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후폭풍> 대 이은 막장부녀 권력사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3.10 17:53:55
  • 호수 11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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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최태민 혼령에 발목 잡혔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인연’이 ‘악연’이 되기까지 40여년의 시간이 걸렸다. 세월만큼이나 최태민 일가와 박근혜 대통령 사이는 끈끈했다. 최순실과 박 전 대통령은 경제공동체로 묶였다. 대한민국은 경악했고, 탄핵의 목소리를 높였다. ‘죽은 공명이 산 중달(사마의)을 이기다’라는 말처럼 최태민은 지하세계서도 박 전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수차례 경종에도 대한민국은 눈과 귀를 닫고 있었다. ‘설마’하는 마음이 컸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증 과정서 최태민 의혹이 불거졌다. 박 전 대통령은 “실체가 없다”며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실체가 없다?
드러난 거짓말

그러나 현 상황에 비춰보면 이는 박 전 대통령의 거짓말로 판명났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에도 최태민의 딸 최순실과 사위 정윤회로 이어지는 무한 루프에 갇혀 있었다.

경선 때 제기된 의혹은 현재 거론되고 있는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미르·K스포츠재단이 설립되기 전이라 실체화되지 않았을 뿐이었다.

2007년 6월18일 발간된 <월간조선>은 “1970년대 후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던 박근혜 후보와 함께 ‘대한구국선교단’ ‘새마음 봉사단’을 이끌었던 최태민 목사의 딸과 사위 등 가족들이 서울 강남구 요지에 수백억원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17일에는 한나라당 당원이라고 밝힌 김해호씨가 “최태민과 그의 딸이 육영재단에 개입해 임의로 어린이회관 관장을 바꾸고 직원들을 해고했다”고 주장했다. 잇단 의혹에 박 후보는 입을 열었다.

“그분(최태민)이 횡령을 했느니 사기를 쳤느니 하는 얘기가 있던데 실체가 없다. 천벌을 받으려면 무슨 짓을 못하느냐는 말도 있다”고 두둔했다. 첫 번째 경종이었다.

함께 경선에 임하고 있던 이명박 후보 측은 최태민이 박 후보의 이름을 업고 권력형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최태민은 정보기관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 전력이 있었다. 중앙정보부가 그의 비리 혐의를 파악해 박정희 당시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서를 올렸단 사실도 드러났다.

이른바 ‘최태민 보고서’였다. 이는 범여권 대선주자였던 이해찬 전 총리의 홈페이지에 게시되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A4 용지 16쪽 분량의 보고서에는 최태민의 출생과 성장 배경, 경력,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게 된 과정, 구국여성봉사단 창설 이후의 각종 비리 혐의, 상습적인 성추문 혐의 등이 상세히 기술돼 있었다. 7개의 이름과 6명의 부인을 둔 사실도 알려져 국민들을 경악시켰다.

“영적인 부부”
괴담 쏟아져

1912년 황해도 출생인 최태민은 일제강점기 시절 순사를 지낸 뒤 해병대의 비공식 문관으로 활동했다. 공화당 중앙위원, 영세교 교주 등의 이력도 가지고 있다. 1975년 구국선교단 총재를 지내면서 명예총재로 박 전 대통령을 임명했다. 최태민은 지난 1994년 지병인 만성신부전증으로 사망했다. 향년 82세였다.


‘최태민 보고서’에 따르면 최태민은 구국선교단 등 자신이 만든 단체의 업무를 총괄하면서 기업으로부터 출연금을 거둬 수백만 명의 단원을 확보했다. 미르·K스포츠재단과 같은 수법이었다.

이 과정서 사기와 횡령 등 각종 비리를 저질렀다. 최태민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은 10·26 뒤 재판부에 제출한 항소이유보충서를 통해 “이 문제(최태민)가 10·26혁명의 동기 가운데 간접적이지만 중요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두 번째 경종은 지난 1990년 육영재단 운영권을 둘러싼 박 전 대통령과 동생 박근령씨의 마찰 때 울렸다. 당시 박근령씨를 지지하던 숭모회 회원들은 최태민의 전횡을 비난하며 그의 퇴진을 요구했다. 당시 최태민은 재단 고문을 맡고 있었다.

이들은 최태민이 육영재단의 각종 사업을 배후 조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박근령씨는 “사기꾼 최태민을 엄벌해 최태민에게 포위당한 언니 박근혜를 전직 국가원수 유족 보호 차원서 구출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노태우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육영재단 사태로 공식 석상서 물러날 때까지 최태민은 ‘구국여성봉사단’ ‘박정희·육영수 기념사업회’ ‘근화봉사단’ 등에 박 전 대통령과 함께 등장했다.

정보기관 단골손님 최태민의 실체
“물 한 모금도” 박통 의존도 심각

박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게 된 건 육영수 여사가 세상을 떠난 지난 1974년이었다. 상심에 빠진 박 전 대통령에게 최태민은 여러 차례 서신을 보냈다.

<김형욱 회고록>에 따르면 최태민은 “어머니(육영수 여사) 목소리가 듣고 싶을 때 나를 통하면 항상 들을 수 있다. 육 여사가 꿈에 나타나 내 딸이 우매해 아무 것도 모르고 슬퍼만 한다면서 이런 뜻을 전해 달라고 했다”는 취지의 서신을 보낸 것으로 나온다.
 

