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리스크’ 사생결단 플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11.29 17:16:04
  • 호수 11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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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중 하나’ 김무성밖에 없는데…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홍준표 대표 앞에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이 기다리고 있다. 시민 884명은 최근 홍 대표를 특수활동비(이하 특활비) 횡령 혐의로 고발했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던 상황서 불어 닥친 한파다. 특활비와 관련한 해명은 헛발질로 마무리. 자신하던 당 지지율도 지지부진하다. 최근 제시한 지방선거 비전을 두고 당에서조차 회의적인 반응이 새나온다. 비박(비 박근혜)계 내에선 홍 대표 비토 여론이 조금씩 형성되고 있다.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는 지난 24일 홍 대표를 특활비 횡령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지난 19일까지 홍 대표 고발 지지 서명 운동을 벌인 해당 시민단체는 시민 884명의 서명이 적힌 고발장을 접수했다. 홍 대표의 특활비 횡령 건은 그가 경남도지사로 재직할 당시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 발단이다.

시민 884명
홍준표 고발

당시 홍 대표는 “2008년 여당 원내대표를 할 때 국회운영위원장을 겸했는데 매달 4000만~5000만원을 국회대책비로 받아서 쓰다가 남은 돈을 집사람에게 생활비로 주고 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는 이 내용이 ‘업무상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시민단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하승수 변호사는 “홍 대표가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맡은 시점부터 계산하면 공소시효가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며 “홍 대표를 고발해서 지금이라도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취지를 전했다. 업무상 횡령죄의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이번 고발이 심상치 않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도 연결됐기 때문이다. 발단이 된 홍 대표의 SNS 글은 지난 2015년 5월 성완종 사건과 관련해 2011년 한나라당 대표경선 기탁금 1억2000만원의 출처를 밝히는 과정서 올린 해명이다.

이에 여권에서는 검찰이 홍 대표 특횔비 횡령 건에 대한 수사를 벌일 경우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성완종 사건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이 흘러나온다. 성완종 사건은 홍 대표가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이다.

홍 대표는 대법원 판결에 자신만만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19일, 홍 대표는 자신의 SNS에 “성완종 사건과 관련해 (지지자들은) 걱정을 안 하셔도 되고 나도 전혀 걱정을 하지 않는다”며 “상고심은 법률적 쟁점에 대한 판단만 하는 곳인데 내 사건은 같이 대법원에 계류된 이완구 전 총리 사건과는 달리 법률적 쟁점이 단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가 그간 자신만만했던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 전 총리의 경우 성 전 회장의 유언, 메모, 육성 녹취록 등이 증거 능력 불충분으로 무죄가 나와 상고심서 증거능력 유무에 대한 심리가 다시 이루어질 수 있지만, 본인의 경우 앞서 검찰이 제시한 자료가 증거 능력을 인정받은 상황에서 무죄가 나왔기 때문에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논리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를 본다면 홍 대표의 여유는 시기상조다. 특활비 사정 광풍이 정국을 강타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최근 박근혜정권 4년간 40억원가량의 국정원 특활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로 남재준·이병기 전 국정원장을 구속했다. 

또 여당이던 시절 원내대표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을 지내는 등 실세로 꼽혔던 최경환 한국당 의원이 국정원으로부터 약 1억원의 특활비를 상납 받은 진술과 증빙자료를 확보, 지난 20일 최 의원의 사무실 및 자택 등을 압수수색당했다. 

검찰은 조만간 최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는 등 구속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특활비가 정국 최대 이슈로 떠오름에 따라 검찰은 성완종 사건과 관련된 홍 대표 특활비 횡령 의혹을 어느 때보다 엄중하게 들여다볼 것이란 예상이 법조계 안팎서 들려온다.

특활비 횡령 혐의로 검찰 고발
검찰까지 국정조사? 역풍 우려

그런 가운데 홍 대표와 당 지도부가 검찰의 특활비 수사를 자극하고 있다는 우려가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홍 대표는 지난 21일 “문재인정권 출범 후 3/4분기와 4/4분기의 검찰 수사 특활비는 상납한 100여억 중 50억원으로 추산된다”며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은 최소한 50억원 정도는 상납하고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친홍(친 홍준표)계 등 비박계로 구성된 당 정치보복대책특별위원회는 “청와대에 상납됐다는 국가정보원의 특활비 40억원이 뇌물이면 법무부에 상납된 검찰의 특활비 105억원도 뇌물”이라며 “국정원 특활비와 다를 것 없는 적폐”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최근 국정원 특활비 상납 건과 검찰의 특활비 법무부 상납 의혹을 묶어 특검과 국정조사를 병행 추진해야 한다고 정부·여당에 맞불은 놓은 상태다. 

