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검증> ⑦아킬레스건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5.02 09:19:24
  • 호수 11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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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의혹 하나씩은 있잖아요 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대선 정국의 막이 올랐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대통령 궐위 후 60일 이내 대선 실시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오는 5월9일 조기 대선이 열리게 된다. 대선 일까지 채 열흘이 남지 않은 상황서 <일요시사>는 후보 검증 시간을 준비했다. 그 일곱 번째 항목은 유력 대선후보들의 아킬레스건이다.

대선 구도가 흥미롭다. 사상 초유로 14명의 후보가 치열한 공방을 펼치는 중이다. 후보가 많다 보니 제기되는 의혹도 많다. 후보들은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반면 단점은 최대한 감추려 노력한다. 대신 경쟁 후보를 향한 네거티브는 시간이 지날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이는 가장 기초적인 선거 전략이다. 이 때문에 후보 캠프별로 상대의 네거티브 전략에 대응하는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자칫 단점이 ‘아킬레스건’으로 진화해 후보의 ‘자질론’으로 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캠프에서 신경 쓰는 각 후보별 아킬레스건은 다음과 같다.

[가족+송민순] 문재인

현재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아킬레스건은 가족과 관련한 의혹이다. 문 후보는 아들 특혜 채용 의혹과 부인 김정숙씨의 고가 가구 매입 의혹을 받고 있다.

아들 준용씨에 대한 의혹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07년 국회에서의 문제제기로 노동부 감사를 받은 바 있다. 2012년에 있은 18대 대선서도 검증 사안으로 불거졌다. 한국고용정보원서 준용씨를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이다.


논란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데는 문 후보의 명쾌하지 못한 해명이 한몫했다. 또 특혜를 의심할 법한 요소가 적지 않아 의심의 눈초리는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각 캠프와 정당은 이를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준용씨가 휴직 기간에 미국에서 불법 취업을 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는 등 총공세를 펼쳤다. 당시 정태옥 원내대변인은 “잘나가는 대선후보 흠집 내기가 아니라 합당한 이유로 청문회를 하자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국민의당은 준용씨 취업으로 예정된 비정규직 근로자 2명의 정규직 전환이 취소됐다고 전했다. 또 준용씨는 출근 첫날 고용정보원의 상급기관인 ‘노동부 종합직업체험관설립추진기획단’에 파견근무 발령을 받았다고 추가 폭로했다.

바른정당도 의혹 제기에 합세했다. 하태경 의원은 준용씨의 고용정보원 응시원서 사본을 공개하며 위조 의혹을 제기했다. 하 의원은 최근 준용씨가 입사하기 직전 고용정보원의 기본급이 70% 상승했다고 추가적으로 밝혔다.

문 후보 측은 관련 의혹에 대해 법적 대응 등도 불사하고 있다. 지난달 7일 심재철 국회부의장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한 데 이어 지난달 11일 하 의원을 같은 혐의로 추가 고발해 검찰이 수사 중이다.

부인 김정숙씨의 고가 가구 매입 의혹도 쟁점이다. 김씨가 모델하우스에 전시된 가구를 2500만원에 매입했는데 이와 관련한 재산 신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이다. 이에 김씨는 “모델하우스 전시 가구로 사용된 의자인데 지인이 싸게 산 것을 다시 50만원에 구입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 해당 가구의 정가가 600만원이 넘고, 이 외에도 추가로 다른 고가 가구를 구입했다는 의혹이 보도됐다.


한때 주적이란 단어가 각종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올랐다. 대선 후보자 초청 TV토론회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민주당 문 후보 간의 주적 논란이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방송 도중 유 후보는 문 후보에게 “북한이 우리 주적이냐”고 물었는데 문 후보가 “그런 규정은 대통령으로서 할 일은 아니다”며 즉답을 피했다. 문 후보의 안보관을 비판하는 측은 이를 활용해 공세를 펼쳤다.

같은 맥락으로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장관과의 진실공방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송 전 장관이 지난해 10월에 낸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문 후보(당시 청와대 비서실장)가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북한의 의견을 확인해보자고 말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시작됐다.

이후 문 후보가 반박하면서 논란은 확산됐고 결국 문 후보 측은 ▲명예훼손 ▲후보자 비방 ▲공직선거법 위반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및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송 전 장관을 고발했다.

[가족+안랩] 안철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아킬레스건도 문 후보와 유사하다. 딸 설희씨와 부인 김미경씨를 둘러싼 가족 의혹이 대선 정국을 강타했다.

