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박근혜보다 무서운 황교안 체제 미리보기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6.12.12 09:58:24
  • 호수 10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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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적이고 앞뒤 막힌 ‘공안 본색’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미스터 국보법’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국무총리)이 국정을 이끈다. 지난 9일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서 가결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 수장으로서의 직무 권한을 상실했다. 신분만 유지돼 그야말로 껍데기만 남은 모습이다.

분리된 국정 1인자의 권한은 헌법 71조에 의거, ‘2인자’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넘어갔다. ‘공안통’ 검사 출신이 사실상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 야권과 여권 비주류를 중심으로 황교안 체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자로 이름을 올렸다. 앞서 권한대행직을 수행했던 사람은 7명. 4·19혁명으로 국정 공백이 생기자 허정 총리, 곽상훈 국회의장, 백낙준 참의원 의장이 차례로 대통령 직무를 대행한 바 있다. 5·16군사정변을 일으킨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은 윤보선 대통령의 실권을 뺏고 직을 수행했다. 10·26사태 후에는 최규하 총리가 직무대행자로 올랐다.

역대 8번째
대통령 대행

‘광주 민주화운동’으로 대통령이 사임하자 박충훈 총리 서리가 잠시 직을 맡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으로 고건 총리가 권한대행에 오른 데 이어 황 총리까지 8번째다.

앞서 야3당 지도부는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를 우려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추미애 대표는 “(황 총리는) 촛불민심이라는 국민 정서에 맞지 않다. 연대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또한 “황 총리를 그대로 두고 탄핵을 하면 결국 박근혜정권의 연속”이라며 교체를 주장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야당은 황교안 체제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동시에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가 현실화될 때 이를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실제적인 총리 교체 움직임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자칫 새로운 총리 후보자 인선이 탄핵 열기를 흔들 수 있다는 더민주 측 주장 때문이었다. ‘선 총리 후 탄핵’ 입장이던 국민의당도 결국 한발 물러서 더민주 측 입장을 받아들였다.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황교안 체제’가 모습을 드러낸 배경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국회 추천 총리’를 제안한 바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총리 교체는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급기야 청와대는 지난달 초 김병준 신임 총리 내정자를 발표했다. 황 총리는 이와 관련해 어떤 통보도 받지 못한 상태였다.

당시 ‘문자 해임 통보’ 의혹이 불거지자 청와대는 극구 부인했다. 그러나 황 총리는 곧바로 총리실에 이임식 준비를 지시해 균열이 감지됐다. 청와대의 갑작스런 발표에 마음 상한 황 총리가 빠르게 지시를 내렸다는 게 정설처럼 돌았다.

총리-내정자
기묘한 동거

이후 총리와 총리 내정자 간 기묘한 동거가 이어졌다. 야당의 거부로 청문절차를 밟지 못한 김 내정자는 줄곧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연수원을 사무실로 이용하며 때를 기다렸지만, 끝내 부름을 받지 못했다.
 

반면 황 총리는 박 대통령을 대신해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며 대행 체제를 준비했다. 특히 지난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폐막 기념식에 참석, 아베 일본 총리를 만나는 등 국제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사례는 상징적이었다.


최순실 게이트 후 실질적으로 황 권한대행이 국정을 이끌었다고 봐야 한다. 총리·부총리협의회는 황 권한대행이 국정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만든 모임이다. 또한 그는 정책조정회의를 통해 국정교과서, 한일군사정보보호 협정, 사드 배치 등 국내 현안을 챙겼다. 대통령이 의장인 국무회의도 황 권한대행이 주재했다.

탄핵이 가결된 지금, 황 권한대행의 직무범위가 초유의 관심을 받고 있다.

헌법상 대통령이 갖는 권한은 ▲국군통수권 ▲헌법개정안 발의·공포권 ▲헌법기관의 임명권 ▲공무원 임면권 ▲외교사절접수권 ▲조약체결 비준권 ▲사면·감형·복권 ▲법률개정안 공포권 및 거부권 ▲행정입법권 ▲국민투표 부의권 ▲예산안 제출권 등이다. 그러나 현행법상 권한대행의 직무범위를 명시한 규정은 딱히 없다.

탄핵안이 통과되기 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인 더민주 박범계 의원은 YTN 라디오에 나와 “(권한)대행이 대통령의 권한을 전부 행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학설의 대립이 있기는 하다”고 설명했다.

탄핵안 가결, 직무 없는 껍데기
수면 위로 오른 ‘미스터 국보법’

황 권한대행이 대통령의 직무 중 개헌권과 각종 임명권은 행사할 가능성이 정치권에 대두되고 있다. 개헌은 차기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임명권은 사법부 길들이기에 이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원외에선 꾸준히 개헌 주장이 제기돼왔다. 앞서 지난달 말 여야 출신 전직 국회의장과 국무총리, 종교·학계 관련 원로 20명은 최순실 게이트의 원인이 제왕적 대통령제라 진단, 입장 발표문을 통해 “여야는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헌 전도사’ 이재오 전 의원은 비슷한 시기 여야 국회의원 300명에게 자체 개헌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안이 가결됨에 따라 원내에서도 개헌 논의가 봇물처럼 터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실제 황 권한대행이 개헌에 나설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앞서 박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의 국회 발의 전, 정치권이 개헌에 나서줄 것을 시정연설을 통해 촉구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의 유지를 이어 받은 황 권한대행도 개헌에 적극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 내각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높은 상황서 개헌 정국을 일으켜 반등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특히 정권교체를 눈앞에 두고 있는 야권 입장에서, 특히 친문계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시나리오다. 자칫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로 개헌이 이루어질 경우 다 잡은 토끼를 놓칠 수도 있다. 탄핵 정국이 개헌 정국으로 넘어가는 상황도 부담스럽다.

