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기획> 후보 5인에 묻다 - 정의당 심상정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4.10 09:43:55
  • 호수 1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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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안 양강론은 퇴행적 정치공학”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본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각 정당은 대선후보를 선출, 5월 둘째 주로 예정된 대선에 맞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선 일까지 채 한 달이 남지 않은 숨가쁜 일정. 유권자들 또한 대선후보를 면밀히 살필 시간이 부족하다. 깜깜이 선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일요시사>는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에 도움을 주고자 대선후보들을 만나 검증을 하는 시간을 준비했다. 그 첫 번째로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만나봤다.

노동 있는 민주주의 시대, 정의롭고 평등한 대한민국.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의 캐치프레이즈다. 노동운동 25년, 진보정치 14년 내공을 바탕으로 심 후보는 정의롭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대선판에 뛰어들었다.

심 후보는 최근 언론서 가장 주목하는 정치인 중 한 명이다. ‘심크러시(심상정+걸크러시)’ ‘심블리(심상정+러블리)’라는 대중적 별명도 생겨났다. 많은 유권자들이 가장 대중적이며 서민적인 정치인으로 심 후보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지금의 부드러운 이미지와는 대조적으로 심 후보는 한때 ‘철의 여인’으로 통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이하 금속노조) 사무처장을 맡았던 시절 심 후보는 수많은 남성 노동자들의 리더였다. 2003년 금속노조가 대한민국 최초로 임금삭감 없는 주5일 근무제 합의에 성공한 데는 심 후보의 역할이 지대했다.

운동권은 심 후보의 삶을 얘기하는 데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존경하는 인물도 전태일 열사다. 그러나 운동권에 뛰어든 계기는 우연한 기회였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교사가 되고 싶었던 심 후보는 서울대 역사교육과에 입학한다.


당시 대한민국의 정세는 급변하고 있었다. 심 후보가 대학 2학년 때 박정희 전 대통령이 피살당했다. 1년 뒤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났다. 심 후보는 좋아하는 남학생을 따라 시위대에 참여했다. 심 후보는 당시 자신에 대해 ‘얼치기 운동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심 후보는 맹렬한 운동권 학생으로 바뀌었다.

심 후보는 대학 3학년 때 구로공단에 미싱사로 위장취업을 하며 본격적으로 운동권에 뛰어들었다. 1985년 구로동맹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수배생활을 하기도 했다. 1990년 전국노동조합협의회(민주노총 전신) 창립일 전 경찰에 붙잡혔고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심 후보는 만삭의 몸이었다.

심 후보는 대선 완주를 천명했다. 이번에도 양보할 것이란 세간의 인식을 향해 날린 일침이다. 앞서 심 후보는 18대 대선 때 선거 20여일을 앞두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게 양보하고 후보직을 사퇴했다. 야권분열로 인한 표 분산을 막기 위한 희생이었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심 후보는 “촛불시민, 알바생, 워킹맘들이 나에게 달리라고 주문하고 있다”며 “어떤 경우에도 사퇴하는 일은 없다. 사퇴하면 후보자만 퇴장하는 것이 아니라 지지자와 소속 정당도 퇴장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심 후보의 의지는 결연했다.

다음은 심 후보와 일문일답.

- 곧 세월호 참사 3주기입니다. 지난달 31일 목포신항을 찾아 희생자 가족들을 만나셨는데요. 가족들의 심정은 어땠나요?
▲세월호가 들어온다는 얘기를 듣고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내려갔습니다. 가족분들께 위로드리는 게 정치인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습니다.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오는 데 3년이 걸렸습니다. 너무 참담해서 말문이 막힙니다. 가족분들 중 오열 끝에 실신하는 분도 계셨습니다. 저 역시 그 자리서 가족분들과 끌어안고 우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 대조적으로 최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가족들의 면담요청을 거부했습니다. 격앙된 분위기서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는 게 이유였는데요.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지금까지 정부가 한 일이라곤 책임 회피와 진상 규명을 방해한 것밖에 더 있습니까.


-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된 가운데 6∼7명이 쓰는 방을 혼자 사용하고 있어 특혜 논란이 일었습니다. 심 후보님도 특혜라 보시나요?
▲이런 것들 하나하나가 국민들을 화나게 하는 일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서 대통령 특권을 100% 누린 사람입니다. 대통령이었으니까 국민들이 그간 참은 것입니다. 그런데 파면된 다음에도 이렇게 계속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으니 국민들이 화가 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 안철수 후보가 사면위원회 얘기를 꺼냈습니다. 또 일각에선 조건부 사면 얘기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심 후보님의 입장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나라 꼴이 왜 이렇게 됐습니까? 연례행사처럼 재벌총수들이 검찰로 줄줄이 불려가고,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 가는 풍경은 왜 되풀이되는 것입니까? ‘법 앞의 평등’에 예외를 뒀기 때문입니다.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겐 죄를 짓고도 빠져나갈 뒷문을 열어준 거죠.

제가 대통령이 되면 이재용 부회장,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헌법11조가 규정한 ‘법 앞의 평등’은 법의 내용만이 아니라, 적용과 집행에서도 평등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두 사람이 얼마나 큰 죄를 지었습니까? 사면은 국민이 시끄러울 땐 잡아넣었다가 조용해지면 빼내주자는 말입니다. 국민들을 개돼지로 보는 발상과 뭐가 다릅니까?

