을 수사해 줄 것을 검찰 측에 권고했다.


추 전 국장이 우 전 수석의 지시로 정부 비판적인 인사를 사찰하고 그 결과를 우 전 수석에게 비선으로 보고했다는 의혹이다. 

수사 중인 검찰은 추 전 국장을 국정원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는가 하면 우 전 수석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앞서 국정원 개혁위는 우 전 수석이 한때 추 전 국장을 국내정보 관할인 2차장에 추천했을 정도로 두 사람이 밀착관계라는 사실을 발표했다.

검찰은 우 전 수석 개인비리도 겨냥했다. 서울고검은 우 전 수석의 ‘처가 강남 부동산 넥슨 특혜매각’ 의혹에 대해 재수사 결정을 알렸다. 비선보고 의혹에 개인비리 의혹까지 다시 살펴보며 총공세에 나서는 모습이다.

처가 부동산 특혜매각 의혹은 검찰이 이미 우 전 수석에 대한 불기소 처분을 내린 건이다. 이에 봐주기 수사 의혹이 당시 제기된 바 있다. 공개된 검찰의 불기소 결정서에 따르면 검찰은 넥슨 측이 해당 부동산을 거래할 때 우 전 수석 처가 소유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을 파악했지만 불기소 처분했다.

전방위 압박
최종 목표는?

검찰의 자신감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 바로 비선보고를 묵인한 의혹을 받고 있는 최윤수 전 국가정보원 2차장 때문이다. 최 전 차장은 우 전 수석에게 비선보고한 혐의로 구속된 추 전 국장의 직속상관이었다. 검찰은 최근 추 전 국장을 구속기소하며 최 전 차장과 우 전 수석을 공범으로 적시한 바 있다.

검찰 고위간부 출신인 최 전 차장은 경북 김천서 태어나 부산 내성고를 졸업한 뒤 우 전 수석과 지난 1984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한 동기다. 최 전 차장은 사법연수원 21기로 우 전 수석(19기) 보다는 두 기수 아래지만 사석서 서로 말을 놓을 만큼 절친한 사이로 알려졌다.


최 전 차장은 ‘우병우 사단’의 핵심인물로 분류된다. 지난해 2월 국정원 2차장으로 선임될 당시 우 전 수석이 추천했다는 말도 법조계 안팎서 들려온다. 국정원 2차장은 국내 정보 및 공안 부문을 담당하는 국정원 내 핵심 요직이다.

두 사람의 관계를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사건이 있다. ‘네이처리퍼블릭 전관 로비’ 사건이다. 최 전 차장은 당시 홍만표 변호사로부터 청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의 수사를 받은 바 있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는 조사를 받던 중 “홍 변호사에게 사건 청탁 명목으로 3억원을 건넸고, 홍 변호사가 당시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과 최윤수 검사에게 청탁하겠다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차장은 2015년 2월부터 12월까지 서울지검 3차장 검사로 있었고 국정원 2차장이 된 것은 지난해 2월부터다.

수사하던 검찰은 통화기록을 추적해 홍 변호사와 최 전 차장이 두 차례 만났고 20여차례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최 전 차장을 소환하지 않고 서면으로만 조사해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검, 우 휴대전화·차량 기습 압수
“개인비리도 다시” 좁혀진 수사망

우 전 수석이 홍 변호사와 최 전 차장의 연결 고리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우 전 수석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기용되기 전 변호사로 활동하며 홍 변호사와 함께 ‘2인 1조’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서 함께 일한 인연이 있는 두 사람은 같은 건물에 변호사 사무실을 내 활동했다(우 전 수석은 서울 서초동 빌딩 1111호, 홍 변호사는 같은 건물 1010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박근혜-최순실 비선실세 국정 농단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청문회서 우 전 수석에게 “최 전 차장을 모르시나?”라고 물었다. 우 전 수석은 “잘 알지만 그렇게 자주 만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러나 최 전 차장은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추 전 국장이 우 전 수석에게 비선보고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일부 인정했다. 이에 검찰은 최 전 차장이 추 전 국장에게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등에 대한 불법사찰을 지시했다고 잠정 결론 내렸다. 

