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 거물들 총출동’ 차세대 보안리더 BoB 6기 발대식

“IT 강국, 화이트해커에 달렸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차세대 보안리더 양성 프로그램(Best of the Best, 이하 BoB) 제6기 발대식이 지난 4일 성황리에 열렸다. 현장에는 140명의 교육생을 포함해 정관계 인사, 멘토 등 총 300여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일요시사>는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서 진행된 BoB 발대식 현장을 직접 찾아 생생한 현장의 모습을 담아봤다.

BoB 발대식 행사가 예정된 호텔 1층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취재를 준비하는 기자들과 다소 긴장한 모습의 교육생, 그리고 담소를 나누는 각계 인사들이 어우러져 큰 물결을 이뤘다. 

그 인파들 주위로 위치한 수많은 축하화환들이 오늘 있을 발대식의 위용을 짐작케 했다. 준비팀으로부터 명찰을 건네받고 본행사장으로 들어가자 밖에 있던 사람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테이블에 앉아 행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300여명 참석
웅장했던 행사

약속된 2시가 되자 내빈 소개로 행사가 시작됐다. 호명된 이름은 화려하기 이를 데 없었다.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 박주선 국회부의장,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 이주영·김규환 의원, 김용수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 등의 이름이 불렸다. 

그 외에도 K-BoB 시큐리티포럼, 한국인터넷진흥원, 국방부 정보화기획실, 국군사이버사령부, 국가보안기술연구소,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 한국정보보호학회, RSA 한국지사 등 정보보안 관련 기관 관계자들이 총출동했다.


해외 정보보안 교육 기관도 참석해 이목을 끌었다. 일본 최고의 컨퍼런스 CODEBLUE, 대만국립과학기술대학교 등에서 방문해 BoB에 대한 해외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내빈 소개가 끝나자 곧 BoB 소개 순서로 이어졌다. BoB는 정보사회를 선도할 최고 수준의 화이트해커를 양성하는 정보보호 교육과정이다. 지난 2012년 1기 교육생 60명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5년간 총 580여명의 화이트해커를 배출했다. 1기 60명, 2기 117명, 3기 122명, 4기 136명, 5기 140명으로 그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번 BoB 6기 교육에는 고교·대학(원)생 등 1186명이 지원했으며 서류전형, 인성적성검사, 필기시험과 심층면접을 거쳐 140명이 최종 선발됐다. 선발된 교육생들은 내년 3월까지 최고의 정보보안전문가(멘토)들과 1:1 도제식 교육, 실무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되며 최종 경연 단계를 거치는 등 집중적인 교육을 받게 될 예정이다.

수료생들은 국내외 기관 및 기업, 단체 등에서 보안 전문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화이트해커팀을 구성해 미국, 일본, 대만 등지서 개최된 세계해킹방어대회서 매년 상위권에 입상하는 성과를 냈다. 

이달 말 미국서 개최되는 세계 최고의 해킹방어대회인 데프콘(DEFCON) 본선에 진출한 15개팀 중 4개팀이 BoB 수료생으로 구성된 팀이다. 지난 2015년 대회에서는 아시아 최초로 우승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 같은 성과에 대해 김진석 BoB 센터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1기 시작할 때가 2012년이었다. 2010년부터 2년간 준비했다. 1기를 시작됐을 때만 해도 인지도가 높지 않았다. 다들 ‘(BoB를) 왜 하냐’ ‘어디에 써 먹을래’라는 반응이었다. 그런데 3기쯤 지나 성과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가장 큰 성과는 수료생들이 해외대회에 나가 수상한 일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BoB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이후 4∼5기까지 실적을 많이 쌓았다. 2015년에 전 세계 화이트해커들의 올림픽인 데프콘에서 BoB 교육생·수료생·멘토들로 구성된 연합팀이 나가 아시아 최초로 우승했다. 23년 동안 우승한 적이 없었는데 우리가 해낸 것이다.”
 


