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움직이는 가톨릭 파워 막전막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10.10 10:39:31
  • 호수 1135호
  • 댓글 0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세례명은 ‘디모테오’. 사도 바오로의 제자이며 ‘하느님을 공경하는 자’라는 뜻이다. 최근 해외의 저명한 국제관계 평론잡지는 문 대통령의 이러한 종교적 성향이 그의 국정운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기고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청와대 핵심 인사들 중 상당수가 가톨릭 신자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이번 정부 들어 두드러지는 ‘가톨릭 실세론’을 취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독실한 가톨릭 신자라는 점은 그의 발자취 곳곳서 발견할 수 있다. 경남 거제서 태어난 그는 북한 출신 피난민들이 많이 거주하던 부산 영도로 이사한 후 인근의 ‘신선성당’에 다녔다. 청와대를 나와 노무현재단 상임이사를 할 당시에는 경남 양산에 있는 ‘덕계성당’서 신앙생활을 이어갔다. 

깊은 신앙심
국정운영도?

19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후에는 서울 종로에 위치한 ‘세검정성당’을 찾았다. 바쁜 일상에도 매주 일요일 오전에는 꼭 성당 미사에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이 가톨릭 신자가 된 사연은 자서전 <운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가난한 사람들이 많아 근처에 있는 성당서 구호식량을 배급해 주기도 했다. (중략) 내가 초등학교 1-2학년 때 배급 날이 되면 학교를 마친 후 양동이를 들고 가 줄서서 기다리다 배급을 받아오곤 했다. (중략) 꼬마라고 수녀님들이 사탕이나 과일을 손에 쥐어주기도 했다. 그때 수녀님들이 수녀복을 입고 있는 모습은 어린 내(문 대통령) 눈에는 천사 같았다. 그런 고마움 때문에 어머니가 먼저 가톨릭 신자가 됐다. 나도 초등학교 3학년 때 영세를 받았다. 영도에 있는 신선성당이었다.”


1981년 문 대통령은 이 성당서 부인 김정숙 여사와 결혼식을 올렸다. 문 대통령과 김 여사는 가톨릭 집안서 태어났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 중 “어머니는 지금도 이 성당(신선성당)에 다닌다. 신앙심이 깊은 데다 워낙 오래 다녔기 때문에 사목회 여성부회장을 하기도 했고 성당의 신용협동조합 이사를 지내기도 했다”고 술회했다.

문 대통령은 20여년 전 어머니가 준 ‘묵주반지’를 왼쪽 네 번째 손가락에 항상 끼고 있다. 문 대통령이 변호사로 활동할 때 어머니가 선물한 애장품이다.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어머니가 주신 묵주반지를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문 대통령은 여러 차례 밝혔다.

문 대통령의 깊은 신앙심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가 있다. 그는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돼 관저로 거처를 옮길 당시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 위치한 ‘홍제동성당’의 유종만 바오로 주임신부에게 축복식을 부탁했다. 

문 대통령과 김 여사는 지난해 1월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으로 거처를 옮긴 후 홍제동성당 주일 미사에 참석했다. 그때의 인연이 축복식으로 이어진 것이다. 문 대통령의 세례명이 ‘바오로’의 제자이며 축복식을 ‘바오로’ 주임신부에게 부탁한 점이 인상적이다.

관저 축복식도
가톨릭식으로

대표적 사진도 있다. 지난 2012년 11월, 18대 대선을 한달여 앞두고 있던 문 대통령이 김 여사와 함께 세검정성당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사퇴한 바로 다음날이었다. 

당시 캠프 대변인은 “세검정성당서 후보 등록을 앞두고 안 후보의 결단에 따른 정치적 책임과 선거에 임하는 각오를 다졌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문 대통령은 여러 사건들과 직면했을 때 신앙의 힘을 빌렸다. 최근 영화 <택시운전사>로 주목받고 있는 힌츠페터 기자가 광주 영상을 ‘기로에 선 대한민국’이라는 다큐멘터리로 제작했을 당시 문 대통령은 부산 지역 가톨릭 회관서 부산 최초로 그 다큐멘터리를 상영했다.

백남기 농민이 쓰러졌을 때는 SNS를 통해 “병문안을 다녀왔다. 수술은 잘 됐지만 2·3일이 고비라고 한다. 가족들 말에 의하면, 정부나 경찰 측에선 병문안이나 위로가 없었다고 한다. 가톨릭농민회 신부님들이 치유를 비는 미사를 올리고 있다. 정말 기도가 절실할 때다”라고 당부하는 글을 올렸다.

가톨릭 세례명은 ‘디모테오’
취임 때 관저서 축복식 열어


한센인의 아픔이 있는 소록도를 방문해서는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소록도서 오늘 마리안느 수녀님, 그리고 소록도에 계셨거나 소록도 출신인 신부님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그분들의 헌신 앞에 한없이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섬긴다는 말의 참 뜻을 그보다 더 보여줄 수 있을까. 천사가 있다면 그런 모습일 것 같다”고 깊은 존경심을 드러냈다.

