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 추적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11.13 10:44:50
  • 호수 11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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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사정없는 사정 칼날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시점이 묘하다. 제1야당의 경질 요구도 없다. 불쑥 튀어나온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측근 비리가 온갖 뒷말을 낳고 있다. 일각에선 ‘청와대 알력설’ ‘검찰 기획설’ 등이 제기되고 있다. <일요시사>가 전 수석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 그리고 제기되는 의혹들을 추적했다.
 

한국e스포츠협회 자금 유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측근을 구속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지난 7일 서울 상암동 e스포츠협회 사무실과 전 수석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을 지낸 윤모씨의 자택을 압수수색, 이후 윤씨를 포함해 전직 비서관 2명 등 총 3명을 긴급체포했다. 

전직 비서관
구속영장 청구

이들이 허위 용역 거래를 통해 협회 공금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한 검찰은 자금을 빼돌린 경위 등을 추궁하고 있다.

수사팀은 3명에게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업무상횡령, 범죄수익은닉(자금세탁) 등 혐의다. 윤씨 등은 전 수석 의원실서 근무하던 2015년 7월경 재승인을 앞둔 롯데홈쇼핑으로부터 받은 협회 후원금 3억원 중 일부를 빼돌린 의혹을 받고 있다. 

윤씨 등 비서관 2명이 브로커와 공모해 용역 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꾸며 자금을 빼돌렸다는 것이다. 이중 윤씨에게 e스포츠협회 후원금 제공 관련 특가법상 제3자뇌물죄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은 빼돌린 금액이 1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 중이다.

이에 정치권은 검찰의 수사가 과연 청와대 핵심인 전 수석에게까지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 단계에선 자금 유용에 관여한 체포된 3인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며 “전 수석이나 다른 분들에 대해서는 지금 단계서 말할 내용이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조계 안팎에선 이 사건 수사가 전 수석을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시 전 수석은 e스포츠협회장이자 롯데홈쇼핑 재승인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회 미래창조과학통신위원회 소속이었다. 만약 윤씨 등이 빼돌린 돈의 대가성이 규명될 경우 전 수석의 정치적 입지는 크게 흔들릴 공산이 크다.

전 수석은 윤씨 등이 체포된 날 청와대 출입기자단에게 “언론에 보도된 롯데홈쇼핑 건과 관련해 어떠한 불법에도 관여한 바 없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심정”이라며 입장문을 보냈다.

애매한 시점 
뒷말 무성

사건의 본질과 별개로 정치권은 검찰의 발표 시점에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 사건은 정치권서 오래 전부터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사안이다. 

검찰은 박근혜정부 때인 지난해 6월 사실상 전 계열사를 상대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인 롯데그룹 비리사건 수사 과정서 롯데홈쇼핑 비자금 단서를 포착해 주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두 차례 압수수색도 진행됐다. 그러나 증거 부족 등의 이유로 본격 수사로 이어지진 않았다.
 

변호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지난 8일 YTN라디오 <곽수종의 뉴스 정면승부>와 인터뷰서 “수사가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다. 이 사건이 이 시점에 너무 신속하게 언론에 보도됐다. 뭔가 모종의 세력이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내부서 누군가 흘렸다고 보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며 “모 신문 단독보도로 인해 상황이 자세히 보도되고 있다. 실제 전 수석과의 관련성 부분은 전혀 수사가 진행되지도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본인도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진술하고 있는데 마치 전 수석이 확실하게 관여된 것처럼 의혹 제기가 계속되고 있다. 그 부분은 약간 물 타기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사건을 자체 인지해 내사를 벌이면서 전 수석 주변을 둘러싼 수상쩍은 자금 관계를 포착, 정식 수사 전환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청와대의 무반응도 뒷말을 낳게 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인사와 관련된 사건임에도 검찰 수사와 관련해 일절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가 출입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해당 건에 대한 질문을 받자 “검찰 수사와 관련된 사항에 청와대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언급했을 뿐이다.

좁혀오는 수사망, 타깃은 결국…
당황한 정치권, 상황 예의주시

이에 정치권 안팎에선 청와대 알력설이 제기되고 있다. 전 수석이 평소 갈등이 있었던 소위 학생운동권 출신들로부터 내치기를 당했다는 것이다. ‘내치기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전 수석이 현재 청와대서 근무하는 운동권 출신 인사들과 성향이 달라 사안별로 의견 충돌이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운다.

또 해당 설을 주장하는 일부는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내년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 출마를 검토해 온 전 수석을 탐탁지 않게 여겨 발생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여권은 “헛소문일 뿐”이라고 부인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미적지근한 반응도 의문 중 하나다. 

한국당 강효상 대변인이 지난 7일 논평 말미에 “한국당은 전 수석에 대한 수사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적폐몰이’를 물타기하기 위한 수사, 정권 실세를 위한 면죄부 수사가 되는 것은 아닌지 국민과 함께 예의주시 할 것”이라며 “검찰은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대로 살아있는 권력의 치부까지도 성역 없이 수사해 독립성과 중립성을 스스로 세워나야 한다”고 밝혔다. 

