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파트너 김우중 ‘어디서 뭐하나’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6.11.22 08:51:53
  • 호수 10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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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한 인맥 ‘김회장을 통하라’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45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됐다. 재계는 벌써부터 ‘인맥 찾기’에 나서면서 바쁘다. 그런데 각 기업들이 트럼프 당선인과 접점을 찾지 못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여기서 유일하게 트럼프 당선인과 인연이 있는 재계 인사가 있다. 바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세계적 부동산 투자가로 이름을 날렸던 1990년대에 두 차례 한국을 찾아 대우건설과 대우조선해양, 대우자동차 등을 방문했다. 1999년 서울 여의도 대우트럼프월드 모델하우스에 방문한 트럼프 당선인. 그와 대우그룹의 인연은 1997년 시작된다.

직접 미국 날아가
사업 제의해 성사

미국 뉴욕 맨해튼 섬 중심부 동쪽 46번가 1애비뉴에는 동쪽으로 이스트강과 유엔 본부를, 북쪽으로 센트럴파크를 내려다보는 지상 70층짜리 주상복합 건물이 솟아 있다. 2001년 준공 당시 주거용도 건물로는 맨해튼 최고층 기록을 가졌던 '트럼프월드타워(Trump World Tower)'다.

2001년 준공 당시 주거용도 건물로는 맨해튼 최고층 기록을 가졌다. 트럼프월드타워는 현재도 맨해튼서도 손꼽히는 고가의 건물이다. 메이저리그 스타인 뉴욕 양키스 데릭 지터는 이 주상복합 70층(엘리베이터 표시 88층) 503㎡(5425평방피트) 펜트하우스에 살았다. 2012년 1550만달러(178억원)에 이 집을 팔았던 게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 헐리우드 스타 해리슨 포드, 소피아 로렌 등이 트럼프월드타워에 살았다. 현재 방 4개짜리 가장 싼 매물이 1600만달러(184억원)에 나와 있다. 3.3㎡ 당 평균 시세는 7만8000달러(8965만원)다.


이 건물을 지은 게 바로 대우건설이다. 이 건물은 1997년 9월 당시 대우그룹의 건설회사였던 현 대우건설이 당시 부동산 개발업자로 이름을 날리던 트럼프 당선인의 '트럼프사'와 합작해 지은 건물이다.

대우건설은 건설사업을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CM(건설사업관리)계약을 맺었다.

CM(Construction Management)은 건설사가 건설공사에 대한 기획, 타당성조사, 분석, 설계를 비롯해 조달, 계약, 시공관리, 감리, 평가, 사후관리 등의 업무를 도맡아 하는 계약 방식이다. 기존 유나이티드 엔지니어링 건물을 매입해 철거한 뒤 건설한 것으로 1998년 10월에 착공, 2001년 10월 완공됐다.

대우그룹은 당시 현지법인인 대우 인터내셔널 아메리카를 통해 합작법인 ‘TRUMP-DAEWOO LLP(Limited liability partnership)’를 만들어 사업에 참여했다. 당시 건설과 사업비용 상당을 대우가 대고, 트럼프는 개발 노하우와 현지 네트워크를 이용해 마케팅을 하는 것으로 업무를 분담한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지하 2층~지상 70층(260m), 376가구 규모의 최고급 콘도미니엄(분양 아파트)과 부대시설을 짓는 프로젝트였다. 이 사업에는 총 2억4000만~3억달러가 투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아파트는 벽면 전체를 유리로 덮고 대리석 등 고급자재를 사용한 초호화 사양으로 지어졌다. 내부에는 헬스클럽, 수영장, 고급식당을 갖추고 있으며, 지금도 호텔처럼 24시간 발렛파킹, 컨시어지, 케이터링 등 입주민을 위한 초고급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맨해튼 트럼프월드타워 사업을 계기로 트럼프 당선인과 김 전 회장은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외환위기였던 1998년 6월, 김 전 회장의 초청으로 비공식 첫 방한을 했다. 이때 대우중공업의 거제도 옥포조선소, 대우차 군산 공장, 경기도 포천 아도니스 골프장 등을 둘러봤다. 골프장에선 김 전 회장 부인인 정희자씨가 동반 라운딩했다.


1999년 5월, 두 번째 방한은 대우가 그의 이름을 빌려 주상복합 사업을 벌이면서 이뤄졌다. 대우건설은 맨해튼 트럼프월드타워를 시공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의 수요가 늘어날 것을 예상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주상복합 아파트 대우트럼프월드다.

대우건설의 트럼프 월드는 타워팰리스와 함께 국내에 초고층 아파트 시대를 열었다. 특히 당시로서 드물게 한층 전체를 스포츠센터와 수영장 등으로 꾸미고 1층 입구를 호텔식 로비처럼 꾸미는 등 고급화에 힘썼다.

