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2017 대선판 데자뷰 내막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6.12.19 10:21:38
  • 호수 10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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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이인제 보면 문재인-이재명 보인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최순실 게이트’는 주권자의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웠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는 정치 혐오라는 장막 뒤에 숨어 각종 이권에 개입, 국정을 농단했다. 분노한 국민들은 그들에게 철퇴를 내렸고, 차기 대선서 제대로 된 지도자를 뽑겠다는 데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야권 입장에선 정권교체의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지난 1997년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지 않는다면, 정권교체는 요원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는 야권의 유력 대권후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레이더P’ 의뢰로 실시해 지난 15일 공개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 따르면, 문 전 대표는 지난주 대비 0.9%포인트 오른 24.0%를 기록했다. 또 다른 유력 대권후보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앞선 1위 자리를 수성했다. 문 전 대표는 7주째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세론
반문연대 돌출

‘문재인 대세론’을 부정할 순 없다. 문 전 대표가 현 시점서 가장 앞서 있다는 점은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드러난다. 지난 8월 말 치러진 더민주 전당대회를 통해 ‘친문 체제’가 공고해졌다는 점도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로 조기대선이 치러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여론조사 1위를 섭렵하고 있는 문 전 대표가 대권에 한걸음 다가섰다는 정치권 안팎의 분석은 충분히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때문에 문 전 대표가 최근 대세론에서 비롯된 조급증에 걸렸다는 분석이 있다. 국회에서의 탄핵소추안 의결이 있던 그 주, 문 전 대표는 “탄핵 표결(지난 9일) 이전에 사임하면 나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탄핵이 의결되면 딴말 말고 즉각 사임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당시 정치권에서는 차기 대선 시기를 앞당기는 전략적 발언이었다고 해석했다. 문 전 대표가 대세론을 의식해 박 대통령의 즉각 사퇴를 유도, 사실상 내년 2~3월 중 조기 대선이 치러지길 바라는 마음을 내비쳤다는 것이다.

때문에 더민주 친문계열을 제외한 다른 정치권 인사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새누리당 비박계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문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가능하면 빨리 대선을 하겠다는 것은 권력에 대한 욕심에 눈이 먼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CBC라디오와의 인터뷰서 “그분(문 전 대표)은 처음엔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로 가는 것도 꺼렸다. 광장에서 바로 정권을 넘어뜨리자는 식으로 말했는데 조기 대선을 하면 자기가 이롭다(는 판단 때문)”이라며 “그건 문 전 대표 혼자(만 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급한 행보
이재명 때문?

이러한 분위기 속에 최근 야권에선 ‘문재인 고립작전’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다. 개헌·반문 전선을 형성할 것이란 예상이다. 손학규, 김종인과 같은 개헌파들이 개헌을 반대하는 문 전 대표에 대해 공세 수위를 높이면서 동시에 이재명, 박원순, 김부겸 등 당내 대선주자들이 소위 ‘반문연대’를 조직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특히 이재명 성남시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이 시장은 촛불집회의 열기를 타고 비상하고 있는 야권 대선주자다. 그의 지지율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을 기준으로 분명한 변화를 보인다. 최순실 게이트가 촉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0월만 해도 이 시장의 지지율은 4∼5%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1차 촛불집회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이 시장의 지지율은 9∼10%로 두 배가량 수직 상승했다. 기세를 탄 이 시장의 지지율은 최근 15%를 돌파, 16∼18% 사이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굉장히 유의미한 숫자라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본지와의 만남에서 “대선주자가 국민들의 주목을 받아 인지도가 상승할 때 두 개의 지지율 장벽을 만나게 된다”라며 “첫 번째로 마주치는 게 10% 장벽이고, 두 번째가 15%다. 9%까지 올라가긴 쉬워도 10%를 넘는 건 굉장히 힘들다. 15%는 더더욱 뚫기 어렵다. 만약 15%를 뚫어냈다면 진정한 의미의 대선주자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연스레 이 시장은 문 전 대표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특히 최근 ‘반문연대’를 시사하는 발언으로 대항마 이미지가 더욱 공고해진 상태다.

