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으로 본 2030세대 자화상

자라족을 아십니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SNS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며칠만 인터넷과 거리를 둬도 뒤처지는 시대가 왔다. 새로운 단어가 하룻밤 새 만들어졌다 며칠 뒤면 사라지는 일도 반복되고 있다. 신조어를 알면 현재 사회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윤곽이 잡힌다. 특히 2030세대를 지칭하는 ‘○○족’의 변화는 그들이 겪고 있는 부침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1990년대 초 ‘오렌지족’이라는 말이 있었다. 서울 강남지역서 자유롭고 호화스러운 소비생활을 즐기는 20대 청년을 가리키는 용어다. 어원이 분명하지 않지만 고도의 경제성장 시기 상류층 가정서 태어나 돈을 쓰는 데 큰 거리낌이 없는 세대를 가리킨다. 

대부분 유학을 다녀온 이들은 부모님이 준 용돈으로 외제차를 몰고 해외 명품을 사는 등 유흥을 즐기는 소비문화에 물들어 있다. 오렌지족은 1997년 외환위기로 한국 사회가 흔들리면서 자연스레 자취를 감췄다.

부정적 신조어

최근에는 신조어의 탄생과 소멸 속도가 빨라졌다. 단어 하나가 만들어지면 사회에 유포되고 정착되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던 과거와 전혀 다른 양상이다. 신조어는 인터넷 사용이 많은 젊은 층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생성된 신조어가 대부분 부정적인 뉘앙스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 시대나 20대를 지칭하는 용어가 있지만 최근에는 경제 불황과 험난한 취업 현실이 신조어에 녹아 있다는 분석이다.


국토연구원이 분석한 ‘2016년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 비율은 27.2%였다. 2006년 14.4%와 비교해 10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1인 가구가 대표적인 삶의 형태로 급부상하면서 공동체, 공동생활은 붕괴 과정에 들어섰다. 혼자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고 영화를 보는 혼밥·혼술·혼영족 등 나홀로족의 증가는 현실에 치여 연애와 결혼을 포기한 20대의 애환이 일부 영향을 끼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 불황+취업의 벽
움츠러드는 20대 청춘

특히 비자발적 나홀로족의 경우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사람들을 가리키는 삼포족서 비롯된 경우가 대다수다. 취업 시장의 벽을 넘지 못해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면서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고 결혼해 아이를 낳는 삶의 한 선택지서 반강제적으로 이탈한 경우다. 

집과 경력을 포기한 오포족, 꿈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한 칠포족으로 그 범위가 넓어진 지도 오래다.
 

자연스럽게 많은 20대가 안정적인 직업을 찾아 나섰다.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20대 공시족이 늘어난 이유다. 20대의 전유물이라고 불렸던 패기, 열정, 창의 등의 단어는 ‘꼰대들의 용어’가 된 지 오래다. 

서울 노량진서 3년째 공무원시험에 도전하고 있는 광주 출신의 김씨는 “어른들은 젊은 세대가 취업을 못하는 것을 패기와 열정의 문제로 치부한다”며 “열정이 있어도 쓸 곳이 없고 열정만 요구하는 곳도 수두룩하다”고 토로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자사 회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절반가량이 공무원시험을 준비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성인남녀 2명 중 1명이 공시족인 셈이다. 이들은 공무원시험을 준비한 이유로 ‘안정성’과 ‘노후 보장’을 첫손에 꼽았다. 

실업률이 치솟고 취업을 해도 보장되지 않는 미래를 공무원 시험으로 뚫어보려는 20대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무원시험 경쟁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치솟았다. 정작 시험에 합격하는 비율은 1.8%. 한해 28만9000명이 지원해 6000명만 붙고 28만3000명은 낙방한다. 공시족의 1.8%만 동아줄을 잡아 노량진을 빠져나가고 나머지 98.2%는 빡빡한 학원가로 되돌아오는 셈이다. 

공무원 시험에 허수가 많다 해도 2%도 안 되는 합격률은 공시족을 절망에 빠뜨리기 딱 좋은 수치다. 실제로 시험에 실패한 공시족이 자살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올해 초에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출근하는 척 1년간 가족들에게 거짓말을 해온 30대 공시족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유서에는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공시족은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경우가 많다. 취업포털 ‘인크루트’ 조사에 따르면 공시족이 시험 준비로 소요하는 비용은 월 평균 250만원가량이다. 아르바이트로 채우기에는 부담스러운 액수다.

엄카족, 빨대족 등의 단어가 나온 것도 이런 상황서 비롯됐다. 엄마 카드를 들고 다니며 생활비나 교재비를 해결하는 사람들, 부모의 노후자금에 빨대를 꽂아 시험 비용을 마련하는 청춘을 가리키는 용어다. 

공무원시험을 위해 지방서 상경해 부모에게 돈을 송금받는 방식이 여의치 않으면 역귀경하는 일도 많다. 아예 부모에게 몸을 의탁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이다.

육아 포기·비혼 선택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캥거루족’의 등장이다.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물가가 치솟고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자 생활고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다시 부모 집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늘었다. 

취업사이트 ‘사람인’에 따르면 20∼30대 성인남녀의 과반이 자신을 캥거루족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경제적 의존을 가장 큰 이유로 선택했는데, 정신적 의존보다 3배 이상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일단 부모 뒤로 숨고 보는 자라족도 캥거루족의 변형이다.

최근에는 결혼을 한 이후에도 부모에게 육아와 살림을 맡기는 신(新)캥거루족도 늘어나는 추세다. 캥거루족이나 신캥거루족이 양산되는 이유로는 주거비 부담이 가장 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결혼 이후에도 부모와 함께 사는 가구가 늘어나면서 중년세대의 경제 부담, 육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자식을 다 키워놨더니 이제 손자를 챙겨야 하는 조부모가 증가하자 ‘황혼육아’라는 말도 등장했다.
 

부부와 조부모에게 육아가 부담으로 작용하자 아예 자녀를 낳지 않는 무자녀부부도 많아졌다. 딩크족은 맞벌이로 함께 돈을 벌지만 자녀가 없는 부부를 가리킨다. 불임부부 등 자녀를 원하는데 생기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고 의도적 무자녀부부가 느는 것 역시 경제 부담이 큰 이유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딩크족이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자유로운 삶을 위해 자녀를 갖지 않기로 한 부부를 가리키는 용어였다면 최근에는 육아 비용으로 인한 ‘자의 반 타의 반’인 경우가 많아졌다. 통계청은 2045년에 이르면 10가구 중 2가구(21.1%)는 자녀가 없는 무자녀가구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쯤 되니 아예 결혼을 하지 않는 비혼족이 등장했다. 비혼은 결혼은 원래 해야 하지만 아직 하지 않았다는 의미의 미혼과 달리 주체적인 의미서 사용하는 용어다. 비혼족은 결혼을 필수가 아니라 선택 사항으로 보고 있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경제 부담 때문

비혼족의 증가로 싱글웨딩 촬영 등 독특한 산업이 관심을 받고 있다. 비혼식이나 싱글웨딩은 결혼할 생각이 없는 이들이 결혼식의 반대 개념으로 비혼을 선언하는 의식이다. 전문가들은 “비혼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사회에 나타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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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