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대선주자 검증> ③병역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4.03 10:24:12
  • 호수 11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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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에도 ‘짬밥’이 통할까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대선 정국의 막이 올랐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대통령 궐위 후 60일 이내 대선 실시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오는 5월 둘째 주 조기 대선 실시가 유력하다. 대선일까지 채 2달이 남지 않은 상황. <일요시사>는 숨 가쁘게 흘러갈 대선 정국서 후보 검증을 갖는 시간을 준비했다. 그 세 번째 항목은 유력 대선주자들의 병역이다.

국방의 의무는 국민의 4대 의무(교육, 국방, 근로, 납세)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선거철이 오면 후보들이 병역의 의무를 이행했는지 여부가 단골손님처럼 주목받는다. 만약 부정한 방법으로 병역 이행을 거부했다면 유권자들은 그 후보에게 여지없이 철퇴를 가한다.

대표적인 사건이 지난 16대 대선 때 불거졌던 한나라당 이회창 명예총재 아들에 대한 병풍 의혹이었다. 이 전 총재는 결국 해당 의혹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선거서 패배했다. 사건 이후 ‘용꿈’을 꾸는 정치인들이 아들을 강제로 군대에 보내는 현상으로까지 이어졌다.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서 후보자 본인과 아들의 병역 이행 여부는 민감한 사안일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 김정남 피살 등 안보 이슈가 연이어 불거지면서 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후보자들을 원하는 목소리가 유권자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이에 <일요시사>는 후보자 본인과 아들의 병역은 물론 복무기간 단축, 모병제 등 안보 이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특수전사령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육군 특수전사령부 제1공수 특전여단 출신이다. 지난 1975년 8월 문 전 대표는 강제징집에 의해 끌려가듯 훈련소에 입소했다. 훈련소 퇴소 후 특수전사령부로 배치됐다.

당시 여단장은 전두환 준장, 대대장은 장세동 중령이었다. 폭파병으로 근무한 문 전 대표는 특수전 훈련으로 특전사령관 표창, 화생방 훈련으로 여단장 표창을 받았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978년 2월 만기제대했다.

그는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표창이 논란을 낳기도 했다. 지난달 19일 민주당 대선 경선 5차 합동토론회서 문 전 대표는 ‘내 인생의 한 장면’으로 공수훈련 때 찍은 사진을 소개하며 “특전사령관으로부터 폭파 최우수상을 받았고 전두환 장군, (12·12사태서) 반란군의 가장 우두머리였는데, 전(두환) 여단장으로부터 표창을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안희정 충남도지사 측은 “과도한 안보 콤플렉스 아니냐”고 따졌다. 안 지사 측 캠프 인사인 박영선 의원은 광주서 “(전두환 표창장을) 자랑하는 듯 말해 사실 좀 놀랐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측은 “국민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전두환 표창’을 폐기하라”고 반응했다.

앞서 문 전 대표는 자신을 둘러싼 종북 논란에 일침을 가했다. 지난달 26일 “군대 피하는 사람들, 방산 비리 사범들, 국민을 편 갈라 분열시키는 가짜 보수세력, 특전사 출신인 나보고 종북이라는 사람들이 진짜 종북”이라고 지적했다.

문 전 대표의 아들은 충남 논산훈련소 조교로 현역 복무한 뒤 지난 2004년 만기제대했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 특혜 취업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문 전 대표는 현행 21개월인 복무기간을 18개월까지 줄이고 단계적으로 더 줄여 나가는 방안을 제시했다. 문 전 대표는 최근 “참여정부 국방개혁 2020에 따라 복무기간이 26개월에서 18개월로 줄어들 예정이었으나 이명박정부 때 21개월에서 중단됐다”며 당시 군·병역 개혁을 이어갈 뜻을 전했다.


운동권…면제, 안희정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병역면제를 받았다. 안 지사가 징집대상이었던 지난 1980년대는 운동권 대학생들을 병역 대상에서 제외하던 시절이었다.

1983년 고려대 철학과에 입학한 안 지사는 이후 학생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던 중 1988년 반미청년회 사건이 발생했고 안 지사는 이와 관련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0개월간 수감됐다. 그해 말 대통령 특사로 풀려났다.

