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Y라인’ 엇갈린 행보 내막

‘순망치한’서 ‘각자도생’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순망치한(脣亡齒寒)이란 사자성어가 이만큼 잘 어울리는 관계도 없었다. ‘김무성-유승민’은 비박계 투톱으로 불리며 서로 공조했다. ‘증세 없는 복지’가 정치권에 떨어졌을 당시 두 사람은 “불가능”이라 입을 모았다. 덩달아 비박계는 수에서 친박계를 압도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상생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지난해 6월경 지금과는 다른 ‘국회법 파동’으로 유 전 원내대표가 물러나면서 두 사람의 상보적 관계도 막을 내렸다.

김무성-유승민, 소위 ‘K-Y라인’이라 불리는 두 사람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방한을 신호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앞서 서로 힘을 합쳤던 모습과는 달리 1년이 지난 지금은 각자의 길을 도모하고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김무성 전 대표는 최근 서울의 모 식당에서 측근들을 만나 ‘만찬정치’를 시작한 반면, 대학을 찾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강연정치’로 활동을 알렸다. 김 전 대표가 음지에서 기회를 노린다면 유 전 원내대표는 양지로 나와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잠행하던
여권 두 잠룡

4·13총선 이후 여권의 두 잠룡은 잠행을 거듭해왔다. 김 전 대표는 간혹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마주칠 때 “총선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당 대표직을 내려놓은 김 전 대표는 새누리당이 비대위 문제로 내홍을 겪을 때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20대 국회 첫 의원총회에도 불참할 정도로 ‘자숙 모드’를 유지하는 모습. 여당에 대선 주자가 없다는 평도 김 전 대표를 움직이게 하지 못했다.

유 전 원내대표도 마찬가지였다. 갖은 방해를 뚫고 당선된 후에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침묵하던 그가 모습을 드러낸 때는 지난 4월19일. 바로 새누리당 대구시당에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을 때다.

이후에는 다분히 복당을 의식한 행보였다. 그는 대구지역 의원들과의 회합도 자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언론사 편집국장 오찬 간담회에서 유 전 원내대표와 관련해 “자기 정치한다고 대통령을 더 힘들게 만들고 하나도 도와주지 않는 많은 사람을 보면서 내가 느꼈던 평소의 비애와 허탈감 같은 것을 전반적으로 얘기한 것”이라고 국회법 파동 당시 ‘배신의 정치’를 언급했지만, 유 전 원내대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런 두 사람이 최근 활동을 재개하고 나섰다. 두 사람이 각자의 길을 간 지 1년이 흘렀고, 총선이 있은 후 한 달 반여가 지난 뒤였다. 촉매제가 된 것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방한이었다. 이를 전후로 두 사람이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가 늘고 있다. 앞서 반 총장은 5박6일간 국내에서 일정을 보냈으며 대권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남겨 국내 정치에 적지 않은 파장을 던졌다.

김무성 음지
측근과 만찬

알려진 바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지난달 31일 서울 모 음식점에서 서울지역 의원 다수와 만찬을 가졌다. 현장에는 김 전 대표와 가까운 김성태, 이종구, 정양석, 박인숙 의원 등 서울 지역 의원과 김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학용 의원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전 대표는 당 대표로 있을 당시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는 “당 대표를 하면서 박 대통령과 제대로 독대하면서 얘기한 적이 없다” “대통령과 관계가 껄끄러웠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보도가 나간 후 김 전 대표 측은 친목 도모 차원의 단순한 만남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당 혁신을 앞두고 대선 후보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수장이 움직이자 친무(친 김무성)계 인사들의 잰걸음도 덩달아 빨라진 모습이다. 그간 외부 활동을 자제해왔던 계파 인사들이 최근 당 요직에 출마할 뜻을 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군현·강석호 의원이 당 중책에 도전한다. 김 전 대표 체제에서 두 사람은 각각 사무총장과 사무부총장을 맡은 바 있는데, 이 의원은 국회부의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를 두고 여의도에서는 김 전 대표의 대권을 위한 ‘사전정지작업’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당을 떠나야 하는 국회의장과 달리 국회부의장은 당적이 유지된다. 때문에 국회부의장직은 정치적 발언도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자리다. 단적인 예로 지난해 10월경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도마 위에 올랐을 당시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한 정갑윤 국회부의장이 한 발언이 대표적이다.

