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6·13 지방선거 격전지 시나리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8.14 10:33:52
  • 호수 11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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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MB’ 노리는 잠룡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각 정당들이 내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 모드에 돌입했다. 이번 6·13 지방선거는 정당의 명운이 달려있는 중요한 선거다. 어떤 성적을 내느냐에 따라 다음 총선, 그 다음 대선서의 당락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요시사>가 치열한 내년 지방선거의 주요 격전지를 미리 예상해봤다.
 

“내년 지방선거는 각 정당들의 생존을 건 건곤일척의 대전(大戰)이 될 것입니다.” 지난 6월 취임 3주년 인터뷰서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이 같은 관측을 내놨다. 광역·기초단체장을 뽑는 6·13지방선거는 이제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남 지사가 언급한 바와 같이 여야는 이번 지방선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선전을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1년도 안 남은
건곤일척 대전

여야는 조직정비부터 시작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7일 최고위원회서 당 혁신을 위한 ‘정당발전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표면적으로는 당 혁신을 내걸었지만, 권리당원 모집과 선출직 관련 당헌·당규 정비가 내용에 포함돼있다. 

사실상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준비작업인 것이다. 또 민주당은 조만간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열어 지역위원장이 공석인 자리에 새로운 위원장을 선출한다는 계획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지난 9일 시도당위원장 선출 작업을 마무리했다. 지역에서 선거를 총괄하는 시도당위원장은 조직 정비도 함께 수행하는 자리다. 이에 한국당은 현역의원을 중심으로 시도당위원장 체제를 출범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역의원이 힘 있는 역할을 수행해야만 지방선거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 깔린 것이다.


한국당은 당 중앙연수원과 정치학교도 신설, 운영할 계획이다. 대상자는 현역 국회의원부터 일반 당원, 정치 신인까지 누구나 수강할 수 있다. 한국당은 이 정치학교의 프로그램을 반드시 이수해야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우여곡절이 많은 국민의당도 새 지도부가 출범하는 대로 내년 지방선거 준비에 들어간다. 이번 지방선거는 국민의당 위기설을 불식시키느냐, 반대로 증폭시키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분기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한 안철수 전 대표도 일성으로 지방선거를 강조한 바 있다.

한국당과 보수 적통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바른정당도 곧 지방선거 모드로 전환할 계획이다. 바른정당 지도부는 지난달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바른정당 알리기에 나선 상태다. 또 지난달 말부터 인재영입을 위한 ‘헤드헌터단’을 운영,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각 정당 지역정비 착수…심기일전
“서울 잡으면 대권” 잠룡들 기대

이처럼 각 정당들이 심혈을 기울이는 지방선거서 최대 격전지를 꼽으라면 단연 서울시장 자리다. 대권 직행길인 서울시장은 정치권의 내로라하는 인사들의 출마가 예상된다. 현 박원순 서울시장도 그중 한 명. 정치권은 대권 도전을 잠시 미뤄뒀던 박 시장의 서울시장 3선 도전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박 시장이 3선에 도전하지 않고 21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 민주당 당권 도전에 나설 것이라 전망한다. 거론되는 지역은 정세균 국회의장의 지역구인 서울 종로. 중앙 정치로 진출에 대권의 발판을 닦을 것이란 예상이다.

박 시장은 서울시장이 3선 도전 여부를 올 추석께 결정한다고 밝혔다. KBS 예능프로그램 <냄비받침>에 출연한 박 시장은 서울시장에 또 도전할지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추석 전후로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만약 박 시장이 3선 도전을 포기한다면 민주당 유력 인사들의 출마 러시로 이어질 수 있다. 같은 당 추미애 대표도 서울시장 출마 예상자 중 한 명이다. 정치권은 최근 추 대표가 청와대와 엇갈린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고 당 장악력을 높이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즉, 서울시장에 출마했을 때를 대비해 장악력을 높이려 한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추 대표는 최근 <냄비받침>에 출연해 “(서울시장 출마에) 별로 관심이 없다”며 “당 대표가 사심이 있으면 안 된다”고 출마설을 부인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후보군 중 한 명이다. 지난달 한 라디오 인터뷰서 그는 “성남시장 3선과 경기지사, 서울시장 중 하나에 도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중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선 “박 시장이 3선에 도전한다면 같은 성향의 식구들끼리 경쟁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며 전제를 뒀다. 그 외 우상호 전 원내대표, 박영선 의원도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한국당 측에서는 현역 의원 2명, 총리 출신 2명의 이름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역 의원으로는 김성태·나경원 의원의 출마가 유력하며 총리 출신은 김황식·황교안 전 총리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중 황 전 총리는 퇴임 후에도 꾸준히 SNS 정치를 펼치고 있는데, 이를 두고 정치권은 서울시장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부산은 서병수 현 부산시장이 재선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취임 3주년을 맞아 마련한 기자회견서 그는 “임기 4년은 짧다고 생각한다. 한번은 더 하는 게 낫다. 서부산 글로벌시티나 2030 등록엑스포 개최와 같은 장기 계획을 추진하려면 재선을 해야 한다”며 의중을 숨기지 않았다.

