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선고 임박> 탄핵 인용 후폭풍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3.06 10:40:24
  • 호수 1104호
  • 댓글 0개

박근혜 망명·소요 사태·황교안 출마…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운명이 경각에 달렸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지난달 27일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심리를 끝냄에 따라, 이제 ‘최종결론’만 남겨두게 됐다. 법조계는 3월10일 또는 13일을 최종 선고일로 예상하고 있다. 본지는 탄핵 인용 후 박 대통령의 신변과 대선 구도에 일어날 변화를 진단해봤다.

끝내 주인공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헌재에서의 최종 변론을 거부했다. 국회와 대통령 측은 6시간 반 동안 마라톤 공방을 펼쳤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국회. 권성동 탄핵소추위원장과 3명의 변호사는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탄핵의 정당성을 부각시켰다.

주인공 없는
최종 변론장

권 위원장은 최후진술서 “국민이 만들어온 대한민국을 민주주의의 적으로부터 지켜달라”며 “실망한 국민들이 다시 털고 일어나 ‘우리나라가 살 만한 나라’라는 희망과 자신감을 회복하고, 함께 힘을 모아 통합의 길을 가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특히 ‘세월호 7시간 의혹’ 부분은 따로 시간을 할애해 강조했다. 이용구 변호사는 “세월호 침몰 당일 승객들을 구조할 골든타임이 있었고, 그 시간에 박 대통령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명백하다”며 “이 사유 하나만으로도 박 대통령은 파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렸다는 취지다.

이명웅 변호사는 국정 농단의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최순실과 같은 비선 실세에 의한 국정개입 사태는 우리 헌법시스템의 내부에 숨어 있던 암적 존재”라며 “박 대통령이 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국민의 동의와 지지를 얻기 어렵다. 대통령 직무 수행 단절로 인한 국가적 손실과 국정 공백을 훨씬 뛰어넘는 손상된 근본적 헌법질서를 회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 측은 물량전을 펼쳤다. 변호사 15명이서 5시간 넘게 탄핵의 부당함을 피력했다. 변론 과정서 서로 합의되지 않은 듯 어수선한 모습도 보였다. 재판부가 몇 차례 중복된 변론을 자제하라고 주문했을 정도. 변론 순서도 서로 합의되지 않아 재판부가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대통령 측은 각하와 기각 모두를 주장했다. 각하는 과정상에 하자가 있을 경우 이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는다는 결정이고, 기각은 원고의 청구를 이유 없다고(타당성이 없다고) 해 물리치는 결정을 뜻한다. 둘 모두 박 대통령이 직위를 유지하게 된다.
 

대통령 법률대리인 중 한 명인 이중환 변호사는 “각하가 먼저 성립되면 각하하는 게 맞고, 각하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본안에 들어가서 기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측이 지적하는 부분은 크게 2가지.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에 하자가 있다는 것 ▲8인 재판관 체제에서 내리는 결론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의결에 대해선 7개의 탄핵 사유를 개별 표결하지 않고 한꺼번에 표결했기 때문에 하자가 있다는 논리다. 8인 체제의 위헌 소지에 대해 정기승 변호사는 “(1월 말 퇴임한) 박한철 전 헌재소장은 대통령 추천 재판관인데, 대통령 추천 재판관이 결원인 상태서 심판하면 대통령에게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뚫으려는 자
막으려는 자

박 대통령은 의견서를 통해 탄핵 사유를 반박했다. 박 대통령은 “주변을 제대로 살피고 관리하지 못한 불찰로 국민의 마음을 상하게 한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송구스럽다”면서도 “단 한 번도 스스로의 사익을 위해 또는 특정 개인의 이익을 도와주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하거나 행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당시 헌재는 최종 선고일 발표를 미뤘다. 다만, 헌재가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는 3월13일 전 선고 방침을 수차례 밝힌 만큼, 법조계는 3월10일 내지 13일을 유력 선고일로 보고 있다. 그중 이 재판관 퇴임 전 마지막 평일인 10일에 특별 기일을 잡아 선고할 것이란 예상이 중론이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그에 따른 파장은 불가피하다. 촛불 집회와 맞불 집회, 둘 중 한쪽의 극심한 반발이 예상된다. 정치권은 급속히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탄핵 인용 쪽으로 무게가 실린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달 24∼25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47명 대상으로 실시, 지난 26일 발표한 2월 4주차 박 대통령 탄핵 관련 여론조사 결과 탄핵 인용 의견은 78.3%, 기각 의견은 15.9%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

이 때문에 인용 후 탄핵 무효를 외치는 보수단체 회원들의 원성이 지금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야권 주요 대선주자, 특별검사, 헌재 재판관을 겨냥한 테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를 암시하는 사건·사고가 벌써부터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인터넷에 이정미 재판관을 살해하겠다는 글을 올린 20대 남성이 경찰에 자수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달 25일 서울 대한문서 열린 맞불 집회에서 연단에 선 정광용 박사모(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회장은 “탄핵되면 아스팔트에 피를 흘릴 것이다. 문재인(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이 혁명을 말했는데, 우린 혁명 넘어 참극을 일으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울 한복판서 소요(騷擾) 사태가 일어나는 사상 초유의 일도 예상 가능하다.

10일 선고 유력, 고조되는 긴장감
야권·특검·헌재 겨냥한 테러 비상

박 대통령의 신병처리라는 난제도 기다리고 있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선 3가지 선택지가 거론되는 상황이다. 첫 번째는 검찰의 구속수사다. 탄핵은 곧 대통령 직위 해제를 의미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처럼 인용 후 곧바로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그림이 그려진다.

