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의 비밀 책사들 대공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1.23 10:38:34
  • 호수 10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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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후 조력자들 ‘고도의 두뇌전’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중국 삼국시대 촉한의 승상 제갈량은 천하삼분지계를 완성, 유비를 초대 황제로 옹립했다. 고려 말 학자 겸 정치가인 정도전은 이성계와 함께 조선이라는 새 왕조를 일으켰다.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루이 하우는 프랭클린 D. 루스벨트의 비서로 일하며 그를 미국 역사상 유일한 4선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이렇듯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킹메이커는 항상 존재해왔다. 이번 2017년 대선이라고 예외일 순 없다. <일요시사>는 고도의 두뇌전이 펼쳐지고 있는 책사들의 세계를 취재했다.

책사들은 해박한 지식과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주군에게 조언한다. 그렇기에 관련분야에 깊이 있는 지식을 갖춘 전문가, 경험이 풍부한 원로·실무자들이 책사로 등용되곤 한다. 대선을 앞둔 현 정치권에선 능력 있는 책사를 모셔오기 위한 일대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여의도 정가
책사 쟁탈전

삼고초려는 이미 예삿일이 된지 오래다. 필요하다면 십고초려, 이십고초려도 불사한다. 특히 여러 차례 대선을 치러본 경험이 있는 인물들은 캠프 간 쟁탈전이 펼쳐질 정도다.

정책공약을 위해 영입하는 책사들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경제·노동·복지 등 대선 때마다 매번 반복되는 분야의 전공자 영입은 대선주자 입장에선 기본 중의 기본이다. 특히 이번 대선에선 최근 ‘뜨고 있는’ 4차산업혁명 이슈에 대비해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이 대거 캠프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매번 주목받아 온 경제분야 전문가의 몸값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대선주자들 중 경제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사람은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유일하다.

문재인·반기문·이재명 등 빅3는 물론 안철수·안희정·박원순·손학규·남경필·김부겸 등 지지율 10%대 이하 군소 후보들 중에서도 경제 전문가는 전무하다. 지난 대선에 이어 경제민주화가 다시 한번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 경제 전문가를 찾는 대선주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지역 유력인사도 영입 대상 중 하나다. 특히 취약 지역의 경우 반드시 그 지역의 명망 높은 인사를 데려와야 한다. 이 인사가 가진 인적 네트워크는 향후 경선 및 본선서 소중한 자산이 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최근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금값이다.

당내 경선은 물론 본선서도 여론조사의 비중은 상당하다. 어떤 기준으로 조사하느냐에 따라 상이한 결과가 나오는 여론조사는 그 중요도에 비해 변수가 많아 대선주자들이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이다.
 


그러나 대선주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두머리 책사를 결정하는 일이다. 각 분야 책사들의 조언을 한 데 묶어 정세를 파악, 대권의 길을 밝혀주는 선견지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책사들을 총괄하는 일인 만큼 자격 조건도 엄격하다. 지식·안목·경험을 두루 갖추면서 난관을 헤쳐 나갈 임기응변력도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대선주자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반기문-김숙
외교부 라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책사는 김숙 전 유엔대사다. 그는 현재 반기문 대선 컨트롤타워인 마포 캠프의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지난 2011∼2013년까지 유엔서 대사로 근무했던 김 전 대사는 최근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반 전 총장의 귀국을 도운 바 있다. 귀국 후에는 대선 전략과 국내 정치상황을 체크하는 것은 물론 일정과 메시지 관리 등의 일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대사는 반 전 총장과 함께 북미국 적통이다. 북미국은 외교부 안에서도 요직으로 통하며, 외교부장관으로 가장 빠르게 갈 수 있는 지름길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외교관이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곳이기도 하다. 북미국장 출신인 김 전 대사는 이후 국정원 1차장, 주 유엔 대표부 대사로 부임하며 반 전 총장의 지근거리서 일했다.

반기문 캠프는 외교관 출신 인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이 핵심참모로서 김 전 대사를 총애하듯 서로 간의 신뢰가 기반인 외교관 출신들의 목소리가 캠프서 강할 수밖에 없다. 이런 연유로 일각에서는 캠프 내 여러 그룹 간 파워게임이 벌어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반기문의 마포 캠프는 총 4개 그룹으로 구성됐다. 오랜 기간 반 전 총장과 관계를 맺어온 외교관 그룹, 이명박정부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친이(친 이명박)계 그룹, 그리고 언론인 그룹과 충청권 그룹이 그들이다. 크게 보면 친이계·충청권 인사를 중심으로 한 정치인 그룹과 외교관·언론인 출신의 비정치인 그룹으로 나뉜다.

숨겨둔 ‘제갈량’ 한명씩 거느려
몸값 높은 브레인…막오른 영입전

김 전 대사는 비정치인 외교관 그룹에 속한다. 그는 이명박정부서 국정원 1차장을 지내며 관료생활을 했지만, 중앙 정치와는 꽤 거리가 있다. 특정 그룹의 리더 격인 인사가 업무총괄을 맡고 있다 보니 이런저런 불만이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 정치인 그룹과 외교관 그룹 간의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친이계 측은 외교관 그룹의 정무감각 부재를 문제 삼고 있다. 반면 외교관 측은 친이계 그룹이 권모술수에만 능하다고 우려한다.
 

