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기획> 후보 5인에 묻다 - 정의당 심상정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4.10 09:43:55
  • 호수 1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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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안 양강론은 퇴행적 정치공학”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본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각 정당은 대선후보를 선출, 5월 둘째 주로 예정된 대선에 맞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선 일까지 채 한 달이 남지 않은 숨가쁜 일정. 유권자들 또한 대선후보를 면밀히 살필 시간이 부족하다. 깜깜이 선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일요시사>는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에 도움을 주고자 대선후보들을 만나 검증을 하는 시간을 준비했다. 그 첫 번째로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만나봤다.

노동 있는 민주주의 시대, 정의롭고 평등한 대한민국.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의 캐치프레이즈다. 노동운동 25년, 진보정치 14년 내공을 바탕으로 심 후보는 정의롭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대선판에 뛰어들었다.

심 후보는 최근 언론서 가장 주목하는 정치인 중 한 명이다. ‘심크러시(심상정+걸크러시)’ ‘심블리(심상정+러블리)’라는 대중적 별명도 생겨났다. 많은 유권자들이 가장 대중적이며 서민적인 정치인으로 심 후보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지금의 부드러운 이미지와는 대조적으로 심 후보는 한때 ‘철의 여인’으로 통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이하 금속노조) 사무처장을 맡았던 시절 심 후보는 수많은 남성 노동자들의 리더였다. 2003년 금속노조가 대한민국 최초로 임금삭감 없는 주5일 근무제 합의에 성공한 데는 심 후보의 역할이 지대했다.

운동권은 심 후보의 삶을 얘기하는 데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존경하는 인물도 전태일 열사다. 그러나 운동권에 뛰어든 계기는 우연한 기회였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교사가 되고 싶었던 심 후보는 서울대 역사교육과에 입학한다.


당시 대한민국의 정세는 급변하고 있었다. 심 후보가 대학 2학년 때 박정희 전 대통령이 피살당했다. 1년 뒤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났다. 심 후보는 좋아하는 남학생을 따라 시위대에 참여했다. 심 후보는 당시 자신에 대해 ‘얼치기 운동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심 후보는 맹렬한 운동권 학생으로 바뀌었다.

심 후보는 대학 3학년 때 구로공단에 미싱사로 위장취업을 하며 본격적으로 운동권에 뛰어들었다. 1985년 구로동맹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수배생활을 하기도 했다. 1990년 전국노동조합협의회(민주노총 전신) 창립일 전 경찰에 붙잡혔고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심 후보는 만삭의 몸이었다.

심 후보는 대선 완주를 천명했다. 이번에도 양보할 것이란 세간의 인식을 향해 날린 일침이다. 앞서 심 후보는 18대 대선 때 선거 20여일을 앞두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게 양보하고 후보직을 사퇴했다. 야권분열로 인한 표 분산을 막기 위한 희생이었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심 후보는 “촛불시민, 알바생, 워킹맘들이 나에게 달리라고 주문하고 있다”며 “어떤 경우에도 사퇴하는 일은 없다. 사퇴하면 후보자만 퇴장하는 것이 아니라 지지자와 소속 정당도 퇴장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심 후보의 의지는 결연했다.

다음은 심 후보와 일문일답.

- 곧 세월호 참사 3주기입니다. 지난달 31일 목포신항을 찾아 희생자 가족들을 만나셨는데요. 가족들의 심정은 어땠나요?
▲세월호가 들어온다는 얘기를 듣고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내려갔습니다. 가족분들께 위로드리는 게 정치인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습니다.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오는 데 3년이 걸렸습니다. 너무 참담해서 말문이 막힙니다. 가족분들 중 오열 끝에 실신하는 분도 계셨습니다. 저 역시 그 자리서 가족분들과 끌어안고 우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 대조적으로 최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가족들의 면담요청을 거부했습니다. 격앙된 분위기서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는 게 이유였는데요.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지금까지 정부가 한 일이라곤 책임 회피와 진상 규명을 방해한 것밖에 더 있습니까.


-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된 가운데 6∼7명이 쓰는 방을 혼자 사용하고 있어 특혜 논란이 일었습니다. 심 후보님도 특혜라 보시나요?
▲이런 것들 하나하나가 국민들을 화나게 하는 일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서 대통령 특권을 100% 누린 사람입니다. 대통령이었으니까 국민들이 그간 참은 것입니다. 그런데 파면된 다음에도 이렇게 계속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으니 국민들이 화가 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 안철수 후보가 사면위원회 얘기를 꺼냈습니다. 또 일각에선 조건부 사면 얘기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심 후보님의 입장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나라 꼴이 왜 이렇게 됐습니까? 연례행사처럼 재벌총수들이 검찰로 줄줄이 불려가고,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 가는 풍경은 왜 되풀이되는 것입니까? ‘법 앞의 평등’에 예외를 뒀기 때문입니다.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겐 죄를 짓고도 빠져나갈 뒷문을 열어준 거죠.

제가 대통령이 되면 이재용 부회장,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헌법11조가 규정한 ‘법 앞의 평등’은 법의 내용만이 아니라, 적용과 집행에서도 평등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두 사람이 얼마나 큰 죄를 지었습니까? 사면은 국민이 시끄러울 땐 잡아넣었다가 조용해지면 빼내주자는 말입니다. 국민들을 개돼지로 보는 발상과 뭐가 다릅니까?

