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나들이’ 예능 정치 득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9.04 10:29:39
  • 호수 11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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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는 정치인? 잿밥에 더 관심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과거라면 상상할 수 없던 일이 예능판서 펼쳐지고 있다. 정치인들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 횟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 정치인들이 2017년 예능 블루칩으로 자리매김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인지도’ ‘친숙한 이미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예능만큼 좋은 무대가 없기 때문이다. 과연 예능을 대중 정치인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만 볼 것인가. <일요시사>는 정치인 ‘예능 나들이’의 득과 실을 살펴봤다.
 

JTBC 대표 프로그램 <썰전>은 정치가 예능의 소재로 통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올해로 방송 4년차인 이 프로그램은 수많은 이슈를 낳으며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대선 기간에는 시청률 7% 이상을 기록하며 이슈의 발원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수많은 시청자들이 썰전을 통해 한 주의 현안을 밀도 높게 살피고 있다.

예능 소재로
주목받는 정치

올해 <썰전>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회차는 지난 3월16일 방송된 210회 방송이다. 시청률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당시 8.417%(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웬만한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 이상의 시청률이다. 3월11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판결의 여파가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진 결과였다.

<썰전>이 배출한 현역 국회의원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썰전> 초기 멤버로 출연해 인지도를 쌓았다. 국회의원 보좌관 생활을 끝내고 여러 대학의 강단에 올랐다가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상임 부위원장을 역임하며 현실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던 시기였다. 

<썰전>서 재치 있는 입담과 소탈한 모습을 보여준 그는 지난 20대 총선서 민주당 비례대표 8번으로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이 의원이 ‘방송출연→인지도 상승→국회 입성’의 좋은 예라면 강용석 전 의원은 인지도 상승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한 나쁜 예다. 

강 전 의원은 이 의원과 함께 <썰전>의 초기 멤버로 출연했다. 이내 이 의원과 합을 맞추며 예능 블루칩으로 발돋움했다. tvN 예능 프로그램 <SNL>에도 출연해 큰 호응을 얻었다. 새누리당의 공천을 따낼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을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높은 곳에서 추락하면 상처가 크듯, 강 전 의원은 한창 주목을 받던 시기 ‘도도맘’과의 불륜 의혹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스캔들에 휩싸인 강 전 의원은 이후 모든 프로그램서 하차하며 정계 복귀의 꿈을 접어야만 했다.

인지도 ↑
구설도 ↑

정치인들의 예능 출연은 약일까, 독일까. 한마디로 ‘양날의 검’이다. 소탈하고 친숙한 이미지는 과거 정치인들이 보여줬던 권위적이고 부패한 모습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정계의 범위서 생각했을 때 대한민국에 만연한 정치 불신을 완화할 수 있다는 측면서 권장할 만한 행보다.

정치인 개인적으로도 예능 출연은 대중 정치인으로 거듭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과거 불명예 퇴진을 했던 정치인에게는 재기의 신호탄 역할을 하기도 한다. 대중의 호응을 얻어낸다면 정계 복귀는 더욱 쉬워질 것이 분명하다.

초·재선 의원에게는 자신의 소신과 색깔을 알릴 수 있는 무대다. ‘인지도 = 재선 가능성’은 수많은 시간을 통해 증명된 정치권의 공식이다. 방송 출연 횟수 증가가 재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의정보고활동에 제약이 큰 초선 비례대표에게 예능 출연은 지역구 의원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썰전>뿐 아니라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에 정치인의 출연이 잦아지고 있다. 방송가도 이런 정치인의 니즈(needs)를 알고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을 런칭하고 있다.

정치인들의 출연이 잦았던 컨셉은 토크쇼 형태의 방송이다. <썰전>도 이러한 형태의 방송 중 하나다.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해 유창한 언변으로 장시간 말할 수 있다는 점이 정치인들에게 매력적이다.

특히 대선과 같이 중요한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있을 때 후보들은 이러한 토크쇼에 출연하는 것을 선호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썰전>에 출연해 자신의 비전을 제시하고, 의혹을 해명하는 시간을 가진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보수논객인 전원책 변호사에게 “나는 전 변호사님이 저보다 선배인 줄 알았어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문 대통령 외에도 안희정·이재명·안철수·유승민·심상정 등 유력 대선주자들이 출연해 화제가 됐다. 과거에도 MBC <무릎팍도사>에 안철수 후보, SBS <힐링캠프>에 박근혜·문재인 후보가 출연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바 있다.