설희씨의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의혹이 문 후보 측을 통해 제기됐다. 문 후보 측 권혁기 수석부대변인은 “2013년에는 공개했던 딸의 재산을 2014년부터는 독립생계유지를 이유로 공개 거부하고 있다”며 “혹시 공개해서는 안 될 자녀의 재산이나 돈거래가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가족 문제로 골머리 앓아
과거 행적으로 사퇴론까지

이에 국민의당은 “설희씨의 재산은 부동산, 주식 없이 예금만 1억1200만원이고, 현재 2만달러 상당의 2013년식 차량 한 대가 있다”며 재산 내역을 공개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2014년 이후 설희씨가 어떻게 독립생계를 유지하고 있는지 밝히라며 응수했다.

부인 김미경씨가 서울대에 특별 채용되는 과정을 두고 1+1 의혹이 불거졌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김씨가 임용된 서울대 의대 전임교수 특별채용이 2011년 4월19일 계획이 수립돼 21일에 확정됐다고 밝혔다.

또 김씨가 서울대에 제출한 채용지원서는 계획이 수립되기도 전인 3월30일에 작성됐으며, 연구실적이 미흡함에도 김씨를 정년보장교원으로 임용했다는 주장을 내놨다. 안 후보와 서울대 간 모종의 얘기가 오간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갑질 논란도 불거졌다. 보도에 따르면 김씨는 교수로 있으면서 안 후보 측 보좌진에게 자신의 기차표 예매, 대학 강연 강의료 관련 서류 요청, 강의 자료 검토 등 사적 업무를 지시했다. 당시 갑질을 당했던 한 보좌진은 언론을 통해 “김씨의 잡다한 일을 맡아 했는데 이런 것까지 해야 되나 싶었다”고 털어놨다.


논란이 확산되자 김씨는 국민의당 공보실을 통해 갑질 의혹에 대해 인정했다. 그는 “나의 여러 활동과 관련해 심려를 끼쳤다”며 “보좌진에게 업무 부담을 준 점은 전적으로 내 불찰”이라고 사과했다.

‘안철수연구소(안랩)’와 관련한 의혹도 있다. 안 후보가 안랩 대표이사 시절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헐값에 발행해 안랩 지분을 편법으로 강화했다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측은 공세를 펴고 있다. 문 후보 선대위 종합상황본부 2실장인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안랩 BW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편법증여를 목적으로 발행한 삼성SDS BW보다 더욱 싼 가격으로 발행해 안랩 주주들에게 피해를 줬다고 주장했다.
 

당시 박 의원은 기자회견장서 “안 후보 측이 외부 평가기관의 평가액보다 높은 5만원에 BW를 발행했다고 하지만 삼성SDS의 반값 발행보다 못한 40% 수준의 헐값 발행이었다”며 “스스로에게 헐값 BW를 몰아주며 엄청난 부를 축적하는 것이 도덕적이고 공정한 행위냐. 벤처 기업가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한 방’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부를 축적하라고 권유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련 의혹에 대해 안 후보 측은 “(구)여당 측 인사들이 무차별적으로 제기했던 안철수 죽이기 흑색선전을 문 후보 측이 재활용하고 있다”며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성완종+발정제] 홍준표


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일명 ‘성완종 리스트’로 대법원 판결을 남겨두고 있어 후보 적격성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 1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돼 1심서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지만, 2심에서는 금품 전달자인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 받았다. 현재 사건은 대법원 판결을 남겨둔 상태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판결을 앞둔 현 상황을 언급하며 홍 후보에게 대선 출마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홍 후보는 TV 토론에서 “(대법원이) 파기환송해서 고등법원으로 내려갈 가능성은 0.1%도 안 된다”며 “만약 내가 잘못이 있다면 임기 마치고 감옥에 가겠다”고 반박했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이 내란·외환 혐의가 아닌 한 재직 중 형사 소추를 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이미 기소된 사건의 재판 진행에 대한 규정은 없어 논란이 예상된다.
 

돼지발정제 논란은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다. 홍 후보가 2005년 발간한 자서전 <나 돌아가고 싶다>에서 성폭행을 계획한 하숙집 친구에게 돼지흥분제를 구해줬다는 내용이 뒤늦게 문제가 됐다.

이에 홍 후보는 “내가 한 일은 아니고 들은 이야기”라며 “어릴 때 저질렀던 잘못이고 스스로 고백했으니 이제 그만 용서해 달라”고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경쟁 후보들은 홍 후보에게 사퇴를 촉구하는 등 강하게 압박했다.

