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드러내는 황교안의 영웅본색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6.12.19 10:40:07
  • 호수 10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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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놀음하더니 용꿈 꾸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본색을 드러냈다. 그동안의 자리가 족쇄처럼 느껴졌던 모양이다. 관리형 총리에서 승격되자마자 국정을 직접 챙기는 등 파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마치 차기 대권을 정조준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당초 소극적 범위에서만 권한을 행사할 것이란 대부분의 언론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가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황교안 체제는 도대체 무슨 목적이 있어 이다지도 적극적인 걸까.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기 직전, 그가 소극적 역할에 머물 것이란 언론의 보도는 합리적이었다. 앞선 7명의 권한대행이 그랬었고, 정권의 생명 또한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나설 명분도, 목적도 없었다. 그러나 황 권한대행은 세간의 예상을 깨고 국정을 직접 챙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보다 더 국정에 열심인 모습이다.

권한대행이
인사권 행사?

권한대행인 그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인사권을 사실상 행사했다. 황 권한대행은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유임을 시사했다.

그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 가결 후 1차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서 “경제 분야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중심의 현재 경제팀이 책임감을 갖고 대내외 리스크 및 경제 현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해달라”며 “금융과 외환시장은 변동 요인이 많은 만큼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중심으로 시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조치를 적기에 취해 달라”고 말했다. 현 경제팀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야권에선 황 권한대행의 유임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국회와의 사전협의 없는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은 황 권한대행의 결정에 대해 “국회와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유 부총리 유임을) 결정한 것은 국민적 우려를 더욱 증폭한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와 사전협의가 없었다는 점은 논란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무엇보다 황 권한대행은 탄핵 절차를 밟고 있는 박 대통령의 유산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높은 상황이다.

황 권한대행은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 참석 문제로 또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대정부질문 불출석을 알린 것이다. 허원제 청와대 정무수석은 야당 원내대표들을 찾아가 황 권한대행의 불출석을 양해해 달라고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과 국민의당은 허 수석의 요청이 있자 즉시 거부 의사를 밝혔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본인이 대통령이 된 것처럼 출석을 안 하겠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흘리고 계신데, 대통령이 된 것이 아니다”며 “폼 잡지 말고 나와서 본인의 국정구상을 설명하는 장으로 활용하기 바란다. 박 대통령 흉내는 내지 말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흉내
폼 잡지 마”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황 권한대행의 대정부질문 불출석에 대해 “단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우리 국민은 국정 공백에 대해 권한대행의 책임 있는 육성을 듣고 싶어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염려했던 대로 황교안 체제는 역시 박근혜정부의 연속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국민의당 주장대로 ‘선 총리, 후 탄핵’이 됐으면 상당한 진전이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박근혜 아바타’라 불리는 황 권한대행을 박 대통령 탄핵 가결 전 교체했으면 지금과 같은 우려는 없었을 것이란 주장이다.

황 권한대행은 마치 대통령의 일정에 버금가는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 학계, 언론계 원로 인사 6명을 초청, 대화를 나눴다. 참석자들은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 남시욱 전 <문화일보> 사장, 최우석 삼성경제연구소 소장, 남시욱 전 <문화일보> 사장, 심지연 경남대 명예교수, 이영작 전 한양대 교수 등 보수 성향이 강한 인사였다.
 


이날 원로들을 초청한 목적은 임시 통수권자로서 국정을 어떻게 이끌 것인가에 대한 조언을 듣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황 권한대행은 편향된 인사들만 초청, 사실상 다양한 조언을 듣길 거부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비선의 얘기만 들었던 박 대통령과 다를 바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유일호·임종룡 유임 사실상 인사권 행사
기다렸다는 듯이…잇달아 파격적인 행보

원로들 입을 통해 나온 얘기 또한 우려를 낳고 있다. 그들은 황 권한대행에게 “트럼프 미국 신임대통령 취임식에 직접 참석해 외국 정상들과 교류하는 방안을 적극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권했다. 사실상 ‘정상외교’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원로들의 권유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앞서 원로들이 황 권한대행을 만나기 하루 전 외교부는 “우리 정상의 내년 첫 외교일정은 오는 7월7일 독일서 개최되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라며 “상반기 중에 정상급 외빈의 방한 요청도 없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원로들은 황 권한대행에게 정상외교를 권한 것이다.

새누리당 친박(친 박근혜)계는 황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정권 재창출 프로젝트를 재편했다. 앞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러브콜을 보냈던 친박계가 이젠 황 권한대행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일각에선 황 권한대행을 두고 ‘대안’이 아닌 ‘대망론’이라 평할 정도다. 만약 그가 현 시국을 안정시킨다면 강력한 대선주자로 떠오를 수 있다는 이유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황 권한대행의 지지율이 오르는 등 친박계 전략이 통하는 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은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가 무선 100% 방식으로 실시한 12월 2주차(11~12일) 정례조사의 결과를 보면 황 권한대행의 지지율은 전주 대비 2%포인트 오른 3.6%를 기록했다.
 