방송가 찾는 의원 급증, 블루칩
토크쇼 출연 여전, 전문성 어필

TV조선의 정치 토크쇼 <강적들>은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고정으로 출연한다. 새누리당 유정현 전 의원을 MC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장제원 의원, 바른정당 이준석 노원병 당협위원장이 방송을 이끌고 있다.

지난달 12일 방송서 장 의원은 자신의 치부를 서슴없이 드러내 화제가 된 바 있다. 

“나 자신의 위치가 많이 변한 상황”이라며 “잃어버린 신뢰부터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발언한 것. 최순실 사태 때 ‘청문회 스타’로 거듭났던 그였지만 ‘자유한국당 복당 사태’ ‘아들 성매수 논란’으로 힘든 나날을 보낸 것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말이었다.

채널A <외부자들>을 찾는 정치인의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한국당 나경원 의원이 출연해 한나라당 전여옥 전 의원과 ‘여걸 대결’을 펼쳐 화제가 됐다. 
 

지난달 22일 나 의원은 북핵 사태 해법에 대해 “핵무기는 절대무기다. 절대무기는 절대무기로만 막을 수 있다”며 전술핵 배치 찬성 입장을 밝히자 전 전 의원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같은 군사 협의체가 없는 아시아서 이는 공허한 주장”이라고 비판하는 등 신경전을 펼쳤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KBS 2TV 예능 프로그램 <냄비받침>에 유력 정치인들의 출마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3일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을 시작으로 정의당 심상정 의원, 안희정 충남도지사, 민주당 추미애 대표, 한국당 홍준표 대표, 민주당 손혜원 의원, 한국당 나경원 의원,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 등이 연이어 출연했다.

전문성→인간적
토크쇼의 변모

<냄비받침>은 앞서 토크쇼와는 컨셉이 다르다. 현안보다 정치인 개인의 인간적인 모습에 주안점을 두고 대화가 이루어진다. 이 때문에 훨씬 대중적이고 소탈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달 1일 방송된 손혜원·나경원 의원 편이다. 

당시 ‘정치인의 외모 비교’에 대해 나 의원은 “문 대통령의 외모가 별로라고 생각하느냐”고 손 의원에게 질문하자 “홍준표 대표보다는 조금…”이라고 답했다. 이어 나 의원이 “문 대통령보다 유승민, 안철수 후보가 내 스타일”이라고 덧붙이자 손 의원은 “취향이 이상하다”라고 가감 없이 말했다.


좀처럼 보기 힘든 정치인의 자상한(?)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25일 <냄비받침>에 출연한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과거 민주당 추미애 대표에게 했던 “집에 가서 애나 봐라”는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추 대표에 대한 첫 인상을 묻는 질문에는 “사법연수원 같은 반이었는데 그 당시에도 미인이었다”며 “그런데 2년 동안 말 한마디 건넨 적이 없었다”고 회고하는 등 기존 ‘스트롱맨’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친분이 있는 두 정치인이 동시 출격하는 형태도 추세 중 하나다. 최근 <냄비받침>서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정치계 ‘남사친-여사친’으로 케미를 맞췄다. 두 사람은 지난 2004년 12월 말 동남아 쓰나미 재난이 발생했을 당시 국회 시찰단으로 파견돼 8박9일 고락을 함께 나누며 동지 같은 관계가 됐다는 후문을 전했다.
 

이어 두 사람의 진솔한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대표는 정치에 입문한 계기를 밝히는 부분에서 셋째를 출산할 당시를 회고했다. 임신한 사실을 숨기고 회사 산행을 하던 중 산통을 느껴 출산했는데 회사 측이 “또 출산휴가를 쓰냐”며 화를 냈다는 것. 

워킹맘의 비애를 느낀 이 대표는 이때 정계 진출을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노 원내대표는 사회자인 이경규와의 인연을 전했다. “이경규씨 친형과 잘 아는 사이”라고 운을 땐 그는 “이경규씨, 초등학교 때 많이 맞고 다녔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가족·음악 예능까지 활동폭 넓혀
인기영합으로 재선? 부작용 우려

최근 방송가서 주류를 이루고 있는 방송 컨셉은 가족관찰 예능이다. 최근 SBS는 일주일 중 닷새 저녁에 가족관찰 예능을 편성했을 정도다. ‘가족+관찰’이라는 예능계 트렌드를 접목한 형태다. 유력 인사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브라운관을 통해 시청자들을 찾아간다.

대표적인 가족관찰 예능 중 하나인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에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부인 김혜경씨와의 알콩달콩한 평소 모습을 여과 없이 공개했다. 

