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한화갑 한반도평화재단 총재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5.29 10:26:13
  • 호수 11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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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는 권위와 여건을 상실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문재인정부의 출범으로 대한민국은 변화하고 있다. 그중 가장 극명한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를 꼽으라면 단연 외교·안보다.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대한민국은 대북 문제라는 난제에 직면해 있다. 그 해답을 찾고자 <일요시사>는 외교·안보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는 한화갑 한반도평화재단 총재를 만났다.
 

‘리틀DJ(김대중)’ ‘정치9단’ 한화갑 총재는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 중 한 명이다. 호남서 태어난 그는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그러던 중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났고, 그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헌정 사상 첫 정권교체의 순간임과 동시에 거물 정치인으로서 ‘한화갑’이란 이름 석자를 알린 분기점이었다.

한 총재는 김대중정부서 수많은 업적을 남겼다. 임기 첫 한미정상회담을 이끌어낸 것도 그의 작품이었다. 그는 미국, 일본 등 세계열강을 숨 가쁘게 오가며 대한민국의 외교적 활로를 뚫고자 노력했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흘러 4선 국회의원(14·15·16·17대), 여당 대표 등 자신의 이력에 화려함을 더했다. 이제는 정치원로가 된 한 총재는 남은 일생을 한반도평화재단 일에 몰두하며 남북 교류협력과 통일에 바치고 있다.

9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진 이 시점에 <일요시사>는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 위치한 한반도평화재단 사무실을 찾아 한 총재를 만났다.

다음은 한 총재와 일문일답.

- 이번 대선 정국을 어떻게 보셨습니까?
▲누가 당선될 것인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대선 기간 수많은 여론조사에서 누가 가장 지지를 많이 받는지 드러났습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유권자에게 표를 구할 동력을 잃어버렸습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이하 민주당) 원내 다수당으로서 국정을 원만히 운영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정당·후보 지지도, 정치 환경적인 측면서 민주당이 앞선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 정치 환경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입니까?
▲이번 대선은 여당이 없는 초유의 선거였습니다. 덕분에 여야 구별 없이 모든 정당이 완전 경쟁하는 구도로 진행됐습니다. 즉, 야당끼리의 경쟁이었습니다. 그렇게 5개 주요 정당이 맞붙는 초유의 정당 대결이 펼쳐졌습니다. 기존의 여야 대결이 아닌 국민의 욕구를 얼마만큼 실천해줄 수 있느냐에 성패가 갈리는 정당정치의 토대가 시작됐다고 봅니다.

-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은 시대정신이 변화한 결과라고 봐도 될까요?
▲국민들의 의식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지역성만 고려해 투표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유는 영남 출신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 팔아 정치하는 시대는 이제 끝났습니다. 자신의 힘으로 해나가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 지난 박근혜정부를 평가해주신다면?
▲이렇게 무능하다는 게 전 국민에게 폭로됐습니다. 박근혜정부의 4년은 그야말로 낭비였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국무회의서 국사를 가지고 논쟁 한 번 해봤습니까? 장관도 자리만 지켰지 한 일이 없습니다. 국민을 위한 정부가 아닌 자기네들 자리 지키는 정부로 끝났습니다. 탄핵이 안 됐으면 민주 국가라고 말할 자격도 없을 정도였습니다.

-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문 대통령의 당선이 어느 정도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보는 시선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물론 문 대통령의 당선을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고, 이로 인해 당선이 어렵다는 예상도 있었지만, 어쨌든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그리고 문 대통령을 압도할 만큼 다른 대선주자가 정치 지도자로서 국민들에게 리더십을 각인시켜주지 못했습니다. 
 