김 전 회장 초청
두 차례나 방한

대우는 트럼프사와 제휴해 입지 선정, 설계, 공간 배치, 인테리어, 입주자 서비스 등에 대해 자문을 받아 1999년 5월 첫 사업으로 여의도 대우트럼프월드 1차를 선보였다. 당시 이 주상복합 홍보를 위해 방한했던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의 독특한 양식인 온돌마루나 보안시스템 등이 마음에 든다”며 “미국 뉴욕에도 적용할 수 있겠다”는 등 한국 주거문화에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우 트럼프월드 1차는 당시 미국 뉴욕의 재미교포들에게 미리 예약을 받아 40가구를 분양하기도 했다. 사전 청약자들을 대상으로 헬리콥터를 띄워 한강 일대를 조망하는 공격적인 판촉 활동도 벌였다. 트럼프월드 1차는 초고층 주상복합을 철골구조로 짓던 관행을 벗고 철근콘크리트 구조를 도입해 주거안정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우트럼프월드 1차 분양이 성공을 거두자 대우건설은 2000년 여의도에서 2차 분양을, 2001년에는 용산에서 3차 분양을 실시했다. 2003년에는 부산서도 트럼프월드 시리즈를 선보였다. 이후 대구 등을 포함해 전국 7개 단지로 늘어났다.

트럼프 당선인 이름을 단 주상복합은 아파트는 서울 여의도와 용산, 대구·부산 등 전국 7곳에 있다. 아파트는 2386가구, 오피스텔은 878실이다. 대우는 약 5년간 이 이름으로 주상복합 사업을 하다가 이후 ‘월드마크’로 브랜드를 교체했다.

이름을 쓰는 동안 대우는 트럼프 당선인 측에 600만~700만달러(75억원)의 브랜드 사용료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트럼프 당선인의 재정사정이 고려됐는지 사업 규모에 비해 통상적인 수준보다 후한 금액이라는 게 건설업계의 시각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서 승리하면서 그와 인연이 깊었던 김 전 회장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전 회장은 1936년 대구서 교육자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집안과 동생들을 돌보기 위해 신문배달과 열무·냉차 장사를 한 일화는 유명하다. 학창시절에는 차비를 아낀 돈으로 책을 사 공부했다.

1967년, 김 전 회장은 자본금 500만원과 직원 5명을 모아 충무로의 10평 남짓한 사무실에 대우실업을 차렸다. 대우실업은 셔츠와 내의류 원단을 동남아에 수출했는데, 설립 1년 만에 대통령 표창을 받을 정도로 급성장했다.

1972년, 대우실업은 창립 5년 만에 국내 2위의 수출기업이 됐다. 김 전 회장은 이에 안주하지 않고 적극적인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불렸다. 한국기계공업, 옥포조선, 새한자동차 등을 잇달아 인수했고, 1982년에는 대우로 상호를 변경했다.

예상 못한 미 대선 결과…한미관계 비상
국내 인맥찾기 "직간접 연관 인물 없어"


1990년대 들어서면서 대우는 ‘세계경영’을 내걸고 해외시장에 역량을 집중했다.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우즈베키스탄 등 사회주의국가서 자동차 공장 등을 인수하거나 설립했다. 세계경영에 대한 김 전 회장의 집념은 대단했다. 연간 해외 체류기간 280일을 넘길 정도로 해외 사업에 매달렸다.

김 전 회장은 ‘수출→성장→고용’으로 이어지는 ‘한국식 개발경제모델’을 가장 잘 이행한 기업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고용정책도 파격적으로 폈다. 1990년대 초, 대부분의 기업들이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 부정적이어서 운동권 출신을 기피했다.

하지만 대우는 이들을 과감하게 채용해 재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그는 이들을 ‘세계경영’을 실천할 수 있는 주력집단으로 키우기 위해 직접 면접을 봐가며 채용했고, 훗날 이 ‘대우맨’ 중에선 김 전 회장의 호위무사를 자청한 이들도 있다.

당시 대우그룹의 성장은 수치를 살펴보면 두드러진다. 해외고용인력은 1993년 2만2000명서 5년 만에 15만2000명으로 늘었다. 1999년 그룹 해체 직전에는 83조원의 자산에 62조원의 매출을 일으키며 41개의 국내 계열사와 396개의 국외법인을 거느린 재계서열 2위 기업이었다.

대우는 세계로 뻗어갈수록 곪아갔다. 해외사업은 사업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필요하지만, 단기간에 이익을 보긴 어려웠다. 자금난에 허덕이던 대우는 1990년대 중반 이후 현금확보를 위해 무리하게 채권을 발행하다 보니 부채비율이 급격히 늘어났다.

IMF 이후 높아진 금리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외형은 화려했지만, 사실은 빚을 얻어 빚을 갚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결국 부채가 60조원에 이른 1999년 8월, 대우그룹은 워크아웃에 돌입하며 해체됐다.


1999년 10월18일, 김 전 회장은 중국 산둥성의 옌타이 자동차부품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뒤 국내로 돌아오지 않았다. 당시는 한창 대우사태 책임론이 거셌을 때였다. 2005년 우여곡절 끝에 돌아온 김 전 회장은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로 2006년 징역 8년6개월과 벌금 1000만원, 추징금 17조 9253억원을 선고 받고 복역하다 2008년 1월에 특별사면됐다. 추징금은 지금까지 840억원을 갚았다.