소신 있는 발언으로 ‘사이다’라는 발명을 얻은 이 시장이지만, 방송에서는 평범한 부부의 생활상을 보여줘 ‘성남 고길동’이라는 친근한 별명도 얻었다. 주말에 늦잠 자고 소파에 누워 뒹굴거리는 모습이 일반 가정과 큰 차이가 없었다. 

휴가 때 제주도 풀빌라를 원하는 아내의 소망을 멀리하고 바다 배낚시를 하러 가는 모습은 영락없는 우리네 그것과 같은 모습임을 보여줬다. 이 시장의 이 같은 예능 나들이를 지켜본 정치권 일각에선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염두에 두고 대중성을 강화하는 행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또 다른 가족관찰 예능 tvN <둥지탈출>에는 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아들 기대명과 함께 출연해 정치인이 아닌 아버지로서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 프로그램은 유력 인사의 2세들이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부모들이 지켜보는 SBS <미운우리새끼>의 컨버전(conversion) 형태다.

방송가의 파격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2일 KBS 2TV <불후의 명곡> 측은 국회의원 특집을 방송한다고 밝혔다. 비록 KBS 총파업 사태로 녹화가 잠정 연기된 상태지만, 현직 국회의원의 가요 예능 출연 소식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각 정당을 대표하는 현직 국회의원들이 출연해 가수들과 팀을 이뤄 듀엣 무대를 펼치는 기획이다. 앞서 민주당 표창원 의원, 한국당 장제원 의원, 국민의당 장정숙 의원,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 정의당 추혜선 의원 등의 출연이 예정됐으나 표창원‧장제원 의원은 KBS 총파업을 지지하며 해당 프로그램 출연을 취소한 상태다.

이렇듯 예능 나들이에 나선 정치인을 두고 ‘폴리테이너 2.0’ 시대라도 한다. 폴리테이너(Politainner)는 정치인(Politician)과 예능인(Entertaniner)의 합성어다. 과거 정치권에 진출했던 연예인이 1세대라면 2세대는 정치인이 방송 프로그램을 누비는 것을 일컫는다.

폴리테이너 2세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입법기관 본업에 충실하라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국민의 혈세를 월급으로 받는 국회의원이 예능 출연으로 가외수입을 버는 모습을 불편한 시선으로 보는 사람도 분명 존재한다.

가족예능 출연
집·일상 공개

무엇보다 자칫 정치를 ‘희화화’ 내지는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치인의 예능 출연이 정치를 보다 친숙하게 여기게 만드는 부분도 있지만, 전문성이 떨어지는 패널과 가십에만 집중하는 질문 등으로 현안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문제를 일으킨 정치인들이 ‘이미지 세탁’을 위한 창구로 악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대선후보의 공약, 정치인이 발의한 법안보다 이미지에만 치중하는 정치로 변모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사항 중 하나다. 인기영합주의로 재선에 성공하는 정치인의 등장을 걱정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남자유담’ 기동민 아들 화제
훈훈한 외모 “연예인 꿈 없어요”

tvN <둥지탈출>에 출연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의 아들 기대명의 훈훈한 외모가 화제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의 딸 유담의 이름을 따 ‘남자유담’이란 별명을 얻었을 정도다. 유담은 지난 대선기간 동안 연예인에 버금가는 외모로 큰 관심을 받은 바 있다.

남다른 외모를 가졌기에 일각에서는 그가 연예계 진출을 노리고 방송에 출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그는 지난 7월10일 진행된 제작발표회서 “나는 연예인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아무것도 없었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며 “지금 평범한 대학생이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꿈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아직 연예인은 생각해 본 적은 없다”고 일축했다.

연예계 진출 노리고 방송 출연?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다” 일축

이어서 그는 “현재는 로스쿨 진학을 위해 공부하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촬영하면서 오늘 하루 겪은 일을 공유하고 느낀 점을 이야기하고 내일 어떻게 해야 더 발전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들이 좋은 경험이 됐다”고 자신의 꿈을 밝혔다.

한때 <둥지탈출>은 ‘연예인 세습’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유력 연예인 2세들의 ‘자립 어드벤처’를 그리고 있어 방송사에서 대놓고 밀어주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출연자 6명 중 연예인 지망을 꿈꾸는 학생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부모의 후광으로 쉬운 연예계 데뷔를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제작자인 김유곤 PD는 발표회서 “낯선 곳에서 잘 모르는 친구들과 살아보고 싶은 아이들을 선발했다.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들에게서 진정성을 봤다”며 “다르다는 느낌을 받으실 것”이라고 설명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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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