이로써 그는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26.5%), 반기문 유엔사무총장(21.9%), 이재명 성남시장(15.5%),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6.9%)에 이은 차기 대선 주자 ‘TOP 5’에 진입했다. 이는 보수층의 기대감이 결집된 결과라는 게 중론이다.

황 대망론
친박계 지원

이에 친박계는 측면 지원에 나섰다. ‘신박’ 원유철 전 원내대표는 <불교방송> 라디오와의 인터뷰서 “황 권한대행도 아주 훌륭한 지도자의 한 사람이라고 본다”고 치켜세웠다. 강성 친박 조원진 최고위원은 “황 권한대행은 야당의 겁박과 횡포에 추호의 흔들림 없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장우 최고위원은 “대통령 행세부터하고 있다”고 말한 더민주 추미애 대표를 비난하며 “황 권한대행의 반의 반만이라도 닮았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은 대선주자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당초 꼽혔던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중 김 전 대표는 불출마를 선언했고, 남 지사는 탈당했다. 비박계인 유 의원, 오 전 시장, 원 지사는 언제 탈당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영입을 추진했던 반 총장은 제3지대서 출마할 것이 유력하다(본지 1092호 ‘반기문-손학규-정진석 3자 막후 연대설’ 기사 참조). 결국 친박계가 내세울 사람은 황 권한대행이 유일한 상황이다.

황 권한대행이 최근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서 여·야·정 협의체 구성 제안에 대해 즉답을 피한 것도 석연찮다.

정 의장은 해당 자리에서 황 권한대행에게 “마침 정치권에서 국정협의체를 제안했는데, 그 협의체를 활용해 민생이나 경제를 살리자는 제안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지만, 그는 “국민의 뜻을 잘 받들어 국정 전반에 잘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만 답했다.

지명직이 국정을?
대의민주 훼손 논란

즉답을 피한 것은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고 정치권은 말한다. 이면에 국정 운영을 진두지휘해 자신의 존재감을 높인다는 복안이 숨어있다는 것이다. 이를 시사하듯 황 권한대행은 정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AI, 경제 침체, 대중국 관계 등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또한 황 권한대행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THAAD) 배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위안부 합의 등에 대한 현안에 대해서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국정화, 사드, 한·일 협정, 위안부 합의 등에 대한 추진은 황교안 체제가 박근혜정권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야권의 의견을 묻지 않고 이러한 현안들을 노선 변경 없이 추진하겠다는 황교안 체제의 의지로도 읽힌다.
 

이에 야권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더민주 박경미 대변인은 국회 현안브리핑을 통해 “대통령 놀이에 나선 황 권한대행은 지금 용꿈을 꾸나.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황 권한대행이 마치 대통령인 양 행동하고 있다. 황 권한대행이 뻔뻔하게 대통령 코스프레 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대행은 대행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황 권한대행이 서서히 본색을 드러내는 것은 자신이 중심이 돼 여권의 대선주자로 발돋움하겠다는 일그러진 ‘영웅본색’으로 읽힌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 탄핵 때의 고건 권한대행과는 사뭇 다른 행보라는 점이 이를 대변한다. 고 권한대행이 권력의 뒤에 있었다면, 황 권한대행은 전면에 나서고 있다.

‘박근혜 아바타’
국민의 선택은?

황 권한대행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사람이 아닌, 박 대통령에 의해 ‘지명’된 사람이다. 그런 그가 국정운영을 주도하는 모습을 국민들은 쉬이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는 헌법 제67조 제1항에 적시된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이기도 하다.

특히 현 시국처럼 민의의 엄중함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라면 반발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만약 황 권한대행이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공직기강비서관, 헌법재판소장·헌법재판관 등에 대한 인사권을 독단적으로 행사한다면, 국민들의 분노는 황교안 체제를 향해 실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우병우 청문회’ 관전포인트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오는 22일 열리는 제5차 청문회에 참석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과연 어떤 질의가 이어질 지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핵심은 우 전 수석의 장모인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과 국정농단의 주인공인 최순실씨와의 관계 규명이다. 앞서 차은택씨 변호인은 지난 2014년 김 회장과 최씨가 골프를 쳤다고 공개했다.

이에 민정수석 발탁 과정에 최씨의 영향력은 없었는지 집중적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또한 우 전 수석이 최씨의 국정농단 전모를 알면서도 고의로 묵인·방조했는지,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과의 업무 불화설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의 연결고리는 어떠한지에 대한 집중 추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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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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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