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Y라인’ 엇갈린 행보 내막

‘순망치한’서 ‘각자도생’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순망치한(脣亡齒寒)이란 사자성어가 이만큼 잘 어울리는 관계도 없었다. ‘김무성-유승민’은 비박계 투톱으로 불리며 서로 공조했다. ‘증세 없는 복지’가 정치권에 떨어졌을 당시 두 사람은 “불가능”이라 입을 모았다. 덩달아 비박계는 수에서 친박계를 압도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상생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지난해 6월경 지금과는 다른 ‘국회법 파동’으로 유 전 원내대표가 물러나면서 두 사람의 상보적 관계도 막을 내렸다.

김무성-유승민, 소위 ‘K-Y라인’이라 불리는 두 사람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방한을 신호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앞서 서로 힘을 합쳤던 모습과는 달리 1년이 지난 지금은 각자의 길을 도모하고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김무성 전 대표는 최근 서울의 모 식당에서 측근들을 만나 ‘만찬정치’를 시작한 반면, 대학을 찾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강연정치’로 활동을 알렸다. 김 전 대표가 음지에서 기회를 노린다면 유 전 원내대표는 양지로 나와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잠행하던
여권 두 잠룡

4·13총선 이후 여권의 두 잠룡은 잠행을 거듭해왔다. 김 전 대표는 간혹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마주칠 때 “총선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당 대표직을 내려놓은 김 전 대표는 새누리당이 비대위 문제로 내홍을 겪을 때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20대 국회 첫 의원총회에도 불참할 정도로 ‘자숙 모드’를 유지하는 모습. 여당에 대선 주자가 없다는 평도 김 전 대표를 움직이게 하지 못했다.

유 전 원내대표도 마찬가지였다. 갖은 방해를 뚫고 당선된 후에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침묵하던 그가 모습을 드러낸 때는 지난 4월19일. 바로 새누리당 대구시당에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을 때다.

이후에는 다분히 복당을 의식한 행보였다. 그는 대구지역 의원들과의 회합도 자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언론사 편집국장 오찬 간담회에서 유 전 원내대표와 관련해 “자기 정치한다고 대통령을 더 힘들게 만들고 하나도 도와주지 않는 많은 사람을 보면서 내가 느꼈던 평소의 비애와 허탈감 같은 것을 전반적으로 얘기한 것”이라고 국회법 파동 당시 ‘배신의 정치’를 언급했지만, 유 전 원내대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런 두 사람이 최근 활동을 재개하고 나섰다. 두 사람이 각자의 길을 간 지 1년이 흘렀고, 총선이 있은 후 한 달 반여가 지난 뒤였다. 촉매제가 된 것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방한이었다. 이를 전후로 두 사람이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가 늘고 있다. 앞서 반 총장은 5박6일간 국내에서 일정을 보냈으며 대권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남겨 국내 정치에 적지 않은 파장을 던졌다.

김무성 음지
측근과 만찬

알려진 바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지난달 31일 서울 모 음식점에서 서울지역 의원 다수와 만찬을 가졌다. 현장에는 김 전 대표와 가까운 김성태, 이종구, 정양석, 박인숙 의원 등 서울 지역 의원과 김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학용 의원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전 대표는 당 대표로 있을 당시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는 “당 대표를 하면서 박 대통령과 제대로 독대하면서 얘기한 적이 없다” “대통령과 관계가 껄끄러웠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보도가 나간 후 김 전 대표 측은 친목 도모 차원의 단순한 만남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당 혁신을 앞두고 대선 후보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수장이 움직이자 친무(친 김무성)계 인사들의 잰걸음도 덩달아 빨라진 모습이다. 그간 외부 활동을 자제해왔던 계파 인사들이 최근 당 요직에 출마할 뜻을 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군현·강석호 의원이 당 중책에 도전한다. 김 전 대표 체제에서 두 사람은 각각 사무총장과 사무부총장을 맡은 바 있는데, 이 의원은 국회부의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를 두고 여의도에서는 김 전 대표의 대권을 위한 ‘사전정지작업’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당을 떠나야 하는 국회의장과 달리 국회부의장은 당적이 유지된다. 때문에 국회부의장직은 정치적 발언도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자리다. 단적인 예로 지난해 10월경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도마 위에 올랐을 당시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한 정갑윤 국회부의장이 한 발언이 대표적이다.