복귀설 돌다
지금은 칩거

김 전 회장이 대우사태에 대한 책임을 면하긴 어려웠다. 외환위기 때 대부분의 기업이 긴축 경영에 나선 것과 달리 대우는 쌍용차를 인수하고 고금리 자금을 끌어들이는 등 외형 확대에 치중했다. 결국 대우의 부채 60조여원은 금융권 부실로 이어지며 금융권 구조조정으로 이어졌고, 협력업체의 연쇄도산을 불렀다. 그리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 30조원의 공적 자금이 투입됐다.

김 전 회장의 재평가에 관한 찬반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세계를 호령하던 대우그룹의 영광은 분명 ‘신화’였지만, 대우사태는 단군 이래 최대 경제사고라고 할 정도로 국가경제에 미친 파장이 컸다.

지난 26일, 김 전 회장은 저서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출간을 맞아 열린 세계대우경영연구회 특별 포럼에 모습을 비췄다. 그는 “세간의 평가는 억울하다”면서 끝내 울먹였다.

대우가 그 동안 알려진 것처럼 세계경영을 모토로 지나친 확장 투자를 벌이다 대우자동차의 부실로 몰락한 것이 아니라 DJ정부의 경제관료에 밉보이는 바람에 기획 해체됐다는 얘기다. 대우사태 이후 김 전 회장과 ‘대우맨’들은 이 같은 주장을 계속해왔다.

김 전 회장은 현재 베트남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외환위기 당시 대우그룹 해체를 겪은 뒤 베트남을 제2의 고향으로 삼고 여생을 보내고 있다. 김 전 회장은 국내외를 오가며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해오다 지난해 10월 싱가포르서 열린 세계한인경제인대회에서 강연자로 나서 공식석상에 오랜만에 모습을 비쳤다.

그는 당시 베트남서 차세대 기업가양성 프로그램인 ‘글로벌청소년사업가양성사업(글로벌YBM)’을 시작했다고 근황을 소개한 뒤 청년 인재는 물론 은퇴자의 베트남 현지 취업을 적극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령에 지병으로
김 전 회장 건강이상

현재 김 전 회장은 건강이 좋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회장은 오랫동안 지병이 있었다. 지난 1993년 위암 수술로 인한 합병증인 장폐색증이 여러 차례 발병해 4차례나 수술을 받은데다 뇌질환과 심장질환 치료를 받는 등 건강이 좋지 못했다. 이 뿐만 아니라 오랜 도피 생활과 80세라는 고령이라는 점에서 김 전 회장의 건강 이상설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트럼프 당선인 유일한 인맥인 안상수 새누리당 의원

정치권서도 '트럼프 당선인 인맥' 찾기가 한창인 가운데, 새누리당 안상수 의원(3선·인천 중동강화옹진)이 트럼프 당선인과 그의 딸 이방카 트럼프와 맺은 인연을 바탕으로 모종의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안 의원은 인천광역시장 시절이던 지난 2008년 9월, 미국 뉴욕의 트럼프 당선인 집무실서 그와 직접 만나 1시간 넘게 투자 유치 협상을 벌였다.

당시 안 의원은 인천 영종도 경제자유구역에 120층 빌딩을 건설하도록 트럼프 당선인을 설득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 협상에는 당시 26세였던 트럼프 당선인의 딸 이방카 트럼프도 배석했다. 이후 이방카는 인천 부동산 투자를 담당하는 팀장을 맡아 인천에 내방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당시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며 “한국을 가본 적이 있다”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안 의원은 “특히 남북 분단 사태에 대해 언급하며 언제 통일이 되냐고 반문했다”며 “한국에 대해 상당히 많이 알고 있어서 의외였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트럼프 당선인과의 만남 후 이방카를 팀장으로한 투자 실무자들과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 직전 불발됐다고 했다. 안 의원은 “인천 시장 3선에 실패하며 투자가 무산됐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큰 관심을 갖고 협상에 임했다. 사업가로서 승부사적 기질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디“고 덧붙였다.

한편 새누리당은 지난 15일 공화당 트럼프 당선인 측의 인수위원회에 접촉하기 위한 방미 대표단 명단과 일정을 발표했다. 새누리당 박명재 사무총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서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으로 교체되면서 우리나라의 외교·통상·안보·국방 등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예상된다”며 “당 차원에서 중진의원과 미국 전문가를 중심으로 방미 대표단을 구성해 대 한반도 정책을 담당할 미국측 인사와 의원외교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표단에는 김영우 국회 외교통일위원장(3선·경기 포천가평)과 윤영석 외통위 간사(재선·경남 양산갑) 이혜훈(3선·서울 서초갑) 김세연(3선·부산 금정) 안상수(3선·인천 중동강화옹진) 의원이 포함됐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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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