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8·9전대 후폭풍> ‘박심’ 이정현의 네가지 임무

활짝 열렸다 ‘도로 친박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변은 없었다. 새누리당 8·9전당대회는 이정현, 아니 친박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당권을 잡은 이정현 신임 대표는 이제 다각적인 임무 수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당청관계 정립, 내부 교통정리, 야당 압박, 대선주자 옥석가리기 등이 바로 그것. ‘박근혜 복심(腹心)’이라 불리는 이 대표가 취할 액션플랜을 <일요시사>가 진단해봤다.

 

친박의 완벽한 승리였다. 특히 이정현의 당권 쟁취는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컸다.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선 임기 후반부 가장 골치 아팠을 일이 해결되는 순간이다. 박근혜정권의 시작과 함께 출범한 비박계 지도부는 그간 당청관계에 있어서 박 대통령과 불협화음을 보여 왔다. 박 대통령 입장에선 자신의 국정 노선을 무비판적으로 동조해 줄 친박계 지도부가 절실했을 터. 그런 오랜 숙원이 임기 후반부, 바로 레임덕을 코앞에 두고 해결된 모습이다.

박근혜 복심
이정현 비상

이 대표는 앞으로 2년간 당을 이끌게 된다. 그 중 1년6개월여의 시간이 박 대통령 재임 기간과 겹친다. 그 사이 내년 대선의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경선을 총괄하는 것도 이 대표의 몫이다. 이외에도 이 대표가 수행하게 될 임무들은 산적해 있다.

재임 기간이 상당부분 겹치는 만큼 이 대표는 먼저 당청관계 정립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전대가 있기 전부터 이정현 당시 후보는 복수의 연설을 통해 새누리당과 박근혜정권을 ‘운명공동체’로 정의 내렸다. 때문에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정지작업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1일의 청와대 오찬은 그 첫 걸음이었다. 당청의 ‘신(新) 밀월 행보’가 본격화됐다는 게 중론이다.

해당 오찬에 참석하기 위해 당에서는 이 대표와 당선된 최고위원 5명은 물론 범친박으로 분류되는 정진석 원내대표, 김광림 정책위의장도 함께 자리했다. 청와대서는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과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김재원 정무수석, 김성우 홍보수석이 동석했다.


당청 소통에 있어서 김재원 수석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청와대 정무수석은 당청 소통의 가교 역할을 하는 자리다. 때문에 당 지도부와의 스킨십은 필수적이다. 김 수석이 국정 운영의 키맨으로 떠오른 것이다.

박 대통령은 그간 당청 간 갈등이 벌어질 때마다 정무수석을 교체해 분위기를 쇄신해왔다. 김 수석의 전임이었던 현기환 전 정무수석 또한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로 어그러진 당청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임명됐다가 ‘총선 돌격대장’으로서의 소임을 마치고 교체된 바 있다.

김재원과 궁합
너는 내 운명?

두 사람의 관계가 첫 단추부터 잘 꿰졌다는 게 정가의 일반적인 평가다. 박 대통령과의 오찬이 있기 하루 전인 지난 10일, 이 대표는 여의도 당사에서 김 수석과 만나 소통 의지를 확실히 전달했다. 이 대표는 박 대통령의 축하 난을 전달하러 온 김 수석에게 “한 명의 대통령이 여러 국정을 다루는 데 얼마나 많이 바쁘시겠냐”며 “할 수 없이 수석님과 많은 접촉을 하겠다”고 말했다. 당청 관계의 순풍을 예상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대표의 임무는 소통에 국한되지 않는다. 김 수석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는 당 내부 기강잡기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이 대표는 김 수석에게 “새누리당 사람들은 여당이 뭔지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해야 한다”라며 “여당이 대통령과 정부를 야당이 하는 것처럼 똑같이 대하려고 하면 그건 여당이 자기 본분·지위·신분을 포기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비박계에 대한 선전 포고로도 해석된다. 또한 이 대표는 당선 후 가진 첫 최고위원회의서 공개 발언을 사실상 폐지해 ‘함구령’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비박계는 이 같은 이 대표의 조치에 대해 비주류를 말살하기 위한 ‘언로(言路)’ 차단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는 한편으론 비박계 보듬기에 나서는 등 ‘당근과 채찍’ 전략을 병행하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취임 직후 비박계 대표 대선주자인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과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는 대체로 국정 운영 방안에 대한 의견 교환인 것으로 전해진다.


친박계 지도부 체제…당청 순풍 예고
김재원과 관계 주목 “첫 단추 성공적”

김 전 대표와 유 전 원내대표가 그간 박 대통령과 부딪쳐왔던 것을 감안한다면 의외의 행보다. 김 전 대표의 경우, 전대가 있기 전 이 대표의 경쟁 상대인 주호영 당시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등 이 대표 입장에서 껄끄러울 수 있는 사람이다. 유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있었던 국회법 파동 이후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히는 등 친박계와 첨예한 대립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들과의 대화는 의외의 면이 있다.

때문에 이 대표의 이러한 보듬기 행보는 당청 협력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또한 정권재창출을 위해 대외적으로 화합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행보로도 보인다. 이들 이외에도 이 대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여권의 잠재적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도 직접 전화를 걸어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대표의 이러한 광폭 행보에도 불구하고 실제 계파 간 화합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정가에서는 또 다른 불씨가 도사리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예상되는 ‘발화지(發火地)’는 바로 당직 인선이다.
 

