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위해?’ 유행하는 졸혼의 이면

어차피 따로 사는 거 ‘예쁘게 포장’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옛 사람들은 결혼을 가리켜 ‘인륜지대사’라고 했다. 사람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본 것이다. 결혼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지만 최근에는 개인의 우선순위서 조금씩 밀려나는 모양새다. 자신의 행복을 최우선에 두는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졸혼’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최근 ‘졸혼’이라는 단어가 대중 사이를 파고들고 있다. 졸혼은 일본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가 2004년 펴낸 소설 <졸혼을 권함>서 유래했다. 작가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경험서 비롯됐다. 작가는 마흔 무렵 남편과 갈등으로 고민하던 중 딸의 권유로 따로 살게 됐다. 이후 각자 상황에 맞춰 부부 관계와 역할을 새롭게 정립했는데, 졸혼은 그 과정서 나온 개념이다.

이혼보다 졸혼

졸혼은 일본에선 이미 10여년 전부터 크게 유행한 문화다. 교육과정을 마친다는 뜻의 졸업처럼 결혼 생활을 합의하에 마무리하고 자유를 찾아 떠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결혼 자체를 끝내는 이혼과 달리 결혼 생활을 정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여전히 부부 상태를 유지한다. 

다시 말해 불화 등으로 인한 결별이 아닌 긍정적인 느낌의 별거라는 인식이 있다.

한국에선 중견 탤런트 백일섭씨가 예능 프로그램서 언급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백씨는 지난 2월 KBS2 <살림하는 남자들>에 출연해 아내에게 졸혼을 선언했다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졸혼은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개념이었다. 


백씨는 <살림하는 남자들>을 통해 혼자 밥을 먹고 TV를 보거나 강아지와 노는 모습을 보였다. 백씨의 아들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초점은 그에게 맞춰있다. 가장의 삶이라기보다 졸혼 선언 이후 백씨의 ‘홀로서기’를 좇는 방식이다.

일본서 10년 전부터 화제
예능 프로그램으로 전파

졸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실제 연예인 부부의 별거 생활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도 제작됐다. E채널의 <별거가 별거냐>는 ‘결혼에도 방학이 필요하다’는 슬로건 아래 연예인 부부가 별거 기간 동안 잊고 있던 꿈을 찾아간다는 기획 의도로 시작됐다. 

MBN의 <졸혼수업> 역시 결혼 생활을 하면서 놓치고 있던 각자의 소중한 인생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부부관계의 계기를 마련한다는 의도를 가지고 제작 중이다.
 

예능 프로그램을 넘어 드라마서도 졸혼이라는 단어가 대사를 통해 나왔다. 지난달 25일 KBS2 주말연속극 <아버지가 이상해>에 출연 중인 남편 강석우가 아내 송옥숙을 향해 “우리 졸혼해. 결혼 생활 졸업해”라고 말한 것. 

해당 대사가 나온 이후 포털 사이트에는 졸혼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관심을 받았다.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는 졸혼을 두고 ‘우리’보다는 ‘나’를 중시하는 최근 현실과 잘 맞는 신개념 트렌드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20년 이상을 함께 산 부부의 이혼을 뜻하는 ‘황혼 이혼’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개념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달 27일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7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지난해 총 이혼건수 10만7300건 중 20년 이상 함께한 부부의 이혼 비율이 30.4%로 가장 많았다. 


이혼 부부 10쌍 중 3쌍이 황혼 이혼인 셈이다. 자녀가 다 자란 후 갈라서는 경우라 갈등이 적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혼소송변호사 등 전문가들은 “황혼 이혼의 경우 재산분할 관련 기여도 산정이나 연금재산 분할 등에서 갈등이 상당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졸혼이 각광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황혼 이혼이나 졸혼은 중년 기혼자들의 선택 사항 중 하나지만 졸혼의 경우 법적 관계를 청산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복잡한 다툼이 없다는 게 장점이다. 

다시 말해 제도권 틀 안에서 남남처럼 살 수 있는 ‘결혼을 한 것도, 안한 것도 아닌’ 상황이 만들어진다.

결혼 관계를 유지하면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온전히 둔 채 단점으로 지적되던 부분만 보완했다는 지적을 흘려들을 수 없는 이유다. 

일부 누리꾼들은 졸혼을 두고 ‘도장만 안 찍은 황혼 이혼에 불과한데 방송서 대단한 것처럼 포장한다’ ‘남들 시선 때문에 이혼 도장만 못 찍고 있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실제 이혼 대신 졸혼을 선택할 경우 이혼 도장을 찍음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모든 부정적 시선서 차단된다.

이혼을 주저하는 중년의 부부 가운데 재산이나 자녀 문제보다 ‘다 늙어서 무슨…’이라는 생각을 가진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혼이라는 단계를 거치고 난 뒤 자신에게 돌아올 사회적 시선을 우려하는 것이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의 조사에 따르면 ‘이혼하면 안 된다’는 견해는 2012년 47%서 지난해 40.2%로 줄어들었다.

이혼의 단점 보완
합법적 외도 조장?

5년 새 7%포인트가량 감소했지만 국민 10명 중 4명은 여전히 이혼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이혼녀, 이혼남이라는 단어 대신 돌아온 싱글을 뜻하는 ‘돌싱’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한국 사회서 이혼은 여전히 사회적 낙인과도 같다. 

이런 상황서 등장한 졸혼은 이혼이 주는 숙제와 리스크를 교묘하게 넘어선 묘수에 가깝다.
 

일각에서는 우아하게 포장된 졸혼 문화의 이면을 잘 들여다봐야 한다고 꼬집는다. 결혼 관계가 청산되지 않은 상태서 ‘합법적 외도’를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혼 이혼을 한 중년층은 재혼을 원할 때 친자녀나 상대의 자녀 등 눈치를 봐야 할 존재가 있다.

반면 졸혼은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합의가 된 상태이기 때문에 다른 상대를 만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졸혼을 선택한 기혼자들은 한 달에 1~2번 정기적으로 만나 가정의 대소사나 자녀 문제를 두고 의논하는 등 떨어져 있어도 부부의 도리를 다한다고 항변한다.


지난해 5월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부부의 날을 앞두고 회원 548명을 상대로 진행한 졸혼에 대한 인식 조사를 보면 꽤 적나라한 결과가 드러난다. 응답자 10명 가운데 6명은 결혼 후에도 싱글 라이프를 꿈꾼다고 답했다. 

특히 남성(54%)보다 여성(63%)서 졸혼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이 높았다. 졸혼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응답자의 과반(57%)은 ‘결혼 생활 동안 하지 못했던 것들을 노후에라도 하고 싶어서’를 이유로 꼽았다. ‘배우자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22%), ‘사랑이 식은 상태로 결혼 생활을 유지할 것 같아서’(18%)가 뒤를 이었다.

사라질 트렌드?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가족 해체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서 졸혼 문화는 금방 사라질 트렌드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신조어가 만들어졌을 뿐 별거나 쇼윈도 부부 등 졸혼과 비슷한 개념이 이미 사회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졸혼이라는 개념 자체가 여전히 가족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 등장한 완곡한 해체 방식이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또 중년 여성층서 졸혼에 대한 갈망이 더 높은 이유가 불균형한 가사 노동시간 등 사회적 문제와 맞닿아있다는 지적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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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