대표적으로 국민의당 안철수 전 후보가 그랬습니다. 결국 살아난 보수 진영에 의해 ‘호남 대통령’이라는 지역주의에 기반한 프레임에 갇혔고, 3위로 내려앉았습니다. 만약 안 전 후보가 문 대통령을 압도하는 정치적 자질을 보여줬다면 이러한 프레임을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 극우 성향의 유권자들은 아직도 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지금보다 더 격렬한 대립이 있었습니다. 보수 진영서 문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과거처럼 국민 앞에 나서서 적극적인 반대의사를 표출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보수는 문 대통령을 반대할 만한 모든 권위와 여건을 상실한 상황입니다. 탄핵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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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정부의 파격 인사가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면 문 대통령은 보수든 진보든 국민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얼마나 지속되느냐인데요. 주변이 정돈된 다음 국민의 목소리를 얼마만큼 수렴해 소화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계파와 관계없이 인재를 등용하고, 인재들이 국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다면 그 공은 대통령의 업적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대통령은 자신이 임명한 사람이 마음껏 자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용병술을 발휘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직 임기 초지만, 문 대통령의 인사를 보면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에 대해 국민의당은 북핵 문제나 4강 외교를 풀어가기엔 경험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전 동의하지 않습니다. 미국을 봐도 국무장관이 재벌 총수 아닙니까. 그 사람이 무슨 외교 경험이 있나요? 외교부는 수십 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관은 자기 주관대로 기관을 운영하는 게 아닙니다. 

외교부에는 수십 년의 외교 역량과 노하우가 축적돼 있습니다. 그 사람들의 경험과 지식을 빌려 정확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국민의당의 논리대로라면 의정활동을 가장 오래 한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죠. 전 강 후보자가 UN서 세계 문제를 다룬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외교의 영역을 넓히는 데 보탬을 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6월 한미정상회담을 두고 일각에서는 너무 빠른 것 아니냐는 주장을 합니다. 외교·안보 쪽 핵심 정책 목표를 명확히 하지 않은 상황에서 서두른다는 지적인데요.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한미정상회담이 조속히 이뤄져야 합니다. 억울하고 분하지만, 북핵 문제는 우리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있습니다. 일례로 북핵 문제에 있어 성과를 낸 1994년 제네바 합의도 우리나라와 북한이 대화해서 협정을 맺은 게 아닙니다. 

북한이 미국과 대화한 것이죠. 미국이 주도하지 않으면 UN 결의를 이끌어내기도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만의 독자적인 정책을 쓸 수 없는 것이 북핵 문제입니다. 북한도 우리와 대화할 생각이 없습니다. 이 얼마나 서글픈 일입니까. 그러나 이게 현실입니다. 북핵 문제서 가장 필요한 것은 미국과 함께 가는 것입니다.

- 중국과의 공조보단 미국과의 공조를 좀 더 우선시해야 한다는 뜻인가요?
▲당연히 그렇습니다. 우린 미국과 동맹관계니까요.

- 지난 정권의 사드 배치 합의로 미·중 사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사드 문제는 박근혜정부가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또 중국의 양해도 못 구한 것이 실패의 원인입니다. 중국과 국민에게 ‘북한의 핵탄두를 막기 위해 사드가 필요하다’는 정부의 입장을 솔직하게 털어놨어야 한다고 봅니다.

- 그렇다면 사드를 국내에 배치한다는 결정은 옳았다고 보시나요?
▲미국의 요청을 거부할 수 없는 게 우리 현실입니다. 중국은 우리만큼 북핵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현재 중국은 UN 결의도 무시한 채 북한에 돈과 기름을 주지 않습니까.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중국의 말만 듣고 우리가 미국과 관계를 끊어버리면 북한만 이로울 뿐입니다. 애초에 중국이 북핵을 막았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니 중국에 북핵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하면 사드를 철수하겠다고 요구해야 합니다.
 