그러나 이는 극심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검찰에게 큰 부담을 주는 카드다. 재판부의 판단과 별개로 박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순간 보수단체가 무력행사에 들어갈 수 있다.

두 번째는 불구속 수사다. 검찰의 부담감을 고려한다면 불구속 수사가 현실성이 높다는 예상이 나온다. 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서도 구속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실제 정치권 및 법조계에서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구속 수사에 비해 국론분열의 가능성은 낮으면서 국정 농단 사태 수사는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야권 입장서도 보수결집에 따른 역풍 가능성을 낮출 수 있어 매력적인 카드다.

박 대통령도 구속이라는 치욕을 피해 재판을 대비할 수 있다. 아울러 수사에 저항하며 보수결집 시도가 가능하다. 여러모로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삼성동 사저에 칩거하면 검찰이 강제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난감하다는 점도 불구속 수사가 주목받는 이유다. 박 대통령은 인용이 결정되는 즉시 청와대 관저서 퇴거해야 한다.

인용 가능성↑
갈등 최고조

세 번째는 대선 후로 수사를 유보하는 것이다. 인용 후 정치권은 조기 대선 모드로 빠르게 전환할 것이고, 국민들의 관심은 대선에 맞춰질 게 자명하다.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대선기간 중 지난 정권에 대한 수사는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데 정치권의 의견이 모아진다면 충분히 현실화도 가능하다. 
 

지난 1997년 10월경 15대 대선을 앞두고 검찰이 이른바 ‘DJ 비자금 의혹사건’ 수사를 유보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수사 유보는 박 대통령의 해외 망명·도피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여부도 인용 후 윤곽을 드러낼 사항이다. 황 대행은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을 거부, 사실상 박 대통령과 공동운명체임을 스스로 인정했다.

황 대행은 지난달 27일 홍권희 국무총리 공보실장을 통해 “특검법의 주요 목적과 취지가 달성됐다”며 “헌재 결정에 따라 대선이 조기에 행해질 수도 있으며 그럴 경우 특검 수사가 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정치권 우려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당초 세간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결정이었다. 보수층을 의식한다면 특검 영장은 어불성설이다. 국정 2인자가 1인자의 신병을 다른 이에게 넘겨준다면 감당할 수 없는 역풍을 맞을 게 분명했다. 앞서 황 대행은 지난달 10일 국회에 출석해 특검 연장에 부정적 견해를 밝힌 바 있다.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도 거부했다.

구속·불구속·유보 3가지 검찰 카드
황교안 ‘복수’ 프레임 걸고 출마하나

황 대행은 국정을 운영하는 기간 동안 지지율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여권 1위는 물론이고 전체 2위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바짝 추격하는 중이다. 박사모 등 보수단체에선 황 대행을 차기 대통령으로 이미 낙점했다. 황사모·황대모 등 지지 세력은 연일 황 대행의 출마 결정을 독려하고 있다.

정치권서도 황 대행 출마 여부가 초유의 관심사다. 황 대행은 현재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정 안정화의 책임이 있는 자가 대선을 운운하는 순간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권한대행이 국정을 팽개치고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 그 순간 야권에 공격 포인트를 제공하는 꼴이 된다. 종합해봤을 때 보수의 기대치가 최고치로 오르며, 국정 안정화의 책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탄핵 후 출마 선언이 예상된다.
 

만약 황 대행이 본격적인 대선주자로 나설 경우 반문연대를 구축할지 여부도 관심이 모아진다. 명분은 충분하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매주 광화문 광장서 박 대통령 탄핵을 외쳤다. 탄핵을 주도한 문 전 대표를 국정 2인자였던 자가 나서 복수하겠다는 프레임으로 접근할 수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사면도 탄핵 후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다. 새로이 집권한 정부가 출범 초 극심한 좌우 대립을 해소하기 위해 ‘박근혜 특별사면’을 단행할 수 있다. 당장은 여론에 밀려 불가능하더라도 광복절 때 특별사면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교안 중심
반문연대는?

사면 카드는 취임 초 지지층이 등을 돌릴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에게 사법적 단죄를 내린 뒤 광복절(8월15일)을 전후로 특별사면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이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역사바로세우기’의 일환으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구속한 뒤 임기 말 특별사면을 한 방식과 유사하다. 실제 범여권에선 ‘사면 불가피론’이 제기되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활동 시작한 ‘황대만’ 실체

‘황교안 통일 대통령 만들기’(이하 황대만)이 지난 1일 첫 오프라인 모임을 갖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통령 선거 출마를 촉구하기로 했다. 이날 약 60명의 황대만 회원은 서울 종로의 한 식당서 국내외 지부 결성, 향후 활동 계획 등을 논의했다. 이 중 상당수는 서울 도심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

SNS를 통해 모인 황대만 구성원은 1만8000여명.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서 가결된 후 회원 수가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대만에는 박사모(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도 상당수 합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백도한 황대만 대표는 “지난해 봄 모임이 결성됐다. 황 대행이 법무부장관이던 시절부터 나라의 지도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다”고 입장을 밝혔다. 우성제 황대만 간사는 “법과 원칙이 바로 서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황 대행이 대선에 출마해야 한다”며 “조만간 지역별 지부와 해외 지부까지 결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