문 특전, 안 군의, 홍 방위
유·손 육군 만기제대 신고

민주화운동이 활발했던 1980년대 전두환정권은 운동권 학생들을 군대 대신 교도소로 보냈다. ‘운동권 사람이 군대에 가면 위험인물이 될 수 있다’는 정부의 논리였다. 이에 감옥서 10개월 수감생활을 했던 안 지사는 군대를 면제받았다.

안 지사 슬하에는 두 아들이 있다. 장남은 대학 재학 중 의경에 입대했다가 지난해 제대했고, 차남은 현재 대학에 재학하고 있는 상태로 입대를 앞두고 있다.
 

안 지사는 다른 대선주자들이 내놓은 복무기간 단축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특히 문 전 대표가 내세우는 18개월 단축에 대해 특정 계층의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장애 6급…면제, 이재명

이재명 성남시장도 병역면제를 받았다. 어린 시절 공장서 일하다 프레스 기계에 왼팔이 끼는 사고로 장애 6급 판정(골절 후유증에 의한 주관벌내반주 및 완관절부불유합좌)을 받았기 때문이다. 과거 이 시장은 야구 글러브와 스키장갑을 만드는 대양실업서 일할 당시 뼈가 골절돼 기형이 됐고 그 후유증으로 팔이 굽어 지금도 넥타이를 한 손으로 맨다.

이 시장도 슬하에 아들이 두 명 있다. 장남은 공군 병장으로 제대했으며, 차남은 공군 이병으로 복무 중이다.

이 시장은 부분적 모병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전문 전투병 10만명을 모집하는 대신 의무병 복무기간을 10~12개월로 단축하는 방안이다. 전문 전투병의 연봉을 3000만원으로 가정하면 연평균 3조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군의관으로 3년, 안철수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군의관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했다. 1991년 2월 입대한 안 전 대표는 해군 군의관(대위)으로 3년여간 복무했다. 군의관은 의대에 진학해 6년을 수료한 의대생 또는 의대 졸업생 등이 복무하는 제도다.

지난 1995년에 출간한 <별난 컴퓨터 의사 안철수>를 통해 안 전 대표는 군의관 시절 주말마다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 백신을 만들었다고 기술한 바 있다. 안 전 대표 슬하에는 아들 없이 딸만 1명 있다.
 

안 전 대표 역시 안 지사와 같이 복무기간 단축에는 부정적이다. 안 전 대표는 복무기간 단축은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일축하며 부사관 지원과 특기병 제도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2월15일 안 전 대표는 “복무기간 단축과 모병제는 시기상조”라며 “인구절벽을 앞두고 병력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서 복무기간 단축은 무책임한 주장이다. 부사관 비율(11만6000명->15만6000명)과 전문특기병 지원제(5만명 추가)를 확대해 정예화 군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부안서 방위로, 홍준표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40여년 전 병역의무를 완수했다. 전북 부안서 방위병으로 14개월간 복무했다. 그는 지난달 21일 전북 언론인 간담회서 자신의 처가가 부안이라고 밝힌 뒤 “5·18 직후 부안서 군부대 방위 생활을 1년 2개월 동안 하면서 전북도민으로 있었기 때문에 전북이 나를 배척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고향인 경남 창녕이 아닌 전북서 군복무를 한 것에 대해 홍 지사는 “방위 근무가 창피해 고향이 아니라 처가로 주소를 옮겨 복무를 했는데 당시에는 지역감정이 심해 고생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홍 지사가 굳이 부안을 선택한 이유는 부인의 고향이 부안 줄포였기 때문이다. 마침 군대를 다녀와야 할 형편이었던 홍 지사는 주소지를 옮겨 입대했다.

그 당시 옮긴 주소지가 해안가였기 때문에 방위 복무처가 많았고 시력이 0.5, 키 169㎝, 몸무게 46㎏밖에 되지 않아 4급 판정을 받았다. 방위생활을 마친 홍 지사는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홍 지사는 슬하에 2명의 아들이 있다. 장남은 전투경찰이었으며 차남은 해병을 나왔다. 두 사람 모두 만기제대했다.

홍 지사 또한 복무기간 단축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서 “다른 후보들의 ‘군복무 단축’은 표를 얻으려는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비난했다.

육군 병장 제대, 유승민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지난 1981년 육군 병장으로 만기제대했다. 유 의원은 1979년 1월5일 경북 안동 36사단 훈련병으로 입대한 뒤 수도경비사령부(현 수방사)서 복무했다.

