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VS 야3 전면전 막전막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6.19 09:40:14
  • 호수 11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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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는 끝…‘강’재인 시그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협치’서 ‘강공’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정체된 인사 정국을 정면 돌파로 풀어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에 정치권은 협치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강’재인으로의 변신을 선언한 문 대통령의 현재를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과연 문 대통령의 임명 강행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야당의 반발로 인사청문경과보고서(이하 청문보고서) 채택이 지연되자 문 대통령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권을 행사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13일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어제(12일)까지 보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지만, 국회에서 논의가 안 되고 기한 없이 시간만 지나가고 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김 후보자를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김상조 강행
깨진 협치

청와대 측은 “김 위원장이 인사청문회로 공정한 경제 질서를 통한 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 능력을 갖췄음을 입증했다”며 사유를 들었다. 또한 “중·소상공인과 지식인, 경제학자 등 사회 각계 인사들이 김 위원장의 도덕적이고 청렴한 삶을 증언, 위원장 선임을 독촉하고 있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빗장을 단단히 걸어 잠그며 농성을 펼치던 야당은 분노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어 “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이번 임명 강행이 협치 포기 선언이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매우 유감스러움을 넘어 도저히 좌시할 수 없는 폭거”라고 비난했다.


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한 이철우 의원은 “요새 문재인정부가 하는 것을 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민간단체 합동의 독주 체제”라며 “이걸 ‘문민독주’라 부르는 일반인들이 많이 있는데 문민독주가 계속 되면 ‘문민독재’가 된다. 곧 독재시대가 될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바른정당 오신환 대변인은 서면 논평을 통해 “소통과 협치를 하겠다는 문재인정부가 불통과 독재로 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라며 “바른정당은 이러한 문 대통령의 브레이크 없는 오만한 질주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으며 향후 국회일정과 관련해서도 상응하는 논의를 취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보수를 표방하는 두 정당이 모두 문 대통령의 행보를 ‘독재’로 규정한 것이다.
 

국민의당은 ‘독재’라는 과격한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임명 강행에 대해 유감을 표함과 동시에 책임을 민주당과 한국당 측에 돌렸다.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회가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는데 문재인정부가 임명을 강행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원내 1·2당의 오만과 아집이 충돌하여 강행 임명을 초래한 점은 국민의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빗장 깨진
자유한국당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김 위원장에 대한 부적격 의견을 달면서도 청문보고서 채택 과정을 진행하려 했다. 그러나 제1야당인 한국당이 거세게 반발해 정무위 전체회의에 불참하면서 상황은 오히려 청와대 측에 유리하게 흘러갔다. 

결국 한국당의 불참으로 청문보고서 채택 자체가 무산되자 김 위원장 임명을 강행해도 절차적·정치적 하자가 없다고 판단한 청와대는 김 위원장 임명을 강행했다.


김 위원장 임명을 속절없이 지켜봐야만 했던 야 3당은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압박의 고삐를 당겼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뒤 기자들에게 “강 후보자 임명까지 강행한다면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의 대처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른정당 조영희 대변인은 논평서 “강 후보자 임명 강행은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고 우롱하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의 ‘묻지마’ 인선에 국민들이 바라던 협치는 시작조차 못해보고 물 건너간 셈이 돼 버렸다”고 경고했다.

국민의당도 ‘강 후보자 자진 사퇴 및 지명 철회만이 살길’이라는 논평을 냈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강 후보자 임명 강행 때는) 강한 야당으로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내놨다.

야 3당의 이 같은 경고에도 청와대는 흔들리지 않는 강행 의지로 강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지난 16일에 마쳤다. ‘위장 전입’ ‘논문표절’ ‘부동산 투기’ 등 강 후보자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도 인사청문회를 통해 해명됐다는 것이다.

협치→강공, 김상조 강행 임명
강경화도…얼어붙은 인사 정국

무엇보다 이달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과 내달 초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코앞에 두고 있어 외교부 수장 자리를 계속 비워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강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재송부 기일을 17일로 못박아둔 상태였다. 

청와대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문 대통령은 “그(강 후보자)를 임명하면 더 이상 협치는 없다거나 국회 보이콧과 장외 투쟁까지 말하며 압박하는 것은 참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며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 야당도 국민의 판단을 존중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해 청문보고서 채택이 안 될 시 강행 입장을 천명했던 바 있다.
 

문제는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 여부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처럼 야당의 빗장에 가로막힌 김 후보자의 운명은 앞선 두 사람과 달리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문 대통령의 임명 강행으로 야3당의 김 후보자에 대한 반발심이 더욱 거세진 것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는 지난 13일 “개인적으로 강 후보자의 임명에 찬성하지만,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면 김 후보자의 본회의 인준 표결이 부결로 유도될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조금 더 인내하면서 설득할 필요가 있다. 강 후보자를 그대로 임명한다면 김 후보자의 인준 표결을 장담하지 못한다”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강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

당청은 김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이 오는 22일 본회의서 처리되길 희망하고 있다. 앞서 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특위는 지난 7∼8일 인사청문회를 마쳤지만, 청문보고서 채택 시한인 지난 12일까지 두 차례 시도에도 불구하고 여야 간 입장차로 끝내 보고서를 작성하지 못했다.


기한 내 청문보고서 채택이 물 건너간 상황서 남은 절차는 정세균 국회의장의 김 후보자 인준안 직권상정이다. 이렇게 될 시 김 후보자는 국회 본회의장서 치러지는 여야 의원들의 표결을 통해 임명 여부가 결정된다.