최대 격전지
서울을 잡아라

그러나 최근 서 시장의 재선 행보에 암초가 나타났다. 서 시장과 관계가 원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진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한국당 대표로 선출됐기 때문이다.

한국당 안팎에선 이종혁·박민식 전 의원의 출마가 예상되고 있다. 이 전 의원은 현직 한국당 최고위원으로 홍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그를 최고위원 자리에 지명한 사람도 바로 홍 대표다. 

홍 대표가 당을 장악한 이후 친홍계의 세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서 시장에게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다. 그 외 전 해양수산부장관이었던 유기준 의원 등이 부산시장 출마자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민주당에선 김영춘 해수부장관의 출마를 언급하는 사람이 많다. 최인호 부산시당위원장도 예상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대선 당시 문재인 대선후보 부산선대위 상임대책위원장을 지낸 오거돈 전 해수부장관도 출마가 유력시된다. 일각에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출마를 예상하는 사람도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당과 보수 적통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벼르고 있는 바른정당, 이 당에서는 김세연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유승민 의원의 최측근이며 중진이지만, 올해 44세에 불과한 김 의원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그를 향후 바른정당을 이끌 인재로 꼽는다. 즉, 부산시장에 출마할 경우 당의 전폭적 지원이 예상된다.

지난달 부산 수영구서 개최된 ‘당원과 함께하는 한여름 밤의 토크쇼’서 김 의원의 부산시장 출마 여부를 묻는 한 당원의 질문에 김무성 고문은 “바른정당에선 김 의원이 제일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고 답했다. 


부산 정치계의 거물인 김 고문의 발언이기에 부산 정치권은 김 의원의 출마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할아버지인 김도근 전 동일고무벨트 회장 때부터 닦아온 지역 기반이 탄탄하다는 점도 김 의원의 출마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만만찮은
부산 거물들

대구시장은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각축전이 예상된다. 한국당 진영에는 권영진 대구시장을 비롯, 이재만 최고위원, 김상훈·윤재옥·곽대훈·정태옥 의원, 이진훈 수성구청장,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이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권 시장은 이미 재선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3주년 기자간담회서 “막 틔운 희망의 싹이 꺾이지 않고 열매를 맺도록 이끄는 게 앞으로 과제”라며 “시민들이 이 소명을 다시 한 번 맡겨주면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수에선 한국당 진영에 밀리지만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의 출마가 예상되고 있어 이름이 주는 무게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그러나 김 장관은 최근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혀 출마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선 김 장관 외 임대윤 대구시당위원장의 출마가 거론되고 있으며 바른정당에선 주호영 원내대표, 윤순영 중구청장의 출마가 예상된다.


반대로 광주시장직은 민주당 측 후보가 많다. 현 윤장현 광주시장과 이용섭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강기정 전 의원, 민형배 광산구청장, 이형석 최고위원 겸 광주시당위원장이 출마 예상자들이다.

당초 문 대통령의 당선으로 윤 시장의 재선 가도에 파란불이 켜졌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최근 윤 시장의 인척이 “관급공사 수주를 도와주겠다”며 건설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는 악재를 맞았다.

당시 지난달 재판부는 비리 혐의로 기소된 윤 시장의 인척에게 “배경(윤 시장의 인척)을 이용하려던 업자들의 사리사욕에 편승해 사회에 미치는 폐해가 커 엄하게 처벌함이 마땅하다”며 징역 3년에 추징금 6억6000만원을 선고했다.