평등한 세상 정의로운 한국을 위해
노동운동 25년 진보정치 14년 외길

- 심리학계 일부에선 구속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정신감정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런 것보다 지금은 철저한 수사가 필요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 홍준표, 유승민 후보 간 단일화 공방이 치열합니다. 서로 입장 차이는 있지만, 결국 단일화를 전제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러한 범보수 정당의 단일화 논의를 어떻게 보시는지?
▲지금 국민들에게 자유한국당은 퇴출 대상입니다. 유 후보가 홍 후보와 단일화를 하면 바른정당은 존재 이유가 없어지고, 대국민 사기가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일화할 수 없을 것이라 봅니다.

- 홍준표, 유승민 후보가 비슷한 시기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했습니다. 심 후보님께서는 전직 대통령 예방을 계획하고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없습니다.

- 당선되신다면 4대강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실 건가요?
▲4대강 사업은 이명박정부가 수해예방, 수질개선, 수자원 확보, 친수 공간 조성 등을 목적으로 총 22조2000억원을 쏟아부은 초대형 국책사업입니다. 허나 제가 알기로는 그중 단 하나의 목적도 달성을 못했습니다. 오히려 돈 써서 수질만 악화시킨 꼴이 되었죠. 결국 우려했던 대로 4대강을 뒤집는 길밖에 없습니다. ‘4대강 복원 특별법’을 제정해 상시 수문개방, 순차적 보 해체 수순으로 복원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봅니다.

- 한중일 미세먼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협정을 제안하셨습니다. 만약 중국 측 반발이 있다면 어떤 자세로 대응하실 건가요?
▲우리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중국 측만 윽박질러서 될 일은 아닙니다.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 내부 노력이 우선시되어야 합니다. 실제로 국내서 생산되는 미세먼지 양도 상당한 수준입니다. 저는 이와 더불어 한중일 협정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중국도 미세먼지로 골치를 썩고 있지 않습니까? 한중일 다자 테이블에 함께하지 못할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 안철수 후보 측에서 주장하는 문재인-안철수 양자대결론을 어떻게 보시나요?
▲지금 일부 언론과 정치세력이 과도하게 몰아가고 있다고 봅니다. 인물 중심의 갈등을 만들어 이번 대선서 필요한 비전과 정책 경쟁을 실종시키는 퇴행적인 정치공학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뜻이 반영된 양강 구도가 아닙니다.

가장 대중적·서민적 정치인
대선 완주 천명 “사퇴 없다”

- 3월5주차 리얼미터 주간집계 결과 5자 가상대결에서 심 후보님은 유 후보와 함께 3.9%를 기록, 1위인 문재인 후보(43.0%)와 큰 격차를 보였는데요. 이에 아직 지지자를 결정하지 않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어떻게 얻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들 표심을 어떻게 공략하실 계획인지?
▲촛불시민의 과감한 변화 요구가 곧 저 심상정의 사명이고 정의당의 존재 이유입니다. 사실 이번 대선이 매우 짧은 기간에 치러지지만, 강력한 정권교체 열망이 불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단지 대통령 한 명 바꾸는 것으로 만족할 국민들이 절대 아닙니다. 남은 30여일은 정권교체 플러스가 무엇이고 누구이며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국민들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심상정이야말로 철저한 흙수저 후보입니다. 다른 후보들에 비해 언론 노출도나 보도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지금까지는 공정한 경쟁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앞으로 많은 토론의 기회, 공정한 경쟁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심상정이 이 시대 개혁의 적임자라는 것을 많은 분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킬 자신이 있습니다.

- 일각에선 정의당이 대선후보를 너무 빨리 결정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습니다.
▲일찍 뽑아서 문제가 아닙니다. 보도량이 너무 적은 것이 핵심 문제입니다. 공정한 기회가 보장돼야 국민들의 책임 있는 선택도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이제 5당 후보들이 확정됐으니 좀 더 공정한 기회가 제공되리라 믿습니다.

- ‘청년사회상속제’를 공약으로 발표하셨습니다. 매년 20세가 되는 청년들에게 정부의 상속, 증여세 세입 예산을 1인당 1000만원씩 똑같이 나눠주자는 게 주요 골자입니다. 단 1000만원 이상을 상속, 증여받은 청년은 제외되는데요. 이 때문에 상속, 증여를 축소 내지는 미신고하는 사례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해결하실 계획인지?
▲기본적으로 20세가 되는 모든 청년에게 우선 지급하는 것입니다. 현재 언론에서 잘못 이해하시는 부분이 있습니다. 1000만원 이상 상속·증여를 받는 청년들이 제외되는 것이 아니고 더 높은 금액, 예를 들면 30억원 이상 고액 상속자들에게는 환수(클로백)를 하자는 것입니다. 고액상속자 기준은 사회적으로 만들어가면 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고액상속자들의 경우에는 상속을 받는 시점에 배당금을 국세청이 자동으로 환수하도록 하면 될 일입니다.


<chm@ilyosisa.co.kr>


[심상정은 누구?]

▲경기도 파주 출생
▲서울대학교 사회교육학 학사
▲전 전국금속노조 사무처장
▲전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제17?19?20대 국회의원(경기도 고양갑)
▲제20대 국회 전반기 정무위원회 위원
▲정의당 상임대표 및 대선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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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