박 전 대통령과 최태민의 일화는 여러 사람의 입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전기영 목사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태민이 생전 박 전 대통령에 대해 한 말을 증언했다. 전 목사는 당시 ‘최태민·박근혜 연인설’에 대해 최태민에게 직접 물어봤는데 그때 최태민이 “박근혜와 나는 영의 세계 부부이지, 육신의 부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앞서 전여옥 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서 박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당대표 시절 “꿈에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가 나타나 ‘나를 밟고 가라. 그리고 어려운 일이 닥치면 최태민과 상의하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최근 방영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선 박 전 대통령이 10·26 사태 이후 칩거에 들어갔던 일화가 전해졌다. 최태민의 의붓 손자인 조용래씨의 부인은 해당 방송서 “(10·26 사태 이후 박 전 대통령이) 넋이 나가서 벌벌 떨고 있었다. 주로 기도하러 최태민 집에 와 ‘나무천국사불’이라는 주문을 반복했다”고 전했다. ‘나무천국사불’은 사이비종교 교주였던 최태민이 만든 주문이다.

“1위 최순실
박근혜는 3위”


박 전 대통령이 최태민의 부인 임선이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했다는 일화도 소개됐다.

조용래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임선이는 박근혜의 모든 것을 관리했다. 박근혜-최태민 집안 관계의 몸통은 임선이였다”며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을 위협하는 세력이 있다고 믿었으며 자신을 지켜주는 최태민에게 삶의 모든 부분을 의지했다. 마시는 물 한 모금, 약 한 봉지까지도 최태민이 직접 챙겨줬다”고 말했다.

세 번째 경종은 정윤회 문건 파동 때 울렸다. 박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한 정윤회씨가 공식 직함 없이 정호성·안봉근·이재만 등 문고리 3인방을 정기적으로 만나 인사에 관여한다는 문건이 공개된 것이다.

정씨와 최태민의 다섯 번째 딸 최순실은 부부 사이였다. 문건 파동이 있던 당시는 최순실의 이름이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던 상황. 박관천 전 행정관이 검찰에 출두해 “우리나라 권력 서열 1위는 최순실, 2위가 정윤회, 박 (전)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고 소리쳤을 때도 주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정윤회-최순실은 문건 파동 직후 이혼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에 있었던 최순실 게이트 국조특위 4차 청문회서 증인으로 출석한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은 “2014년 1월 정윤회 문건 파동 이후 박 전 대통령이 정윤회·최순실 부부의 이혼을 권유했고 3월에 이들이 이혼한 것으로 취재했다”고 밝혔다.

박정희→최태민, 국고환수 가능?
세 번 울린 경종, 더 늦었더라면…


이혼 후 두 사람은 재산 분할소송을 벌였다. 정윤회가 전 부인의 ‘숨겨진 재산’을 찾아달라며 법원에 ‘재산명시신청’을 한 것이다. 재산명시신청은 재산분할을 위해 법원이 재산 공개를 요청하는 제도로 수표나 증권, 보석류 등 상세한 재산 목록을 제출해야 하는 만큼 “숨겨진 재산을 밝힐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순실이 드러난 수백억의 재산 외 거액의 재산을 은닉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정윤회는 재산 분할 청구를 돌연 취하했다.
 

최태민 일가의 재산은 대중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조용래씨는 자신이 쓴 <또 하나의 가족>이란 책을 통해 부정축재의 단서를 제공했다. 최태민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남긴 돈을 자신의 일가 쪽으로 넘겼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선 최순실이 독일 등 해외에 수조원대 차명계좌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자금이 대통령 정치자금과 연관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최태민-최순실 부녀의 불법 재산형성 의혹은 특검법상 14개 수사대상 중 하나다.

못 다한 특검의 수사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이어갈 예정이다. 과연 부정축재한 최태민 일가 재산을 얼마나 국고로 환수할 수 있을지가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인연은 지난 1986년 독일 유학을 다녀온 최순실이 육영재단 부설 유치원장을 맡은 뒤부터 본격화됐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육영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이 지난 1998년 보궐선거를 통해 정치에 입문한 후에도 인연은 계속됐다. 박 전 대통령이 2006년 서울시장 선거 유세 현장서 피습을 당하고 병원에 입원했을 때 최순실이 극진히 간호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증언도 전해질 정도다.

청와대 입성 후에도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관계는 끊어지지 않았다. 최순실은 박 전 대통령의 그림자 권력으로 군림하며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내몰린 것은 최순실의 국정 농단 실체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인연→악연
40년 걸렸다

박정희-최태민 때부터 이어져 온 두 사람의 인연은 파국을 항해 달려간 셈이다. 박영수 특검은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최순실은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하여 이재용 등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강산이 4번이나 바뀐 지금,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은 서로를 법의 심판대로 내 몬 악연이 되고 말았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최태민 의붓손자의 폭로

최태민의 의붓손자 조용래씨가 쓴 <또 하나의 가족>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에 출간됐다. 이 책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태민 일가의 관계를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의 역사적 배경을 짚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조씨는 아버지 조순제(최태민의 의붓 아들)와, 장기간 박 전 대통령의 개인 생활과 건강관리를 도왔던 어머니의 증언을 바탕으로 박근혜·최태민·임선이의 어두운 역사를 재구성했다.

<또 하나의 가족>은 최순실 이전 조순제가 박근혜·최태민이 벌인 각종 사업에 관여하게 된 이유, 박정희 전 대통령 사후 재산이 최태민 일가로 넘어간 일, 박근혜·최태민의 미스터리한 관계에 이르기까지 숨김없이 공개돼있다. 또 ‘조순제 녹취록’과 조순제가 죽기 전 쓴 진정서 초안 전문도 부록으로 수록돼있다.

조씨는 출판에 앞서 지난 8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은 경제공동체를 넘어 사실상 한 가족이다. 정계입문 선거 자금도 임선이가 댄 것”이라고 밝혔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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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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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