“그러니 해외서 ‘대한민국에 이런 팀이 있구나’라고 관심을 갖게 됐다. 이를 계기로 BoB는 저변확대에 집중했다. 이에 보안 쪽에 종사하는 사람들 사이에 ‘보안 엘리트가 되기 위해서는 무조건 한번 해봐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DEFCON
우승 신화

김 센터장의 말처럼 그간 BoB는 험난한 길을 개척해왔다. 보안에 대한 관심은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추세지만, 유독 우리나라서만 인식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최근 랜섬웨어 공포로 보안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다지만, 그것도 잠시였을 뿐 국민들의 관심은 다시금 멀어졌다.

이에 김 센터장은 “처음 BoB를 한다고 했을 때 국가서 예산을 만들어주지 않았다. 당시 전반적인 분위기는 ‘왜 보안이 필요한지’ ‘소프트웨어와 무엇이 다른지’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우리가 70∼80년대 급격한 IT기반 성장을 이루면서 결과 중심의 프로덕트를 생산하는 데 급급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에 이제부터라도 방향을 설정해 체계를 잡자는 의미서 BoB가 탄생했다. 최근 랜섬웨어 사태처럼 PC 보급률이 높은 점이 역으로 우리를 공격하는 칼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을 미리 대비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인 계획으로 보안 생태계를 구성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보안 전문 인력을 백년대계를 갖고 양성해야 한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BoB이고 앞으로 그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발대식 현장에 300명 북적
정관계 유력 인사들 자리해

높아진 위상을 반영하듯 발대식 현장에는 유력 인사들의 축하 메시지가 쏟아졌다. 

연단에 오른 김용수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은 “최근 들어 해킹 사건이 세계적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으며 해킹이 미치는 영향력이 경제를 넘어 정치, 사회적으로 크게 확대되고 있다. 해킹 대상도 무차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관련 대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보안 대책이 성과를 내려면 세계 수준의 보안 인력이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BoB는 세계 최고 수준의 보안 전문가를 양성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BoB 수료생들은 그간 국방·안보·산업 등 각 분야에 최고 수준의 인력을 제공해왔다. 6기 교육생 여러분은 앞으로 8개월간 진행될 교육을 통해 우리나라 사이버 보안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축사를 이어간 박주선 국회부의장, 정우택 원내대표, 이주영·김규환 의원 등은 유준상 한국정보기술연구원(KITRI) 원장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유 원장은 11∼14대까지 4선을 지낸 국회의원 출신으로 2010년 KITRI 원장으로 취임해 BoB를 만들었다.

유준상 위해
거물 총출동 

박 부의장은 “유 원장은 누구나 존경하는 훌륭한 정치인의 길을 걷다 이제는 국가 존망의 근간이 되는 정보 보안 리더들을 양성·육성하는 역할을 하고 계신다.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내가 경제기획원에 있을 때 유 원장께서 국회 경제과학위원장에 계셨다. 당시 유 원장에게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며 “그로부터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내가 유 원장을 존경하는 이유는 오직 맨주먹과 열정만으로 이런 성과를 냈다는 점이다. 감히 말씀드리는데 유 원장이 아니면 이런 불굴의 의지를 갖고 보안 요원을 생산해낼 수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K-BoB 시큐리티 포럼’의 공동대표이자 국회 개헌특위 위원장인 이주영 의원은 “유 원장은 정계에서도 대단한 활약을 했지만, 은퇴한 이후 우리나라에 무엇이 중요한지를 아는 분”이라며 “2010년 BoB가 시작될 당시 정부의 예산을 받지 못했다. 이렇게 중요한 일을 하는데 정부가 예산을 안 주다니. 분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내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하고 있었는데 직권으로 예산을 투입시켰다”고 회상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규환 의원은 “유 원장은 우리나라의 주요한 정보·지식을 해커들로부터 막아주는, 그야말로 현대판 독립군을 키워내는 진정한 애국지사다”며 “그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선언했다.