이재명 ‘우산론’, 박원순 손 잡았다
“문, 동반자” 해명에도 ‘반문연대설’

이 시장은 탄핵이 가결되고 하루가 지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인연을 소개하며 “박 시장님은 국민권력시대를 말씀하신다. 국민들이 주인 되는 나라를 위해 검찰, 재벌을 포함한 사회의 대대적인 개혁을 주장하신다. 이는 나의 생각과 거의 완벽하게 일치한다”며 “비 내리는 국회 앞에서처럼 (박)원순 형님과 함께 같은 우산을 쓰며 국민승리의 길을 가겠다”고 ‘우산론’을 펼쳤다.

이 시장은 글을 올린 후 곧바로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특강에 참석했다. 이 자리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우리의 팀이 이기는 것이 중요하고 그 중 누가 MVP(대통령)가 될 것인가는 결국 국민이 정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박 시장님과 제일 먼저 함께하는 것이고, 곧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부겸 의원, 문재인 전 대표와 다함께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 시장은 이 사장에 대해 ‘청출어람’이라고 평가하는 등 함께할 뜻을 내비쳤다. 또한 이 시장의 우산론에 대해 자신의 SNS에 “우리를 씌우는 우산이 아닌 국민들의 눈비를 막아주는 우산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 봤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무엇보다 이 시장과 박 시장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희망제작소’ 등에서 함께 활동한 이력이 있어 연대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후 반문연대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에 이 시장은 당 내부 갈등으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 “이재명 이름 석 자로 정치하지, ‘반’이나 ‘비’자가 들어가는 패거리정치는 해온 적도 없고 앞으로 할 일도 없다. 문 전 대표님을 배제하려는 제3지대 이야기가 나왔을 때 ‘누군가를 배제하는 방식의 제3지대는 국민의 신뢰도, 지지도 받을 수 없다’고 확신해서 답했다”며 반문연대 성격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반문계·개헌파
합종연횡 가능성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반문연대는 현실화 될 것이란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리고 그 포인트는 앞으로 만들어질 개헌특위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여야는 이달 말부터 국회에 개헌특위를 설치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따라서 개헌파의 움직임이 지금보다 더 활발해질 예정이다.

이는 문 전 대표에 대한 비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문 전 대표는 “개헌을 말할 때가 아니다. 오래된 적폐들에 대한 대청소와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에 대한 논의에 집중해야 될 때”라며 대선 전 개헌 추진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당내 개헌파는 문 전 대표에게 쓴소리를 내고 있다. 김부겸 의원은 최근 기자회견서 “시간을 핑계로 (개헌) 논의 자체를 하지 말라는 것에 동의하지 못한다”며 개헌 추진 의지를 밝혔다. 김종인 전 대표도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대통령 후보(문재인)가 개헌 찬성을 안 하니까 개헌을 못한다는 식으로 개헌 문제를 다뤄선 안 된다”라며 “공약을 해서 개헌하겠다는 것은 전부 다 부정직한 사람들 얘기”라고 날을 세웠다.
 

또한 당내 비주류 인사들이 세 규합에 나서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전 대표와 박영선 의원 등 비문재인계를 대표하는 인사들은 최근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1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동아시아미래재단은 대표적인 개헌론자 중 한 명인 손학규 전 더민주 대표의 싱크탱크다.

당시 손 전 대표는 정계개편을 시사했다. 그는 “여러분과 함께 제7공화국 건설에 나설 개혁세력을 한 데 묶는 일을 하겠다”며 “7공화국을 위해 ‘국민주권 개혁회의’를 만들어 대한민국의 국가적 대개혁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회창 VS 인제 구도 ‘남의 일 아냐’
야권 분열 기대하는 새누리당 속내

결국 문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문세력과 이재명 시장을 중심으로 한 반문연대와의 대립이 불가피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정치권 관계자들은 과거 1997년 대선 상황을 반면교사 삼아 자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헌정사상 최초로 여야의 평화적 정권교체가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는 지난 15대 대선, 그러나 대선 전에는 서로에 대한 난타전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됐다.

당시 14대 대선 패배 후 정계은퇴를 선언했던 김대중 전 평민당 총재가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 출마를 선언해 유권자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신한국당 경선이 유권자들의 관심을 모으면서 이내 팽팽한 균형이 맞춰졌다.