비박계 투톱 1년 만에 달라진 위상
반기문 방한에 여권 잠룡들 기지개

당시 정 부의장은 “역사 교과서 검정제가 ‘편향된 시각’을 가진 인사들에 의해 집필·검정·채택이 이뤄진다면, 본래 의도했던 다양성·자율성·창의성 구현은 요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이 의원이 국회부의장을 맡게 되면 대선을 앞두고 김 전 대표 당선을 위한 세몰이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강 의원은 당권 도전이 예상된다. 이미 나경원·이정현 등과 하마평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강 의원이 설령 당 대표가 되지 못하더라도 최고위원으로서 지도부 입성을 노리고 있다고 말한다.

현 새누리당 당헌·당규 상에는 최다 득표자가 당 대표, 이후부터는 선출직 최고위원이 되기 때문에 가능성은 충분한 상황이다. 더 나아가 최고위원이 되면 김 전 대표가 대권에 도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김무성 호위무사’로 불리는 김성태 의원은 김 전 대표의 비공식 대변인이 된 모습이다. 최근 만찬 소식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여러 해석이 달리자 김 의원이 직접 TBS 라디오에 출연해 설명에 나섰다. 김 의원은 사회자가 ‘김 전 대표가 당대표 시절 박 대통령과 독대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시정이 됐다고 보는가’라고 질문하자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개인적으로 볼 때 김 전 대표가 거의 속병이 걸리다시피 한 상황인 거 같다. 박근혜정부에서 선뜻 나서지 못한 그런 중요한 정책들을 당이 선두적으로 치고 나가서 총대를 메고 했는데 막상 돌아온 것은 당론으로 정한 국민공천제가 무너지는 일이었다. 아마 본인(김 전 대표)의 마음에 큰 상처가 된 것 같다.”

유승민 양지
박근혜와 차별

그런 김 의원이 김 전 대표를 두고 ‘킹메이커’가 될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김 의원은 SBS 라디오에 출연해 “(김 전 대표는) 보수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릴 수도 있다는 각오”라고 말했는데 사회자가 ‘킹이 아닌 킹메이커가 될 수 있다는 말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논란이 되자 김 의원은 보도 자료를 내고 해명에 나섰다. 그는 “‘그렇다’라고 한 답변은 그간 각종 인터뷰에서 답변을 시작할 때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로, 질문에 대한 ‘동의’와는 다르다”고 했다.

김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학용 의원은 ‘미래혁신포럼’을 만든다. 여기에 이군현, 강석호, 권성동, 김성태, 김영우, 박성중 등 다수의 김 전 대표 측근들이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전 대표도 준회원으로 이름을 올린다고 알려졌다. 때문에 해당 포럼이 김 전 대표의 ‘대권 캠프’가 아닐지 정가가 주목하고 있다.

김 전 대표가 측근과의 접촉면을 늘리며 내실을 다지고 있다면,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대학 강연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31일 유 전 원내대표는 서울 성균관대 법학관에서 ‘경제위기와 정치의 역할’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총선 이후 사실상 첫 공식석상이었다.

[K] 2선 퇴진에도 측근들 몰고 다녀
[Y] 잠행 풀고 강연정치, 차기 노리나?

강의 내용적으로 크게 3가지 부분에서 이목을 끌었다. ▲자유시장경제 ▲공화 ▲5·16이 그것이다.

유 전 원내대표는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강연 중 “대한민국 자유시장경제는 진정한 의미의 시장경제가 아니다”며 “시장경제 자체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제력에 따른 계층 간 갈등이 적절히 통제가 안 되면 한국사회를 무너뜨릴 수준까지 나아갈 것”이라며 “총체적 국가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근혜정부가 ‘규제개혁’ ‘줄푸세’ ‘작은 정부·큰 시장’ 등을 호기롭게 외쳤음에도 오히려 계층 간에 양극화만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유 전 원내대표의 말은 이러한 현 경제정책이 실패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를 뒷받침하듯 그는 “한국사회 전체가 재벌의 인질이 된 것처럼 ‘재벌이 살아야 한국경제가 산다’는 논란은 잘못됐다”며 “재벌 대기업이 비실거릴 때는 꼭 도와야 한다고 하고, 세금도 깎고 규제도 풀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재벌 대기업 위주의 경제체제로는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의미의 ‘공화(共和)주의’ 실현을 강조했다. 강의 초반 대한민국의 저성장, 사회적 불평등, 경제 양극화, 교육 불평등 등을 거론한 그는 “우리나라는 헌법 1조 1항이 말하는 민주공화국의 ‘공화국’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공화의 뜻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5·16을 쿠데타로 규정하기도 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이 5·16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군사정권이 만든 당이 공화당”이라며 “사람들이 ‘공화’의 참뜻을 생각지 않고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여기는 데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즉 대한민국에서 공화주의가 ‘모든 시민이 주인’이라는 진정한 의미를 뒤로한 채 ‘독재’와 연결되는 원인은 과거 군사정권에 의해 의미가 퇴색됐기 때문이라고 본 것이다.