비박계 투톱 1년 만에 달라진 위상
반기문 방한에 여권 잠룡들 기지개

당시 정 부의장은 “역사 교과서 검정제가 ‘편향된 시각’을 가진 인사들에 의해 집필·검정·채택이 이뤄진다면, 본래 의도했던 다양성·자율성·창의성 구현은 요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이 의원이 국회부의장을 맡게 되면 대선을 앞두고 김 전 대표 당선을 위한 세몰이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강 의원은 당권 도전이 예상된다. 이미 나경원·이정현 등과 하마평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강 의원이 설령 당 대표가 되지 못하더라도 최고위원으로서 지도부 입성을 노리고 있다고 말한다.

현 새누리당 당헌·당규 상에는 최다 득표자가 당 대표, 이후부터는 선출직 최고위원이 되기 때문에 가능성은 충분한 상황이다. 더 나아가 최고위원이 되면 김 전 대표가 대권에 도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김무성 호위무사’로 불리는 김성태 의원은 김 전 대표의 비공식 대변인이 된 모습이다. 최근 만찬 소식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여러 해석이 달리자 김 의원이 직접 TBS 라디오에 출연해 설명에 나섰다. 김 의원은 사회자가 ‘김 전 대표가 당대표 시절 박 대통령과 독대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시정이 됐다고 보는가’라고 질문하자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개인적으로 볼 때 김 전 대표가 거의 속병이 걸리다시피 한 상황인 거 같다. 박근혜정부에서 선뜻 나서지 못한 그런 중요한 정책들을 당이 선두적으로 치고 나가서 총대를 메고 했는데 막상 돌아온 것은 당론으로 정한 국민공천제가 무너지는 일이었다. 아마 본인(김 전 대표)의 마음에 큰 상처가 된 것 같다.”

유승민 양지
박근혜와 차별

그런 김 의원이 김 전 대표를 두고 ‘킹메이커’가 될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김 의원은 SBS 라디오에 출연해 “(김 전 대표는) 보수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릴 수도 있다는 각오”라고 말했는데 사회자가 ‘킹이 아닌 킹메이커가 될 수 있다는 말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논란이 되자 김 의원은 보도 자료를 내고 해명에 나섰다. 그는 “‘그렇다’라고 한 답변은 그간 각종 인터뷰에서 답변을 시작할 때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로, 질문에 대한 ‘동의’와는 다르다”고 했다.

김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학용 의원은 ‘미래혁신포럼’을 만든다. 여기에 이군현, 강석호, 권성동, 김성태, 김영우, 박성중 등 다수의 김 전 대표 측근들이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전 대표도 준회원으로 이름을 올린다고 알려졌다. 때문에 해당 포럼이 김 전 대표의 ‘대권 캠프’가 아닐지 정가가 주목하고 있다.

김 전 대표가 측근과의 접촉면을 늘리며 내실을 다지고 있다면,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대학 강연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31일 유 전 원내대표는 서울 성균관대 법학관에서 ‘경제위기와 정치의 역할’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총선 이후 사실상 첫 공식석상이었다.


[K] 2선 퇴진에도 측근들 몰고 다녀
[Y] 잠행 풀고 강연정치, 차기 노리나?

강의 내용적으로 크게 3가지 부분에서 이목을 끌었다. ▲자유시장경제 ▲공화 ▲5·16이 그것이다.

유 전 원내대표는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강연 중 “대한민국 자유시장경제는 진정한 의미의 시장경제가 아니다”며 “시장경제 자체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제력에 따른 계층 간 갈등이 적절히 통제가 안 되면 한국사회를 무너뜨릴 수준까지 나아갈 것”이라며 “총체적 국가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근혜정부가 ‘규제개혁’ ‘줄푸세’ ‘작은 정부·큰 시장’ 등을 호기롭게 외쳤음에도 오히려 계층 간에 양극화만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유 전 원내대표의 말은 이러한 현 경제정책이 실패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를 뒷받침하듯 그는 “한국사회 전체가 재벌의 인질이 된 것처럼 ‘재벌이 살아야 한국경제가 산다’는 논란은 잘못됐다”며 “재벌 대기업이 비실거릴 때는 꼭 도와야 한다고 하고, 세금도 깎고 규제도 풀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재벌 대기업 위주의 경제체제로는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의미의 ‘공화(共和)주의’ 실현을 강조했다. 강의 초반 대한민국의 저성장, 사회적 불평등, 경제 양극화, 교육 불평등 등을 거론한 그는 “우리나라는 헌법 1조 1항이 말하는 민주공화국의 ‘공화국’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공화의 뜻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5·16을 쿠데타로 규정하기도 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이 5·16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군사정권이 만든 당이 공화당”이라며 “사람들이 ‘공화’의 참뜻을 생각지 않고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여기는 데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즉 대한민국에서 공화주의가 ‘모든 시민이 주인’이라는 진정한 의미를 뒤로한 채 ‘독재’와 연결되는 원인은 과거 군사정권에 의해 의미가 퇴색됐기 때문이라고 본 것이다.