평등한 세상 정의로운 한국을 위해
노동운동 25년 진보정치 14년 외길

- 심리학계 일부에선 구속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정신감정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런 것보다 지금은 철저한 수사가 필요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 홍준표, 유승민 후보 간 단일화 공방이 치열합니다. 서로 입장 차이는 있지만, 결국 단일화를 전제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러한 범보수 정당의 단일화 논의를 어떻게 보시는지?
▲지금 국민들에게 자유한국당은 퇴출 대상입니다. 유 후보가 홍 후보와 단일화를 하면 바른정당은 존재 이유가 없어지고, 대국민 사기가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일화할 수 없을 것이라 봅니다.

- 홍준표, 유승민 후보가 비슷한 시기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했습니다. 심 후보님께서는 전직 대통령 예방을 계획하고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없습니다.

- 당선되신다면 4대강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실 건가요?
▲4대강 사업은 이명박정부가 수해예방, 수질개선, 수자원 확보, 친수 공간 조성 등을 목적으로 총 22조2000억원을 쏟아부은 초대형 국책사업입니다. 허나 제가 알기로는 그중 단 하나의 목적도 달성을 못했습니다. 오히려 돈 써서 수질만 악화시킨 꼴이 되었죠. 결국 우려했던 대로 4대강을 뒤집는 길밖에 없습니다. ‘4대강 복원 특별법’을 제정해 상시 수문개방, 순차적 보 해체 수순으로 복원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봅니다.

- 한중일 미세먼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협정을 제안하셨습니다. 만약 중국 측 반발이 있다면 어떤 자세로 대응하실 건가요?
▲우리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중국 측만 윽박질러서 될 일은 아닙니다.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 내부 노력이 우선시되어야 합니다. 실제로 국내서 생산되는 미세먼지 양도 상당한 수준입니다. 저는 이와 더불어 한중일 협정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중국도 미세먼지로 골치를 썩고 있지 않습니까? 한중일 다자 테이블에 함께하지 못할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 안철수 후보 측에서 주장하는 문재인-안철수 양자대결론을 어떻게 보시나요?
▲지금 일부 언론과 정치세력이 과도하게 몰아가고 있다고 봅니다. 인물 중심의 갈등을 만들어 이번 대선서 필요한 비전과 정책 경쟁을 실종시키는 퇴행적인 정치공학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뜻이 반영된 양강 구도가 아닙니다.

가장 대중적·서민적 정치인
대선 완주 천명 “사퇴 없다”

- 3월5주차 리얼미터 주간집계 결과 5자 가상대결에서 심 후보님은 유 후보와 함께 3.9%를 기록, 1위인 문재인 후보(43.0%)와 큰 격차를 보였는데요. 이에 아직 지지자를 결정하지 않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어떻게 얻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들 표심을 어떻게 공략하실 계획인지?
▲촛불시민의 과감한 변화 요구가 곧 저 심상정의 사명이고 정의당의 존재 이유입니다. 사실 이번 대선이 매우 짧은 기간에 치러지지만, 강력한 정권교체 열망이 불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단지 대통령 한 명 바꾸는 것으로 만족할 국민들이 절대 아닙니다. 남은 30여일은 정권교체 플러스가 무엇이고 누구이며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국민들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심상정이야말로 철저한 흙수저 후보입니다. 다른 후보들에 비해 언론 노출도나 보도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지금까지는 공정한 경쟁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앞으로 많은 토론의 기회, 공정한 경쟁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심상정이 이 시대 개혁의 적임자라는 것을 많은 분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킬 자신이 있습니다.

- 일각에선 정의당이 대선후보를 너무 빨리 결정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습니다.
▲일찍 뽑아서 문제가 아닙니다. 보도량이 너무 적은 것이 핵심 문제입니다. 공정한 기회가 보장돼야 국민들의 책임 있는 선택도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이제 5당 후보들이 확정됐으니 좀 더 공정한 기회가 제공되리라 믿습니다.

- ‘청년사회상속제’를 공약으로 발표하셨습니다. 매년 20세가 되는 청년들에게 정부의 상속, 증여세 세입 예산을 1인당 1000만원씩 똑같이 나눠주자는 게 주요 골자입니다. 단 1000만원 이상을 상속, 증여받은 청년은 제외되는데요. 이 때문에 상속, 증여를 축소 내지는 미신고하는 사례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해결하실 계획인지?
▲기본적으로 20세가 되는 모든 청년에게 우선 지급하는 것입니다. 현재 언론에서 잘못 이해하시는 부분이 있습니다. 1000만원 이상 상속·증여를 받는 청년들이 제외되는 것이 아니고 더 높은 금액, 예를 들면 30억원 이상 고액 상속자들에게는 환수(클로백)를 하자는 것입니다. 고액상속자 기준은 사회적으로 만들어가면 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고액상속자들의 경우에는 상속을 받는 시점에 배당금을 국세청이 자동으로 환수하도록 하면 될 일입니다.


<chm@ilyosisa.co.kr>


[심상정은 누구?]

▲경기도 파주 출생
▲서울대학교 사회교육학 학사
▲전 전국금속노조 사무처장
▲전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제17?19?20대 국회의원(경기도 고양갑)
▲제20대 국회 전반기 정무위원회 위원
▲정의당 상임대표 및 대선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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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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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