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친박 파열음 내막

모종의 밀약? 벌써 균열 시그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모종의 밀약을 맺은 것처럼 움직여왔던 반기문-친박계 사이에서 최근 균열의 신호가 잡히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피어오르기 시작했던 ‘반기문 친박계 대선주자설’을 생각한다면 의외의 전개다. 일각에선 처세술에 능한 반 총장이 친박계와 의도적인 거리두기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요시사>는 반 총장을 중심에 두고 격변하고 있는 대권 지도를 읽어봤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추석 연휴 동안 사실상의 대권 도전 의사를 전했다. 미국 현지시각으로 지난 15일 뉴욕 유엔본부 사무총장실을 찾은 정세균 국회의장, 여야 3당 원내대표와의 면담 자리서 반 총장은 내년 1월 중순 이전에 귀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그 자리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전한 대권 도전 권유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1월 귀국
대권 권유 받아

당시 정 원내대표는 반 총장에게 “10년간 국제 외교무대 수장으로서 분쟁 해결이나 갈등 해결에 경험을 쌓아왔는데, 소중한 경험과 지혜를 (대한민국) 미래세대를 위해 써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알려진 것처럼 정 원내대표는 충청권 유력 인사로 충청 대망론의 핵심 키맨으로 분류된다.

이어 정 원내대표가 “결심한 대로 하시되, 이를 악물고 하라. 힘은 없지만 마지막으로 혼신을 다해 돕겠다”라는 김종필(JP) 전 총리의 구두메시지를 반 총장에게 전해, 대권 권유가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충청권 맹주이자 ‘킹메이커’의 대명사격인 김 전 총리이기에 단순히 흘려들을 말이 아니라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반 총장과 김 전 총리 간의 의미심장한 대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반 총장은 지난 5월 방한, 김 전 총리의 자택을 방문한 바 있다. 이후 지난 7월에는 김 전 총리에게 ‘지난 5월 한국 방문 때 감사했다. 내년 1월에 뵙겠다. 지금까지처럼 지도 편달 부탁드린다’는 취지의 친필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1월 반 총장의 귀국 소식이 전해지자 추석 연휴기간은 이른바 ‘반풍’의 차지가 됐다. 확실한 이슈 선점에 성공한 것이다. 온 가족이 모인 자리였기에 파급력은 더욱 강했다. 만약 내년 대선을 의식해 기획한 발언이었다면, 대성공인 셈이다.

반 총장과 면담한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해 후일담을 전하자 ‘반기문 대망론’은 더욱 뜨겁게 타올랐다. 당시 정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반 총장의 귀국 후 행보는 그때 가봐야 파악이 될 것”이라며 “지금부터 내년 일을 고민하는 듯한 인상은 받지 못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같은 자리에 있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의 생각은 달랐다.
 

우 원내대표는 “(반 총장이) 대선 출마 권유에 안 하겠다는 말은 안 하더라”며 “귀국해서 국민과 접촉을 세게 하겠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대선 출마) 결심을 굳힌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박 비대위원장도 “정 원내대표가 과감하게 (대선 출마를) 권했더니, 반 총장이 싫지 않은 표정으로 듣고 있더라”며 “당연히 (대선에 출마)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반기문-JP
신 밀월관계

정치권은 물론 사회 전반에 걸쳐 반 총장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관심사는 과연 그가 여당 대선주자로 나설지, 아니면 야당 대선주자로 나설지, 그도 아니면 제3지대서 새로운 정치세력과 함께할 것인지가 관심사다. 더 들어가면 그가 과연 여당 대선주자로 나올 경우 대부분의 예상처럼 친박계를 선택할지, 비박계로 선회할지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지는 시나리오는 반 총장이 친박계 대선주자로 나서는 경우다. 이미 여러 차례 보도가 됐듯 친박계는 반 총장과 접촉면을 늘려가며 그에게 끊임없는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단적인 예로 친박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이 ‘외치 반기문-내치 친박계 총리’를 골자로 한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꺼낸 일이 있다. 다분히 반 총장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을 ‘누나’로 부르며 친분을 과시하는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 또한 지난 6월경 김 전 총리를 예방해 ‘반기문 대망론’에 교감을 나눴을 정도다.

