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개편 신호탄 ‘자강연합’ 플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11.06 09:29:45
  • 호수 11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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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탈 저래도 탈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정치권에 일대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바른정당 통합파의 탈당은 기정사실화됐으며 국민의당 계파 갈등은 수면 아래에 잠들었을 뿐 해결되지 않았다. 여기에 정치권의 대표적 ‘책사’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출판기념회를 열며 기지개를 켰다. 일각에선 ‘바른정당 자강파’와 ‘국민의당 비호남계’가 신당을 창당하는 데 김 전 대표가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도 흘러나온다.
 

정계개편의 깃발이 올랐다. 이번 정계개편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바른정당 자강파의 홀로서기는 도미노 같은 연쇄작용을 불러올 시작점이다. 단적으로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국민의당과의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될 공산이 크다. 

닻 올린
정계개편

이를 증명하듯 정계개편의 분수령이었던 바른정당 의원총회가 열리기 전,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은 특별감찰관법·방송법 개정 등 각종 입법과제를 함께 추진하기로 합의, 정책연대의 시작을 알렸다.

이번 입법과제 공동추진은 국민의당 내부 반대로 동력이 상실된 양당 간 ‘중도통합론’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앞서 국민의당 호남계는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 중도통합에 나서자 분당과 탈당 등을 거론하며 결사반대한 바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는 한 라디오 인터뷰서 ‘탈당 또는 이탈 의지를 밝힌 것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내 생각을 들키는 기분”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와 지역위원장 일괄사퇴 문제를 왜 의원총회서 소통 한 번 없이 밀어붙이느냐”며 안 대표에게 불만을 드러냈다.


천정배·정동영·최경환·유성엽 등 당내 대표적 호남계 인사들도 박 전 대표처럼 탈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 의원은 “합의되지 않은 정체성 변경은 분당을 야기할 것”이라며 “바른정당과의 가치·정책연대는 필요하고 시급하며 이를 토대로 한 선거연대도 추진할 수 있으나 통합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 의원 역시 “통합은 있을 수 없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개혁적 노선을 걸어야 할 국민의당이 기득권서 벗어나지 못한 바른정당과 합친다는 것은 전혀 바른길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정치지형은 국민의당 호남계가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에 반대했던 당시와 극명히 달라졌다. 바른정당 통합파는 탈당 결행만을 남겨둔 상태다. 

큰 이변이 없는 이상 3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박근혜 전 대통령 제명→5일 바른정당 의원총회→6일 바른정당 통합파 탈당→금주 내 바른정당 통합파 복당 수순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자강파로 분류되는 바른정당 소속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서 “(5일 의총서 결론이 나지 않으면 통합파 의원들은) 나간다”라고 말했다.

친정 복귀
남은 이들은?

탈당의 규모는 중요치 않다. 현재 당 안팎에선 8명 내외의 의원들이 한국당행 ‘복당 열차’에 오를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의석수 20석을 가진 바른정당 입장에선 1명이 탈당하든 8명이 탈당하든 결국 원내교섭단체 조건을 상실하게 된다.

핵심은 바른정당 자강파의 다음 행보다. 더 이상 교섭단체가 아닌 바른정당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 벼랑 끝에 놓인 바른정당 자강파로서는 국민의당과의 연대 이외에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이미 국민의당과 정책연대에 합의한 만큼 내년 지방선거를 대비해 선거연대로 한 발짝 더 나가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문제는 국민의당 호남계의 반발 수위다. 박지원 전 대표는 “바른정당과 정책·선거연대는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통합에는 반대하고 있다. 더 나아가 “통합이 아닌 영입 대상”이라며 바른정당의 미래를 어둡게 진단했다.

반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발언은 묘하다. 바른정당 ‘대주주’인 유승민 의원에게 구애의 손길을 보내는 듯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안 대표는 최근 기자들 앞에서 “국민의당은 공화주의라는 가치를 소중하게 마음에 담고 이제 중도개혁의 길로 나가는 게 저희들의 방향이라는 데 공감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김태일 제2창당위원장 역시 “중도라는 정치노선서 벗어나 공화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각자도생…예고된 수순
원내교섭단체 상실, 선택지는?

