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리스크’ 사생결단 플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11.29 17:16:04
  • 호수 1142호
  • 댓글 0개

‘둘 중 하나’ 김무성밖에 없는데…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홍준표 대표 앞에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이 기다리고 있다. 시민 884명은 최근 홍 대표를 특수활동비(이하 특활비) 횡령 혐의로 고발했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던 상황서 불어 닥친 한파다. 특활비와 관련한 해명은 헛발질로 마무리. 자신하던 당 지지율도 지지부진하다. 최근 제시한 지방선거 비전을 두고 당에서조차 회의적인 반응이 새나온다. 비박(비 박근혜)계 내에선 홍 대표 비토 여론이 조금씩 형성되고 있다.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는 지난 24일 홍 대표를 특활비 횡령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지난 19일까지 홍 대표 고발 지지 서명 운동을 벌인 해당 시민단체는 시민 884명의 서명이 적힌 고발장을 접수했다. 홍 대표의 특활비 횡령 건은 그가 경남도지사로 재직할 당시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 발단이다.

시민 884명
홍준표 고발

당시 홍 대표는 “2008년 여당 원내대표를 할 때 국회운영위원장을 겸했는데 매달 4000만~5000만원을 국회대책비로 받아서 쓰다가 남은 돈을 집사람에게 생활비로 주고 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는 이 내용이 ‘업무상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시민단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하승수 변호사는 “홍 대표가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맡은 시점부터 계산하면 공소시효가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며 “홍 대표를 고발해서 지금이라도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취지를 전했다. 업무상 횡령죄의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이번 고발이 심상치 않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도 연결됐기 때문이다. 발단이 된 홍 대표의 SNS 글은 지난 2015년 5월 성완종 사건과 관련해 2011년 한나라당 대표경선 기탁금 1억2000만원의 출처를 밝히는 과정서 올린 해명이다.

이에 여권에서는 검찰이 홍 대표 특횔비 횡령 건에 대한 수사를 벌일 경우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성완종 사건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이 흘러나온다. 성완종 사건은 홍 대표가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이다.

홍 대표는 대법원 판결에 자신만만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19일, 홍 대표는 자신의 SNS에 “성완종 사건과 관련해 (지지자들은) 걱정을 안 하셔도 되고 나도 전혀 걱정을 하지 않는다”며 “상고심은 법률적 쟁점에 대한 판단만 하는 곳인데 내 사건은 같이 대법원에 계류된 이완구 전 총리 사건과는 달리 법률적 쟁점이 단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가 그간 자신만만했던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 전 총리의 경우 성 전 회장의 유언, 메모, 육성 녹취록 등이 증거 능력 불충분으로 무죄가 나와 상고심서 증거능력 유무에 대한 심리가 다시 이루어질 수 있지만, 본인의 경우 앞서 검찰이 제시한 자료가 증거 능력을 인정받은 상황에서 무죄가 나왔기 때문에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논리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를 본다면 홍 대표의 여유는 시기상조다. 특활비 사정 광풍이 정국을 강타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최근 박근혜정권 4년간 40억원가량의 국정원 특활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로 남재준·이병기 전 국정원장을 구속했다. 


또 여당이던 시절 원내대표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을 지내는 등 실세로 꼽혔던 최경환 한국당 의원이 국정원으로부터 약 1억원의 특활비를 상납 받은 진술과 증빙자료를 확보, 지난 20일 최 의원의 사무실 및 자택 등을 압수수색당했다. 

검찰은 조만간 최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는 등 구속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특활비가 정국 최대 이슈로 떠오름에 따라 검찰은 성완종 사건과 관련된 홍 대표 특활비 횡령 의혹을 어느 때보다 엄중하게 들여다볼 것이란 예상이 법조계 안팎서 들려온다.

특활비 횡령 혐의로 검찰 고발
검찰까지 국정조사? 역풍 우려

그런 가운데 홍 대표와 당 지도부가 검찰의 특활비 수사를 자극하고 있다는 우려가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홍 대표는 지난 21일 “문재인정권 출범 후 3/4분기와 4/4분기의 검찰 수사 특활비는 상납한 100여억 중 50억원으로 추산된다”며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은 최소한 50억원 정도는 상납하고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친홍(친 홍준표)계 등 비박계로 구성된 당 정치보복대책특별위원회는 “청와대에 상납됐다는 국가정보원의 특활비 40억원이 뇌물이면 법무부에 상납된 검찰의 특활비 105억원도 뇌물”이라며 “국정원 특활비와 다를 것 없는 적폐”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최근 국정원 특활비 상납 건과 검찰의 특활비 법무부 상납 의혹을 묶어 특검과 국정조사를 병행 추진해야 한다고 정부·여당에 맞불은 놓은 상태다. 