권선동 법사위원장은 지난 21일 “검찰 특활비는 수사에만 쓰게 돼있는데 그동안 관행적으로 법무부에 일부가 전해졌다”며 “법사위 차원의 청문회를 추진하고 국정조사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한국당이 검찰의 특활비 상납 의혹 제기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박근혜정부 때 벌어진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건과 무리하게 엮고 있다는 것. 

한 법조계 관계자는 “국정원은 자체 예산편성권이 있지만 검찰은 법무부에 있다”며 “예산을 법무부가 따내 검찰에 주는 형태인데 상납이 성립될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정치권 또한 한국당의 프레임이 자충수라는 관측이다. 자칫 당내 유력 서울시장 출마 예상자 중 한명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까지 불똥이 튈 수 있다는 것이다. 

황 전 총리는 박근혜정부에서 최장기간(2년3개월) 법무부장관을 역임했다. 만약 한국당의 요구대로 검찰 특활비까지 엮어 특검 및 국정조사가 이루어지면 황 전 총리가 핵심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여권 서울시장 출마 예상자에 비해 양과 질 면에서 밀린다는 지적이 많은데 아군에게 총부리를 겨눌 수 있는 프레임을 당 지도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셈이다.

사정 광풍에 가장 당황스러워 하는 쪽은 친박(친 박근혜)계다. 당내 입지가 좁아진 상황서 검찰의 칼날이 부담스럽다.

자신만만 홍
과연 그럴까

특활비 건으로 최 의원이 조만간 검찰에 소환됨은 물론, 원유철 의원도 수억원대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정황이 포착돼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청원 의원의 측근인 이우현 의원도 건설업자 여러 명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다.

물론비박계라고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검찰이 대신 나서 친박계 청산 드라이브를 걸어준 모양새지만 언제 친박계를 넘어 비박계로도 검찰의 칼날이 향할지 모른다.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검찰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걸려면 다 걸릴 수 있는 게 정치인의 숙명”이라고 전했다.

홍 대표의 특활비 관련 해명은 갈지자를 걷고 있다. 자신을 둘러싼 잇단 논란에 올린 SNS 글이 거짓말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국회 여당 원내대표 겸 국회 운영위원장은 특활비가 매달 4000만원 정도 나온다. 그 특활비는 국회 운영에 쓰라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그 돈을 수령한 즉시 정책위의장에게 정책 개발비로 매달 1500만원씩을 지급했다.”

“원내 행정국에 700만원, 원내 수석과 부대표들 10명에게 격월로 각 100만원씩, 그리고 야당 원내대표들에게도 국회 운영비용으로 일정금액을 매월 보조했다. 나머지는 국회운영 과정에 필요한 경비지출 및 여야 국회의원들과 기자들 식사 비용이 전부였다.” 

“내가 늘 급여로 정치비용을 대던 국회의원들과 기자들 식사비용 등을 원내 활동비로 대치할 수 있었기 때문에 급여서 쓰지 않아도 되는 그 돈을 집사람에게 생활비로 주었다는 것이지 국회 특활비를 유용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홍 대표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홍 대표가 원내대표를 맡았던 2008∼2009년에 통합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홍 대표의 책임 있는 해명과 사과를 요구한다’는 글을 통해 “제1야당의 원내대표였던 나는 그 어떠한 명목으로도 홍준표 당시 국회 운영위원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납득할 만한 해명과 사과가 없을 경우 부득이하게도 법적 조치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음을 말씀 드린다”고 경고했다.

민주통합당 운영위 간사였던 서갑원 전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서 “홍 대표에게 한 푼도 못 받았다”며 “원래 상임위원장하면 100만원씩 여야 간사들에게 활동비로 주는 게 관례인데 홍 대표가 안 줘서 왜 안 주냐고 했던 기억이 난다”고 반박했다.

손 안 대고
코 풀었지만…

그러자 홍 대표는 “그 당시 일부 야당 원내대표가 (특활비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 부분은 내 기억의 착오일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 과정서 ‘기억의 착오일 수 있다’를 ‘내 기억의 착오일 수 있다’로 수정하는 등 분주한 모습도 보였다. 

이해 당사자들이 홍 대표의 주장을 일제히 부인하면서 논란이 확대·재생산되는 셈이다.