과거 5·16은
군사쿠데타

과거 유 전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최근 박 대통령은 ‘상시청문회법’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다시 한 번 거부권을 행사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특강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과 정확히 반대되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가습기 사건이나 정운호 게이트 사건이나 어떤 사건이든 국민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사건이 있을 때마다 국회가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청문회를 해야 한다”며 “‘일 하는 국회’로 가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해 찬성한다”고 말했다.

정치적 지향점과 개혁 방향을 유감없이 드러낸 그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대권 플랜’이 가동된 것으로 해석한다. 특히 박근혜정부의 현 경제정책을 지적함으로써 자신의 전문성을 드러냄과 동시에 박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또한 20대 젊은 층을 상대로 한 강연이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총선 후 새누리당에게 던져진 최대 과제는 과연 20·30대 표심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다. 즉 젊은 표심을 잡을 인물이 새누리당에 전무한 상태. 유 전 원내대표의 강연정치는 새누리당에게 나름의 해답을 제시하는 행위이며, 그가 강조하는 ‘따뜻하고 정의로운 보수’도 결국 젊은 층을 겨냥한 슬로건으로 읽힌다. 하지만 그는 특강 직후 기자들이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느냐’고 질문하자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20대 국회 최초' 법안 집중해부
19대 오명 씻기 ‘몸부림’

제20대 국회가 지난달 30일 개원했다. 개원 첫날 총 52건의 법률안이 국회사무처 의사국 의안과로 접수됐다. 

앞서 여야 지도부는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역대 최악이라는 19대 국회의 오명을 씻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양은 많았던 데 비해 실속 있는 법안은 적었다는 게 지난 19대 국회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백지 상태에서 시작하는 20대 국회는 과연 전과 다를 것인가. <일요시사>는 첫날 접수된 총 52건의 법안을 낱낱이 파헤쳐봤다.

대표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의원의 수는 27명. 접수된 순서대로 박정, 배덕광, 이찬열, 이종배, 위성곤, 홍문표, 박영선, 박명재, 이채익, 황영철, 경대수, 신보라, 김광림, 이학재, 이명수, 김성태, 이완영, 이철우, 박남춘, 박맹우, 윤후덕, 노웅래, 김성찬, 원혜영, 남인순, 백재현, 박덕흠 의원이 그들이다.

그중 대표발의 법안의 수가 가장 많은 사람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이찬열 의원이다. 이 의원은 총 10개의 대표발의 법안을 개원 첫날에 접수했다. 그 중 ‘고용정책 기본법’을 제외한 나머지 9개은 일부개정법률안이다. 즉 기존의 법률안을 수정하는 내용이다.

고용·노동과 관련된 법률안이 3개, 교육 관련이 3개, 세금 관련이 2개다. 나머지는 혼인관계 종료의 날로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라도 유전자검사에 의해 친생자가 아님이 증명된 경우에는 친생추정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민법 일부개정법률안’, 클린디젤자동차를 환경친화적 자동차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의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원 첫날 52건 접수…27명 발의
더민주 이찬열 10개로 가장 많아

이 의원 다음으로 대표발의를 많이 한 사람은 3개의 법률안을 발의한 이명수, 박남춘, 김성찬, 백재현 의원이다.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은 기업·산업 관련 기본법안 1개, 복지 관련 개정법률안을 2개 발의했다. 더민주 박남춘 의원은 고용·노동 관련을 3개 발의함으로써 선택과 집중을 하는 모습이다. 그중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보면 기획재정부장관이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근로자의 전반적인 근로 실태를 파악해 공표하고, 그 결과를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실적에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새누리당 김성찬 의원은 기업·산업 2개, 환경 1개를 발의했고 더민주 백재현 의원은 지역·민생 1개, 기업·산업 2개 법률안을 제출했다.

대표발의를 2개 한 의원은 총 8명이다. 박영선, 박명재, 경대수, 김광림, 김성태, 이완영, 박맹우, 윤후덕 의원이 그들이다. 나머지 박정, 배덕광, 이종배, 위성곤, 홍문표, 이채익, 황영철, 신보라, 이학재, 이철우, 노웅래, 원혜영, 남인순, 박덕흠 의원은 각각 1개씩의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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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