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마디’ 시린 계절, “이를 어이할꼬?”

관절통증 원인과 완화 방법


최근 쌀쌀하고 흐린 날씨로 인해 뼈마디가 쑤시고 아픈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이는 기압이 떨어지고 찬바람이 불 경우 관절 내 압력이 상대적으로 증가하면서 관절 공간이 부풀기 때문이다. 관절 내 압력이 상승할 경우 관절 속 윤활액 등의 물질이 증가해 염증이 있는 부위에 부종이 심해질 수 있고 평소보다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중앙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송정수 교수는 관절 통증의 다양한 증상과 원인, 통증을 완화시키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퇴행성 관절염=무릎관절 ‘뚝소리’와 심한 통증
류마티스관절염=아침에 뻣뻣하고 손가락 통증

67세의 최모씨는 3년 전부터 서서히 양쪽 무릎에 통증이 생겼다. 주로 오후에 오래 걷거나 서 있으면 양 무릎이 붓고 아프며 앉아서 쉬면 나아지지만 통증은 점점 더 심해졌다. 최씨는 퇴행성 관절염으로 진단받았고 관절 연골이 손상되면서 연골이 닳아 없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씨처럼 퇴행성 관절염이 발생하면 주로 관절이 빨갛게 붓고 따끈따끈한 열이 나며 관절의 크기가 커지고 만지면 아프다. 손으로 만져보면 무엇인가 만져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같은 증상은 주로 무릎과 손가락, 고관절(엉덩이관절) 등에 잘 생긴다.

통풍, 과음·과식 후
엄지발가락 붓고 통증 호소

특히 무릎의 경우 심해지면 관절 안에 물이 차기도 하고 염증이 더 진행되면 다리가 활처럼 휘어 ‘O자형 다리’가 되고 다리를 절게 된다. 퇴행성 관절염은 나이가 들 수록 잘 생기는 질환으로 주로 60세 이상의 여성 환자가 가장 많다.

68세의 양모씨는 수개월 전부터 양 손목과 왼쪽 세 번째 손가락 마디에 통증과 뻣뻣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통증이 있고나서부터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고 조금만 움직여도 극심한 피로에 시달렸다. 특히 뻣뻣한 느낌은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시작돼 점심시간 이후까지 지속됐다.

혈액검사를 받은 양씨는 류마티스관절염 진단을 받았다. 면역조절기능의 이상으로 만성적인 염증이 몸의 여러 군데에서 지속적으로 생기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염증은 주로 관절에 잘 생기지만 류마티스 자체는 몸 전체의 염증반응과 연관된 전신질환이다.

류마티스관절염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3배 정도 많이 발생하는데 그 원인은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허리를 제외한 모든 관절에서 염증이 생길 수 있지만 환자의 90%이상이 손가락과 손목에서 관절염 증상이 나타난다.

이 병의 특징은 아침에 깨어나면서부터 손가락이나 손목이 뻣뻣하게 굳는 ‘아침강직’ 현상이다. 대개 통증과 강직은 아침부터 시작되어 1시간 이상 지속되고 병이 악화될수록 그 시간이 길어진다.

염증이 피를 타고 몸의 여러 곳으로 옮겨 다니면서 발생하는 것도 특징이며 손가락이 구부러지거나 백조의 목과 같이 휘게 되는 ‘백조 목 변형’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환자의 60% 정도가 발병 초기에 피로감, 식욕부진, 근육통 등을 겪어 감기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58세 되던 해 통풍 진단을 받았던 70세 김모 할아버지는 가끔씩 발작이 있을 때만 약을 복용해왔다. 얼마 전 오랜만에 과음을 했던 그는 새벽부터 양쪽 엄지발가락에 견디기 힘든 통증을 느껴 결국 다시 병원을 찾았다.

양쪽 엄지발가락 관절과 오른쪽 두 번째 발가락 관절이 붉게 부어있었다. X선 촬영 결과 발가락 관절 부위가 좁아지고 뼈가 녹아난 상태였다. 잠을 자던 중에 찾아온 급성 통풍 발작의 사례다.