이 대표는 전대 직후 대표 수락 기자회견서 계파 탕평을 약속했다. 그는 “적재적소가 최우선이지 계파, 파벌, 나눠먹기식으로 하는 인사는 본래 내 원칙과 철학에 맞지 않는다”며 “지금까지와는 다를 것이다. 원내에서 해온 많은 당직을 원외(인사)가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의정 활동, 지역구 행사 등에 얽매이지 않는 원외 인사를 중심으로 당 운영과 정책 개발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당직 인선 뇌관
원외 중용 의지

이 대표가 인선할 주요 당직으로는 과거 제1∼3부총장에 해당하는 조직부총장, 전략기획부총장, 홍보본부장과 정책·여론조사를 담당하는 여의도연구원장, 대선·총선·지방선거 등 각종 주요 선거에서 외연 확장을 담당하는 인재영입위원장 등이 있다.

여기에 대표 비서실장과 대변인 등도 이 대표가 임명할 수 있다. 앞서 이 대표는 복수의 연설을 통해 정책, 정세 분석, 미디어 대응 등을 담당할 조직은 원외 인사들 중 전문가로 구성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일단 이 대표는 박명재 사무총장을 포함한 현재의 주요 당직자들로 당을 운영하되 시간을 두고 인선을 추진키로 했다.

이 대표는 측근 그룹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대에서도 캠프를 꾸리지 않고 ‘나홀로’ 선거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때문에 정치적 부채가 없는 상황에서 능력 위주의 인선을 단행할 명분은 충분한 상황이다. 그러나 측근이라는 보호막이 없어 비박계의 집중 견제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임 김무성 전 대표 또한 사무총장이나 여의도연구원 등 주요 당직을 친박계의 반대로 장기간 공석으로 남겨 놓은 선례가 있다. 무엇보다 친박계인 이 대표가 얼마나 실천 의지를 갖고 움직일지가 중요한 부분이다. 이처럼 이 대표가 직접 인선할 수 있는 자리외에도 이 대표의 입김이 얼마만큼 발휘될지 주목된다. 대표적으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퇴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간 야권은 우 수석에 대해 즉각 사퇴를 요구해왔다.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야권의 도움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이제 갓 지도부가 출범했다면 더욱 야권의 힘이 필요한 상황이다. 즉 당정·국정 수행에 있어서 우 수석의 존재는 자칫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우 수석의 사퇴를 조건으로 이 대표가 야권과 추가경정 예산안, 노동개혁·경제활성화 법안 등에 대한 딜에 나설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김 내리고 반 띄울까
킹메이커 역할 주목


새누리당은 ‘이정현 체제’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지도부는 사실상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중간에 있는 과도기적인 지도부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대선 후보자들의 레이스가 본격화되는 내년 초를 기점으로 당의 무게중심이 대선후보 쪽으로 급격히 기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이 대표의 ‘옥석가리기’가 언제쯤 시작될지에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고 있지만, 정당 구조상 특정 지지 세력을 배제하고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는 구조다. 이는 곧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특정 계파와 지역의 지지가 필수적이라는 말로 귀결된다. 현재 정가에서는 ‘대구·경북(TK)-충청-호남’의 트라이앵글 연대설이 주목받고 있다.

이 대표의 당선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대한 대망론으로 이어졌다. 단지 반 총장이 친박의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전대가 있기 전 정가에서는 ‘TK-충청 연대론’이 피어난 적 있다. 4·13 총선으로 특히 수도권에서 참패한 새누리당이 TK-충청 지역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재편될 것이란 예상이었다.

당시 최경환 의원이 전대 불출마를 선언하기 전 시점이기에 ‘최경환 당 대표, 반기문 대통령’을 위해 친박계가 움직일 것이란 말까지 돌았다. 그러나 이제 이 대표가 당선됨에 따라 TK-충청-호남이 삼각편대를 이룰 가능성이 높아졌다. 충청서 반 총장이 대망론을 피우고 TK에선 친박 실세인 최 의원이 막후 지원에 나서는가 하면 이 대표가 호남에서 야권의 표를 가져온다는 시나리오다.

TK-충청-호남
삼각편대 구성

이 대표는 곧 야권 텃밭 공략에 나설 것임을 알렸다. 전대가 있기 전 당시 이 후보는 복수의 인터뷰를 통해 “내가 당대표가 되면 호남 출신으로 최초의 보수정당 대표가 되는 것이며, 우리 당이 영남만이 아니라 전국정당이 되는 것”이라며 “내년 대선에서 호남의 20% 이상 지지를 끌어내 정권 재창출의 보증수표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친박시대’ 희비 갈린 잠룡들

이정현 신임 대표가 당선됨에 따라 여권 대선 잠룡들의 희비도 엇갈렸다. ‘TK-충청-호남’을 잇는 삼각 연합이 가능해진 친박계는 반기문 카드를 조기에 꺼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면 단일화에도 친박계에게 힘에서 밀린 비박계는 대선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특히 주호영 후보 지원에 나섰던 김무성 전 대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이에 김 전 대표는 당분간 민생 행보에 집중하는 가운데 연말부터 친박계와 청와대를 상대로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워 인지도를 상승시킨다는 전략으로 나올 공산이 커졌다. 이 대표가 계파 청산을 선언했음에도 갈등이 더욱 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이때를 기점으로 분당 가능성까지 점치는 모양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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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