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조기 등판론 전모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9.18 10:52:08
  • 호수 11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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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와도…공중분해 뇌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유승민은 바른정당의 ‘구원자’가 될 것인가. 이혜훈 전 대표가 금품수수 의혹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대표직을 자진사퇴 하면서 당을 대표하는 대권주자인 유승민 의원의 조기 등판을 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내년에 치러질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으로 출마하기 앞서 당을 위기에서 먼저 구해달라는 목소리다. <일요시사>는 당내 대표적 자강론자인 유 의원을 둘러싼 조기 등판론과 이후 펼쳐질 상황을 짚어봤다.
 

강 대 강의 대결이다. 자강론과 보수통합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사태는 이혜훈 전 대표의 자진사퇴로 촉발됐다. 갖은 의혹에 이 전 대표는 지난 7일 스스로 자리서 물러났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당원 동지 여러분, 저의 부덕함을 꾸짖어주시되 저희 바른정당은 개혁보수의 길을 굳건히 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간절히 호소한다”고 마지막 당부를 남겼다. 이 전 대표가 물러나자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국민의당 등과의 야권 통합론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

이혜훈 사퇴로
힘 받는 통합

이 전 대표는 대표적인 자강론자다. 정치권서 한국당과의 통합론이 불거질 때마다 그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손사래 쳤다. 

지난달 24일 금품수수 의혹이 터지기 전 이 전 대표는 부산 중구 한 식당서 열린 부산지역 여성단체장 간담회에 참석해 “어떤 분들은 통합(이) 어쩌고 얘기하는데, 귓등으로도 듣지 마라”며 “우리보다 5배 넘는 의석을 갖고 있는 사람들(한국당)이 우리(바른정당)와 지지율이 같은데 우리가 주인이 되지, 그쪽이 뭔가 되겠나”고 말했다. 


한국당과의 ‘보수 적통’ 대결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두주 새 급변했다. 이 전 대표가 여성 사업가 A씨로부터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현금과 명품가방 등 6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터졌다. 통합론에 대해 철통수비를 펼치던 이 전 대표의 목소리는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73일 만에 당 대표직서 내려왔다. 자강론이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일련의 과정 때문에 ‘트로이 목마설’이 불거졌다. 금품수수 의혹의 출처가 당 내부 아니냐는 것이다. 자강파는 조심스러워하면서도 가능성에 대해선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 관계자는 “수사 결과가 나오면 대략적인 윤곽이 잡히겠지만 지금 의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며 “(이 전 대표의 사퇴가) 누구에게 가장 득이 됐는지를 따져보면 어느 쪽에서 정보를 흘렸을지 짐작이 갈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밝혔다.

힘 빠진 자강
그림대로 착착?

한국당 의원들은 통합을 염두에 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서 “(바른정당 의원들이) 100%는 아니지만 80%는 함께 갈 것으로 본다”며 “당 대 당 통합이 아닌 흡수통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경원 의원 역시 “이 (전) 대표가 물러났으니 통합 논의가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학용 의원도 “난리통에는 부모형제도 헤어진다고 하는데 이제 대선이 끝난 지 꽤 됐으니 만큼 바른정당과 한국당이 힘을 합쳐 미래 수권세력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장을 잃은 자강파는 유승민 의원의 조기 등판을 촉구했다. 지난 6일 바른정당 중앙당사서 열린 국회의원·원외당협위원장 연석회의서 “유 의원 전면 진출을 강력히 건의한다” “당원들에게 대선에서 진 빚을 갚아주기 바란다” 등의 성토가 터져 나왔다. 

한국당과 국민의당이 앞서서 홍준표·안철수 전 대선후보를 대표로 선출하며 ‘물꼬’를 터줬기에 대선 패배 책임론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자강파는 유 의원을 중심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바른정당 소속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서 “유 의원은 정확한 입장을 이야기하지는 않고 있지만 (비대위원장) 생각은 있는 것 같다”며 “김용태, 김세연, 하태경 의원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당이 확 바뀌었고 제대로 된 보수를 만들기 위해 바른정당이 몸부림치고 있구나 하는 국민적인 공감을 얻지 못하면 큰일난다”고 주장했다.

바른정당 지도부 18명은 지난 10일 최고위원 만찬을 열었다. 이 전 대표가 사퇴한 지 3일 만이다. 이 자리서 위원들은 당을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 의원과 김무성 고문 등 당을 대표하는 사람들도 자리했다.

