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9단’ 박지원의 7대 예언 대해부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6.12 10:49:11
  • 호수 11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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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뒤에나 나올 ‘미로 속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정치 9단’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가 문재인정권이 맞닥뜨릴 7가지 악재를 예언했다. 지난 6일 광주시의회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그는 “청와대에 6월이 오면 7가지 악재가 온다고 경고했다”며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 ▲일자리 추경 ▲사드 배치 ▲비정규직 ▲최저임금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제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 등이 암초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는 이들 난제가 어떤 식으로 문재인정권의 발목을 잡게 될지 살펴봤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난항을 겪으면서 박 전 대표의 예상이 적중한 모양새다. 2일 차 청문회가 열린 지난 8일 여야 의원들이 자료 미제출과 증인·참고인 불출석으로 고성을 주고받았고 한차례 파행을 겪었다. 정권 초반 불거진 인사 암초에 문재인정권의 발걸음도 더뎌졌다.

청문회에 걸려
더뎌진 발걸음

김 후보자를 낙마시키려는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 한국당은 김 후보자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 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파상 공세를 펼치고 있다.

2일 차 청문회서 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김 후보자는 19건의 민주당 편향 판결을 했고,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사건과 관련해 소수 의견을 낸 근거를 물었는데 모른다고 한다”며 “소수의견을 낸 것이 민주당의 의견을 그대로 따라간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19건의 재판기록 일체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같은 당 김도읍 의원도 “김 후보자가 특정업무경비 추진비를 하루에 두세 번 쓴 것이 많은데 누구랑 어떠한 명목으로 식사를 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통진당 해산심판 사건도 소수의견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묻자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관련 참고인들을 출석시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의혹 제기에 청문회는 여야 갈등으로 얼룩졌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야당의) 자료제출 요구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이미 꽤 오랜 기간 검증 기회가 있었고, 특히 판결문과 결정문에 대한 분석 기회가 있었다. 실제 판결문에도 소수의견을 담아서 공개돼있는데 지금 다 제출하라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 같다”고 김 후보자를 엄호했다.

같은 당 금태섭 의원도 “후보자가 반대 의견을 낸 통진당 재판기록은 17만 페이지나 된다”며 “일단 참고인들이 출석했으니 청문회를 진행하자”고 지원했다.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던 청문회는 의사진행발언 할애 문제로 소동을 겪었고, 간사 간 협의를 이유로 파행됐다.

인사 암초는 결국 현실화됐다. 김 후보자와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청문회가 끝나자 한국당 측은 이들 3명을 ‘부적격 3종 세트’로 규정, 청문보고서 ‘채택 불가’ 입장을 밝혔다. 

한국당은 “김 후보자가 반헌법적 사고를 갖고 있다”며 불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정치권은 김 후보자가 과거 통진당 해산 판결 당시 소수의견을 낸 부분을 한국당·바른정당이 끝내 용납하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지난 8일 전체회의서 “통진당 해산을 반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통진당이 민주주의 심화에 기여한다’는 엽기적인 논리를 주장한 재판관”이라며 “김이수, 이분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청문회 통과에 실패할 확률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임명동의안 표결서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동의가 있어야 임명동의안이 통과되는데, 의석 분포를 볼 때 통과 자체는 비관적이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 1호’로 내건 것이 바로 일자리 문제 해결이다. 이를 위해 문재인정부는 11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하 추경)을 편성, 국회로 넘긴 상황이다.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느냐 여부가 문재인정부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부상했다.

국회로 넘어온 정부의 ‘일자리’ 추경안이 지난 8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가동을 시작으로 심의·의결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했다. 추경안은 기획재정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등 추경 관련 상임위원회의 심사와 예결위 의결을 거쳐 본회의에 상정·처리되는 절차를 밟는다.

민주당은 심각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경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당 등 야당은 추경안이 법적 편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험로가 예상된다.