축사가 끝난 후 유 원장의 화답이 이어졌다.

유 원장은 “오늘은 많은 청년들이 자신의 미래와 희망을 안고 도전하는 뜻깊은 날이다. 이곳에 있는 교육생들은 우수한 성적을 거둔 사람들 중에서도 높은 경쟁률을 뚫은 대한민국의 인재들”이라며 “BoB서 경험과 관찰을 하길 바란다. 창의성은 여러분들의 경험에 의해 발현되지 결코 우연히 생기지 않는다. 경험과 관찰을 통해 성숙한 인재가 되길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유 원장의 소개로 연단에 오른 정세균 국회의장은 “BoB 6기 교육생으로 선정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유 원장은 대단한 열정과 추진력으로 화이트해커를 양성했다. 내가 ‘화이트해커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지어드리고 싶다. 6기 교육생들은 유 원장을 아버지라 생각하고 그의 열정과 일에 대한 애착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DEFCON’ 아시아 최초 우승
정세균 “국회가 적극 협조”

다음으로 정 의장이 직접 ‘4차 산업혁명과 국회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을 했다. 

이 강연서 그는 전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이 최대의 화두지만, 사이버 보안이 없는 산업혁명은 사상누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국회서도 관련 법과 제도적 기반을 다지기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여러 내빈이 참석했지만, 누가 뭐래도 그날의 주인공은 6기 교육생과 그들을 교육할 멘토일 것이다. 이에 <일요시사>는 그들을 직접 만나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할 것인지에 대해 질문했다.

이문원 교육생은 지원 동기를 묻는 질문에 “예전부터 정보보호(보안) 분야를 하고 싶었다. BoB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동안 선뜻 지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씩 정보보호에 대한 기초과정을 거쳤고 이제는 도전해도 되겠다는 마음이 들어 지원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어떤 각오로 교육에 임할지 묻는 질문에 이 교육생은 “모든 멘토들의 교육에 집중해 대한민국 정보보호 분야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경찰청 사이버 수사대에서 포렌식 연구원으로 일하고 싶다는 이 교육생은 꿈을 위해 더욱 정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멘토·멘티
각오 다지다

이경문 멘토는 앞으로 함께할 교육생들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프로그램이 8개월 과정이다. 모든 학문이 그렇듯 8개월 동안 마스터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니 교육생들은 이 8개월 과정으로 끝내지 말고 계속 정진해 나갔으면 한다. BoB를 통해 나의 모자란 부분이 무엇인지를 알아가기만 해도 교육생들에게 이 시간은 굉장히 소중할 것이란 말을 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BoB 교육생의 각오
“안전한 IT 강국으로”

한림대는 정보법과학전공 2학년 박성미 학생이 ‘차세대 보안리더 양성 프로그램(Best of Best, 이하 BoB)’ 6기 교육생으로 선발됐다고 전했다. 

박 교육생을 비롯한 140명의 교육생은 멘토들로부터 도제식 교육과 서바이벌 방식의 교육을 받게 되며 침해대응, 취약점 분석, 디지털포렌식, 보안컨설팅, 모바일보안, 클라우드보안, 금융융복합보안, CC인증 등의 분야를 대상으로 보안 전공학습 프로젝트 및 실무·실습에도 참여한다. 특히, 취약점 분석, 디지털포렌식, 보안컨설팅, 정보보호특기병 등 4개 분야에 대해서는 심화전공 트랙으로 운영된다.

박 교육생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독일에서 법을 전공하고 평소 관심이 많았던 사이버범죄에 대비한 기술지식을 배우고 싶어 한림대 국제학부에 다시 입학했다”며 “이번 BoB를 통해 우리나라가 안전한 IT 강대국으로 커나가는 데 이바지하고 싶다”고 밝혔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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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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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