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민생 제1당’ 향한 혼신 정의당 이정미 대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7.25 08:04:45
  • 호수 11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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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야당 도전” 미래를 그리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정미 의원이 정의당의 새로운 선장으로 임명됐다. 지난 11일 정의당 4기 전국동시당직선거 대표 선거 결과 이정미 후보는 56.05%(득표수 7172표)를 획득, 43.95%(득표수 5624표)의 박원석 후보를 제쳤다. 심상정 전임 대표의 선전으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정의당은 이 대표 체제서 비상을 꿈꾸고 있다.
 

“국회에서는 ‘진짜 야당 정의당’, 국민 속에서는 ‘민생 제1당 정의당’의 대표로 혼신을 다해 뛰겠다. 2018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어 그 토대 위에 2020년 제1야당을 향해 나가겠다.” 이정미 신임 대표는 취임 일성서 이같이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와 함께 여성 트로이카 시대를 이끌고 있는 이 대표에게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표는 1966년 부산서 태어났지만 인천으로 올라와 한국외국어대에 진학했다. 곧 학생 운동에 뛰어든 그는 2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고 인천에 위치한 영원통신에 입사했다. 이 대표가 노동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기가 그때였다. 

영원통신서 노동조합을 결성, 사측의 부당한 대우에 맞서던 중 1989년 노조를 돕던 백순기 보좌신부를 사측이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대표는 사측과의 단체교섭 체결 과정서 해고됐다.

이후에도 이 대표는 노동운동을 이어갔다. 1995년 한국노동운동단체협의회서 조직국장을 맡으며 노조 결성을 교육하거나 지원했다. 그러던 중 2000년에 창당한 민주노동당에 가입해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당에서 최고위원, 대변인 등을 역임하며 정당 활동을 활발히 이어갔다.


2012년 부정 경선 사건을 계기로 통합진보당을 탈당한 이 대표는 진보정의당(2013년 정의당으로 당명 변경) 창당에 앞장섰다. 정의당 1기 최고위원과 대변인을 맡으며 꾸준히 선거에 나섰지만, 17·18대 총선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셨다. 심기일전하며 2014년 7월 재보선 때 경기 수원병에 출마했지만,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해 중도 사퇴했다.

결국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로 나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국회 입성 후에는 활발한 의정활동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또 방송 등에 출연해 초선 비례대표임에도 여느 중진 의원 못지않은 인지도를 가졌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난달 15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이정미 정치카페테라스’ 사무소를 개소하며 지역구 위원이 되기 위해 힘을 쓰고 있다.

다음은 이 대표와 일문일답.

- 당선 소감부터 여쭙겠습니다.
▲여러 막중한 임무 앞에 어깨가 많이 무겁습니다. 지난 대선 이후에 정의당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관심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이제 단순히 정의당의 존재 이유를 입증하는 것을 넘어 ‘저 당에 우리의 삶을 맡겨도 될 만한가’를 인정받아야 하는 과제가 생겼습니다. 

내년 지방선거도 앞두고 있고요. 지방선거서 대선 때보다 한 단계 도약하는 성과를 만들어 내야하고 그 과정을 통해 2020년 반드시 제1야당이 되겠다는 그런 포부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일하는 당대표가 되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습니다.

- 당대표가 되면서 의원 시절과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 일주일 좀 지났는데요. 책임감이 크다는 게 가장 다른 것 같습니다. 가는 곳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염원하는 시민들은 “정의당이 잘해달라”고 말씀하십니다. 그 절절함을 요즘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 여성 정치인 전성시대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축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말을 실감하시는지?
▲어제(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4당 대표 회동이 있어서 청와대에 다녀왔습니다. 3당 대표가 여성이다 보니 모인 분들 중에 여성이 더 많더라고요. 여러 모로 앞으로 정치의 풍경이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 앞서 “2020년 총선에서는 반드시 제1야당으로 도약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청사진을 갖고 임하실 건지?
▲일단 내년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이 기초단체장을 최소 3석 이상 확보하겠습니다. 그래서 정의당의 자체혁신모델이 어떤 모습인지 국민들께 보여 드리고 검증을 받으려 합니다. 또 하나는 내년에 있을 개헌에서 실질적인 국민들의 의사, 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 의사만큼 국회의석을 확보할 수 있는 정당명부식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 개혁을 반드시 이루겠습니다. 