정치권은 안 대표가 ‘공화주의’를 강조하고 나선 이유에 주목하고 있다. 공화주의는 유 의원이 추구하는 정치 철학과 일치한다. 

대선 전인 지난해, 한 대학 강연서 유 의원은 “민주주의를 넘어서는 공화주의 실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자신의 SNS에 “공화주의 철학에 기초한 보수혁명을 해야 희망을 만들 수 있다”고도 했다. 본격적인 대선 국면이 펼쳐질 무렵에도 “공정경제와 공화주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을 대표하는 두 인물이 같은 메시지를 낸다는 건 정치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국민의당 비호남계가 안 대표의 공화주의 메시지를 기반으로 자강파만 남은 바른정당과 통합 논의를 다시 시작할 것이란 정치권의 해석이 제기된다.

변수는 통합 논의가 재점화될 시점이다. 만약 지방선거 전 안철수-유승민이 통합 논의에 박차를 가할 경우 국민의당 호남계의 집단 탈당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앞서 박지원 전 대표 등 호남계 인사들은 탈당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낸 바 있다.

안철수-유승민의 통합 논의가 국민의당 호남계 탈당을 불러올 원심력이라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위기의식은 호남계 인사를 당겨올 구심력이다. 민주당은 이번 바른정당 통합파의 집단 탈당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제1야당인 한국당의 체급 키우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바른정당 통합파가 한국당에 합류하게 되면 한국당 의석수는 115석 내외로 늘어난다. 여당인 민주당(121석)의 의석수가 여전히 앞서지만, 한국당은 향후 법안처리 등 국회운영 과정서 전보다 효율적으로 정부·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민주당이 국민의당 호남계에 좀 더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통합 움직임
민주당 주시

실제 국민의당 호남계 인사들은 지방선거가 있기 전 민주당으로 복귀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은 만큼, 국민의당 호남계 의원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크다”며 “민주당 입장에선 단 한 명의 호남 의원이라도 아쉬울 수 있는 지방선거 전에 민주당으로 넘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국민의당 호남계 의원들 사이에서 오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야권발 정계개편이 범여권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가 눈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국민의당 호남계가 민주당으로 복귀하는 사태까지 이르면 남은 것은 바른정당 자강파-국민의당 비호남계의 진정한 통합, 즉 신당 창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안 대표는 바른정당-국민의당 통합 시너지를 기대한다. 앞서 지난달 중순 국민의당 싱크탱크인 국민정책연구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가 발표됐다. 

조사 결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을 가정했을 때의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3%, 국민의당·바른정당 19.7%, 한국당 15.6%, 정의당 5.3%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당을 제치고 전체 2위로 올라서는 결과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일각에선 조사 신뢰도에 의문을 던지고 있지만 안 대표 입장으로선 구미가 당겨질 만한 결과다. 실제 안 대표는 해당 여론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론에 군불을 지핀바 있다.


도미노 가능성, 힘 받는 통합
김종인의 ‘오작교론’ 기지개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양 당 통합의 도화선 역할을 할 수 있다. 지난 2일 김 전 대표는 대규모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첫 공식 석상이었다. 

바른정당 통합파의 탈당, 국민의당-바른정당 연대론 즈음에 열리는 행사였던 만큼 김 전 대표가 어떤 정치적 목적을 위해 출판기념회를 연 것 아니냐는 해석이 쏟아졌다. 향후 정계개편 과정서 자신의 역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김 전 대표가 통합론의 당사자인 안철수-유승민과 인연이 깊다는 점 때문에 신뢰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 대선 때 안 대표의 제안으로 국민의당 공동정부준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유 의원과는 ‘경제민주화’라는 연결고리가 있다. 앞서 대선 때 유 의원은 경제민주화를 골자로 한 경제공약을 제시했다. 지난 2월에는 유 의원과 김 전 대표, 그리고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경제정책 토론회를 개최, 경제민주화 연대를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김 전 대표가 중도와 보수를 아우르는 정치 노선을 걸어왔다는 점도 역할론이 더욱 힘을 받게 하는 요소다.