그러나 표결은 민주당과 청와대 측에 유리하지 않은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재적 299석 중 민주당은 120석, 한국당 107석, 국민의당 40석, 바른정당 20석, 정의당 6석, 새누리당 1석, 무소속 5석이다. 민주당이 찬성표를 던지더라도 30표가 부족한 상황이다. 

강경화 지키고
김이수 내주나

한국당은 반대표를 던질 것이 자명하다.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에 나온 정우택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통해 결정해야 될 문제지만 (김 후보자 인준안 표결에) 참여해 이 분(김 후보자)이 부적격하다는 걸 표결로써 표시하는 게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바른정당은 일찌감치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서 “중립적이지 않은 분이 소장이 되는 것 자체가 헌재의 독립성을 해치는 가장 나쁜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는 단호히 김 후보자 취임에 반대하고, 국회에서 단호하게 거부할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를 쥔 셈이다. 그런데 국민의당은 지난 이낙연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때와는 달리 김 후보자에 대해서 어떤 당론도 정하지 못했다. 결국 의원 개개인의 생각에 따라 찬반이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김 후보자가 표결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최소 30표가 필요하다. 정의당 소속 의원이 모두 찬성표를 던진다고 해도 24표가 부족하다. 국민의당 소속 의원 40명 중 최소 24명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국민의당 내에서 ‘김이수 비토론’이 존재해 민주당은 결과를 낙관할 수 없는 처지다.
 

강경 드라이브에 대한 야3당의 반발이 다른 현안으로 옮겨 붙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6월 임시국회에는 11조20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이하 추경안)과 정부조직법개편안 등 개혁 입법안이 산적해 있다. 특히 추경안에 대한 야3당의 반대 목소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강한 드라이브 약될까? 독될까?
한국당·바당 ‘독재’ 꺼내며 강공

김상조 위원장이 임명된 날 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3당은 문재인정부가 제출한 올해 추경안에 대해 ‘반대 입장’으로 의견을 모으고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한국당 이현재, 국민의당 이용호, 바른정당 이종구 정책위의장은 국민 세금으로 미래 세대에게 영구적인 부담을 주는 공무원 증원 추경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같이했다.

또 그들은 추경안뿐 아니라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야3당이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여야 관계 전반이 상당 기간 얼어붙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만약 야3당이 합심해 의사일정 등을 거부하면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인사 정국에 대한 문 대통령의 강경 드라이브가 국회 파행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비록 김상조 위원장이 임명됐을 당시 한국당이 ‘청문회 보이콧’을 선언하며 맞서다 현재는 한 발 양보한 상황이지만, 언제 다시 보이콧 카드를 꺼내들지 모른다. 

이는 문재인정부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도 마찬가지다.

일례로 지난 13일 문 대통령이 김상조 위원장의 임명을 강행하자 14일 열린 도종환·김영춘·김부겸 등 여당 의원 3명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한국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오전 한때 파행을 겪은 바 있다.

인사청문회를 거부한 한국당 의원들은 의원총회(이하 의총)를 열고 피켓시위를 펼쳤다. 2시간30분에 걸쳐 진행된 의총은 문 대통령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야당무시’ ‘협치파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문 대통령의 김상조 위원장 임명을 강력 규탄했다. 뒤이어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한국당 의원들은 자리에 ‘협치파괴’ ‘5대 원칙 훼손’ ‘보은·코드 인사’라고 쓰인 피켓을 올려놓고 질의했다.

아슬아슬한
바당·국당

문재인정부는 높은 지지도를 보이며 순항하고 있다. 국민들 중 상당수는 산적한 현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문재인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지지한다. 문 대통령이 협치 우선주의에서 강경 드라이브로 전환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들의 이러한 지원 사격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야3당의 견제를 계속 받으면 그에 대한 피해도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과연 ‘강’재인으로의 변신이 향후 정국 상황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 정부, 미 의원 홀대론 진실은?
면담 거부에 뿔났다

문재인정부가 한국을 찾은 미국 의원을 홀대했다는 외신보도가 나왔다. 지난 15일 일본 아사히 신문은 “문재인정부가 미 의원들과의 면담을 거부하거나 짧은 시간 만나는 등 소극적인 대응을 계속하고 있어 미국 측도 태도를 경화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한·미 관계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이 신문은 미 공화당 중진인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이 지난 5월28일 예정했던 방한을 취소한 이면에는 이 같은 이유가 숨어있다고 주장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매케인 위원장은 한국 방문 중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희망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마지막까지 면담 확약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지난 5월에 방한한 맥 손베리 하원 군사위원장과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소위 위원장 등도 문 대통령을 만나지 못하고 한민구 국방장관 등과 회담하는 데 그쳤다고 전했다.

이어 이 신문은 “딕 더빈 상원의원 일행이 지난 5월30일 문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었으나 바쁘다는 이유로 직전에 면담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한·미관계 악화를 우려한 외교부의 중재로 5월31일 단시간 면담이 이뤄졌으나 (문 대통령과 5월29일 면담한) 메가와티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전직인데도 1시간이나 만났다는 불만이 미국 측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이 신문에 따르면 더빈 의원 일행을 만난 문 대통령은 당시 사드의 한국 배치에 신중하게 대처하겠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불만 때문에 면담 후 사드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에 대해 미국 측 불신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 신문은 문 대통령이 “한미 동맹을 중시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지만, 미국 측에서는 진의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한미 양국은 이달 말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동맹 강화를 재차 확인할 전망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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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