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친박 파열음 내막

모종의 밀약? 벌써 균열 시그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모종의 밀약을 맺은 것처럼 움직여왔던 반기문-친박계 사이에서 최근 균열의 신호가 잡히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피어오르기 시작했던 ‘반기문 친박계 대선주자설’을 생각한다면 의외의 전개다. 일각에선 처세술에 능한 반 총장이 친박계와 의도적인 거리두기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요시사>는 반 총장을 중심에 두고 격변하고 있는 대권 지도를 읽어봤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추석 연휴 동안 사실상의 대권 도전 의사를 전했다. 미국 현지시각으로 지난 15일 뉴욕 유엔본부 사무총장실을 찾은 정세균 국회의장, 여야 3당 원내대표와의 면담 자리서 반 총장은 내년 1월 중순 이전에 귀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그 자리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전한 대권 도전 권유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1월 귀국
대권 권유 받아

당시 정 원내대표는 반 총장에게 “10년간 국제 외교무대 수장으로서 분쟁 해결이나 갈등 해결에 경험을 쌓아왔는데, 소중한 경험과 지혜를 (대한민국) 미래세대를 위해 써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알려진 것처럼 정 원내대표는 충청권 유력 인사로 충청 대망론의 핵심 키맨으로 분류된다.

이어 정 원내대표가 “결심한 대로 하시되, 이를 악물고 하라. 힘은 없지만 마지막으로 혼신을 다해 돕겠다”라는 김종필(JP) 전 총리의 구두메시지를 반 총장에게 전해, 대권 권유가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충청권 맹주이자 ‘킹메이커’의 대명사격인 김 전 총리이기에 단순히 흘려들을 말이 아니라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반 총장과 김 전 총리 간의 의미심장한 대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반 총장은 지난 5월 방한, 김 전 총리의 자택을 방문한 바 있다. 이후 지난 7월에는 김 전 총리에게 ‘지난 5월 한국 방문 때 감사했다. 내년 1월에 뵙겠다. 지금까지처럼 지도 편달 부탁드린다’는 취지의 친필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1월 반 총장의 귀국 소식이 전해지자 추석 연휴기간은 이른바 ‘반풍’의 차지가 됐다. 확실한 이슈 선점에 성공한 것이다. 온 가족이 모인 자리였기에 파급력은 더욱 강했다. 만약 내년 대선을 의식해 기획한 발언이었다면, 대성공인 셈이다.

반 총장과 면담한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해 후일담을 전하자 ‘반기문 대망론’은 더욱 뜨겁게 타올랐다. 당시 정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반 총장의 귀국 후 행보는 그때 가봐야 파악이 될 것”이라며 “지금부터 내년 일을 고민하는 듯한 인상은 받지 못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같은 자리에 있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의 생각은 달랐다.
 

우 원내대표는 “(반 총장이) 대선 출마 권유에 안 하겠다는 말은 안 하더라”며 “귀국해서 국민과 접촉을 세게 하겠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대선 출마) 결심을 굳힌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박 비대위원장도 “정 원내대표가 과감하게 (대선 출마를) 권했더니, 반 총장이 싫지 않은 표정으로 듣고 있더라”며 “당연히 (대선에 출마)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반기문-JP
신 밀월관계

정치권은 물론 사회 전반에 걸쳐 반 총장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관심사는 과연 그가 여당 대선주자로 나설지, 아니면 야당 대선주자로 나설지, 그도 아니면 제3지대서 새로운 정치세력과 함께할 것인지가 관심사다. 더 들어가면 그가 과연 여당 대선주자로 나올 경우 대부분의 예상처럼 친박계를 선택할지, 비박계로 선회할지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지는 시나리오는 반 총장이 친박계 대선주자로 나서는 경우다. 이미 여러 차례 보도가 됐듯 친박계는 반 총장과 접촉면을 늘려가며 그에게 끊임없는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단적인 예로 친박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이 ‘외치 반기문-내치 친박계 총리’를 골자로 한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꺼낸 일이 있다. 다분히 반 총장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을 ‘누나’로 부르며 친분을 과시하는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 또한 지난 6월경 김 전 총리를 예방해 ‘반기문 대망론’에 교감을 나눴을 정도다.


