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독도 지켜낸' ICAPP 총회 비하인드 스토리

의원들이 영유권 분쟁 막아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중국-베트남의 갈등으로 촉발돼 자칫 독도 영유권 분쟁으로까지 번질 수 있던 상황을 대한민국 의원들이 막아냈다.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시아정당국제회의(ICAPP) 제9차 총회에서 베트남이 ‘국제법에 따라(in accordance with international law)’라는 문구를 선언문에 넣자고 주장했는데, 이는 “국제법상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일본 정부의 입장과 맞아떨어진다.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 <일요시사>는 당시 9차 총회서 일어난 일을 취재했다.
 

아시아정당국제회의(ICAPP)는 현재 세계 52개국 360여개의 정당이 소속된 세계 최대 규모의 정당 협의체다. 아시아 역내 정당 간 상이한 정치적 이념과 배경을 초월, 정치지도자 간의 교류와 협력을 확대함으로써 국가 간의 상호 이해와 신뢰를 증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2000년 9월 출범했다. 17대 국회의원이었던 정의용 ICAPP 상임위원회 공동의장 겸 사무총장이 실질적인 설립자며, 상설 사무국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해있다.

남중국해 불똥

ICAPP는 2년마다 열리는 총회, 매년 1회 이상 개최되는 특별회의 등 역내 정치지도자들의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아시아 국가와 국민들 상호간의 우호·협력 관계를 증진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지난 2006년 9월 대한민국 서울에서 개최된 제4차 총회(40여개국 100여개 정당 대표자들이 참석)는 ICAPP 역사상 최초로 여당과 야당이 공동 주최함으로써 다당제를 토대로 한 민주주의 제도를 아시아 역내에 확산시키는 데 선도적 역할을 했다는 반응이다.

ICAPP 회원으로 이름을 올린 대한민국 정당은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국민의당 그리고 정의당이다. ICAPP 활동은 국회 (사)ICAPP의원연맹(회장: 새누리당 이혜훈 의원, 이하 의원연맹)에 회원으로 가입한 국회의원만 가능하다.


의원연맹은 지난 2008년 2월 창립총회를 개최했으며 그해 3월 국회로부터 법인 설립을 승인받은 상태다. 현재 현직 국회의원 52명이 임원 및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새누리당 21명, 더민주 25명, 국민의당 3명, 정의당 2명, 무소속 1명, 지난달 29일 기준).

지난 9월 초는 ICAPP 9차 총회가 있던 날이다. 이를 위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푸트라 세계무역센터에 36개국 86개 정당 대표들이 모였다. 한국에선 새누리당 이혜훈·박인숙 의원, 더민주 박영선·최명길·권칠승 의원,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 정의당 노회찬 의원과 황진하 전 의원이 대표로 참석했다.

그런데 선언문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중국과 베트남 사이에 논쟁이 벌어졌다. 베트남 측이 선언문에 ‘국제법에 따라(in accordance with international law)’라는 문구를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사태는 촉발됐다. 남중국해 주권을 두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요구였다.

중국 공산당 측은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자국 정부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두고 베트남 정부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문구로 인해 자칫 무게의 추가 베트남 쪽으로 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7월 헤이그 상설 중재재판소(PCA)가 남중국해 전역에 대한 중국의 주권 주장을 부정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어 중국 측은 해당 문구 삽입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해당 문구가 독도 영유권 분쟁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2년 8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독도를 찾은 이후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한국 정부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8·15 광복절 때도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을 비롯한 대한민국 여야 국회의원 10명이 독도를 찾자 일본 정부는 ICJ 제소를 거론하고 나섰다. 비록 북한의 핵 개발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제소 방침을 보류했지만, 언제든 독도 문제를 ICJ로 가져갈 수 있다고 우리 정부를 압박하는 상황이다.

‘국제법에 따라’라는 문구는 일본의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일본 정부는 이미 여러 차례 국제법을 들어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들은 지난 2014년 4월 발간한 외교청서에 ‘독도는 역사적 사실로도, 국제법상으로도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적시한 바 있다.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다.
 


때문에 참석한 대한민국 의원들은 베트남의 주장을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특히 의원연맹 회장으로 있는 새누리당 이혜훈 의원은 상임위 발언에서 대한민국은 해당 문구를 선언문에 넣는 데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전달했다. ICAPP의 모든 합의는 전원 일치가 원칙으로 대한민국과 중국이 반대하면 베트남 측의 요구는 관철될 수 없다.

아시아정당국제회의 영토 국제법 급부상
한국대표 적극 반대에 사실상 없던 일로

그러나 베트남 측은 좀처럼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들은 얼마 전 동아시아정상회의서 채택한 공동성명을 거론하며 해당 문구를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민국과 중국을 포함해 각국 정상들이 합의한 공동성명에도 ‘국제법에 따라’라는 표현이 들어갔으니 ICAPP 선언문에도 들어가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때 정의용 ICAPP 사무총장이 중재에 나섰다. 정 총장은 베트남 측에 “‘영토 분쟁’같은 역내 갈등 사항은 ICAPP에서 거론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해당 문구를 넣으면 분란이 생길 수 있다”라고 설득했다. 결국 정 총장은 영토 분쟁에 있어서는 ‘국제법에 따라’를 쓰지 않는 대신 다른 분쟁에는 해당 문구를 선언문에 넣는 선에서 중재에 성공했다.

ICAPP 선언문은 정부가 합의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구속력은 없다. 그러나 어떤 사건이 ‘나비효과’처럼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정 총장은 말한다.

그는 “역내 정당 간의 합의로 문구가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해당 문구가 들어갔다면 우리 입장에 도움이 될 건 없다”라며 “그러니 (합의를 할 때)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우리 정치인들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 차려야”

해당 문제는 2년 후에 있을 10차 총회서도 이어질 수 있어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 총장은 “지난 8차 총회 때도 베트남 측이 영토 분쟁 문제를 거론해 ‘역내 영토 분쟁은 당사국 간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한다’는 말을 선언문에 넣었다”며 “베트남의 제의가 중국 견제의 의미가 있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독도 문제가 걸려 있다. 그러니 관심을 가지고 대응해야지 가만있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은 독도 문제를 ICJ에 제소하려 할 것이다. 어느 날 불쑥 제소할 경우 당혹스러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우리 정부도 잘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차기 ICAPP 사무총장은?

실질적 설립자로 ICAPP를 10년 넘게 이끌어온 정의용 ICAPP 상임위원회 공동의장 겸 사무총장이 후계자를 찾고 있다. 정 총장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이제 물러날 때가 됐다”며 “젊고 유능한 사람을 구하고 있다. 국제기구에서 일한 경험이 있고 이러한 기구를 통해 대한민국 외교 위상을 높이겠다는 의지가 있는 사람, 역내 공동체 건설에 의지를 가진 사람이면 환영이다. 관심 있는 사람들이 연락했으면 좋겠다”라고 속내를 전했다.

ICAPP는 내년 커다란 도약을 준비 중이다. 정 총장은 ICAPP가 주도하는 ‘정당의 범세계적 포럼’을 만들기 위해 역외 정당 대표들을 만나고 있다. 또한 ‘UN 옵서버’ 지위 획득을 위해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세계 193개국 중 오직 두 나라만이 반대해 어느 때보다 희망적인 상황이다. 과연 역내 정치민주화를 확산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한 ICAPP의 차기 사무총장은 누가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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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