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굿바이 2010> ③재계 달군 핫 키워드 7

말 많고 탈 많았던 경인년 ‘정신없이 갔다’


지긋지긋’ 글로벌 금융위기 끝난 안도감 잠시
곳곳서 뿜어져 나온 ‘냉기’로 다시 긴장모드

2010년 재계는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지났다는 안도감도 잠시. 여기저기서 뿜어져 나온 ‘냉기’로 다시 긴장모드가 조성됐다. 경인년 재계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굵직굵직한 일곱 가지 이슈로 되돌아봤다.

2010년 불어 닥친 스마트폰 열풍은 IT업계의 최대 이슈였다. 그 여파가 생활의 방식마저 바꿀 정도로 컸다.
지난해 12월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 출시되며 불붙은 스마트폰 시장은 지난 1년간 급성장했다. 2010년 한해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는 무려 600만명에 달한다.

삼성 웃고 LG 운
‘스마트폰 열풍’


지난해보다 12배가 늘어난 규모다. 휴대폰 판매순위도 1∼4위를 모두 스마트폰이 싹쓸이했다. 내년엔 스마트폰의 휴대폰 시장 점유율이 50∼6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애플에 비해 뒤늦게 스마트폰 ‘갤럭시S’를 내놨지만 대히트를 쳤다. 아이폰은 160만대가, 갤럭시S는 출시 5개월 만에 무려 180만대가 팔렸다.

부진에 허덕이던 팬택은 스마트폰 바람을 타고 스마트폰 시장 2위로 올라섰다. 팬택은 ‘시리우스’ 12만대, ‘이자르’ 25만대, ‘베가’ 24만대, ‘미라크’ 19만대의 국내 판매고를 올렸다. 반면 LG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제대로 기를 펴지 못했다. LG전자는 지난해만 해도 30%의 국내 휴대폰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으나, 올해 반토막이 났다.

실적도 스마트폰 분야에 대한 부진으로 3분기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되는 굴욕을 당했다. ‘옵티머스’시리즈로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지만, 과거의 점유율을 되찾을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저주만 내린
‘M&A 태풍’

올해 재계엔 인수·합병(M&A) 태풍이 몰아쳤다. 그 어느 때보다 기업 M&A가 활발했다. ‘주인’을 기다린 매물들도 하나같이 대어급이라 경쟁이 치열했다. 가장 관심을 모은 인수전은 현대건설이다. 현대·기아차그룹과 현대그룹이 ‘혈투’를 벌인 결과 현대그룹의 승리로 마무리되는 듯 했으나, 현재 돌아가는 상황은 그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대혼란을 겪고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금액으로 약 5조5000억원을 제시했는데, 돈이 없는 게 문제다. 상당 부분을 차입하다보니 뒷말과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결국 채권단은 현대그룹으로의 현대건설 매각작업이 중단되는 쪽으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그룹으로선 ‘다잡은 고기’를 놓치기 일보 직전인 셈이다.

외환은행도 주인을 찾았지만, 쉽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4조7000억원짜리 외환은행을 단숨에 낚아챘지만, 넘어야 할 산이 첩첩산중이다. 아직 투자자를 유치하지 못했고, 외환은행 내부의 반발이 심하다. ‘먹튀’론스타의 배를 불려준 앞잡이 노릇을 했다는 비난도 적지 않다.

두 인수전이 난항을 겪자 재계에선 ‘승자의 저주’가 자주 거론됐다.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한 대가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금호아시아나그룹, 2008년 대우조선해양을 먹었다가 감당이 안 돼 도로 뱉은 한화그룹이 대표적이다.

2006년 홈에버를 인수한 이랜드그룹, 2007년 남광토건을 인수한 대한전선그룹, 2008년 하이마트를 인수한 유진그룹 등도 모두 비슷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지났다는 안도를 할 무렵부터 검찰의 매서운 칼날이 재계 전방위로 확산됐다. 재계는 바짝 긴장했다. ‘검풍’이 언제 어디로 휘몰아칠지 몰라서다.

기업 수난시대
‘전방위 검풍’

재계를 향한 사정폭풍이 감지된 것은 지난 6월부터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지만, 대기업들이 굼뜬 움직임을 보이면서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5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개점휴업’에 들어갔던 대검 중수부가 1년4개월 만에 재가동되자 대대적인 ‘대기업 손보기’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재정비를 끝낸 검찰은 예전보다 더욱 예리해진 칼날로 재계 압박에 나섰다. 그 신호탄은 한화그룹이었다. 이어 태광그룹, C&그룹까지 검풍이 동시다발로 매섭게 몰아쳤다. 검찰과 재계, 정치권 안팎에선 ‘다음 타깃’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한화, 태광, C&에 이은 제4, 5의 ‘제물’로 유력한 대기업은 적게는 2∼3곳, 많게는 5∼6곳으로 압축됐다. 이들 기업은 구린내만 풍기다 수면 아래에서 잠자고 있는 사건을 품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수개월째 제자리만 맴돌고 있는 모양새다. 검찰이 별다른 소득 없이 변죽만 울리다 말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재계는 갈 길 바쁜 기업들의 발목이나 잡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검찰 수사가 빛을 발한 곳은 상조업계다. 올해 국내 내로라하는 상조업체 경영진이 줄줄이 쇠고랑을 찼다.

고객돈 빼돌린
‘상조비리 파문’

검찰은 지난 5월 불공정 계약을 통해 300억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최철홍 보람상조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 최 회장은 지난 8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또 지난 9월 회원수 15만명을 보유한 한라상조 박헌춘 대표가 회삿돈 25억원을 빼돌려 부동산을 사들이는 등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로 구속된데 이어 지난 11월 회사 자금 약 131억원을 빼돌려 개인 재산을 불린 박헌준 현대종합상조 회장이 구속됐다.