국회가 국민의 민의를 제대로 수렴하지 못하는 굉장히 불합리한 선거제도로 구성이 되지 않습니까? 거기에 지금 집권여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들의 지지율이 다 비슷합니다. 의석수와 상관없이 말이죠. 어떻게 보면 현재 대한민국은 정당정치의 재배열 과정에 놓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이 정치질서를 새롭게 구성해 보라고 하는, 그런 실험대에 놓여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문 대통령께서도 이번 개헌에 선거제도 개혁을 포함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국민들의 의사를 합리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선거제도로 개혁이 이루어진다면 2020년에 정의당이 충분히 제1야당으로 도약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 학교급식노동자를 만나셨습니다. 어떤 대화를 하셨나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노동자들이 좀 더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나라로 한걸음 내딛으려 할 때, 너무나 큰 마음의 상처를 입으셨습니다. 연일 30도가 넘는 불볕더위에 저희들도 이렇게 힘든데, 뜨거운 조리실 안에서 일하시는 노동자들은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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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의 삶을 폄하하는 말을 했습니다.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말을 한 것이죠. 그래서 제가 대신 사과의 말씀이라도 드리고 싶어 국회로 초대했습니다.

- ‘퀴어 문화축제’에 참석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동성혼을 합법화하는 국가를 만들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아직 시기상조라는 게 중론인데요. 어떻게 추진하실 계획이신지?
▲많은 분들이 국민의 눈높이를 이야기합니다. “개개인의 인권? 그래 중요하지. 중요하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아.”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국민의 눈높이가 무엇인지.

고대사회에서는 여성들을 동물과 똑같이 취급했습니다. 모든 주권자의 권리를 공평하게 나눠야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여성들의 참정권 획득은 불과 100년도 채 되지 않습니다.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인권, 부합하지 않는 인권이 따로 존재하는 건 아닙니다. 

게다가 이미 여론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한 여론조사서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직장에서 해고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답이 80%가 넘었어요. 인권의 가치를 존중하고 시대의 변화에 맞게 제도를 개선하는 일이 지금 필요합니다.

- 최저시급 인상에 반대하는 측은 소상공인의 경영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대표님은 어떤 입장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당연히 최저임금 문제와 소상공인 보호 문제에 대해 저희들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애초 저희들의 정책도 그것과 연계돼 있고요.

다행히 정부가 내년에 소상공인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 평균임금 상승분 이외에 상승분에 대한 지원을 3조원 들여서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카드수수료 우대정책, 계약서 갱신 청구권을 10년으로 연장하는 등의 몇 가지 정책들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고요. 기본적으로 이런 정책들이 잘 추진되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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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것이 단기적인 재원 대책에 그쳐선 안 됩니다. 좀 더 구조적인 문제, 구조적인 해법으로 나아가야죠. 그러기 위해선 그동안 경제성장의 많은 과실을 독점해 왔던 대기업들이 국가가 세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세금을 내야합니다. 또 대기업-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를 일소하면서 최저임금 상승분에 대한 원청기업, 본사들의 부담도 높여야합니다. 

그렇게 해야지만 서로 상생할 수 있어요. 이제까지 성장의 과실을 많이 독점했던 기업들이 아래로 좀 더 나눌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까지 만들어졌으면 하는 게 우리 정의당의 바람입니다.

- 기업의 다양한 갑질을 고발해 오셨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왜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래도 되니까 하는 거죠. 갑질해도 괜찮으니까. 저와 정의당은 법도 잘 지키고, 상생의 원칙으로 기업을 운영해야 기업이 오히려 더 잘된다는 것을 입증할 것입니다.

- 대중에게 알려진 일명 ‘스타 의원’이십니다. <무한도전> 등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셨는데요. 달라진 인지도를 실감하는지?
▲길에서 인사해주시는 분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을 보고 약간 실감하고 있습니다.