김 고문은 직접 챙겨온 술을 참석자들에게 따라줬을 뿐 아니라 “바른정당, 영원히 함께!”라는 건배사를 외치기도 했다. 특히 김 고문과 유 의원은 만찬 도중 의원들이 보는 앞에서 입을 맞추는 모습까지 보여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자강파’ ‘통합파’의 수장이 연출한 장면이라 정치적 의미를 무시할 수 없었다.

기획된 음모? ‘트로이 목마설’ 확산
위기의 자강파 ‘유승민 카드’ 꺼내

‘유승민 비대위’ 체제는 곧 성사될 것으로 해석됐다. 만찬회동 직전 유 의원은 자신의 SNS에 “바른정당이 최대의 위기에 처한 지금, 죽기를 각오하면 못할 일이 없다. 여기서 퇴보하면 우리는 죽는다” “동지들과 함께 죽음의 계곡을 건너겠다” 등 자강론을 강조한 글을 올렸었다.

지난 8일 인천 남동구 한 호프집서 있었던 강연 자리서도 “지금 어렵다고 처음 추구했던 길을 포기하고 한국당에 기어들어 갈 수 없다”라며 “흡수통합은 한국 정치의 퇴보”라고 발언했다.
 


그러나 만찬 현장 의견은 하나로 모아지지 않았다. 

통합파 수장인 김 고문이 “꼭 비대위로 갈 필요가 있느냐. 원내대표가 당대표를 겸하는 권한대행 체제로 가도 되지 않느냐”고 말한 것이다. 

만찬이 끝난 뒤 유 의원은 기자들에게 “(내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데 대해) 찬성한 분도 있고 반대한 분도 있다”며 “결론이 나지 않았고 당내서 많이 논의돼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당사서 열린 국회의원·원외당협위원장 연석회의서도 공회전이 이어졌다. 양상은 지난번 연석회의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원외위원장들은 ‘유승민 비대위원장’ 카드가 최선이라며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그러나 5∼6명 정도로 추산되는 통합파가 유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자는 주장에 ‘절대 불가’ 입장을 밝히며 버티기 모드에 들어갔다. 내년 6·13 지방선거서 더불어민주당에 승리하기 위해선 통합만이 길이라는 주장이다.

통합파의 버티기에 당초 성사 직전처럼 보였던 비대위 전환에서 전당대회 개최 쪽으로 흐르고 있다. ‘자강파’와 ‘통합파’ 간 세 대결로 우열을 가릴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는 양상이다.

비대위→전대
“자웅 겨루자”

비대위 전환은 당내 합의로 이뤄진다. 합의가 성사되지 않으면 당헌·당규에 따라 전대를 열어 새 지도부를 선출해야 한다. 바른정당의 당헌을 보면 ‘당대표 궐위 시 30일 안에 전대를 열어 새 대표를 뽑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경우 최고위 의결을 거쳐 선출 시기를 늦출 수 있도록 했다.

자강파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자강론이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전대를 피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당내 입지는 물론 대선주자인 유 의원이 여론조사서 유리해 유 의원이 당권을 쥘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앞서 유 의원 자신도 “합의가 안 되면 당헌·당규대로 해야 한다. 이 경우 전대를 치르게 돼있다”고 언급하는 등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결국 유승민 비대위원장 카드를 통합파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란 기대다.

그러나 일각에선 통합파가 비대위원장 전환, 조기 전대 등 두 가지 방식 모두 반대하며 ‘유승민 불가론’을 공고히 할 수 있다고 관측한다.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는 수다.

통합파가 내세우는 ‘권한대행 유지론’의 논리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전대를 치르기 위해서는 돈이 든다는 점이다. 최근 추세인 ‘조용한 전대’로 비용절감을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수천만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 신생 정당이자 군소 정당인 바른정당 입장에선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게다가 6·13 지방선거를 대비해 재정을 아낄 필요가 있다. 지난 대선 때도 바른정당은 선거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자전거·스쿠터 유세를 펼친 바 있다.

둘째는 사당화다. 최근 당 일각에선 ‘유승민 사당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추세다. 앞서 김 고문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만찬서 “우리가 박근혜 사당이 싫어서 나왔는데 유승민 사당으로 비칠까 우려스럽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민 등판론이 대세인 원외위원장 중에서도 김 고문과 마찬가지로 사당화를 우려하는 사람이 있다. 이에 유 의원은 지난 11일 “바른정당은 유승민 당도, 김무성 당도 아니다. 바른정당은 누구의 사당이 될 수 없는 당”이라며 응수했다.

