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내린 인종차별의 단면

약하다고 놀리지 말아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모든 종류의 차별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성소수자, 장애인,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이들은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 자체를 뒤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들의 외침이 무색하게 최근 인종차별을 둘러싼 문제가 여기저기서 불거져 나오고 있다.
 

지난 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서 치러진 우루과이와 포르투갈의 2017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서 나온 세리모니를 두고 논란이 가라앉질 않고 있다. 이날 팀이 1-2로 뒤지고 있던 후반 5분 동점골을 터트린 우루과이의 페데리코 발베르데는 검지로 눈가를 잡아당기는 세리모니를 선보였다. 그의 세리모니는 아시아인을 조롱하는 걸로 비칠 수 있는 행위였다.

우습게 봤다간…

발베르데 역시 인종차별 의혹이 불거질 것을 의식한 듯 경기 후 자신의 SNS에 “제가 의도한 건 인종차별이 아니었다. 죄송하다”며 글을 올렸다. 가라앉는 줄 알았던 논란은 경기 후 우루과이 축구협회가 올린 사진 탓에 한 번 더 타올랐다. 

일부 선수들이 발데르데가 한 세리모니처럼 검지로 눈가를 잡아당기는 포즈를 취한 것이 사진에 담긴 것. 현재 FIFA는 해당 사안에 대해 조사 중이다.

U-20 월드컵 세리모니 논란처럼 동양인은 인종차별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어학연수를 위해 뉴질랜드에 3년간 머물렀던 한모씨는 “버스를 타고 가는데 뒤에 앉아 있던 남자 몇 명이 ‘칭챙총(아시아인 비하 용어)’이라고 외치면서 계란을 던져 낭패를 본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독일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지모씨 역시 “수업 중에 짓궂은 학생 몇 명이 코를 움켜쥐면서 마늘 냄새가 난다고 큰 소리로 놀려 민망했다”고 회상했다.

미국에선 백인 경찰이 흑인 용의자를 과잉 진압하거나 죄 없는 흑인을 향해 총을 발사해 문제가 된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경우 분노한 흑인들이 시위를 주도해 도시 전체가 마비되는 사태까지 일이 번지기도 한다. 

인종차별 범죄는 그 뿌리가 깊은 만큼 폭발하는 방식도 다양하고 파괴력이 커 세계적인 문제로 비화될 때도 있다.

피해당하다 가해 늘어
지속·반복적 교육 필요

그에 반해 한국은 인종차별과 관련해 지금껏 큰 사건이 없었다. 피부색이나 상대가 가진 국적을 빌미로 폭력을 저지르는 일 역시 외국과 비교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하지만 실제 한국에 살고 있는 이방인들은 한국인의 인종차별에 서운함을 느꼈다고 토로한다. 1990년대 이후 국제결혼이 증가하면서 함께 늘어난 다문화 가정이 사회 전반에 뿌리내리면서 이들 자녀에 대한 차별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4월3일 부산에 살고 있는 콜롬비아인 A씨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마트서 뛰어다니던 아이가 다칠 것을 우려해 제지하는 과정에서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들었다는 내용이었다. 

A씨에 따르면 아이의 부모는 A씨의 국적을 폴란드로 착각해 ‘폴란드 새X’ 등의 욕설을 내뱉었고, 이후 국적이 콜롬비아로 확인되자 ‘폴란드보다 못사는 나라잖아. 콜롬비아 새X야’라며 인종차별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서 출동한 경찰은 별다른 제지가 없었다. A씨는 “한국인과의 대립을 피하세요. 절대 타인의 삶에 개입하지 마세요. 타인을 도와주려고도 하지 마세요”라고 글을 올렸다.
 

지난 3일 새벽에는 이태원의 한 유명식당서 인도인의 입장을 거부해 논란이 일어났다. 

해당 업소는 음식과 술을 팔고 게임도 할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인도서 온 키슬라이 쿠마르씨는 친구 4명과 함께 들어가려 했으나 신분증을 확인한 업소 관계자가 “노 인디안(Indian)”이라며 입장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쿠마르씨는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해당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업소 관계자의 행동이 명백한 인종차별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4월24일에는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가 자신의 SNS에 인종차별과 관련한 글을 올렸다. 

그는 개그우먼 홍현희씨가 흑인으로 분장하고 나온 <웃찾사>의 한 장면을 캡처해 자신의 SNS에 올리고 “TV에 이런 장면이 나오면 마음이 아프고 짜증나요. 앞으로 방송에서 이런 모습이 안 나왔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피부색은 다르지만 피의 색깔은 같다. 다 같이 파이팅”이라고 덧붙였다. 홍씨의 분장이 흑인을 희화한 것으로 여겨져 공분을 사자 <웃찾사> 측은 “깊이 사과드린다”며 해당 영상을 삭제 조치했다.

샘 오취리는 지난 1월에도 JTBC 프로그램 <말하는 대로>에 출연해 2009년 한국에 온 직후부터 겪은 인종차별에 대해 고백했다. 

대학시절 지하철 빈자리에 앉았더니 “까만 새X가 한국 와서 뭐 하냐,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며 대놓고 차별 발언을 들은 적이 있다는 것. 또 가나에 있는 친구들이 한국인들의 흑인에 대한 이미지 때문에 한국에 오기 겁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국내 거주 이방인들 서운함 토로
‘틀림’을 ‘다름’으로 받아들여야


한국 사회는 더 이상 단일 사회로 볼 수 없다. 외국인 노동자와 그 가족, 결혼 이주자, 유학생 등의 급격한 유입으로 지난해 6월말 기준으로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가 200만명을 넘어섰다. 전체 인구의 약 4%에 해당하는 숫자다. 

이 추세대로라면 2021년엔 국내 체류 외국인 수가 30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회적 흐름과 달리 한국인이 외국인 이주민을 보는 인식은 시간이 갈수록 퇴보하고 있다.

2015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국사회과학자료원 자료에 따르면 2003년과 비교해 외국인 이민자에 대한 태도가 부정적으로 변한 사실이 확연히 드러난다. 

2003년에는 응답자의 과반(53.9%)이 외국인 이민자가 한국 경제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응답했지만 12년 뒤인 2015년에는 44.9%로 10%p 가까이 줄었다. 반대로 범죄율을 높이고 있다는 응답은 33.1%서 46.6%로 크게 증가했다. 한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응답도 23.6%서 29.7%로 높아졌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3월 발표한 ‘2015년 국민 다문화수용성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기준 다문화 수용성 지수는 53.95점으로 나타났다. 4년 전 조사(51.17점)보다 약간 개선됐지만 외국인 이주민을 터부시하는 인식은 여전히 높았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와 이민자를 이웃으로 삼고 싶지 않다는 응답은 31.8%로 미국(13.7%)이나 호주(10.6%) 등과 비교해 3배 가까이 높았다.


한국이 ‘인종차별 청정국’이라 불리고 있지만 마음속 깊이 내재된 편견의 벽은 아직 견고하다는 지적이다. 

편견의 벽 높아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가 단일민족으로 구성됐다는 생각서 벗어날 때가 됐다”며 “외국인 이주민들을 한국 사회로 통합하려 했던 과거 다문화 정책을 다양한 소수 문화가 정착할 수 있도록 다변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다문화 관련 교육이나 활동이 인식 개선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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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