경질 요구는 어느 대목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반면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기소에 대해서는 전 수석과는 달리 경질을 촉구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지난 8일 논평서 “청와대는 이쯤해서 바람 잘 날 없는 탁 행정관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며 “탁 행정관도 양심이 있다면 구차하게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즉각 사표를 내고 청와대서 나오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탁 행정관은 지난 대선 당시 투표 독려 행사서 선거운동을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검찰에 의해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다른 반응
무슨 꿍꿍이?

야당 입장서 이 같은 일련의 여권발 사건은 호재다. 지지율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문재인정부와 집권 여당을 공격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전 수석과 탁 행정관 사건을 묶어 청와대 인사 전체에 문제가 있다는 ‘프레임’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한국당은 탁 행정관만 지적할 뿐, 전 수석에 대해서는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전 수석 관련 사건은) 한국당서 반색할 사건인데 이상하리 만큼 너무 조용하다”며 “과거에 전 수석이 원내대표 시절 새누리당 의원들과 친하게 지냈다. 그래서 조용한 건지 이유를 도통 알 수가 없다”고 의구심을 표했다.

이는 국민의당의 반응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국민의당 양순필 수석부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만약 검찰 수사로 전 수석이 불법을 저지른 게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야말로 메가톤급 인사 참사가 분명하다”라며 “청와대는 인사 참사 시한폭탄이 터지기 전에 그 뇌관을 제거하고 시스템을 혁신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국민의당 장진영 최고위원은 지난 8일 최고위원회의서 “전 수석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수사에 영향을 미칠 자리에 있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문 대통령은 하루 빨리 전 수석을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불과 1년 전 국민의당은 민정수석 자리를 꿰차고 버티며 온갖 수사 방해 행위를 일삼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퇴를 136일간 외쳤고, 결국 끌어내렸다”며 전 수석을 우 전 수석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당시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는 의혹을 받고 있던 우 전 수석의 사퇴를 주장했었다. 만약 잊었다면 당 이름을 아예 ‘내로남불당’으로 바꿔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때리는’ 국민당 
‘조용한’ 한국당

일각에선 ‘검찰 기획설’을 제기하고 있다. ‘적폐 수사’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왔던 검찰이 수사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현 정권 수사에 나섰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 사건은 검찰이 근래 들여다본 게 아니다”라며 “오랫동안 묵혀오던 것인데 갑자기 터트렸다. 그것도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한 시기에 말이다.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 투신자살로 검찰 내부가 어수선한 가운데 수사가 공개된 점도 이상하다”고 의심했다. 

그러면서 “어떤 목적을 위해 검찰이 수사 공개 시점을 정무적으로 판단한 느낌이 든다”고 해석했다.

민주당은 검찰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적폐 청산 드라이브의 결과가 현직 검사의 구속, 변 검사의 투신으로 이어지자 민주당에 대한 검찰 내부의 저항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검찰이 전 정권은 물론 정부·여당도 흔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라는 것이다.

적폐 수사가 일단락되면 급물살을 탈 검찰개혁 과정서 검찰이 정치권과의 주도권 싸움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해석도 있다. 만약 검찰이 전 수석뿐 아니라 여러 정부·여당 인사와 관련된 비리를 드러내면 수사·기소권 분리 등 검찰개혁은 물 건너갈 수 있다. 

당에서 검찰개혁을 본격화하는 시점에 검찰이 여권 인사를 겨냥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 것에 대해 심상치 않게 보는 분위기다.

분노한 검찰
긴장한 여당

일각에선 변 검사의 자살로 압박수사 의혹에 빠진 검찰이 물타기로 굵직한 사건을 꺼낸 게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한다. 그러나 변 검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검찰이 이미 전 수석 측근 등 관련자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 받은 것으로 알려져 해당 설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한 검찰 관계자는 “안타까운 죽음과 이번 (전 수석 측근) 수사는 전혀 무관하다”고 해당 설에 대해 일축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야 윤석열 난타, 왜?

여야 의원들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질타했다. 이 과정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를 여러 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의원들은 지난 9일 “고 변창훈 검사의 극단적인 선택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 때문이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은 “참여정부 당시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 등 2년간 6명이 검찰 수사 도중 사망했다”며 “적폐 청산은 해야 하지만 안타까운 희생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이 본래 기능에 충실했다면 그 안에 있는 유능한 검사들이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 척결에 기여하며 자랑스레 공직생활을 했을 것이고 이런 불행한 사태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며 “고인의 원통함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국가정보원 수사방해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야 의원들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국가정보원 관련 수사를 맡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재배당을 깊이 고려해봐야 할 것이 아닌가 한다”며 “적어도 대검찰청과 법무부서 수사 지휘를 해줘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촉구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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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