비대위·전대 반대 통합파 속내는?
으르렁대는 ‘K-Y’ 그동안 연기였나

셋째는 유 의원의 리더십이다. 자강파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저명한 유 의원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통합파는 유 의원의 리더십으로는 현재 위기인 바른정당을 구해낼 수 없다고 맞받아친다. 

한 관계자는 “유 의원이 사람을 끌어안는 스타일은 아니다”라며 “자신의 생각이 확고해 주변 말을 귀담아 듣는 스타일도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한때 바른정당에 속했으나 한국당으로 돌아간 장제원 의원도 지난 5월 기자간담회 자리서 유 의원의 리더십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 대선 때 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3당 단일화를 거부하면서 이후 많은 지방의원이 탈당했다. 이는 내년 (6·13) 지방선거에서 당의 존립 문제가 되기에 유 의원은 바른정당의 미래에 대해 책임 있는 말을 해줘야 하는데 소통이 안 되고 일방적으로 (당을) 흔들지 말라는 이야기를 했다. 유 의원이 우리와 함께 할 사람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들었다.”

두 세력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서 극단적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바른정당 의원 13명이 한국당으로 복당했던 것처럼 통합파가 집단 탈당해 제2의 분당 사태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연찮게도 당시 복당했던 13명의 의원도 친김무성계였고 현재 통합파도 대다수가 친김무성계로 분류된다.

“유승민은 안돼”
제2의 분당 위기

당시 13명의 복당이 김 고문의 지시로 성사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복당파는 “김 고문이 복당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거나 김 고문에게 허락을 맡은 일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여전히 의혹의 눈길은 가시지 않고 있다.
 

김 고문과 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만든 ‘열린 토론, 미래’ 모임이 정계개편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첫 세미나를 마친 뒤 기자들이 “토론모임이 정책연대로 시작해 양당 통합의 기초로 가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김 고문은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이후에도 두 차례 더 세미나가 열리는 등 통합의 시그널은 현재진행중이다. 

두 정당의 중진은 세미나가 끝날 때마다 한 목소리로 문재인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바른정당은 김무성·유승민을 두고 선택의 기로에 섰다. 어떤 이가 당을 이끄느냐에 따라 자강론을 고수할지, 아니면 통합이 속도를 낼지가 결정되는 중요한 선택이다. 

김 고문은 “직접 나설 생각이 없다” “뒤에서 돕는 것이 더 낫다” 등 전면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지만 통합파가 당권을 잡으면 덩달아 그의 역할도 커지게 될 것이 자명하다. 유 의원은 “총의에 따르겠다”며 자신을 둘러싼 역할론을 사실상 수용하겠다는 뜻을 이미 밝혔다. 

한때 ‘K-Y 라인’으로 불리며 순망치한의 관계였던 두 거물이 이젠 당권을 두고 일대 혈전을 앞두고 있다.


<기사 속 기사> 행보 재개한 김무성
“문부터 때린다”

바른정당 김무성 고문은 19대 대선 패배 후 정치 일선서 물러나 있었다. 행사에 모습을 드러낼 뿐 정치적 발언은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그가 지난 11일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정치분야 질의자로 나서는 등 기지개를 켰다. 

김 고문은 한미동맹의 균열을 우려하며 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핵무장이 완료되면 미국과 북한은 대한민국을 제쳐두고 협상장에 마주앉을 것”이라며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폐기를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북핵 위협 앞에 무방비 상태가 될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대화냐 제재냐의 모호성을 버리고 유일한 동맹은 미국이고 북핵 위기의 모든 대응을 미국과 함께 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무지와 전략 부재로 국제정치·외교 무대서 한국의 존재감은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고 질타했다.

19대 대선 패배 후 잠행
언론 모습 비추며 기지개

김 고문이 대정부질문에 나선 것은 노무현대통령 시절 이후 14년 만이다. 그는 직접 “그간 사무총장, 원내대표, 대표 등 당직을 맡아와 기회가 없었다”며 14년 만에 연단에 오른 이유를 설명했다. 통상 각 정당 주요 당직자는 대정부질문 라인업서 배제되는 게 관례다.

김 고문은 다양한 사안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정진석 의원과 함께 문을 연 ‘열린토론, 미래’는 김 고문의 싱크탱크이자 확성기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 모임서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날선 비판을 내놨다. 

“저임금 근로자 표만 의식해 (정부가) 불도저 식으로 밀어붙인 것”이라며 포퓰리즘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어 “최저임금이 우리 산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굉장히 많이 미친다”며 “자세하게 우리가 스터디(공부)해 국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얘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모임에 대해 정치권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을 논의할 접점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으며 김무성·정진석 의원 등 당사자들도 이에 대해 부인하지 않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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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