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황제조사’ 논란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3.27 10:43:23
  • 호수 11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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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아직도 ‘극진한’ 대통령 대접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때아닌 ‘황제조사’ 논란이 불거졌다.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소환해 조사하는 과정서 여러 특혜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자연인이자 피의자 신분인 박 전 대통령에게 지나친 배려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국민들의 부실 수사 우려와 버무려져 파장을 낳고 있다. <일요시사>는 일련의 황제조사 논란을 짚어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1일 오전 9시13분 삼성동 자택을 떠나 9시21분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했다. 8분이란 짧은 시간이었다. 이는 지나친 경호 덕분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무소속 김종훈(울산 동구)·윤종오(울산 북구) 의원은 공동논평을 통해 “소환길에 중계된 과잉경호·경비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불과 5km 남짓 거리에 수많은 경찰 사이드카와 차량이 동원되고 출근길 교통통제까지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과잉 경호

오전 6시경 교대역서 중앙지검까지 경찰버스 30여대가 갓길에 주차돼있었다. 박 전 대통령이 중앙지검에 도착하기 5분 전 헬기 3대가 중앙지검 상공에 등장하기도 했다. 현장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은 중앙지검 등 관계기관의 삼엄한 경호를 받으며 포토라인에 섰다.

취재 통제를 의심할 법한 상황도 연출됐다. 현직 사진기자의 전언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이 중앙지검에 출석하기 전 청와대 경호실 측이 중앙지검에 법조 출입 언론사만 사진을 촬영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고, 중앙지검 측이 이를 받아줬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사진기자, 특히 비법조 출입기자들이 크게 항의했다. 이에 중앙지검은 기존 계획을 변경, 비법조 출입의 경우 10개 언론사에서 ‘풀단(공동취재)’을 구성하면 받아주겠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3개 언론사에만 근접촬영을 허용하고 나머지 7개 언론사는 외곽촬영을 해야 된다는 조건이었다. 포토라인서 7m가량 떨어진 근접촬영에 비해 외곽은 박 전 대통령의 형체만 겨우 확인 가능할 정도로 먼 거리였다.

취재기자의 신분 확인 과정도 필요 이상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지검 입구에선 기자들의 소지품 검문이 이뤄졌다. 신원확인 및 신분증 반납을 거친 기자들은 곧바로 가방 검사, 탐지기 검사 등을 거쳐야만 했다. 또 중앙지검은 취재기자의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한 출입증을 배포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당시 한 촬영기자는 “우리가 범죄자냐. 왜 개인정보를 이렇게 공개하고 난리냐”고 불평하며 번호가 적힌 부분을 보이지 않게 접었다.

보안도 삼엄했다. 중앙지검은 외부인의 청사 출입을 전면 통제했다. 특히 중앙지검 서문은 박 전 대통령 소환 전날부터 폐쇄됐다. 서문은 서초역 방향 출입문으로 역사와 가까워 이용자가 많은 곳이다.

박 전 대통령 입장 후 조사가 이뤄지는 1001호 조사실과 1002호 휴게실 등에는 창문에 블라인드가 내려져 외부의 시선이 차단됐다. 중앙지검은 박 전 대통령의 조사가 끝날 때까지 취재진 등 외부인의 출입을 전면 금지했다.

소환길 교통통제…시민 불편은 뒷전
취재통제, 극존칭, 주번노출 등 뒷말

영상녹화를 둘러싼 특혜 논란도 크게 일었다. 중앙지검은 박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는 장면을 영상녹화하지 않기로 결정해 동영상 기록물로 남지 않게 됐다.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검 중수부 조사를 받을 당시 영상녹화를 한 것과 대비된다. 중앙지검은 “원활한 조사 진행이 더 중요했다”고 해명했지만, 검찰 안팎에선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과정도 석연찮다. 통상 검찰은 피의자에게 영상녹화를 하겠다고 통보한다. 참고인의 경우 반드시 본인 동의가 필요하지만, 피의자는 당사자 의사와 관계없이 검찰이 조사 과정을 녹화할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은 소환 전날 피의자인 박 전 대통령 측에 영상녹화에 동의하는지 물었다. 이에 박 전 대통령 변호인은 부동의 의사를 밝혔다.

변호인은 “굳이 묻지 않아도 되는데 검찰이 먼저 조사 과정의 영상녹화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묻길래 부동의했다”며 “박 전 대통령이 영상녹화 시도를 거부한 건 아니다”고 밝혔다. ‘황제조사’를 의심케 한 대목이다.

일각에선 영상녹화를 선제 조건으로 내건 특검이 박 전 대통령과 대면조사에 실패한 선례가 있었기 때문에 검찰 측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란 의견도 있다.

조사 당시 검찰이 박 전 대통령에게 ‘대통령님’이라 호칭한 부분도 도마 위에 올랐다.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노승권 중앙지검 1차장은 휴게실서 박 전 대통령을 맞아 대통령님이라 부르며 인사를 건넸다. 이후 조사에서도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대통령님으로 불렀다. 반면 조서에는 박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기재했다.