알려진 것처럼 윤 의원은 충청권 유력 인사들의 모임인 ‘충청포럼’의 회장을 맡고 있는 인물로 충청대망론을 위해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란 예상이 있다. 윤 의원과 김 전 총리가 손잡고 반 총장을 필두로 충청대망론을 완성할 것이란 전망이 가능한 대목이다.

내년 1월 귀국 알려…대권 도전 시사
JP, 정진석 통해 “돕겠다” 대권 권유

그런데 반기문-친박계의 ‘신 밀월관계’에 균열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특이점은 일방이 아닌 쌍방 간 거리두기를 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친박계는 최근 반 총장에 대해 ‘검증론’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반 총장 영입을 ‘상수’라고 주장해온 홍문종 의원은 최근 기존의 입장을 바꾼 듯 보인다. 그는 복수의 매체를 통해 “요즘 반 총장을 보면 걱정이 많다”며 “정치에선 문재인·안철수는 프로, 반 총장은 아마추어 아니냐”고 우려를 표했다.
 

윤상현 의원도 비슷한 시점에 <중앙일보>를 통해 “반기문=친박 지지라는 등식은 허상”이라며 “반 총장은 혹독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청권 친박계 의원인 김태흠 의원 또한 “반 총장은 국내 정치에서 리더십을 보여준 적이 없다”며 검증론에 힘을 실었다.

이러한 친박계의 갑작스런 변심에 정치권은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고도의 정치 전략이라는 견해와 정말로 반 총장과 친박계의 사이가 멀어졌다는 주장이 5:5로 공존하고 있다.

고도의 정치 전략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양측이 의도적인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고 본다. 내년 대선이 아직 1년3개월이나 남아있기 때문에 반 총장의 ‘이미지 소모’를 최소화 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홍문종·윤상현
검증론 제시

실제 정치권에선 반 총장이 대권 행보를 본격화하는 순간 파상 공세를 받게 될 것이란 예상이 주를 이룬다.

한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반 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순간 1달 동안 혹독한 공격을 받을 것”이라며 “자칫 낙마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정치 경험이 없는 반 총장이기에 각종 의혹으로 공격을 받을 경우 버텨낼 재간이 없을 것이란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특히 오랫동안 해외서 거주해 친인척 관리가 되지 않아 반 총장을 견제하는 세력의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른 시점에 대권 도전을 공식화했을 경우 신선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최대한 출마 시점을 늦추려는 친박계의 복안이라는 해석도 있다. 현재 반 총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할 만큼 국민의 관심도가 높은 상황에 있지만, 갈수록 반 총장에 대한 관심은 떨어질 것이란 게 정치권의 정설이다.


지난 대선서 일어났던 ‘안철수 신드롬’이 지금의 ‘반기문 대망론’보다 더 뜨거웠음에도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잠잠해졌다는 선행학습효과 또한 존재하는 상황이다.

반 총장과 친박계가 진정 멀어졌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친박계가 이번 김 전 총리의 구두 메시지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한다. 즉, 정 원내대표가 상의도 없이 “반 총장을 돕겠다”는 김 전 총리의 뜻을 전했다며 친박계가 불편해 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친박계가 여권 핵심 지지층을 의식, 반 총장을 포기하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즉 친박계가 플랜B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경북(TK), 부산·경남(PK)서 치솟고 있는 박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이러한 플랜B 움직임을 만들어냈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사드, 지진 등으로 TK서 부침을 겪고 있다. 또한 부산 신공항, 한진해운·대우조선 사태 등으로 PK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몇 달간 여론조사를 보면 영남권서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50%를 넘나드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친박계가 충청권 인사를 대선주자로 내세울 경우 영남권 표심 이반이 지금보다 더욱 가속화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친박계 인사들이 돌아선 영남권 표심을 다시 돌려놓기 위해 반 총장 대신 영남 출신 대선주자를 선택, 그를 지원하기 위해 반 총장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영남권 지지율 회복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친박계 뿔났나? 지지→검증 선회
비박, 3지대 주자 가능성 급부상
“친박 갈 마음 없어” VS “반기문은 아마추어”


양측 역학관계의 변화는 친박계에서만 일어나는 일방통행이 아니다. 반 총장 측에서도 친박계와 멀리하려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한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반 총장이 자신의 외교 라인 측근에게 친박계 주자로 절대 나서지 않을 것이란 말을 했다고 한다.