이 전 감찰관은 지난해 8월 우 전 수석을 검찰에 수사의뢰(직권남용·횡령)한 바 있다. 결국 최 전 차장이 지시했다는 이 전 감찰관 등에 대한 불법사찰이 우 전 수석을 위한 것 아니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앞서 추 전 국장은 지난해 7월경 우 전 수석에게 이 전 감찰관 관련 정보 수집을 지시받았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바 있다.


우 전 수석은 검찰에 네 번째 소환되던 날 최 전 차장의 처지에 대해 “가슴 아프다. 잘 되기를 바란다”고 본인의 심경을 전했다. 이어 “지난 1년 사이에 포토라인에 네 번째 섰다. 이게 제 숙명이라면 받아들이고 또 헤쳐 나가는 것도 제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비교적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표정은 오랜 수사로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첫 번째 소환 때 ‘가족 회사를 통한 횡령을 인정하느냐’고 묻는 기자를 노려봤던 ‘레이저 눈빛’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우 전 수석은 16시간에 걸친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힘 빠진 레이저
담담한 대응

우 전 수석은 검찰 조사에서 자신에 대한 혐의 전반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 전 국장 등의 진술이 있었지만 우 전 수석은 “업무상 (추 전 국장과) 통상적인 전화만을 주고받았고 자세한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통상 업무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봐야할 지가 우 전 수석 수사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의 혐의가 상당 부분 입증됐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이전 사례를 본다면 결과는 예측하기 힘들다.
 

지난 2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우 전 수석에 대해 ▲특별감찰관실 감찰 방해(특별감찰관법 위반)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등에 대한 부당한 감찰(직권남용)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을 묵인·방조한 혐의(직무유기)를 적용했지만 용케 법망을 피해갔다. 


4월에는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앞선 혐의 외 K스포츠클럽 사업과 관련해 우 전 수석이 민정수석실을 동원해 대한체육회를 감찰하려 한 혐의(직권남용)를 추가했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국 우 전 수석의 추가 혐의와 관련한 증거를 검찰이 얼마나 확보했느냐가 관건이다. 우 전 수석은 민정수석실의 통상적인 업무였다고 방어에 나선 상태다. 

민정수석으로서 우 전 수석의 직무 범위를 어디까지 봐야 하는지는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다. 그는 재판이나 지난 구속전피의자심문 과정서 직권남용 혐의를 부인하며 “사적인 욕심 없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휘에 따라 업무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앞서 국정원 적폐 청산 TF는 우 전 수석의 지시를 계기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사업 예정 대상자 명단을 국정원에 보내면 국정원이 허가 여부를 결정해 통보하는 방식의 유기적인 업무 협조 관계가 구축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권은 이 과정서 ‘우병우-추명호 커넥션’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에 이번에야 말로 우 전 수석이 피해가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추 전 국장이 구속된 상태인 만큼 우 전 수석이 이전만큼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피해갈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추명호 “우 지시 있었다”
우 사단 10명 사직·좌천