순항 막은
인사 암초

추경안을 둘러싼 여야의 온도차는 꽤나 커 보인다. 민주당은 6월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오는 27일까지 추경안을 통과시켜 연내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한국당은 우리나라 경제지표가 호조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추경을 편성해야 할 만큼 급박한 경제위기 상황은 아니라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한국당 이현재 정책위의장은 최근 원내대책회의서 “정부는 청년실업을 예로 들어 추경편성 요건에 해당한다고 하지만, 수출증가 회복이 성장세로 가고 있고 청년실업 지표도 개선되고 있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경제성장률을 2.5%서 2.6%로 상향 조정했다”고 주장했다.
 

한국당뿐 아니라 국민의당·바른정당도 추경안 통과에 미온적인 반응이다. 국민의당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이번 추경은) 긴급재난 등 국가재정법상 추경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추경안을 보면 경찰 옷값 등이 있는데 추경으로 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바른정당도 민주당이 요구하는 6월 국회 처리에 ‘협조 불가’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만큼 시급하지 않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11조원 넘는 추경을 편성한 목적이 단지 문 대통령 공약 이행을 위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야당 측에서 제기되고 있어 추경안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12일 국회서 시정연설을 갖고 야당 설득에 직접 나서겠다는 뜻을 전했다. 현직 대통령이 추경 시정연설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인사와 별개로 가장 중요한 것이 일자리 추경”이라며 “일자리 추경안이 제출된 이후 적절한 시기에 국회에 가서 시정연설 형태로 의원들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추경안이 국회서 발목 잡힐 경우 자칫 정부의 국정운영 동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 직접 등판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이수 청문회 “통과는 되지만…”
“급한 일 아냐” 야3당 추경 반대

사드 배치 문제가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청와대는 “사드 배치는 적정한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한다”며 시간 끌기를 하고 있지만, 미국과 한국당의 공세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주요당직자회의서 “문 대통령은 안보문제인 사드문제로 위험한 줄타기를 해서는 안 된다”며 “나만 옳고 내가 하는 것이 정의라는 식의 오만과 독선이 부른 참사”라고 비난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한국당 김학용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이쯤 되면 사드 연내 배치는 물론 사드 철수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청와대의 사드 배치 발목잡기가 참으로 걱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공화당 소속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지난 7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사드는 점증하는 김정은의 무기 위협으로부터 한국 국민들을 지키는 데 매우 중요한 시스템”이라며 “사드의 완전한 배치와 관련한 어떤 환경적 우려도 신속하고 철저한 검토를 통해 해소되길 바란다”고 문재인정부를 압박했다.

사드보고 누락 논란으로 문재인정부와 한국당의 갈등은 더욱 심화되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충격적’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이에 청와대는 사드 문제에 대한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시사한 바 있다. 감사원 감사가 실시되면 첫 타깃은 단연 사드보고 누락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한민구 장관,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박근혜정부 안보라인 책임자들이 조사 대상이다. 한국당의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탈출구 없는
정국 소용돌이

한국당 김학용 의원은 사드보고 누락 논란에 대해 “애초 사드체계 전개, 반입, 배치에 대한 몰이해서 비롯됐다”며 “청와대가 국방부 군기잡기에만 급급하다. 되레 안보상식 무지를 드러냈다”고 불편한 심기를 전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최저임금 인상은 재계와의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이는 앞서 대선 전부터 예견되던 일이다.

대기업 입장에선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시급 1만원 선 인상, 소상공인·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복합쇼핑몰 규제 등의 주요 경제 정책들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임금 비용이 늘어나면 사업 영역 확대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은 금융조달이 불가할 정도로 대부분이 아사 직전 상태다”며 “그럼에도 문재인정부의 정책은 이를 외면하고 인기영합주의에만 매달리고 있어 걱정”이라고 밝혔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부회장이 지난달 25일 경총포럼서 “사회 각계의 정규직 전환 요구로 기업들이 매우 힘든 지경이다. 논란의 본질은 정규직·비정규직 문제가 아니라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라며 문재인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이의를 제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볼멘소리’에 문 대통령은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김 부회장의 주장에 대해 문 대통령은 “경총은 비정규직으로 인한 사회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며 “지금은 정부와 노동계는 물론, 경영계까지 지혜와 힘을 모아 비정규직 문제와 청년실업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박지원 전 대표는 문 대통령 아들 문제를 악재 중 하나로 꼽았다. 이는 대선 기간 중 민주당과 국민의당 사이서 펼쳐졌던 네거티브전이 현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관측된다.