주장에 따르면 당시 반 총장은 “내가 친박계에 얹힐 만큼 바본 줄 아냐”고 말했다는 것. 이는 친박계 주자로 나설 경우 기대할 수 있는 지지율이 최대 30%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친박계는 확장성이 없어 더 이상의 지지층 유입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정치 분석가들의 생각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그가 비박계 또는 야권 주자로 출마할 것인가. 대체로 더민주를 제외하고는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야권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더민주 지도부가 친노·친문 체제로 개편된 상황에서 반 총장을 영입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자칫 경선에서부터 질 수 있어 본인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비박계에선 반 총장을 반기는 목소리가 높다. 새누리당 나경원 인재영입위원장은 차기 대선을 앞두고 반 총장도 영입 대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나 위원장은 대표적인 비박계 인사다.

인재영입위원장이 되기 전부터 그는 복수의 매체를 통해 “반 총장이 여러 덕목을 갖추셨기 때문에 나오실 만하고, 나오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전해왔다. 비박계 잠룡인 유승민 의원은 SBS 라디오서 “(반 총장처럼) 경륜이 있는 좋은 분들이 우리당 대선후보 경선에 많이 참여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환영할 일”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제3지대 출마론’도 있다. 정치권에선 반 총장이 새누리당 경선에서 밀릴 경우 비주류 쪽 대선주자들과 제3지대서 모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 총장이 선거 경험이 없어 자칫 날카로운 검증 공세에 쓰러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시나리오다.

실제 3지대서 모일 만한 인물들은 양과 질에서 어느 대선 때보다 풍부한 상황이다. 긴 칩거를 끝내고 정계 복귀를 선언한 더민주 손학규 전 고문을 포함, 정운찬 전 국무총리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미 외곽에선 3지대 플랫폼을 위해 이재오 전 의원과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발벗고 나선 상태다.

반 총장이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손을 잡을 수 있다는 ‘반기문-안철수 연합’ 시나리오도 나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더민주 민병두 의원은 지난 20일, 자신의 SNS에 올린 ‘대선 시나리오’라는 글을 통해 “본선에서 대선 3파전이 전개될 경우 예상되는 시나리오 중 하나는 분권형대통령제 개헌을 매개로 한 ‘반기문-안철수 연합’”이라며 “역단일화 혹은 호충경 연정(호남, 충청, 대구, 경북 연정)”이라고 주장했다.

반기문-안철수
연합 가능성

즉 반 총장이 외교·안보·통일 대통령 역할을 하고 안 전 대표가 경제 등 국내 정치에 집중하면서 다수당의 리더, 다시 말해 총리가 될 기회를 열어준다는 시나리오다. 다만 민 의원은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기 위해선 반 총장이 새누리당의 최종 후보여야 하고 선거 막판까지 승리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 전개돼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반기문 견제나선 잠룡들
“북핵 문제에 성과 없다”

여권 대선주자들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견제가 본격화되는 조짐이다. 대권 행보를 보이고 있는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지난 21일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반 총장에 대해 “(반 총장이 우리나라에 없었던) 지난 10년간 대한민국은 밑바닥부터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과연 깊은 고민이 있었는지 궁금하다”며 “반 총장이 10년간 사무총장으로 있는 동안 (북핵 해결) 노력도 잘 보이지 않고 성과도 알 수 없기 때문에 국내에 들어오면 그동안 하지 못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주자, 대통령 자격 지적
“국내에 들어와도 역할 미미”

한때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기록하다 최근 부침을 겪고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도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후 기자들에게 “반 총장의 임기가 얼마 안 남았는데 미국 언론에서는 ‘최악의 사무총장’이라고 비판을 하고 있다”며 “(반 총장이) 국내 정치에 연결된 것이 옳지 못하다는 시각에서 그런 비판 기사를 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전 대표는 반 총장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 줄 것을 기자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실제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뉴욕타임즈> 등 복수의 외신들은 기사 및 기고문을 통해 반 총장을 ‘유명무실한 사람’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특히 최근에는 반 총장이 취임(지난 2007년 1월)한 이후 북한이 네 차례 핵실험을 단행했으며, 그 기간 동안 그는 북핵 문제 해결에 기여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는 기사가 나온 바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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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