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검증> ⑤캠프 실세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4.18 09:24:55
  • 호수 1110호
  • 댓글 0개

지원군 보면 왕실장 보인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대선정국의 막이 올랐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대통령 궐위 후 60일 이내 대선 실시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오는 5월9일 조기 대선이 열리게 된다. 대선일까지 채 한 달이 남지 않은 상황서 <일요시사>는 후보 검증 시간을 준비했다. 그 다섯 번째 항목은 유력 대선후보의 캠프를 이끌고 있는 실세들이다.

대선 때마다 정치권에선 다양한 승리 공식이 나온다. “중원(충청)서 이겨야 대선에 승리한다” “서울 표심을 잡아야 대권이 가능하다” 등 지역 공략을 우선으로 하는 공식부터 “20·30대 젊은 층을 사로잡는 공약이 필요하다” “노년층 표심이야말로 대선 승리로 직행하는 티켓”이라는 연령별 공식도 있다.

이러한 나름의 필승 전략을 계획하고 시행하는 곳이 바로 대선 캠프다. 캠프의 힘이야말로 대선 승리를 가늠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 이에 <일요시사>는 캠프별로 가장 영향력 있는 실세들을 골라봤다.

문재인-임종석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재인 후보 캠프의 실세는 임종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다. 그는 캠프서 후보 비서실장이란 중책을 맡고 있다. 임 비서실장은 지난해 10월14일 문 후보 측에 전격 합류했다. 정책 캠프라 할 수 있는 싱크탱크가 출범한 지 일주일 만이다.

당시 캠프 측은 “임 전 부시장(현 비서실장)이 문 전 대표(현 후보)를 가까이에서 돕기로 했다”며 “어떤 역할을 할지는 논의 중이지만, 임 전 부시장 특유의 정무 역량이 문 전 대표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임 비서실장은 <중앙일보>와 인터뷰서 “비서실장은 후보의 마음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후보부터 마음을 열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다’며 밤늦게 소주를 사 들고 문 후보의 집에 찾아가 오랫동안 얘기를 나누고 나서 비서실장직을 맡았다”고 말했다.

당시 임 비서실장의 영입은 큰 주목을 받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임 비서실장이 박 시장을 제쳐두고 문 후보를 택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이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은 지난 1월26일. 임 비서실장이 문 후보 쪽으로 간 지 3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만큼 문 후보가 임 비서실장 영입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양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임 비서실장은 고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한 대표적 인사다. 16·17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민주통합당 사무총장을 지낸 이력이 있다. 지난 2014년 재선에 성공한 박 시장이 임 비서실장을 정무부시장에 임명하면서 ‘박원순계’로 분류됐다.

문 후보와 임 비서실장의 정치적 인연은 그리 깊지 않다. 오히려 둘 사이에 접점을 찾기 힘들다. 2012년 4월에 있었던 19대 총선서 임 비서실장이 당 내홍으로 불출마를 선언하자, 문 후보가 굉장히 미안해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임 비서실장의 영입은 친문 패권주의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로 읽힌다. 문 후보는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는 전략을 썼다. 경선 레이스가 본격화되기 전 문 후보는 “앞으로 캠프나 선대위가 구성된다면 친노·친문은 아주 소수고 대부분 새로운 면면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청사진을 내놨다. 다분히 ‘친문 패권주의’ ‘친노 비선’이란 비판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임 비서실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후보는 임 비서실장에게 영입 초부터 사실상 전권을 줬다고 한다. 사안에 대해 캠프 내 이견이 있으면, “임 비서실장이 결정했으니 밀어주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전해진다. 전권을 잡은 임 비서실장은 자신의 주특기인 정무 분야뿐 아니라 문 후보의 일정, 정책 결정에도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문’ 임종석 VS ‘안’ 조광희 맞대결
‘홍’ 친준표계 윤한홍 비서실장 임명


그러나 최근 임 비서실장의 거취가 흔들리고 있다. 선대위 명단을 발표하는 과정서 당과 캠프 측에 잡음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임 비서실장은 지난 7일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선대위 구성안을 발표하자 “통합선대위가 되도록 원만한 합의를 해 달라는 (문) 후보의 요청에도 일방적으로 발표한 과정에 대해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지난 10일 추 대표 측이 임 비서실장을 교체하는 내용으로 인선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말도 전해진다.

