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 재계 사정 풍향계

다음은…LG만 남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올 한해 재계는 유난히 다사다난 한 모습이다. 특히 주요기업은 사정기관의 날카로운 칼날을 받아야 했다.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은 구속수감 돼 법정 다툼을 벌이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다른 주요기업들 상황 역시 쉽지 않은 상황. 재계의 주요 현안을 정리했다.
 

대한민국은 2017년 큰 변화를 맞았다. 예상치 못하게 대선이 치러져 대통령이 바뀌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 선택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새로운 대통령으로 바뀌면서 재계 역시 변화를 맞고 있다.

혹독한 계절
매서운 외풍

대한민국의 대표 기업으로 꼽히는 삼성그룹은 지난 정부와의 악연이 현재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된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박영수 특검은 이 부회장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했다. 

특검 측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을 청탁하고 그 대가로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승마훈련 지원, K스포츠재단, 영재센터 지원 명목으로 298억2535만원(약속 433억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가 드러났다.

이 부회장 측은 경영권 승계작업이 특검의 가공의 프레임이라는 설명이다. 이 부회장 변호인은 “특검은 스스로 ‘세기의 재판’이라 평가한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이 존재한다는 아무런 증거도 제출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제출될 수 없다. 


그런 사실이 존재조차 안했기 때문”이라며 “특검의 일방적 추측만 난무하고 있다”고 맞섰다.

1심에서는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이 구형한 징역 12년형보다는 낮지만 이 부회장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지난 8월 25일 선고 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국외재산도피 ▲범죄수익 은닉 규제법 위반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위증) 등 5가지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수사칼날 위에 선 대기업·오너
초긴장 속 대응책 마련에 고심

삼성 측은 이에 반발해 이튿날 항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특검도 구형보다 낮은 형량에 반발해 항소했다. 이에 따라 2심은 더욱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재계는 삼성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이 부회장의 부재를 걱정하고 있는 모습이다. 중요 결정 사안에 이 부회장의 부재는 뼈 아프다는 목소리다. 재판 결과에 따라 재계에 미치는 영향에 신경이 곤두서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수출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수출여건이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무역이 불공정하다고 지적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자동차 수입과 관련된 무역관세가 낮아 자국 자동차 산업이 피해가 막심하다며 재협상 조건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차에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한미FTA는 미국에게는 거친 협정이었다”면서 재협상 문제를 드러냈다.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면서까지 한국 자동차 수출과 관련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에 피해가 갈 것으로 전망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를 비롯한 자동차 업계는 당혹스러운 입장이다. 한미FTA 이후 낮아진 관세 폭이 생각보다 크지 않고 오히려 한미FTA로 인해 국내에 수입되는 미국산 차량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대외적인 고민과 더불어 노사 문제 역시 불확실성으로 남아있다는 점이다. 현재 현대차의 노사 갈등은 하나의 불확실성으로 인식되는 양상이다.

올해 임단협을 연내 마무리 지으려고 하고 있지만 결론을 도출하는 데는 애를 먹고 있다. 노조는 34차 교섭에서 회사가 새로운 제시안을 내놓지 않으면 곧바로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사업부별 노사협의 중단 등 회사를 압박하기 위한 투쟁전략을 마련할 방침이다.

사고친 오너
사고난 회사

롯데도 각종 리스크에 머리가 아픈 상황이다. 롯데의 가장 큰 리스크는 정치권 관련 뇌물 공여 혐의다. 지난 20일 전병헌 전 정무수석은 자신이 회장으로 있었던 한국e스포츠협회를 통해 롯데홈쇼핑으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전 전 수석은 검찰은 전 전 수석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소속 의원으로 있었던 2015년 4월 롯데홈쇼핑의 홈쇼핑 방송 재승인 문제를 봐주고 이에 대한 대가로 자신이 회장으로 있던 e스포츠협회에 3억3000만원을 대가성 후원으로 받은 혐의가 드러났다. 

이에 따라 불똥이 롯데홈쇼핑으로 확대될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입장이다.

이와는 별개로 오너리스크도 동시에 발생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비롯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호텔롯데 전 부회장 등 오너 일가 다수가 검찰로부터 기소를 당해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롯데그룹을 이끌고 있는 신 회장이 징역 10년형을 구형받아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롯데그룹 리빌딩에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호텔롯데 상장이 무기한 연기될 우려가 있다. 

특히 신 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재판도 받고 있어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향후 재판 과정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SK는 오너일가의 이혼소송 리스크가 있다. 현재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소송을 벌이고 있다. 지난 15일 최 회장은 합의이혼을 위해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해 이혼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날 재판에 노 관장은 출석하지 않았다.

최 회장은 노 관장을 상대로 지난 7월19일 이혼조정 신청을 내면서 이혼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노 관장 측은 이혼을 원하고 있지 않아 결국 이혼 소송으로까지 갈 것이란 관측이다.

재계의 관심은 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이다. 현재 그룹내 지주사 역할을 하는 SK에 대한 지분율은 최 회장 23.4%, 노 관장 0.01%다. 그러나 노 관장이 그룹 성장에 대한 기여분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유일하게 LG그룹만…
이번에도 무사통과?

한화그룹은 돌발 오너 리스크가 터지면서 수습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주인공은 김승연 한화 회장의 3남 김동선씨는 지난 9월28일 밤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한 술집에서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신입 변호사 10여명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폭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김씨는 이 자리서 변호사의 뺨을 때리고 머리채를 잡는 등의 폭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올해 초 서울 강남구 청담동 모 주점에서 술에 취해 종업원을 폭행하고 술병을 던지는 등 난동을 부려 특수폭행 및 영업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결국 김씨는 법원으로부터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활동 80시간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당시 사건에 대해 “정말 후회하고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반성의 뜻을 내비쳤지만 불과 1년을 못 넘기고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또다시 사과를 해야 했다.