호남이 주축인 국민의당도 광주시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출마 진용을 갖추고 있다. 국민의당 안팎에선 박주선 국회부의장, 김동철 원내대표, 장병완 의원이 광주시장 출마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중 장 의원이 유력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19대 국회서 예산결산위원회 위원장, 이번 20대 국회서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 등 힘 있는 상임위를 연달아 맡은 점이 이유로 꼽힌다. 박 부의장과 김 원내대표가 출마에 선을 긋고 있다는 점도 장 의원의 출마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도지사 경쟁도 치열하다. 최대 관심 지역이라 할 수 있는 경기도지사의 경우 자천타천 20명의 출마 예상자가 있다.

조국·김부겸 등 의외 인물도 거론
헤비급 안희정, 드디어 중앙으로?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이미 재선 의지를 표명한 상태다. 지난 6월 취임 3주년 인터뷰서 “내년 지방선거는 각 정당들의 차기 대선주자 양성을 위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남 지사의 발언에 대해 정치권은 재선 도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한다. 유 의원과 바른정당 대선 경선을 펼친 남 지사는 당내 입지가 탄탄하다. 현역 프리미엄이 있기 때문에 재선 도전을 선언하면 곧바로 당의 후보가 될 수 있다. 

그런 상황서 남 지사가 ‘대권 시험대’를 언급한 것은 자신감을 드러내는 한편, 유권자들의 관심을 높여 전국구 대권주자로 올라서려는 복안이라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민주당에선 서울시장 후보로도 거론됐던 이재명 성남시장이 경기도지사에 도전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같은 대선 후보로 뛰었던 최성 고양시장도 출마가 점쳐진다. 

이 외에도 김진표·안민석·이종걸·전해철 의원 등 현역과 최재성 전 의원의 이름도 오르내리는 중이다. 김상곤 교육부장관도 하마평에 이름이 거론된다.

한국당 측에서는 현역 의원들의 출마 러시가 예상된다. 김학용·심재철·원유철·홍문종 의원 등이 출마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충청과 호남도 격전지로 꼽힌다. 먼저 충북의 경우 이시종 충북도지사의 재선 도전이 유력하다. 거기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노영민 전 의원이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당에서는 이종배·박덕흠 의원, 윤진식 전 의원, 이기용 전 충북교육감, 박경국 전 안정행정부 차관 등이 출격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충남은 안희정 지사가 버티고 있지만, 그가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진출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안갯속에 휩싸였다.

지난 대선 기간 문 대통령과 자웅을 겨루며 주가를 올린 안 지사는 도지사 3선 도전과 국회 입성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은 국회 입성 쪽으로 무게를 싣고 있지만, 안 지사의 결정이 나오지 않고 있어 3선 도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는 상황이다.

만약 안 지사가 국회 진입을 선언한다면, 무주공산인 충남도지사직을 두고 각축전이 예상된다. 민주당에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나소열 청와대 자치분권비서관, 복기왕 아산시장, 황명선 논산시장 등이 도전장을 내밀 수 있다. 한국당에선 이명수·정진석·홍문표 의원과 이완섭 서산시장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도지사도 경합
제2의 안희정은?

호남도 치열하다. 전북도지사는 송하진 지사가 재선을 노릴 것이 유력한 가운데 김춘진 전북도당위원장이 도전장을 던질 수 있다. 국민의당에선 유성엽·정동영·조배숙 등 현역 의원의 출마 준비 소식이 전해진다. 한국당에선 김항술 전북도당위원장, 바른정당에서는 정운천 의원이 예상된다.

현재 권한대행 체제인 전남도지사에는 민주당 이개호 의원,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 장만채 전남도교육감 등을 예상하는 이가 많으며, 국민의당은 박지원·주승용·황주홍 의원 등 당 주축 인사들의 출격이 예상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패륜 논란’ 해명
“국정원 공작 때문이다”

지난 대선 기간 ‘형수 욕설’로 패륜 논란을 낳은 이재명 성남시장이 최근 그 원인에 대해 설명했다. 

이 시장은 YTN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서 “2012년 통진당 수사가 시작될 시점, 국정원 직원이 저희 형님에게 접근해 ‘이재명이 간첩이다, 곧 구속된다’고 이야기해 종북, 패륜논란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석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도 실제 (당시) 국정원이 관여했다. 2011년 즈음 청와대가 성남시를 3달간 내사하고 40쪽짜리 보고서를 만들어서 당시 임태희 비서실장이 이명박 대통령한테 직접 직보했다는 보도가 있다”며 “그런 것으로 보면 그때부터 기획돼 체계적으로 계속됐던 것 같다. 이것은 사찰, 정치공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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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