안철수-조광희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캠프의 실세는 조광희 변호사다. 조 변호사는 당 후보 경선서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최근 발표된 중앙선대위 인선에선 비서실 부실장으로 임명됐다.

안 후보와 조 부실장의 인연은 지난 2012년 대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 부실장은 당시 ‘진심캠프’서도 비서실장을 역임했었다(현재 안철수 캠프의 이름은 국민캠프다).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 과정서 금태섭 상황실장, 이태규 미래기획실장과 함께 협상자로 테이블에 앉은 바 있다. 부드러운 성격으로 알려진 조 부실장은 안 후보의 의중을 꿰뚫고 있는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안 후보는 지난해 홍대 인근 카페서 열린 한 강연서 “조 변호사(현 부실장)가 하라고 하면 나는 그냥 합니다”며 그에 대한 무한 신뢰를 감추지 않았다.

조 부실장이 정치권에 뛰어든 이유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명숙 전 총리를 변호하면서 민주당 인사들과 가까워진 조 부실장은 직접 정치를 경험하게 됐다.

조 부실장은 지난 2013년 <법률신문>과 인터뷰에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과 민주당이 적대적 관계에 있는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기득권 정치 세력으로서 공생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훼손된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해서는 민주당만의 역할로는 한계가 있었고, 마침 안 후보와 생각이 맞았다. 안 후보가 생각한 바를 계속 실천해 나간다면 계속해서 도와드릴 생각이다”고 말했다.

결국 조 부실장은 국민캠프에 몸담으면서 약속을 지켰다.

진심캠프 인사 중에선 당시 공동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김성식·박선숙 의원이 안 후보를 후방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개혁 소장파’ 출신인 김 의원은 물밑에서 여권 인사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며 당의 입지를 넓히고 있다. 또 안철수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특유의 정무적 감각을 잘 살려 안 전 대표의 ‘복심’으로 통한다.
 

박 의원은 ‘홍보비 파동’에 연루돼 2심이 진행 중인 만큼 공개적인 행보는 삼가고 있다. 그러나 물밑에서는 안 후보에게 ‘큰 그림’을 조언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은 당 초대 사무총장을 지냈다.


비록 몸집에선 매머드급인 민주당에 밀리지만, 진심캠프 때부터 동고동락했던 이들과 당 의원들의 조화가 잘 이루어졌다는 평가다.

지난 12일 공식 출범한 국민선대위를 보면 박지원 당 대표와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을 상임 선대위원장을 투톱으로 구성하고 박주선 국회부의장, 천정배·정동영 의원, 주승용 원내대표, 천근아 연세대 교수, 김민전 경희대 교수, 김진화 비트코인 한국거래소 코빗 이사 등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홍준표-윤한홍

그간 별다른 조직 없이 대선을 준비했던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경선 통과 후 당에서 준비한 조직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이 때문에 ‘홍준표 사람’보다 당 핵심 인사들이 캠프에 많이 포진해 있는 상황이다.

그중 한국당 윤한홍 의원은 대표적인 측근으로 분류된다. 홍 후보는 지난 1일 윤 의원을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당시 브리핑을 통해 “홍 후보는 주요 당직자와 협의를 거쳐 당 사무총장에 이철우 의원을 임명했고, 후보 비서실장에는 윤한홍 의원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경남 창원 출생인 윤 의원은 20대 총선을 통해 처음 국회에 입성한 초선 의원이다. 앞서 경남도 행정부지사를 지내는 등 당내 거의 유일한 친홍준표계로 분류된다.