사드 조사 한국당 들고일어난다
“홍트럼프, 사정없이 몰아칠 것”

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는 대선이 끝난 지난달 12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을 둘러싼 한국고용정보원 특혜채용 의혹을 부인했다. 

당선 다음 날인 11일 자신이 한 게임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론에 밝힌 데 이어, 이틀째인 지난달 12일 해당 의혹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가짜뉴스라며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나선 것이다.
 

국민의당은 ‘문준용은 뒤늦게 국민 앞에 나왔지만, 거짓말뿐이었다’는 지난달 13일 논평을 통해 “우리는 정작 해명이 필요한 대선 기간 중에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대선이 끝나자마자 일부 언론을 통해 ‘언론플레이’하듯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는 문씨의 태도를 보면서 크게 실망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준용씨도 물러서지 않았다. <채널A>와의 인터뷰서 “고소를 취하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물음에 그는 “절대 취하할 생각 없다. 끝까지 해서 진실을 알리고 싶다. 만일 민주당서 취하한다면 나라도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강경 대응 입장을 전했다.

앞서 민주당은 준용씨와 미국서 파슨스스쿨 대학원을 함께 다녔다는 사람의 증언을 바탕으로 낸 국민의당의 논평을 가짜뉴스로 규정, 국민의당 김성호 전 공명선거추진단 수석 부단장과 김인원 전 부단장 등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와 비방 등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홍트럼프’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의 당권 장악은 잠재적 악재에 해당한다. 귀국을 마친 홍 전 지사는 7·3 한국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전국을 돌며 지지 세력 다지기에 들어간다.

홍 전 지사는 12일 경남도당을 시작으로 부산시당과 울산시당을 연이어 방문한다. 부산·경남(PK)을 돌고 난 후에는 텃밭인 대구·경북(TK), 충청권의 순서로 ‘경부선’ 순회에 나선 뒤 오는 15일 서울서 열리는 전국 당협위원장 회동에 참석할 계획이다. PK를 기점으로 홍풍(홍준표 바람)을 북상시킨다는 구상이다.

달콤 허니문
이제 끝났다 

홍 전 지사의 당권 장악은 문 대통령 입장에선 향후 국정 운영의 커다란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그는 강한 제1야당을 외치며 보수 재건을 구상하고 있다. 강성 발언을 즐겨하는 홍 전 지사가 한국당의 당권을 잡게 될 경우 한국당의 비판 수위는 지금보다 더욱 높아질 것이다. 박지원 전 대표는 홍 전 지사가 당권을 잡을 경우 “사정없이 몰아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재인-추미애 불통 신호
“전화 한 통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추미애 대표간 갈등의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취임 한 달여가 지났지만, 문 대통령이 추 대표에게 전화 한 통 건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지난 5일 “문 대통령이 추 대표와 통화한 것을 보지 못했다”며 “취임 첫날(5월10일)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와 서훈 국정원장의 인사를 발표 10분 전에 통보해온 것이 전부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갈등의 조짐이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추 대표는 최근 고위당정청 회의 모두발언에서 ‘당청 간의 사전협의와 공감대 필요성’을 역설했다. 

추 대표는 “협치 국회의 근간은 당청의 긴밀한 협력 체계로, 시작부터 협치를 위한 협치에 빠지지 않았나 생각해봐야 한다”며 “협치의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당청 간의 사전협의와 공감대 마련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11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여야 지도부를 만나기 위해 국회를 방문했지만, 추 대표가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돌연 면담을 연기해 당청 불화설이 불거진 바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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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