- 문 대통령은 줄곧 햇볕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해왔습니다. 이 때문에 결국 사드 배치를 철회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데요.
▲북한에 대해서는 양동작전을 써야 합니다. 사드 배치가 안보를 위한 결정이듯 북한과의 대화와 교류협력도 안보를 위해서입니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은 한반도 평화유지 비용인 것이죠. 전쟁이 발발하면 하루 1억달러가 들어갑니다. 그런데 개성공단은 1년에 1억달러가 소요됩니다. 교류협력을 통해 공존을 하면서 평화를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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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정부는 개성공단 재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북한에 개성공단 같은 것을 더 많이 만들었으면 합니다. 북한에 우리의 영역을 넓힐 필요가 있습니다. 통일은 안 됐지만 우리 경제인의 활동 영역이 한반도로 확대돼야죠. 그것이 실질적인 통일입니다.

우리는 말이 같고 문화가 같고 피가 같은 단일 민족입니다. 북한과의 교류협력을 통해 북한에서의 우리 영역을 넓혀가서 최종적으로 영토까지도 합쳐야 합니다. 차츰차츰 넓혀가야 합니다. 남북이 같은 영토처럼 왕래할 수 있고 가족도 만날 수 있으면 그것이 통일 아니겠습니까.

- 북한과의 교류협력은 북한을 도와주는 결정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단편적인 주장일 뿐입니다. 우리가 비료, 쌀을 원조할 때 북한에 돈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국내 물품을 우리 정부가 사서 줬죠. 국내산 쌀을 사면 우리 농민에게 돈이 갑니다. 과거 경수로 지어질 때도 노동력만 북한 것이지 물자는 전부 우리 쪽에서 갔습니다. 돈은 남한 사람들이 버는 것이지 북한이 아닙니다. 

- 지난 대선 정국서 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개성공단 재개가 북한 노동자들을 위한 공약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돈으로 따지면 북한 노동자에게 200달러도 지급되지 않습니다. 반면 우리 중소기업은 훨씬 더 돈벌이가 되죠. 우리 기업 돈벌이시켜주는 공약입니다. 

- 그렇다면 북한과의 교류협력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해야 할까요?
▲미국과 협의해 발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대중정부 때 햇볕정책은 클린턴 미 대통령의 전폭적 지원이 같이 수반됐습니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도 함께 했습니다. 그래서 북한과의 교류협력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 문재인정부에서 남북정상회담의 성사 여부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아직 문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됐습니다. 당장 남북 교류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햇볕정책을 대통령 되기 전부터 주장했지만, 취임하고 3년 만에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졌습니다. 그런 전례를 생각한다면 급하게 갈 필요는 없습니다.

- 일본과는 위안부 합의 문제가 최대 난제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너무 서둘렀습니다. 그런 자세로 접근하면 외교에서 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뿐 아니라 다른 열강과의 외교도 마찬가지입니다.

- 일본 측은 합의한 사안을 이행하라는 입장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내용이 담긴 무라야마·고노 담화에 그 해답이 있습니다. 아베 일본 총리는 이를 무시하면서 우리 측에는 약속을 지키라고 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담화 내용을 가지고 “너희는 이제 와서 왜 다른 말을 하느냐”고 일본을 압박해야 합니다. 사실 일본은 우리에게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지적할 자격이 없습니다.

-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위해선 어떤 점에 주안을 둬야 할까요?
▲문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까 연구하겠지만 사실 박근혜정부가 잘못한 것을 시정만 해도 박수받을 것입니다.

- 반대로 국민은 어떤 시선으로 문재인정부를 바라봐야 할까요?
▲국민은 주인의식을 가지고 언제든지 시비를 가릴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이는 좋은 정치를 가질 수 있는 길입니다. 대통령은 권력을 위임받은 사람이며, 그 권력은 국민에게 봉사하라고 주어진 것입니다. 권력은 결코 대통령만의 것이 아니라는 자세를 견지해야 합니다.


<chm@ilyosisa.co.kr>


[한화갑은?]

▲전남 신안 출생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제14·15·16·17대 국회의원
▲전 새정치국민회의 원내총무
▲전 민주당 대표
▲현 한반도평화재단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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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