당시 신한국당에선 이른바 ‘9룡’이라 불린 대선주자들이 있었다. 김영삼정권서 국무총리를 지낸 이회창·이홍구·이수성과 민주계의 최형우·김덕룡·이인제, 민정계의 김윤환·이한동, 그리고 14대 대선에 출마했던 박찬종까지 유력 대권후보들이 난립했다. 이들 중 이회창과 이인제가 1, 2위를 차지해 결선에 올랐고 최종 후보로 이회창 당시 총재가 후보로 최종 낙점됐다.

그러나 이인제 후보가 돌연 신한국당을 탈당한 뒤 독자 출마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이 후보의 탈당은 서석재 등 지지자들의 도미노 탈당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국민신당을 창당하고 이인제를 대통령 후보로 내세웠다.

비슷한 시기 야권에선 DJP(김대중·김종필)연합이 결성됐다. 자유민주연합(이하 자민련) 총재인 김종필이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와 손을 잡은 것이다. 김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김 총재를 국무총리로 임명해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함께 내각을 구성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당시 <한국일보>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대중 32.1%, 이회창 31.5%, 이인제19.9%로 나타났다.

이인제 독자출마
이재명 선택은?

이후 상황은 네거티브전으로 이어졌다. 그해 12월에 열린 TV토론회에 참석한 김대중, 이회창, 이인제는 작심한 듯 서로에 대한 공세를 펼쳤다. 김대중 후보가 “20억원을 선거위문금으로 받았다”고 하자 이회창 후보는 “5·18 학살자로부터 받은 돈도 위문금인가”라고 캐물었다.

다시 이회창 후보가 ‘3김정치 청산’을 주장하자 김대중 후보는 “이회창 후보는 군사독재정권에서 호의호식하지 않았나”라며 “(민주화를 위해 싸웠는데) 고맙다는 말은 못할 망정, ‘3김이다’ ‘낡은 세력’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같은 당에 몸담았던 이회창, 이인제 후보 간 난타전도 신랄했다. 이회창이 “이인제를 찍으면 김대중이 된다” “현재 지지도로서는 (이인제 후보가) 대통령이 되기 어려운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등의 말로 공격하자 이인제는 “이회창은 새로운 지역패권주의를 만들고 있다”라며 응수했다.

한때 여론조사 결과가 김대중 1위, 이인제 2위, 이회창 3위로 나오다가 TV토론 이후 이회창이 2위로 치고 올라오면서 상황은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렀다. 그러나 끝내 이회창, 이인제는 손을 잡지 않았고, 결국 김대중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당시 대선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을 정도로 대선주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1, 2위간 표차는 불과 39만여표(1.6%포인트 차)에 불과했다.

당시 김대중 후보 측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표를 모은 반면, 이회창 후보는 이인제 후보로 인한 보수표 분산이 결정적 패배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경상도 표심 분열이 뼈아팠다. 만약 이인제 후보의 득표율이 조금만 낮았더라면, 15대 대통령은 이회창 후보의 몫이었다.

이를 현 상황에 대입해보면 정권교체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시장이 더민주 경선에서 맞붙을 시 서로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경선을 하지 않고 독자출마를 선언하는 순간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짐짓 이러한 분열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곧장 감지되곤 한다는 점에서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야권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문재인과 이재명의 대승적 결단은 이제 초읽기에 들어갔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재인과 이재명 신경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은근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야권 대선주자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탐색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문 전 대표는 이달 초 TBS 라디오와의 인터뷰서 이 시장에 대해 “아주 잘하고 있는 건 맞고 정말 사이다 같다. 내가 들어도 시원하다”면서도 “어쨌든 사이다는 금방 목이 마른다. 탄산음료가 밥은 아니다”라고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이에 이 시장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 서명운동’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목마르고 배고플 때 갑자기 고구마를 먹으면 체한다”며 “사이다로 목 좀 축이고 난 다음에 고구마로 배 채우고 든든하게 열심히 하면 된다”고 받아쳤다.

‘고구마’와 ‘사이다’는 최근 문 전 대표와 이 시장에게 붙은 별명이다. 문 전 대표는 최근 JTBC <뉴스룸>과의 인터뷰서 모호하고 답답한 답변으로 일관, 고구마란 별명이 붙었다.

반면 이 시장의 사이다는 박 대통령 퇴진과 관련해 빠르고 명쾌하게 움직여 생겨났다. 의미하는 바는 상반되지만 야권의 두 대선주자들은 자신의 별명을 적극 활용해 이미지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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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