문제는 집행유예 기간에 벌어진 사건이기 때문에 가중 처벌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일단 피해 변호사는 경찰 조사에서 폭행당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김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해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경우 처벌할 수 없다. 그러나 경찰이 사건이 벌어진 주점의 CCTV를 복원하고 있어 혐의가 확인되면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한진그룹은 총수가 배임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마음을 졸이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이 계열사 회삿돈을 자택공사대금으로 유용한 의혹을 받고 있는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 22일 특정경제범죄법위반 배임혐의를 받는 조 회장과 부인 이명희씨, 대한항공 전무 조모씨, 인테리어 업체 대표 장모씨 등 4명을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지난 2013년 5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서울 평창동 자택의 인테리어 공사비 총 70억원 중 30억원을 영종도 H2호텔(현 그랜드하얏트인천) 공사비용으로 전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16일 조 회장에 대해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하루 만에 증거 부족을 이유로 보강 수사를 지시하며 반려했다. 이후 경찰은 기존에 수집한 증거를 토대로 한진 임직원으로부터 조 회장 혐의와 관련된 구체적인 진술을 얻어내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며 보강조사를 벌여왔다.

경찰은 조 회장이 관여한 정황을 뒷받침하는 물적 증거를 확보했다며 지난 3일 구속영장을 재신청했지만 검찰은 또다시 기각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미 구속된 회사 관계자 포함 관련자들 모두 보고 사실을 부인하는 등 직접 진술이 없는 상황이고 정황 증거만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만으로는 구속 수사를 하기에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경찰은 인테리어 설계업체 K사에 대한 세무비리 수사과정서 조 회장이 자택 공사대금을 치르기 위해 계열사에 손실을 끼친 정황을 포착,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8월16일 구속된 한진그룹 건설부문 고문 김모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효성그룹도 심상찮다. 지난 17일 검찰로부터 본사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사정칼날 위에 섰다.

줄줄이 불려가는
대기업 총수들

검찰은 17일 오전 9시부터 서울 마포구 효성 본사와 관계사 4곳, 관련자 주거지 4곳 등 8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 컴퓨터 하드 디스크, 내부문서와 장부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조석래 전 회장의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이 형 조현준 회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서 비자금 혐의를 포착하고 압수수색을 결정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배당돼 비중 있게 수사가 진행되다 지난해 롯데그룹 경영비리 수사로 더딘 속도를 보이다 압수수색을 단행하면서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이번 압수수색을 놓고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효성그룹은 이 전 대통령의 사돈 그룹이다. 조석래 전 회장의 조카 조현범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이 이 전 대통령의 셋째 딸 수연씨와 부부다.

효성은 또 담합 의혹을 받고 있어 대응책 마련에 고심인 모습이다. 경찰이 현대중공업, 효성, LS산전이 한국전력 자회사와 변압기 납품 과정서 입찰 담합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내사에 착수했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현대중공업, 효성, LS산전이 한국전력 자회사와 한국수력원자력 신고리원전에 변압기를 납품하는 과정서 입찰 담합을 벌였다는 제보를 받고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22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한전 자회사와 한수원 신고리원전 등에 변압기를 납품 낙찰 업체와 가격 등을 사전에 합의하고 고의로 유찰해 수의계약을 유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 같은 제보를 받고 이달 초부터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주요기업들이 줄줄이 사정의 칼바람을 맞고 있는 가운데 LG그룹은 비교적 조용히 넘기고 있는 모습이다.

재계의 저승사자로 통하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배구조 차원서 가장 모범적인 곳은 LG그룹”이라고 치켜 세울만큼 정부와의 마찰이 적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의 분위기는 LG그룹에 우호적이지 않다. <한겨레21>은 지난 6일자 ‘청(청와대)·국(국정원)·대(대기업) 삼위일체로 지원’ 제하의 기사를 통해 LG그룹과 보수단체 간 커넥션 의혹을 제기했다.

그동안 LG그룹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태풍에서 비켜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보도로 LG그룹 역시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는 모습이다.

<한겨레21>는 LG가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이하 공학연)’에 지난 2013년 10월2일 전시협찬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한 세금계산서를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자금은 공학연 사무총장 이희범씨가 사무총장을 겸하던 (사)대한민국 감사위원회가 주관한 ‘기적을 캐고 나라를 구하라’는 행사에 쓰였다. 전시는 박정희 정권 시절 독일에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들에 관한 내용이었다.
 

공학연이 최근 공개된 국가정보원의 화이트리스트에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LG는 부담스러운 모양새다. LG 관계자는 <한겨레21>를 통해 “우리 쪽에서만 지원이 이뤄진 게 아닌데 LG만 표적이 되는 것 같다”며 “박근혜정권의 분위기가 그랬다. LG는 ‘n분의 1’ 역할만 했을 뿐 핵심적 역할을 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보수단체에 대한 지원이 당시 분위기에 따른 외압이라고 설명한 것.

그러나 향후 해당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면 그동안 피해갔던 사정의 칼날이 LG그룹을 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또 최순실…
의심의 눈초리

재계의 한 관계자는 “주요 기업들이 문재인 정부에 들어 크고 작은 사건에 연루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비교적 조용하게 이 시기를 보내고 있는 LG가 다음 타겟이 될 가능성이 엿보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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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