과거 5·16은
군사쿠데타

과거 유 전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최근 박 대통령은 ‘상시청문회법’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다시 한 번 거부권을 행사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특강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과 정확히 반대되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가습기 사건이나 정운호 게이트 사건이나 어떤 사건이든 국민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사건이 있을 때마다 국회가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청문회를 해야 한다”며 “‘일 하는 국회’로 가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해 찬성한다”고 말했다.

정치적 지향점과 개혁 방향을 유감없이 드러낸 그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대권 플랜’이 가동된 것으로 해석한다. 특히 박근혜정부의 현 경제정책을 지적함으로써 자신의 전문성을 드러냄과 동시에 박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또한 20대 젊은 층을 상대로 한 강연이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총선 후 새누리당에게 던져진 최대 과제는 과연 20·30대 표심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다. 즉 젊은 표심을 잡을 인물이 새누리당에 전무한 상태. 유 전 원내대표의 강연정치는 새누리당에게 나름의 해답을 제시하는 행위이며, 그가 강조하는 ‘따뜻하고 정의로운 보수’도 결국 젊은 층을 겨냥한 슬로건으로 읽힌다. 하지만 그는 특강 직후 기자들이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느냐’고 질문하자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20대 국회 최초' 법안 집중해부
19대 오명 씻기 ‘몸부림’

제20대 국회가 지난달 30일 개원했다. 개원 첫날 총 52건의 법률안이 국회사무처 의사국 의안과로 접수됐다. 

앞서 여야 지도부는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역대 최악이라는 19대 국회의 오명을 씻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양은 많았던 데 비해 실속 있는 법안은 적었다는 게 지난 19대 국회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백지 상태에서 시작하는 20대 국회는 과연 전과 다를 것인가. <일요시사>는 첫날 접수된 총 52건의 법안을 낱낱이 파헤쳐봤다.

대표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의원의 수는 27명. 접수된 순서대로 박정, 배덕광, 이찬열, 이종배, 위성곤, 홍문표, 박영선, 박명재, 이채익, 황영철, 경대수, 신보라, 김광림, 이학재, 이명수, 김성태, 이완영, 이철우, 박남춘, 박맹우, 윤후덕, 노웅래, 김성찬, 원혜영, 남인순, 백재현, 박덕흠 의원이 그들이다.

그중 대표발의 법안의 수가 가장 많은 사람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이찬열 의원이다. 이 의원은 총 10개의 대표발의 법안을 개원 첫날에 접수했다. 그 중 ‘고용정책 기본법’을 제외한 나머지 9개은 일부개정법률안이다. 즉 기존의 법률안을 수정하는 내용이다.

고용·노동과 관련된 법률안이 3개, 교육 관련이 3개, 세금 관련이 2개다. 나머지는 혼인관계 종료의 날로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라도 유전자검사에 의해 친생자가 아님이 증명된 경우에는 친생추정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민법 일부개정법률안’, 클린디젤자동차를 환경친화적 자동차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의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원 첫날 52건 접수…27명 발의
더민주 이찬열 10개로 가장 많아

이 의원 다음으로 대표발의를 많이 한 사람은 3개의 법률안을 발의한 이명수, 박남춘, 김성찬, 백재현 의원이다.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은 기업·산업 관련 기본법안 1개, 복지 관련 개정법률안을 2개 발의했다. 더민주 박남춘 의원은 고용·노동 관련을 3개 발의함으로써 선택과 집중을 하는 모습이다. 그중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보면 기획재정부장관이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근로자의 전반적인 근로 실태를 파악해 공표하고, 그 결과를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실적에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새누리당 김성찬 의원은 기업·산업 2개, 환경 1개를 발의했고 더민주 백재현 의원은 지역·민생 1개, 기업·산업 2개 법률안을 제출했다.

대표발의를 2개 한 의원은 총 8명이다. 박영선, 박명재, 경대수, 김광림, 김성태, 이완영, 박맹우, 윤후덕 의원이 그들이다. 나머지 박정, 배덕광, 이종배, 위성곤, 홍문표, 이채익, 황영철, 신보라, 이학재, 이철우, 노웅래, 원혜영, 남인순, 박덕흠 의원은 각각 1개씩의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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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