아직도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잇단 황제조사 논란에 대해 “검찰의 수사방식 중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며 “이미 청와대와 자택 압수수색을 스스로 포기했고 6만쪽에 이르는 특검 자료를 단 며칠 만에 검토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영상녹화를 사실상 알아서 생략하고 특별 휴게실 마련 등 이례적인 황제조사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는 “수사도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라며 “논란이 없도록 애초에 조사 과정을 영상녹화했어야 했다”고 전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근혜정권 만든 29명 흥망사
잘된 사람 한 명도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70년 헌정사에 처음 있는 사건이었다. 4년 전 인수위 기간을 거쳐 호기롭게 출범했건만, 각종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수사선상에 오른 사람은 비단 박 전 대통령뿐만이 아니다.

박근혜정권을 위해 힘써온 사람 중 일부도 각종 혐의로 곧 재판장에 소환될 예정이다. <일요시사>는 인수위원으로 활동하며 박근혜정권 출범에 앞장섰던 사람들의 흥망사를 정리했다.

[구속]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장관은 재판을 앞두고 있다. 안 전 수석은 최순실을 도와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을 주도한 혐의, 조 전 장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 작성을 지시·주도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박근혜정권 출범 후 ‘경제 책사’ ‘박근혜의 여자’로 불리며 승승장구했지만, 이젠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로 하루아침에 신분이 바뀌었다. 안 전 수석은 인수위 당시 고용복지분과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조 전 장관은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을 했다.

[구설]

인수위 대변인이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013년 5월 대통령 미국 방문을 수행하던 기간 워싱턴DC에서 주미한국대사관 인턴이던 20대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자리서 물러났다.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을 면했다. 현재 ‘윤창중칼럼세상’을 운영하며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김용준 전 인수위원장은 박근혜정부 첫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지 5일 만에 두 아들 병역 문제,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퇴했다. ‘총리 잔혹사’의 신호탄이었다. 현재 법무법인 넥서스의 고문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홍기택 전 경제1분과 위원은 KDB금융그룹·산업은행 회장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리스크담당 부총재를 지냈다. 현재 홍 전 위원은 대우조선해양과 관련해 배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현역]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은 인수위 때부터 2016년 11월까지 국민대통합위원장을 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활동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진영 의원은 인수위 부위원장을 지낸 후 박근혜정부 초대 보건복지부장관에 기용됐다.

그러나 ‘기초연금 공약 파기’에 반대해 장관직을 사퇴, 급기야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공천에서 배제됐다. 탈당한 진 의원은 민주당에 입당해 용산에서 당선됐다.

자유한국당 유민봉 의원은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였다. 이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을 거쳐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 12번으로 20대 국회에 입성했다.

옥동석 전 국정기획조정분과 위원은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인재개발원은 인사혁신처 소속의 교육기관이다. 옥 전 위원과 함께 국정기획조정분과 위원을 했던 강석훈 전 의원은 청와대 경제수석을 하고 있다. 박효종 전 정무분과 위원은 제3기 방송통신심의위원장으로 발탁됐다.

외교국방통일분과 위원이던 김장수 전 국방부장관은 국가안보실장을 지낸 뒤 주중 한국대사로 임명됐다. 윤병세 전 외교국방통일분과 위원은 현재 외교부장관이다. 경제2분과 간사 이현재 의원은 지난 총선 때 경기 하남시에서 당선됐다.

이승종 전 법질서·사회안전분과 위원은 제16대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을 거쳐 제2기 지방자치발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방자치발전위원회는 대통령 소속 자문위원회다.

최성재 전 고용복지분과 위원은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으로 재직하다 제5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을 지내고 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준정부기관이다.

모철민 전 여성문화분과 위원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거쳐 현재 주프랑스 한국대사로 있다. 김현숙 전 여성문화분과 위원은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을 하고 있다.

[외곽]

장훈 전 정무분과 위원은 인수위 기간이 끝난 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로 복귀했다. 박흥석 전 경제1분과 위원은 럭키산업 대표이사로 복귀해 활동 중이다. 이혜진 전 법질서·사회안전분과위 간사는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있다. 곽병선 전 교육과학분과 위원은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임기가 끝난 후 인천대 석좌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인수위 당시 19대 국회의원이던 류성걸 전 경제1분과 위원은 바른정당 4·12재보궐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서승환 전 경제2분과 위원은 2015년 3월까지 국토교통부장관을 지내고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로 돌아갔다.

장순흥 전 교육과학분과 위원은 한국원자력안전위원회 전문위원장으로 활동했고,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창조경제분과 위원을 지냈다. 최근 세계 NGO 컨퍼런스 조직위원장을 맡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안상훈 전 고용복지분과 위원은 국무총리 소속 사회보장위원회 민간위원, 대통령 자문 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민생경제분과위원장을 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글로벌사회공헌단장이다.

임종훈 전 행정실장은 인수위 후 2014년 3월까지 박근혜정부 첫 청와대 민정수석실 민원비서관을 지냈다. 현재 홍익대 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칩거]

김진선 전 취임준비위원장은 2018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서 내려온 과정이 석연찮아 그 배경이 주목받고 있다. 유진룡 전 문체부장관은 최근 특검에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김 전 위원장의 사임을 강요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19대 국회의원이던 김상민 전 청년특별위원장은 지난 2016년 11월 정두언·정문헌·이성권 전 의원 등과 함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을 탈당했다. 앞서 김 전 위원장은 이정현 당시 당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인 바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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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