무엇보다 제3지대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계속적으로 거론되고 있어, 여권 성향의 대선주자를 이용한 새누리당의 유사 정권 재창출 시나리오가 발동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권 재창출
개헌권 발동?

황 권한대행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임명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통령은 국무총리, 국무위원, 행정각부의 장을 임명할 권한이 있다. 특히 내년 3월 임기를 마칠 헌법재판관 2명에 대한 임명권을 행사할 지 주목된다.

이는 탄핵 열쇠가 국회서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결정지을 중요한 변수다. 자칫 탄핵이 기각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정치권 곳곳서 나오는 이유다.

박한철 헌재소장과 이정미 헌재 재판관의 임기는 각각 내년 1월31일, 3월14일까지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려면 반드시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이는 공석이 있어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황 권한대행이 재판관 후임 인선을 늦출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만약 예상대로 후임 인선이 늦어져 재판관 7명만 남는다면, 이 중 2명만 탄핵에 반대해도 인용 결정은 불가능하다. 또한 황 권한대행이 친 정부 성향의 재판관을 임용할 여지도 있다.

황 권한대행이 내년 1월로 예정된 검찰 인사에도 손을 댈 지 관심이 모아진다. 검찰이 권력의 하수인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 대통령의 인사권 때문이다. 지난달 초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한겨레TV에 출연했을 당시 사회자가 ‘검찰은 왜 권력의 말을 잘 듣나?’라고 묻자 채 전 총장이 “인사권 때문이다”고 답한 부분이 이 같은 사실을 잘 대변한다.
 


알려진 것처럼 황 권한대행은 강한 보수 성향을 가진 공안 검사 출신이다. 30여년간 검찰 조직에 몸담으며 대검 공안1·3과장, 서울지검 공안2부장 등을 두루 거쳤다. ‘미스터 국보법’이란 별명은 그가 국가보안법 해설서를 집필해 붙여졌다. 지난 2013년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초대 법무부장관에 올랐다.

개헌으로 정권 재창출 나서나
헌재·검찰 인사권 박통 위해?

황 권한대행은 박근혜정권 출범의 일등공신이다. 국정원 댓글사건에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려는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에 반대, 혼외자 의혹 보도를 빌미로 감찰을 펼쳐 채동욱 교체에 앞장선 바 있다. 또한 통합진보당 해체에 앞장서 헌정 사상 초유의 정당 해산 결정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러한 이력 때문인지, 야권과 여권의 비주류에선 대대적인 사정 정국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앞서 야권에서는 검찰이 지난 20대 총선 이후 추미애 대표 등 야당지도부를 포함해 33명을 기소한 데 대해 편파 기소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더민주 측은 “혐의가 뚜렷한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은 기소하지 않으면서 야당 의원들만 편파적으로 수사했다”고 지적했다.
 

탄핵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기 전인 지난 7일, 탄핵을 찬성하는 여당 의원들에게 사정기관발 ‘협박성’ 전화가 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공개되면 망신이 될 수 있는 사안을 알고 있다는 식의 전화가 탄핵 찬성 입장인 의원들에게 돌았다는 것이다. 정권 차원의 조직적 압박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 장악한
황교안 본색

더민주 추미애 대표는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서 “황교안 또한 탄핵 대상”이라며 “탄핵 뒤 즉시 정치회담을 열고 국민추천총리 등을 논의해야 한다”며 대안을 제시한 상태다. 그러나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권한대행이라는 헌법적 지위를 가진 황교안을 어떻게 물러나게 하겠다는 건지, 추미애 대표가 얘기하는 국민추천총리는 무슨 방식으로 누가 임명하겠다는 건지 아연실색할 따름”이라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이 물러난 자리에 공안 그림자가 아른 거리는 지금, 여야는 황 권한대행을 두고 다시 한번 충돌할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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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탄핵’ 박근혜 신세는?

탄핵소추가 헌법재판소에서 결정되기 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원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를 보면 답을 알 수 있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돼도 경호와 의전은 이전대로 제공 받는다. 월급도 종전대로 받지만, 일부 업무추진비 성격의 급여는 받지 못한다.

대통령 비서실 역시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박 대통령이 아닌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보좌하는 역할로 변한다. 노 전 대통령 때 대통령 비서실장은 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결과를 노 전 대통령이 아닌 권한대행에게 보고, 국정 실무를 챙겼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은 어디서 생활할까. 지난 2004년 노 전 대통령은 직무가 정지된 후 관저에서 생활하며 공식적인 일정에 나서지 않았다. 그는 신문과 책을 보는 등 비공식 일정만 가졌으며, 정치적 언행은 최대한 자제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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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