지워지지 않는 이미지
엑스트라 후보 취급도

TV 토론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성폭력 모의 내용을 자서전에 기술한 홍 후보와는 토론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대선은 새 대한민국을 여는 대선으로 성폭력 범죄를 공모한 후보는 경쟁 후보로 인정 못 한다”며 “국민 자괴감과 국격을 생각할 때 홍 후보는 사퇴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유 후보 역시 “이건 네거티브가 아니다. 홍 후보의 즉각 사퇴를 요구한다”며 “돼지흥분제로 강간미수의 공범인 문제, 인권의 문제, 국가 지도자의 문제, 국가 품격의 문제다. 피해 여성에게 진심으로 사과한 적이 없다”고 질타했다.

안 후보도 “홍 후보는 사퇴해야 한다. (한국당은) 박근혜정부 이후 후보를 낼 자격이 없는 정당”이라며 “자서전 성폭력 모의를 용서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세 후보의 비판에 홍 후보는 “친구가 성범죄를 기도하려고 하는데 막지 못한 책임감을 느끼고 12년 전 자서전에서 고해성사했다. 자서전을 통해 ‘정말 후회한다, 용서 바란다’고 말했다”며 “내가 직접 한 것은 아니지만 친구가 그리하는 것을 못 막은 것에 대해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거듭 사과했다.

[배신 프레임] 유승민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배신자 프레임’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유 후보가 새누리당(현 한국당) 원내대표를 하던 시절인 지난 2015년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말하자 박근혜 전 대통령은 유 후보를 ‘배신의 정치인’으로 낙인찍었다.

이후 유 후보는 20대 총선서 새누리당 공천을 받지 못했지만, 무소속으로 당선돼 새누리당에 복당했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자 탈당을 강행,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유 후보는 당시 벌어졌던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자신의 정치적 고향이자 보수의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 ‘배신자’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유 후보는 “스스로를 진박이라고 부르는 정치꾼들이 대통령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지지율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바른정당 후보로 선출된 후 첫 지역 일정으로 TK를 찾은 유 후보는 “배신자 XX” “대구 망신시켜놓고 왜 왔노” 등의 말을 들었다. 대다수 시민들이 유 후보에게 호감을 나타냈지만, 이 같은 격앙된 반응에 부딪히기도 했다. TK 민심을 반드시 잡아야 하는 유 후보가 어떻게 이미지 전환을 이룰지 관심이 모아진다.

[민주당 2중대] 심상정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아킬레스건은 이념적 편향성이다. 이번 대선 레이스를 통해 인지도·호감도가 상승하고 있지만, 지지율이 답보 상태인 것은 이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이러한 이미지 탓에 확장성에 제동이 걸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를 진보정당의 확장성 한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아직 진보정당을 이념적으로 편향됐다고 보는 유권자들이 많다는 분석이다.

심 후보는 최근 문 후보 지지층으로부터 극심한 항의를 받은 바 있다. TV 토론회서 심 후보는 축소 수정된 문 후보의 복지정책과 애매모호한 안보정책을 지적했다.

그러자 다음 날 정의당 홈페이지는 수많은 문 후보 지지층의 접속으로 한때 서버가 다운됐다. 문 후보 지지층 중 일부는 정의당사와 심 후보 의원실에 항의전화 세례를 퍼부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의당 지지층 일부가 당을 떠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에 정의당 김세균 전 공동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문 후보와 심 후보 사이서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은 정의당을 민주당의 2중대로 만드는 데 기여할 뿐”이라며 “(정의당이) 자립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한 진보정당으로서 독자적으로 존재할 근거가 불명료해진다”고 전했다.

지지율은 낮지만, 심 후보는 거듭 완주 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는 이번 대선에 대해 “한국당과 바른정당에 대한 평가는 이미 내려진 만큼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3당 후보 간 개혁경쟁이 될 것”이라며 “내 사퇴는 촛불시민의 사퇴다. 정치 인생을 걸고 완주하겠다”고 밝혔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재인의 총리 구상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지난달 27일 세종문화회관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초대 총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는 ‘초대 총리로 호남 인사를 염두에 두느냐’는 질문에 “특정 지역을 지금 단계에서 언급하기 어렵지만, 염두에 둔 분이 있다”며 “‘대탕평·국민 대통합’이라는 관점에서 내가 영남인 만큼 영남이 아닌 분을 초대 총리로 모시겠다”고 말했다.

이어 문 후보는 협치 대상으로 국민의당·정의당을 꼽았다. 특히 국민의당에 대해서는 “뿌리가 같은 만큼 통합도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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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