알려진 것처럼 윤 의원은 충청권 유력 인사들의 모임인 ‘충청포럼’의 회장을 맡고 있는 인물로 충청대망론을 위해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란 예상이 있다. 윤 의원과 김 전 총리가 손잡고 반 총장을 필두로 충청대망론을 완성할 것이란 전망이 가능한 대목이다.

내년 1월 귀국 알려…대권 도전 시사
JP, 정진석 통해 “돕겠다” 대권 권유

그런데 반기문-친박계의 ‘신 밀월관계’에 균열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특이점은 일방이 아닌 쌍방 간 거리두기를 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친박계는 최근 반 총장에 대해 ‘검증론’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반 총장 영입을 ‘상수’라고 주장해온 홍문종 의원은 최근 기존의 입장을 바꾼 듯 보인다. 그는 복수의 매체를 통해 “요즘 반 총장을 보면 걱정이 많다”며 “정치에선 문재인·안철수는 프로, 반 총장은 아마추어 아니냐”고 우려를 표했다.
 

윤상현 의원도 비슷한 시점에 <중앙일보>를 통해 “반기문=친박 지지라는 등식은 허상”이라며 “반 총장은 혹독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청권 친박계 의원인 김태흠 의원 또한 “반 총장은 국내 정치에서 리더십을 보여준 적이 없다”며 검증론에 힘을 실었다.

이러한 친박계의 갑작스런 변심에 정치권은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고도의 정치 전략이라는 견해와 정말로 반 총장과 친박계의 사이가 멀어졌다는 주장이 5:5로 공존하고 있다.

고도의 정치 전략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양측이 의도적인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고 본다. 내년 대선이 아직 1년3개월이나 남아있기 때문에 반 총장의 ‘이미지 소모’를 최소화 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홍문종·윤상현
검증론 제시

실제 정치권에선 반 총장이 대권 행보를 본격화하는 순간 파상 공세를 받게 될 것이란 예상이 주를 이룬다.

한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반 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순간 1달 동안 혹독한 공격을 받을 것”이라며 “자칫 낙마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정치 경험이 없는 반 총장이기에 각종 의혹으로 공격을 받을 경우 버텨낼 재간이 없을 것이란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특히 오랫동안 해외서 거주해 친인척 관리가 되지 않아 반 총장을 견제하는 세력의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른 시점에 대권 도전을 공식화했을 경우 신선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최대한 출마 시점을 늦추려는 친박계의 복안이라는 해석도 있다. 현재 반 총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할 만큼 국민의 관심도가 높은 상황에 있지만, 갈수록 반 총장에 대한 관심은 떨어질 것이란 게 정치권의 정설이다.

지난 대선서 일어났던 ‘안철수 신드롬’이 지금의 ‘반기문 대망론’보다 더 뜨거웠음에도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잠잠해졌다는 선행학습효과 또한 존재하는 상황이다.

반 총장과 친박계가 진정 멀어졌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친박계가 이번 김 전 총리의 구두 메시지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한다. 즉, 정 원내대표가 상의도 없이 “반 총장을 돕겠다”는 김 전 총리의 뜻을 전했다며 친박계가 불편해 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친박계가 여권 핵심 지지층을 의식, 반 총장을 포기하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즉 친박계가 플랜B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경북(TK), 부산·경남(PK)서 치솟고 있는 박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이러한 플랜B 움직임을 만들어냈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사드, 지진 등으로 TK서 부침을 겪고 있다. 또한 부산 신공항, 한진해운·대우조선 사태 등으로 PK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몇 달간 여론조사를 보면 영남권서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50%를 넘나드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친박계가 충청권 인사를 대선주자로 내세울 경우 영남권 표심 이반이 지금보다 더욱 가속화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친박계 인사들이 돌아선 영남권 표심을 다시 돌려놓기 위해 반 총장 대신 영남 출신 대선주자를 선택, 그를 지원하기 위해 반 총장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영남권 지지율 회복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친박계 뿔났나? 지지→검증 선회
비박, 3지대 주자 가능성 급부상
“친박 갈 마음 없어” VS “반기문은 아마추어”

양측 역학관계의 변화는 친박계에서만 일어나는 일방통행이 아니다. 반 총장 측에서도 친박계와 멀리하려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한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반 총장이 자신의 외교 라인 측근에게 친박계 주자로 절대 나서지 않을 것이란 말을 했다고 한다.