- 현재까지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평가해 주신다면?
▲국정운영 5년 계획이 발표됐습니다. 촛불시민혁명의 정신을 국정운영의 나침반으로 삼아 국민주권과 정의실현을 약속한 것은 적폐청산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부응하는 적절한 방향설정입니다.

하지만 미흡한 부분도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가 재원조달입니다. 이번 국정과제서도 대선공약과 마찬가지로 사회보험에서 지출되는 부분을 추계서 제외해 정공법을 어겼습니다.
 


증세액은 대선 공약 5년간 31조5000억원에서 11조4000억원으로 감소해 총 178조원의 재원 조달액 중 6.4%만이 증세로 충당됩니다. 새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가 파탄난 뒤에 탄생한 정부입니다. 적극적이고 솔직한 재정 대책이 없다면 스스로 제시한 ‘포용적 복지국가’의 길은 험난할 것이고, 향후 복지정책 추진서 스스로 발목이 잡힐 우려가 있습니다.

환경정책과 관련해서도 ‘설악산케이블카 재추진’ ‘지리산 산악철도’ ‘새만금 공항 건설’ 등 우리나라 연안 및 백두대간을 보존하는 대신 개발을 기본방향으로 하고 있습니다. 생태계에 대한 훼손이 우려되며 재검토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정의당은 “개혁에는 적극 협력하지만, 미흡한 개혁에는 책임 있게 비판하겠다”고 여러 번 말씀드려왔습니다.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대한 정당한 지적에 대해 정부는 보완하고 수정하는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대선 3차 TV토론’에서 정당명부식비례대표제와 결선투표제 등 다당제를 받쳐줄 선거제도로의 개혁을 약속하며 시기를 내년 지방선거로 잡았습니다. 이후 진척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국회에 정개특위가 구성됐습니다만, 정개특위에만 맡겨놔서는 안 됩니다. 과거처럼 정치권의 이해관계로 개악이 될 가능성까지 우려됩니다. 물론 국회가 주최가 돼 책임 있게 논의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만, 대통령 역시 공약 이행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논의 시작부터 방향설정을 잘해야 하는데, 정의당이 그런 나침반의 역할을 해나갈 것입니다.

- 일각에서는 정의당이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찬성표를 자주 던지고 있다며 야당 본연의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여당의 모든 것에 반대하는 것이 야당이 아닙니다. 정의당은 우리 시민들의 삶이 좋아지는 것에는 힘을 싣고, 개혁 후퇴에는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야당 본연의 역할을 발목잡기, 무조건 반대하기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국민의당 제보조작 사건에 대한 입장이 어떠신지?
▲우선 수사 중인 것과는 별개로, 정치적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국민들이 국민의당의 조직적 개입에 의혹을 갖고 있는데, 이에 대한 해명이 제대로 안 된 것이 사실입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입니다.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게 국민의당의 패착이 아닌가 합니다.

-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청와대가 ‘캐비닛 문건’을 공개, 검찰로 자료를 넘긴 것을 두고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황교안 전 총리가 청와대 압수수색에 응했다면 이미 검찰에 있어야 할 자료들입니다. 이제라도 제자리를 찾아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한국당 입장에서는 모든 일이 정치보복처럼 보이겠지만, 잘못된 것이 바로잡히는 과정이라고 시민들은 이해하고 있습니다.

- <일요시사> 독자들에게 앞으로의 각오를 밝혀주신다면?
▲우리 국민들의 삶이 바뀌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중요한 시기에, 중요한 역할을 맡았습니다. <일요시사> 독자님들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들의 성원과 지지가 절실합니다. 잘할 때는 팍팍 밀어주시고, 잘못하면 호되게 꾸짖어 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chm@ilyosisa.co.kr>


[이정미 대표는?]

▲1966년 부산 출생
▲한국외국어대학교 신문방송학과(2년 중퇴)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제20대 국회의원(정의당, 비례대표)
▲국회 전반기 환경노동위원회 위원
▲정의당 당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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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