복무 기간 동안 여러 사건사고들이 줄을 이었다. 입대 후 10개월이 지나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시해된 10·26 사태가 터졌다. 또 12·12 군사반란이 일어나 군부독재 정권이 들어섰다. 이듬해에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 저격사건 등이 일어났다. 유 의원은 당시 상황에 대해 하루도 군화를 벗고 편히 잔 적이 없을 정도로 군기가 엄했다고 기억했다.
 

19대 국회 전반기에 육군 중장 출신인 같은 당 황진하 의원을 꺾고 국방위원장을 지내 “병장이 별을 꺾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유 의원의 아들은 아버지와 같은 육군 출신으로 만기제대했다.

유 의원은 ‘안보는 보수, 민생은 개혁’이라는 평소 지론대로 복무기간 단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유 의원은 복무기간을 단축할 시 군 유지가 어렵다며 논의 자체를 그만둘 것을 다른 주자들에게 제안했다.

육군 병장 제대, 손학규

국민의당 손학규 전 대표는 지난 1969년 육군에 입대해 1972년 만기제대했다. 자신의 저서에서 군 생활 3년간의 경험이 현재 삶의 밑바탕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10년 민주당 대표 시절에는 당 홈페이지에 ‘1969∼1972년 육군병장 만기제대’라고 적고, 자신의 군번까지 공개했다. 당초 손 전 대표는 해병대에 지원했지만 평발이어서 떨어졌다고 한다. 손 전 대표는 슬하에 아들 없이 딸만 둘을 뒀다.

안희정·이재명 면제 사연은?
여성 후보 심…아들 곧 입대

손 전 대표 또한 복무기간 단축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그는 복수의 언론과 인터뷰서 “대통령 선거 때마다 군복무 기간 단축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부분의 공약 제시는) 안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국형 모병 주장]
[심상정]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서 “(정권을 잡는다면) 장관 자리에 최소한 병역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람은 임명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이날 심 대표는 “정의당은 충분히 준비된 안보 공약을 만들고 있다”며 “진보 하면 안보가 약하다고 하는데 과거 진보 정치에선 일정 부분 근거가 있었지만, 정의당으로 넘어오면서 튼튼한 안보 위에 복지국가를 내세우고 있다. 진짜 안보를 책임질 준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성 후보’ ‘진보 정당’인 점 때문에 일각서 제기되는 안보 부문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발언이었다.

심 대표의 아들은 현재 경희대 철학과 4학년으로 졸업 후 입대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심 대표는 군과 관련한 대선 공약으로 4년제 전문병사 10만 도입, 징집병사 규모·기간 단축 등 ‘한국형 모병체제’를 제시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회창 발목 잡은 병풍 의혹 전말
그 사건만 없었다면…

지난 2001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이회창 명예총재는 16대 대선 주자로 나섰다. 이 전 총재는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를 상대로 선거유세 초중반까지 유리한 판세를 이어갔지만, 두 아들의 병역 면제 의혹이 불거졌다.

모병 담당 부사관 출신인 김대업씨가 이를 폭로했다. 이 전 총재의 장남이 최초 병무청 징병검사에서 1급 현역 판정을 받았으나, 추후 정밀신체검사에서 178cm. 45kg으로 군 면제를 받은 것에 대한 의혹이었다.

김씨는 이 전 총재 장남의 비리를 은폐하려고 지난 1997년 대책회의가 열렸고 전태준 전 의무사령관에게 장남의 신검부표를 파기토록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새천년민주당까지 나서 이를 공격하자 여론은 악화됐다.

결과적으로 병풍 의혹은 이 전 총재의 대선 패배에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병역기피를 중대한 범죄로 인식하는 상당수의 유권자들이 이 전 총재를 외면했다. 여파는 17대 대선까지 이어졌다. 이 전 총재의 대권행보에 결정적 걸림돌로 작용한 셈이다.

이 전 총재 입장에서 아쉬운 것은 병풍 의혹이 결국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해당 의혹으로 대선에 영향을 주려 한 점, 주장의 진실성이 부족한 점 등을 들어 김씨에게 1년10개월 형을 선고했다.

병풍 의혹을 둘러싼 논쟁은 한동안 계속됐다. 한나라당은 이 의혹이 조직적인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검찰이 의혹의 당사자인 이 전 총재의 장남 및 부인 등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를 실시하지 않아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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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