대표적인 혼선이 최근 반 전 총장의 ‘빅텐트론’이다. 반 전 총장이 더불어민주당 비문(비 문재인)계와 국민의당·바른정당 인사들을 끌어안아 연대한다는 전략이다. 그런데 과연 빅텐트를 형성하기 위해 반 전 총장이 기존 정당에 입당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입당 없이 세력을 꾸릴지를 두고 두 그룹의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외교관 그룹이 조만간 친이계 그룹을 배제하기 위한 캠프 정리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핵심 책사이자 캠프를 이끌고 있는 김 전 대사의 결단이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조윤제
정책 브레인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의 핵심 참모진은 노무현정부 당시 청와대 출신들이다. 윤건영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정태호 전 청와대 대변인을 비롯, 청와대서 행정관-비서관으로 근무했던 같은 당 박재호·최인호·전재수 의원 등 문 전 대표와 동고동락한 인사들이 문 전 대표에게 여러 조언을 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정치권에선 이들 외에 문 전 대표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숨은 책사들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정치인 출신 참모진들이 꾸려진 상황에서 이들 존재가 문 전 대표의 대선가도에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6일 출범한 ‘정책공간 국민성장’은 문 전 대표의 핵심 정책자문그룹이다. 조윤제 서강대 교수가 중심이 된 이 그룹은 현재 800여명이 참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문 전 대표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공공부문 확충과 노동시간 단축 등도 조 교수의 아이디어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그룹은 향후 1000여명의 교수들이 포진한 싱크탱크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여의도에 사무실을 마련해놓은 이들은 문 전 대표의 공식 출마 선언만 기다리는 상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 여의도에 예비캠프를 차리고 대권을 정조준했다. 현역 국회의원보다 원외 정치인과 시민사회 등에 집중된 해당 캠프의 인적구성은 그의 장점이자 약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책이나 조직 부문에서 탄탄할 수 있겠지만, 당내 기반은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캠프 좌장은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를 지낸 김상희 더민주 의원이 맡고 있다. 그 밑으로 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출신의 남인순 의원이 조직 파트를,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와 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출신 권미혁 의원이 정책 파트를 총괄하고 있다. 전략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처장을 역임한 박홍근 의원이 맡고 있다.

반, 북미 적통 이어받은 김숙
문, 핵심 정책 브레인 조윤제
박, 금강팀 좌장 염동연 영입

그러나 캠프서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과거 금강팀을 이끈 염동연 전 열린우리당 사무총장이다. 금강팀은 국회의원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대권에 도전하도록 한 핵심조직으로 당시 노 후보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수행했다.

염 전 총장은 노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그를 찾아가 “영호남을 아우를 수 있는 당신(노무현)이 (대통령에) 출마하라”고 처음으로 제안한 사람으로 알려졌다. 금강팀이 친노(친 노무현)의 성골로 불릴 정도로 적통을 인정받은 데는 염 전 총장의 공이 컸다.
 

노 전 대통령의 출마 선언 후 당시 염 전 총장은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함께 금강팀의 조직 파트를 맡았다.

국회의원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장본인이 박원순 캠프에 합류했다는 소식에 정치권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박원순 캠프의 좌장은 김상희 의원이지만, 실질적인 좌장은 염 전 총장일 가능성이 높다”며 “경선이든 본선이든 본질은 선거인데, 그 분야의 귀재가 합류한 것 아닌가. 롤(역할)이 결코 작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염 전 총장은 대표적인 친노이자 비문 성향”이라며 “최근 박 시장의 ‘문재인 때리기’는 염 전 총장의 영향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염 전 총장의 금강팀은 노무현정권 태동의 일등공신임에도 상대적으로 문 전 대표의 부산팀에 비해 홀대받았다. 대표적으로 염 전 총장은 노 전 대통령 당선 직후 ‘나라종금 사건’이 터져 검찰 조사를 받은 반면, 문 전 대표는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거쳐 비서실장까지 역임했다. 염 전 총장은 최종 무죄판결을 받은 후에도 요직에 앉지 못했다.

박원순-염동연
선거의 귀재

염 전 총장을 중심으로 금강팀 책사 라인은 박 시장에게 전략과 조직 파트에 대한 조언을 아낌없이 건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염 전 총장은 ‘집권결사 2017’이라는 호남지역 기반조직 창립도 준비 중이다. 과연 박 시장은 염 전 총장의 도움을 받아 군소 주자라는 꼬리표를 땔 수 있을 것인지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남·손 캠프 상황은?

이재명 성남시장은 정치·외교·안보·경제 등 분야별로 30여명의 참모진을 구축, 대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참모진은 성남시 내부 인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별도의 싱크탱크를 갖추지 않은 이 시장은 대신 30여명의 교수와 한 달에 한번 정도 의제별 스터디를 하며 정책 자문을 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과거 한나라당 소장파 모임인 미래연대 출신 인사들과 함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남 지사의 트레이드 마크 중 하나인 모병제의 경우 미래연대에서 인연을 맺은 박재성 전 이명박 대선후보 상임특보의 아이디어라는 말이 전해진다. 박 전 특보는 ‘모병제희망모임’에서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힘은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으로부터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선주자들의 싱크탱크 중 가장 오래된 이 재단은 만들어진지 10년이 넘었다. 때문에 오랜 세월 다져진 탄탄한 조직력이 최대 강점이라는 평가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과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재단 핵심 인사로 꼽힌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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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