권선동 법사위원장은 지난 21일 “검찰 특활비는 수사에만 쓰게 돼있는데 그동안 관행적으로 법무부에 일부가 전해졌다”며 “법사위 차원의 청문회를 추진하고 국정조사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한국당이 검찰의 특활비 상납 의혹 제기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박근혜정부 때 벌어진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건과 무리하게 엮고 있다는 것. 

한 법조계 관계자는 “국정원은 자체 예산편성권이 있지만 검찰은 법무부에 있다”며 “예산을 법무부가 따내 검찰에 주는 형태인데 상납이 성립될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정치권 또한 한국당의 프레임이 자충수라는 관측이다. 자칫 당내 유력 서울시장 출마 예상자 중 한명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까지 불똥이 튈 수 있다는 것이다. 

황 전 총리는 박근혜정부에서 최장기간(2년3개월) 법무부장관을 역임했다. 만약 한국당의 요구대로 검찰 특활비까지 엮어 특검 및 국정조사가 이루어지면 황 전 총리가 핵심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여권 서울시장 출마 예상자에 비해 양과 질 면에서 밀린다는 지적이 많은데 아군에게 총부리를 겨눌 수 있는 프레임을 당 지도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셈이다.

사정 광풍에 가장 당황스러워 하는 쪽은 친박(친 박근혜)계다. 당내 입지가 좁아진 상황서 검찰의 칼날이 부담스럽다.

자신만만 홍
과연 그럴까

특활비 건으로 최 의원이 조만간 검찰에 소환됨은 물론, 원유철 의원도 수억원대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정황이 포착돼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청원 의원의 측근인 이우현 의원도 건설업자 여러 명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다.

물론비박계라고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검찰이 대신 나서 친박계 청산 드라이브를 걸어준 모양새지만 언제 친박계를 넘어 비박계로도 검찰의 칼날이 향할지 모른다.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검찰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걸려면 다 걸릴 수 있는 게 정치인의 숙명”이라고 전했다.


홍 대표의 특활비 관련 해명은 갈지자를 걷고 있다. 자신을 둘러싼 잇단 논란에 올린 SNS 글이 거짓말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국회 여당 원내대표 겸 국회 운영위원장은 특활비가 매달 4000만원 정도 나온다. 그 특활비는 국회 운영에 쓰라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그 돈을 수령한 즉시 정책위의장에게 정책 개발비로 매달 1500만원씩을 지급했다.”

“원내 행정국에 700만원, 원내 수석과 부대표들 10명에게 격월로 각 100만원씩, 그리고 야당 원내대표들에게도 국회 운영비용으로 일정금액을 매월 보조했다. 나머지는 국회운영 과정에 필요한 경비지출 및 여야 국회의원들과 기자들 식사 비용이 전부였다.” 

“내가 늘 급여로 정치비용을 대던 국회의원들과 기자들 식사비용 등을 원내 활동비로 대치할 수 있었기 때문에 급여서 쓰지 않아도 되는 그 돈을 집사람에게 생활비로 주었다는 것이지 국회 특활비를 유용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홍 대표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홍 대표가 원내대표를 맡았던 2008∼2009년에 통합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홍 대표의 책임 있는 해명과 사과를 요구한다’는 글을 통해 “제1야당의 원내대표였던 나는 그 어떠한 명목으로도 홍준표 당시 국회 운영위원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납득할 만한 해명과 사과가 없을 경우 부득이하게도 법적 조치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음을 말씀 드린다”고 경고했다.

민주통합당 운영위 간사였던 서갑원 전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서 “홍 대표에게 한 푼도 못 받았다”며 “원래 상임위원장하면 100만원씩 여야 간사들에게 활동비로 주는 게 관례인데 홍 대표가 안 줘서 왜 안 주냐고 했던 기억이 난다”고 반박했다.

손 안 대고
코 풀었지만…

그러자 홍 대표는 “그 당시 일부 야당 원내대표가 (특활비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 부분은 내 기억의 착오일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 과정서 ‘기억의 착오일 수 있다’를 ‘내 기억의 착오일 수 있다’로 수정하는 등 분주한 모습도 보였다. 

이해 당사자들이 홍 대표의 주장을 일제히 부인하면서 논란이 확대·재생산되는 셈이다.