홍 대표의 이러한 모습에 비박계는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한 의원실 보좌진은 “(홍 대표는) 그게 무슨 문제가 되냐는 식인데 그렇다면 주변서 뭐라고 하던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게 상책”이라며 “지방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고 조심스레 견해를 전했다.

일각에선 홍 대표를 믿고 지방선거에 나서는 게 과연 최선인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믿고 가야 한다는 쪽은 일단 당내 계파 전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서 홍 대표를 지지하지 않으면 친박계에 되치기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회의적인 쪽은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홍 대표가 제대로 당 대표직을 수행하기 힘들어지기에 지금부터 플랜B를 세워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에선 플랜B가 최근 바른정당서 넘어온 김무성 전 대표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홍 대표와 김 전 대표는 의견 대립을 보인 바 있다. 

홍 대표가 “나머지 바른정당 분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설득하기 어려워, 내년 지방선거와 총선을 통해 국민들께서 투표로 보수우파 대통합을 해줄 것으로 확신하고 이제 문을 닫고 내부 화합에 주력하겠다”라고 밝힌 반면, 김 전 대표는 지난 21일 바른정당 의원들의 추가 복당을 묻는 질문에 “모셔올 사람은 또 모셔와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비박계 최대주주 자리를 두고 두 사람의 당내 기싸움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갈지자 해명…수세 몰린 ‘홍’
대주주는 누구? 기싸움 시작

한국당은 현재 내년 지방선거를 낙관할 수 없는 입장이다. 한국당 사무처 측 관계자는 “민주당 쪽이 내년 지방선거서 이긴다는 건 거의 사실 아닌가”라며 “지방선거는 물론 다음 총선까지도 힘들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지방선거는 한국당 입장에선 사활이 걸린 문제다. 문재인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도 있지만, 탄핵 정국 이후 코너에 몰린 한국당으로서는 이번 지방선거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보수 지지층의 약화라는 최악의 위기에 몰릴 수 있다.
 

홍 대표 개인으로서는 지방선거 결과가 정치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만약 참패할 경우 책임론에 휩싸여 그간 수면 아래서 오갔던 당내 불만이 폭포수처럼 분출할 수 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제명이라는 카드를 쓰고도 패배한다면 보수 지지층이 등을 돌리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의식한 듯 홍 대표는 최근 내년 지방선거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대구·경북·부산·경남·인천·울산 등 6개 지역을 지목하며 “내년 지방선거서 6개 광역지자체를 못 지키면 집에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서 당 대표 사퇴까지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지방선거 승리를 말하기 바쁜 시기에 6개 지역만 언급한 것은 너무 소극적인 비전 제시라는 지적도 들린다.

홍 대표는 보수 표심 잡기에 골몰한다. 박 전 대통령 제명으로 반발하는 TK(대구·경북) 민심을 잡기위해 당사에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진을 걸며 보수색채 강화에 나섰다. 또 TK·PK(부산·경남)를 중심으로 강연정치에 나서 지지층을 향해 결속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홍 대표의 이러한 노력이 어느 정도까지 결실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진행한 11월 셋째 주 정례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당은 PK·울산과 TK서 각각 19%, 23%를 기록, 44%, 28%를 기록한 더불어민주당에 열세를 보였다. 

‘플랜B’ 솔솔
주인공은 무대?

비록 지지세가 상승 곡선을 보이곤 있지만 TK서조차 5%포인트 밀린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PK·울산을 비롯한 전국서 60∼70%대 고공 지지율을 굳건히 지켰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홍 대표가 과연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고 비박계 최대주주로 우뚝 설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PK ‘부글부글’ 끓는 이유

PK(부산·경남) 정치권이 베트남 출장서 돌아온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해당 지역이 당협교체와 광역단체장 여론조사 결과 등을 두고 격랑 속에 빠져들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이달 초 부산경남 40개 당협에 대한 당무감사를 마친 상태다. 

여기에 조직관리와 평판도를 각각 30%씩 잡고 정책과 SNS 평가까지 가중치를 배분한 평가기준도 이달 중순 확정했다. 이에 원외당협 몇 곳의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당협위원장들의 긴장은 극도로 치닫고 있다. 더욱이 홍 대표가 이미 ‘현역 우선주의’를 표방한 상태인 만ㅋ틈 이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당은 다음달 초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꾸려 새로운 당협위원장 인선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예정이다. 인선이 공모 후 경선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홍 대표의 의중이 적극 반영된 전략 인선이 주를 이룰지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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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