최근엔 직원 수당을 허위 지급하거나 회사 자금으로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을 고가로 사들이는 수법으로 122억원을 횡령한 나기천 국민상조 대표가 구속기소됐다. 상조업체들은 숨죽인 채 검찰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후폭풍이 업계 전체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조업체들 뿐만 아니라 회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납입한 회비를 떼일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동안 곪을 대로 곪은 상조업계의 문제는 이미 여러 번 도마에 올랐다. 정부가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한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시행규칙’개정안(고객 납입금의 50%를 사업자가 의무적으로 금융기관에 예치 등)이 지난 9월부터 시행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사실상 ‘무법지대’였다.

권택기 한나라당 의원은 “주요 상조업체들의 회계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상당수 회사들이 자본잠식 상태”라며 “상조업체들의 부실은 줄도산으로, 줄도산은 소비자 피해로 연결되기 때문에 업계 전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과 같다”고 지적한 바 있다.

총수들 컴백
‘왕의 귀환’

검풍이 거세게 몰아친 와중에 과거 문제를 일으키고 사퇴했던 거물 총수들이 속속 컴백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3월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김용철 변호사(삼성그룹 전 법무팀장)의 삼성그룹 비자금 폭로에 따른 특검 수사로 2008년 4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23개월 만이다.

‘왕의 귀환’은 2008년 말 단독 사면이 결정된 순간부터 가시화됐다. 이후 사면된 지 열흘 만에 가족과 함께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복귀론이 힘을 받았다. 국내 재계의 최대 거물인 만큼 그의 컴백을 놓고 의미와 배경, 전망 등이 쏟아졌다. 이 회장의 경영 복귀 명분은 ‘위기 극복’이었다. 그는 “삼성을 대표하는 제품이 10년 뒤엔 사라진다”며 ‘위기론’을 들고 나왔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지난 11월 돌아왔다.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벌인 ‘형제의 난’으로 왕좌에서 물러난 지 15개월 만이다. 직함도 명예회장에서 다시 회장을 되찾았다. 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대한통운 등 박찬구 회장이 맡고 있는 석유화학 부문을 제외한 계열사들의 경영을 맡게 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인수·합병의 후유증으로 지난해 말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등 주요 계열사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다.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통해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박 회장은 사장단 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공식 대외활동을 벌이는 등 적극적인 대내외 활동을 벌이며 경영 정상화에 앞장서고 있다.

올 하반기 기업 내부 분위기는 삭막하다. 엄격한 신상필벌의 평가와 분위기 쇄신, 과감한 ‘황태자 체제’ 전환 등이 맞물려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룹 내 서열지도가 새롭게 짜였다.


젊게 더 젊게
‘조직 물갈이’

재계 인사의 최대 이슈인 삼성그룹은 본격적인 ‘이재용 시대’를 염두에 둔 기본 틀을 재정비했다. 노장들이 물러난 자리에 ‘젊은 피’들을 대거 수혈한 것. 이건희 회장이 앞서 수차례 강조한 젊은 조직론, 젊은 리더론 대로 사장으로 승진된 인사들의 평균 연령은 기존 53.7세에서 51.3세로 대폭 떨어졌다.

LG그룹도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각 사업부의 수장이 대거 교체됐다. 이밖에 현대·기아차그룹, SK그룹, 롯데그룹, 한화그룹 등 주요 대기업 인사도 모두 ‘쇄신’에 방점이 찍혀 있다. 특히 금융권에 인사 태풍이 예고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내년 2월 중순으로 예정된 이사회까지 라응찬 전 회장 후임 최고경영자를 선임할 예정이다. 검찰이 라 전 회장과 신상훈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 등 최고경영진에 대한 조사를 조만간 마무리할 예정이어서 검찰의 기소 여부에 따라 CEO 교체폭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이종휘 우리은행장 등 우리금융지주 경영진과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김종렬 사장, 김정태 하나은행장 등 하나금융지주의 주요 경영진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KB금융지주는 이미 지난 8월 부행장 7명을 교체하는 등 대규모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피자에 치킨까지
‘초저가 전쟁’

초저가 먹거리도 화제를 모았다. 이마트는 지난 3월부터 이탈리아에서 직수입한 냉동 피자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수도권 점포에서 판매되는 이 피자는 지름이 45㎝로 유명 피자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일반 사이즈보다 12㎝가 더 크지만 가격은 1만1500원으로 3분의 1 정도다. 이 피자를 판매하는 매장은 손님으로 북적이고 있다. 한 번 주문하면 최대 2시간 정도가 소요될 만큼 인기가 좋다.

롯데마트는 지난 9일 ‘통큰 치킨’을 내놨다. 이마트 피자의 성공이 자극이 됐다. 롯데마트 치킨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프라이드 1마리(약 900g)를 시중 치킨값에 비해 1만원 정도가 싼 5000원에 파는 파격적인 가격이 비결이다. 개점하자마자 200∼400마리의 하루 판매량 물량이 모두 소진됐다.


하지만 ‘영세상인 죽이기’란 논란이 적지 않았고, 롯데마트는 결국 지난 16일 치킨 판매를 중단했다. 비슷한 논란에 휩싸였던 이마트는 이번 롯데마트의 결정과 상관없이 피자를 계속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 측은 “피자는 치킨과 전혀 다르다. 판매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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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