강훈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최근 현안 브리핑을 통해 “우병우-추명호 커넥션 정황이 드러났다”며 “추 전 국장이 우 전 수석과 최 전 차장에게 ‘비선 보고’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우 전 수석의 변호인과 최 전 차장은 검찰간부를 통해 수차례 추 전 국장과 연락을 주고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범으로 지목된 이들이 증거인멸을 하려 했다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해당 간부를 활용한 정황”이라며 “살아 있는 권력, 정치검찰의 뿌리 깊은 폐단이 확인된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MBC라디오 <변창립의 시선집중> 인터뷰서 ‘1년 이상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게 이례적’이라는 사회자의 말에 “우 전 수석 같은 경우는 구속영장이 두 번 청구됐는데 두 번 다 기각됐고 압수수색영장까지도 기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만큼 우 전 수석 수사가 굉장히 어렵다는 뜻”이라며 “(우 전 수석)본인이 법률전문가다 보니 수사에 대비해 행동 하나하나를 범죄로 성립되지 않을 정도로만 애매하게 처신했던 점 때문에 수사가 어렵지 않나 싶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어쨌든 지금 검찰 내부는 사람이 다 바뀌었다. ‘우병우 사단’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물러났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 상황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를 통해 “우 전 수석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됐던 박근혜정부 실세들 중 유일하게 법망을 피해왔다”며 “이번에는 (검찰의 수사를) 피해가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후 우병우 사단은 거의 와해됐기 때문이다. 우 전 수석의 죄는 국민 모두가 일찌감치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우병우 사단이 지켜줘 요리조리 피해갔던 것 아닌가”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법조계 안팎서도 이전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11월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우병우 사단’이라고 지목됐던 인물 대부분은 스스로 검찰을 떠나거나 수사 지휘 부서에서 배제됐다.
 

당시 지목된 사람은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김주현 전 대검 차장을 비롯해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 김진모 서울남부지검장, 정점식 대검 공안부장, 전현준 대구지검장, 김기동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 유상범 창원지검장, 이동열 서울중앙지검 3차장,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등 12명이다. 

이중 10명이 현재 검찰 조직을 떠나거나 좌천된 것으로 전해진다. ‘우병우 별동대’로 불리던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전원도 물갈이됐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는 1년을 끌어왔다. 지난해 8월 출범한 검찰 특별수사팀은 우 전 수석 개인비리 의혹을 주요 대상으로 삼았으나 국정 농단 의혹이 터지면서 기소까지 이르지 못하고 그해 12월 수사기록을 박영수 특검에 넘겼다.

와해된 사단
피할 곳 없다

특검은 국정농단 비리를 묵인·방조한 의혹을 수사했으나 수사 기간 만료로 사건을 검찰 특별수사본부로 넘겼다. 세 번째 수사를 맡은 검찰이 지난 4월 우 전 수석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우 전 수석은 현재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특정 인물을 상대로 1년 넘게 수사를 이어가는 상황이 이례적인 만큼 정치권 및 법조계 안팎에선 이번 수사가 사실상 마지막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근혜 국선변호인 누구?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이 지난달 27일 재개되면서 박 전 대통령 변호를 맡은 국선변호인단의 면면이 공개됐다. 재판 재개는 유영하 변호사 등 사선변호인단이 총사퇴한 지 42일 만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새로운 변호인단은 조현권(사법연수원 15기) 변호사를 비롯해 남현우(34기), 강철구(37기), 김혜영(37기), 박승길(39기) 변호사 등 모두 5명이다. 이들은 모두 법원에서 월급을 받으며 국선 사건만 맡는 전담 변호사다.

서울중앙지법은 관할 내의 국선전담 변호사 30명 중 법조 경력과 국선변호인 경력, 희망 여부 등을 고려해 이들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집중 심리가 필요한 만큼 이 사건에만 ‘올인’할 수 있는 변호사들로 팀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변호인은 2명이다.

5명 가운데 경력이 가장 긴 조 변호사가 변호인단을 이끄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남 구례 출신인 조 변호사는 경희대 법대를 나와 지난 1986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2006년부터 서울중앙지법 국선전담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남 변호사는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해 2005년 변호사가 됐다. 일본의 위안부 보상 문제에 앙심을 품고 주한일본대사관에 불을 지르려 한 피고인의 사건 등을 변호했다. 강 변호사는 수원대 법학과를 나와 2008년부터 시작했으며 최근 ‘18대 대선 개표가 조작됐다’는 동영상을 제작해 블로그에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등을 변호했다.

김 변호사는 이화여대 법학과를 나와 2008년 개업했으며, 박 변호사는 서강대 영어영문학과를 나와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력이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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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