이렇듯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문 대통령의 종교적 성향이 외교를 포함한 국정운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의 권위 있는 외교 전문지인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는 지난달 22일 빅터 가에탄(Victor Gaetan) 내셔널 가톨릭 레지스터 선임 기자가 쓴 ‘문재인의 가톨릭 신앙이 그의 외교에 영향을 미치나’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를 선호하는 것은 선거 공약에 따른 것일 수 있지만, 그의 종교적 신념도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 정치적인 결정을 평가하면서 종교적인 정체성이라는 프리즘에 비춰보는 것이 늘 적절한 것은 아니지만 가톨릭 신자인 문 대통령의 경우에는 상관관계가 있을 수 있다.”

대면 외교하는 문
프란치스코 모티브

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접근법을 자신의 외교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한 뒤 4년 동안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데 있어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대면 외교(diplomacy of encounter)’를 해왔는데, 문 대통령 또한 그러한 방식으로 외교를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미·일 정상은 물론, 러시아·독일 등 다양한 국가의 정상을 만났고 최근에는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과 군사당국회담을 제안했다. 

지난 5월10일 대통령 취임 연설을 통해 “여건이 조성되면 북한을 직접 방문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가에탄 기자는 한반도 비핵화를 고수하는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가 가톨릭의 정신적 토대서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외치는 물론 내치서도 가톨릭의 정신을 따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평화 운동가이지만, 동성 간 결혼에 반대하는 게 대표적이라는 것. 

가에탄 기자는 “미국 언론이 종종 문 대통령을 진보 또는 좌편향이라고 규정하지만, 미국의 정치 용어로 문 대통령을 분류하기는 어렵다”며 “(문 대통령은) 사회 문제에 보수주의자여서 그를 이해하려면 가톨릭의 신앙을 통해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외교에 가톨릭 정신 보여”
‘청가회’ 청 실세 수두룩

문 대통령이 취임 후 김희중 대주교를 교황청 특사로 파견한 점도 주목했다.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은 김 대주교를 두 차례 접견했는데 이는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문 대통령과 교황청 간의 동맹 관계는 단순한 상징성을 뛰어넘는 것이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끄는 교황청은 중국의 고위층과 대화 채널을 구축하고 미국과는 독립적인 정보와 분석을 한국에 제공하고 있다”고 가에탄 기자는 전했다.

이러한 해석에 비춰보면 한반도 전술핵 배치는 앞으로 실현되기 힘들어 보인다. 가톨릭 교회는 핵무기의 사용뿐 아니라 보유에도 반대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청와대서 열린 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 회동서 문 대통령은 전술핵 도입과 관련해 “지금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장관과 만나 전술핵 재배치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힌 데 이어 최근 국회서 “전술핵 배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한 데 대해서는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주의를 준 바 있다.


청와대 핵심 인사들 중에도 가톨릭 신자들이 다수 포진해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 내 가톨릭 신자들의 모임인 ‘청가회’의 초대 회장을 맡고 있다. 박 대변인 외에도 임종석 비서실장, 백원우 민정비서관 등 청와대 내 가톨릭 신자만 80여명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가회는 매달 한차례씩 미사를 봉헌하고 있으며 약 40여명이 참석하고 있다.

청가회 출범
핵심들 포진

우리 ‘헌법’ 제20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라며 규정하고 있다. 이는 문 대통령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러나 불교를 중심으로 타 종교계 일부에서는 문 대통령이 가톨릭에 편향됐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러한 반발은 문재인정부 출범 초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묵주 선물을 받고 함박웃음을 지어보이는 모습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한때 가시화되기도 했다. 

또 지난 8월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조계종으로부터 제적 징계를 받고 서울 조계사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던 명진 스님을 찾았을 당시에는 때아닌 ‘내부갈등 조장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하며 임기를 시작한 문 대통령이기에 특정 종교와 종파를 초월하길 원하는 목소리는 종교계 내에서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재인-노무현 인연은?
가톨릭 신부님이 이어줬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정신적 지주’로 불리는 송기인 신부는 두 사람의 인연을 이어준 사람이다. 

송 신부는 지난 5월 19대 대선이 끝난 후 <연합뉴스>와 인터뷰서 “문 대통령이 사법시험에 합격했지만, 반정부시위 전력으로 판사 임용이 안 됐다. 무일푼으로 변호사 길로 들어섰는데 그때 먼저 개업한 노 전 대통령을 소개했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함께 만났다”고 회고했다.

이어 “민주화운동이 한창일 때였다. 젊은이들이 민주화운동으로 연행되면 두 사람에게 (변론을) 부탁하곤 했다”고 노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과의 인연을 설명했다. 송 신부는 새로운 사람을 물색하던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노 전 대통령을 추천한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송 신부는 문 대통령 가족과의 인연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문 대통령 모친과 아주 오래전부터 친하다. 부산 신선성당 주임신부로 있을 때 모친이 성당 사목위원회 부회장을 맡았다. 굉장히 열심히 활동했다”고 밝혔다.

‘정신적 지주’ 송기인 신부 
민주화운동 당시 변론 부탁

당시 송 신부는 닻을 올린 문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노 전 대통령보다 실수를 적게 할 것 같다”며 “문 대통령은 들어주는 힘이 있고 생각을 깊이 하기 때문에 부딪치는 일이 적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최근 기치를 올리고 있는 적폐청산에 대해서도 지지 의사를 확실히 표현했다. “적폐청산 없는 화합은 거짓말 화합”이라며 운을 뗀 송 신부는 “아무리 아파도 썩은 것은 도려내야지, 감싼다고 낫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