‘유’ 친이계 진수희로 범보수 노려
‘심’ 당 인사로 꽉꽉 중심에 노회찬


부지사를 지낼 당시 윤 의원은 2013년부터 3년 동안 홍 후보를 곁에서 보좌했다. 홍 후보의 대표적 공약인 ‘채무 제로’ 감축계획, 진주의료원 폐쇄 등을 실무서 주도했다. 2015년 부지사 자리에서 퇴임한 뒤 총선에 나서 창원 마산을 지역구로 당선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과정서 윤 의원은 당내 비박계와 한목소리를 내왔다. 한때 탈당설까지 돌았지만, 윤 의원은 탈당하지 않고 당에 남았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홍 후보와 정치 행보를 같이하기 위해 탈당을 유보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국당 중앙선대위의 키워드는 ‘내부 통합’이다. 홍 후보는 선대위 구성에 대해 “외부서 영입하는 것보다는 당내 인사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계파에 관계없는 인선으로 탄핵정국 때 쌓인 당내 앙금을 해소시키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유승민-진수희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캠프에선 ‘비선’과 ‘실세’가 금기어처럼 여겨진다. 캠프 사람들도 ‘비선 실세가 없다’는 점을 캠프의 특징으로 내세운다. 유 후보가 비선이나 실세라는 표현을 싫어하는 데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캠프 내 모든 결정이 철저한 공적 라인을 거쳐 진행된다.

캠프 인사 중 가장 힘 있는 인사를 꼽으라면 좌장 격인 진수희 총괄선대본부장을 꼽는 사람이 많다. 그나마 진 본부장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평가다.

유 후보가 진 본부장을 영입했을 때 의외의 인사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이명박정부서 보건복지부장관을 지낸 진 본부장은 대표적인 친이(친 이명박)계 인사였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현 한국당) 대선 경선 때는 두 사람이 양 진영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번 대선 들어 친이계를 포용하는 모습에 정치권은 범보수 통합을 노린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심상정-노회찬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당내 조직을 최대한 활용해 캠프를 꾸렸다. 당을 대표하는 인물들로 캠프 조직을 채웠다. 심 후보와 함께 당내 얼굴로 통하는 노회찬 원내대표가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았다. 나경채 공동대표, 천호선 전 대표는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국방 정보통’으로 잘 알려진 김종대 의원이 비서실장, 신언진 후보 정무수석보좌관이 특보단장을 맡고 있다. 심 후보는 지난달 23일 선대위 출범식서 “비선 측근이 좌지우지하고, 외부 인사를 마구잡이로 불러 모으는 캠프정치는 우리 정의당의 방식이 될 수 없다”며 “정의당에 후보 중심 캠프는 없다. 당이 캠프”라고 강조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미니 대선’ 4·12 재보궐 막전막후
너도나도 승리 자평

지난 12일 치러진 재보궐 선거 결과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국민의당이 저마다 승리를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다음 날 논평을 통해 “수도권인 하남시장을 비롯해 경남, 호남 등 많은 지역에서 값진 승리를 거뒀다”며 “국민으로부터 인정받은 선거 결과였고 촛불민심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한국당 김성원 대변인은 “한국당의 화려한 부활을 선택해주신 유권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전통 지지 지역인 대구·경북(TK) 6개 지역에서 전승해 TK의 민심이 한국당에 있음을 확인했다. 수도권인 경기 지역에서도 4곳 중 3곳에서 당선된 것은 의미심장하다”고 해석했다.

국민의당 김유정 대변인은 “대선을 목전에 두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 치른 이번 재보선에서 국민의당은 값진 승리를 이루어냈다”며 “국민의당은 안철수 후보와 함께 보다 나은 미래, 통합의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데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 다짐했다. 반면 선전을 기대했던 바른정당은 전체 30곳 중 기초의원 2명만 당선자가 돼 희비가 엇갈렸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