주장에 따르면 당시 반 총장은 “내가 친박계에 얹힐 만큼 바본 줄 아냐”고 말했다는 것. 이는 친박계 주자로 나설 경우 기대할 수 있는 지지율이 최대 30%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친박계는 확장성이 없어 더 이상의 지지층 유입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정치 분석가들의 생각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그가 비박계 또는 야권 주자로 출마할 것인가. 대체로 더민주를 제외하고는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야권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더민주 지도부가 친노·친문 체제로 개편된 상황에서 반 총장을 영입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자칫 경선에서부터 질 수 있어 본인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비박계에선 반 총장을 반기는 목소리가 높다. 새누리당 나경원 인재영입위원장은 차기 대선을 앞두고 반 총장도 영입 대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나 위원장은 대표적인 비박계 인사다.

인재영입위원장이 되기 전부터 그는 복수의 매체를 통해 “반 총장이 여러 덕목을 갖추셨기 때문에 나오실 만하고, 나오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전해왔다. 비박계 잠룡인 유승민 의원은 SBS 라디오서 “(반 총장처럼) 경륜이 있는 좋은 분들이 우리당 대선후보 경선에 많이 참여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환영할 일”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제3지대 출마론’도 있다. 정치권에선 반 총장이 새누리당 경선에서 밀릴 경우 비주류 쪽 대선주자들과 제3지대서 모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 총장이 선거 경험이 없어 자칫 날카로운 검증 공세에 쓰러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시나리오다.

실제 3지대서 모일 만한 인물들은 양과 질에서 어느 대선 때보다 풍부한 상황이다. 긴 칩거를 끝내고 정계 복귀를 선언한 더민주 손학규 전 고문을 포함, 정운찬 전 국무총리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미 외곽에선 3지대 플랫폼을 위해 이재오 전 의원과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발벗고 나선 상태다.

반 총장이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손을 잡을 수 있다는 ‘반기문-안철수 연합’ 시나리오도 나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더민주 민병두 의원은 지난 20일, 자신의 SNS에 올린 ‘대선 시나리오’라는 글을 통해 “본선에서 대선 3파전이 전개될 경우 예상되는 시나리오 중 하나는 분권형대통령제 개헌을 매개로 한 ‘반기문-안철수 연합’”이라며 “역단일화 혹은 호충경 연정(호남, 충청, 대구, 경북 연정)”이라고 주장했다.

반기문-안철수
연합 가능성

즉 반 총장이 외교·안보·통일 대통령 역할을 하고 안 전 대표가 경제 등 국내 정치에 집중하면서 다수당의 리더, 다시 말해 총리가 될 기회를 열어준다는 시나리오다. 다만 민 의원은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기 위해선 반 총장이 새누리당의 최종 후보여야 하고 선거 막판까지 승리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 전개돼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반기문 견제나선 잠룡들
“북핵 문제에 성과 없다”

여권 대선주자들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견제가 본격화되는 조짐이다. 대권 행보를 보이고 있는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지난 21일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반 총장에 대해 “(반 총장이 우리나라에 없었던) 지난 10년간 대한민국은 밑바닥부터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과연 깊은 고민이 있었는지 궁금하다”며 “반 총장이 10년간 사무총장으로 있는 동안 (북핵 해결) 노력도 잘 보이지 않고 성과도 알 수 없기 때문에 국내에 들어오면 그동안 하지 못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주자, 대통령 자격 지적
“국내에 들어와도 역할 미미”

한때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기록하다 최근 부침을 겪고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도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후 기자들에게 “반 총장의 임기가 얼마 안 남았는데 미국 언론에서는 ‘최악의 사무총장’이라고 비판을 하고 있다”며 “(반 총장이) 국내 정치에 연결된 것이 옳지 못하다는 시각에서 그런 비판 기사를 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전 대표는 반 총장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 줄 것을 기자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실제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뉴욕타임즈> 등 복수의 외신들은 기사 및 기고문을 통해 반 총장을 ‘유명무실한 사람’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특히 최근에는 반 총장이 취임(지난 2007년 1월)한 이후 북한이 네 차례 핵실험을 단행했으며, 그 기간 동안 그는 북핵 문제 해결에 기여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는 기사가 나온 바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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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