홍 대표의 이러한 모습에 비박계는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한 의원실 보좌진은 “(홍 대표는) 그게 무슨 문제가 되냐는 식인데 그렇다면 주변서 뭐라고 하던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게 상책”이라며 “지방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고 조심스레 견해를 전했다.

일각에선 홍 대표를 믿고 지방선거에 나서는 게 과연 최선인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믿고 가야 한다는 쪽은 일단 당내 계파 전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서 홍 대표를 지지하지 않으면 친박계에 되치기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회의적인 쪽은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홍 대표가 제대로 당 대표직을 수행하기 힘들어지기에 지금부터 플랜B를 세워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에선 플랜B가 최근 바른정당서 넘어온 김무성 전 대표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홍 대표와 김 전 대표는 의견 대립을 보인 바 있다. 

홍 대표가 “나머지 바른정당 분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설득하기 어려워, 내년 지방선거와 총선을 통해 국민들께서 투표로 보수우파 대통합을 해줄 것으로 확신하고 이제 문을 닫고 내부 화합에 주력하겠다”라고 밝힌 반면, 김 전 대표는 지난 21일 바른정당 의원들의 추가 복당을 묻는 질문에 “모셔올 사람은 또 모셔와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비박계 최대주주 자리를 두고 두 사람의 당내 기싸움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갈지자 해명…수세 몰린 ‘홍’
대주주는 누구? 기싸움 시작

한국당은 현재 내년 지방선거를 낙관할 수 없는 입장이다. 한국당 사무처 측 관계자는 “민주당 쪽이 내년 지방선거서 이긴다는 건 거의 사실 아닌가”라며 “지방선거는 물론 다음 총선까지도 힘들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지방선거는 한국당 입장에선 사활이 걸린 문제다. 문재인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도 있지만, 탄핵 정국 이후 코너에 몰린 한국당으로서는 이번 지방선거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보수 지지층의 약화라는 최악의 위기에 몰릴 수 있다.
 

홍 대표 개인으로서는 지방선거 결과가 정치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만약 참패할 경우 책임론에 휩싸여 그간 수면 아래서 오갔던 당내 불만이 폭포수처럼 분출할 수 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제명이라는 카드를 쓰고도 패배한다면 보수 지지층이 등을 돌리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의식한 듯 홍 대표는 최근 내년 지방선거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대구·경북·부산·경남·인천·울산 등 6개 지역을 지목하며 “내년 지방선거서 6개 광역지자체를 못 지키면 집에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서 당 대표 사퇴까지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지방선거 승리를 말하기 바쁜 시기에 6개 지역만 언급한 것은 너무 소극적인 비전 제시라는 지적도 들린다.

홍 대표는 보수 표심 잡기에 골몰한다. 박 전 대통령 제명으로 반발하는 TK(대구·경북) 민심을 잡기위해 당사에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진을 걸며 보수색채 강화에 나섰다. 또 TK·PK(부산·경남)를 중심으로 강연정치에 나서 지지층을 향해 결속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홍 대표의 이러한 노력이 어느 정도까지 결실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진행한 11월 셋째 주 정례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당은 PK·울산과 TK서 각각 19%, 23%를 기록, 44%, 28%를 기록한 더불어민주당에 열세를 보였다. 

‘플랜B’ 솔솔
주인공은 무대?

비록 지지세가 상승 곡선을 보이곤 있지만 TK서조차 5%포인트 밀린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PK·울산을 비롯한 전국서 60∼70%대 고공 지지율을 굳건히 지켰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홍 대표가 과연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고 비박계 최대주주로 우뚝 설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PK ‘부글부글’ 끓는 이유

PK(부산·경남) 정치권이 베트남 출장서 돌아온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해당 지역이 당협교체와 광역단체장 여론조사 결과 등을 두고 격랑 속에 빠져들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이달 초 부산경남 40개 당협에 대한 당무감사를 마친 상태다. 

여기에 조직관리와 평판도를 각각 30%씩 잡고 정책과 SNS 평가까지 가중치를 배분한 평가기준도 이달 중순 확정했다. 이에 원외당협 몇 곳의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당협위원장들의 긴장은 극도로 치닫고 있다. 더욱이 홍 대표가 이미 ‘현역 우선주의’를 표방한 상태인 만ㅋ틈 이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당은 다음달 초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꾸려 새로운 당협위원장 인선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예정이다. 인선이 공모 후 경선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홍 대표의 의중이 적극 반영된 전략 인선이 주를 이룰지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