출판기념회에 모습을 드러낸 김 전 대표는 정계 복귀 신호탄이란 항간의 관측에 대해 “역할은 없다”고 부인했다. 또 출판기념회가 정계 복귀 신호탄이란 해석에 대해서는 “천만의 말씀이다. 정치 행보와 오늘 출판기념회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김 전 대표와 가까운 민주당 최운열 의원은 최근 <뉴시스>에 “정치 상황이 어떻게 변화하느냐에 따라서 김 전 대표의 역할이 클 수도 있다”며 “(정치권서) 필요로 하는 때가 있으면 모셔가는 일이 벌어질 수는 있다”고 여지를 뒀다.

정계복귀 신호
김종인 역할론

이 때문에 김 전 대표 본인이 전면에 나서는 형태가 아닌 안철수-유승민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종의 오작교 역할을 하면서 필요한 경우 조언가로서 역할을 할 것이란 가능성이다. 

김 전 대표는 이번 출판기념회를 시작으로 경제민주화 포럼 구성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포럼에 안 대표, 유 의원의 합류 여부가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감 무용론 왜?

2017년도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20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이번 국감은 문재인정부 출범 후 첫 국감이라는 점에서 출발 전부터 기대감이 높았다.

‘이번에야 말로’ 여야가 정쟁이 아닌,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국감을 치를 것이란 기대감이었다. 여야는 국감 전 정부에 대한 공정한 감시와 견제를 바탕으로 한 정책 감사를 약속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갑질이 없도록 해달라”고 여야에 당부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국감은 막말과 파행으로 얼룩졌다. 헌재 대행체제, 정계개편, 공영방송 정상화 이슈 등 외풍까지 맞으면서 정쟁과 구태만이 남았다. ‘국감 무용론’ ‘맹탕 국감’이라는 지적은 올해도 반복됐다. 정치권의 다짐은 역시나 ‘공염불’에 그쳤다.

[막말]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국감서 볼썽사나운 고성이 오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박범계 의원은 위원장이 의사진행발언을 막은 데 대해 “위원장으로 인정 못한다”고 질타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권성동 법사위원장은 “인정하지 못하면 법사위에 출석하지 말라. 완장질하지 말라”고 맞섰다. 중재에 나선 바른정당 오신환 의원은 “창피해서 (국감을)못 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말실수]

김외숙 법제처장에 대한 ‘성차별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당 정갑윤 의원은 김 처장의 목소리가 작다는 점을 지적하며 “미인 선발대회가 아니니 마이크 바짝 대고, 큰 소리로 답변하라”고 말해 뒷말을 낳았다.

[파행]

첫 스타트는 법사위가 끊었다. 지난달 13일 열린 법사위 헌법재판소 국감은 야당이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 체제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무산됐다. 또 한국당 보이콧을 선언, 소속 의원 모니터 앞에 ‘문재인정부 무능 심판’이라고는 문구를 붙여 일부 상임위는 정회를 하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방송통신위원회 국감은 한국당이 빠진 반쪽 국감으로 진행됐다.

[고발]

청와대가 ‘적폐청산 TF(태스크포스)’ 구성 공문을 작성한 일을 두고 한국당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을 집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스타 부재]

주목할 만한 인물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도 이번 국감이 맹탕국감으로 불리는 이유 중 하나다. 

야당은 공격 포인트를 모르고 헛발 짓만 했으며 여당은 아직 자신들의 자리가 실감이 안 나는 듯 소리만 크게 내질렀다. 대체로 정권교체가 아직 어색한 모습이었다. 

이에 전·현 대통령 공격에만 몰두해 정작 중요한 이슈 선점에 실패했다. 이슈가 없고 비슷한 지적만 반복되다 보니 송곳 같은 질문으로 국민들을 시원하게 만드는 국감스타도 부재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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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