통풍은 요산이라는 물질이 과잉으로 존재해 그것이 관절에 쌓여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여성보다 남성이 10배 더 잘 발생한다.
엄지발가락 관절 염증이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데 심하게 아프면서 뜨거워지고 부어오른다. 방치할 경우 통증은 일주일 정도 지속되고 마치 치료된 듯이 아프지 않게 되지만 발작은 짧게는 1개월에서 길게는 2년 이내에 다시 재발한다.

과음, 과식, 과로, 수술 등 발작을 유발하는 요인이 생기면 다시 격심한 통증이 생긴다. 이를 방치해 두면 만성 결절성 통풍으로 진행하면서 발, 손, 손가락, 발가락 등에 요산 덩어리로 이루어진 결절이 나타난다. 결절이 터져서 치약 같은 하얀 물질이 배출되기도 한다. 그동안 축적되어 온 요산 덩어리다.

통풍은 단순히 뼈나 관절이 아픈 질환이 아닌 요산의 대사 장애에 의한 전신질환이다. 통풍과 고혈압이 함께 생기는 경우가 50% 정도이며 당뇨병, 동맥경화 등 성인병이 같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관절통증 완화,
지나친 뼈주사는 금물

가벼운 통증 시에는 관절염 패치를 붙일 수 있다. 이러한 제품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 약물을 파스를 붙이고 있는 동안 일정한 농도로 아픈 부위에 직접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염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하지는 못하는 한계가 있다.

더욱이 지나친 뼈주사로 인해 통증을 완화시키는 방법은 적절치 못하다는 설명이다.
류마티스내과 송정수 교수는 “흔히 ‘뼈주사’라고 부르는 주사는 스테로이드계 호르몬이다”며 “스테로이드 성분은 먹는 약으로 다량 복용하면 고혈압, 당뇨병 등과 같은 부작용이 생겨 주로 관절 내 주사요법으로 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관절 안으로 스테로이드를 주입하면 통증이 극적으로 좋아지는 효과가 있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치료는 아니며 남용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질병에 따라 가능한 적게 사용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무릎 퇴행성 관절염 환자는 운동을 통해 근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관절에 들어가는 영양분과 나오는 노폐물은 근육을 통해 확산하는 방법으로 이동하는데 무릎 주변의 허벅지와 장딴지 근육이 튼튼해야 관절이 튼튼해질 수 있다.

수영이나 물 속에서 걷기, 자전거 타기, 요가 등 체중이 무릎에 실리지 않는 운동이 바람직하다. 조깅이나 등산과 무릎에 무리가 가는 운동은 연골이 더 많이 닳을 염려가 있다.

류마티스관절염 역시 장기적으로 관절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운동이 필요하다. 걷기, 수영, 자전거타기 등의 유산소 운동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염증이 심할 때 운동을 하면 염증이 더 악화될 수 있으므로 운동보다는 휴식을 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통풍 환자는 우선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식이요법과 더불어 매일 규칙적인 운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통풍 발작이 와서 발가락이나 발목에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체중이 발목이나 발가락에 실리는 운동보다는 수영이나 자전거타기 등이 권장된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로
통증 완화해야

관절염에 의한 통증은 수 년 이상 지속되는 특성이 있어 대부분의 환자가 진통제를 오랜 기간 복용하게 된다.
진통제를 계속해서 복용하면 내성이 생기고 중독성이 있다는 속설이 있으나, 마약성 진통제가 아닌 경우에는 중독성은 없다.

관절에 염증이 심하게 나타나는 류마티스질환에는 항염효과가 뛰어난 스테로이드성 항염제를 사용한다. 스테로이드는 염증을 가라앉히고 통증을 줄이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어 특히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에 많이 사용된다.

그러나 장기간 복용하면 부작용이 우려되므로 저용량으로 복용하게 된다. 류마티스관절염의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항류마티스제제 혹은 면역억제제 등을 사용하는데 항류마티스 약물은 약효가 매우 느리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송정수 교수는 “약 복용 후 2~3개월 후에야 증상이 호전되므로 중간에 약을 끊지 않고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통풍 환자는 염증 치료와 더불어 혈액 속의 요산을 떨어뜨리는 치료약을 함께 복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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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