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친박계 배후조종설’ 진상

제2의 이한구? 드러나는 '친박본색'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새누리당 정진석 신임 원내대표와 친박(친 박근혜)계의 공조가 심상치 않다. 소통과 화합을 전면에 내건 정 원내대표는 중요한 결정 사항이 있을 때마다 친박계의 손을 들어주는 모습이다. 이에 정 원내대표의 행보가 이한구 전 공천관리위원장과 닮아간다는 평도 정치권에서 들려온다. 체질 개선에 나서도 부족한 시간에 새누리당 내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친박 패권주의’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앞서 정치권 전문가들은 친박계와 비박계가 서로 갈등을 보였지만 두 계파 모두 ‘정권 재창출’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공유했다는 측면에서 패권주의로 단정 짓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계파의 이익만을 쫓는 모습이 친박계 내에서 보여 패권주의로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지도부로 선출된 정 원내대표가 친박계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진석-이한구
완벽한 닮은꼴

정 원내대표는 부인한다. 최근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 ‘친박계 핵심이 정 원내대표에게 입김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며 질문하자 “가소로운 이야기”라고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

그는 당내에서 친박계로 통한다. 정 원내대표 자신도 이를 애써 감추려고 하지 않는 모습이다. 취임 후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새누리당 전원이 친박이 되어야 한다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손’에 당의 운영이 좌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누가 그런 말을 하느냐. 가소롭다”고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이러한 모습이 과거 공천권을 행사했던 이한구 전 공관위원장과 닮아있다는 게 당내 시선이다. 이 전 위원장 역시 자신이 친박이라는 점을 은연중에 내비치면서도 청와대의 의중에 따라 공천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이 전 위원장은 해당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공천이 한창 진행 중이던 날 당사로 출근하는 길에 누군가와 통화하며 “저 남구(지역)에 그러면 생각하시는 것은 어떤 기준을 말씀하시는 거죠? 그래요. 예. 실망 안 시킬 테니까”라고 말해 배후 세력을 의심케 했다.

공관위원이었던 홍문표 의원은 언론에 “(이한구 위원장이) 회의를 하다가도 갑자기 무슨 연락을 받거나 자기 생각이 뭐가 있다 싶으면 ‘오늘 회의는 여기서 그만입니다’라고 (회의를) 그만뒀다”고 말해 의혹을 제기했다. 배후 의혹은 공천 중 이 전 위원장이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과 서울 모처의 호텔에서 비밀 회동을 가졌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더욱 불거졌다.

친박계 대표단
물 건너간 혁신

결과적으로 이 전 위원장의 공천은 최악의 결과를 낳았고 새누리당의 총선 참패로 귀결됐다. 친박계가 ‘책임론’에 휩싸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책임론은 친박계 입장에서는 골칫거리일 수밖에 없다. 선출직 지도부에 대한 하마평이 나올 때마다 책임론은 비박계의 주된 레퍼런스가 됐고, 친박계는 이를 부담스러워했다. 특히 당권 욕심이 있는 친박계 입장에서 책임론은 반드시 잠재워야 할 요소다.

앞서 원내대표 경선에서 나경원 후보가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왔던 이유도 친박계 주류 쪽에서 먼저 책임론을 가라앉히기 위한 자숙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박심’으로 통하는 최경환 의원은 물론 청와대에서도 “자숙하자”며 스스로 손발을 묶었다. 총선 후 친박계의 운신 폭이 좁아진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서 정 원내대표가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총선 참패는 ‘친박 만의 책임이 아니다’라며 책임의 범위를 확대시켰다. 표면적인 이유는 소통과 화합을 위해서지만, 책임론을 불식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정 원내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친박계 책임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에 친박계 의원이 70∼80명 정도인데 모두가 (총선 참패의)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친박계가) 떼로 몰려다니면서 나쁜 짓을 했느냐. 덤터기를 씌워선 안 된다. 친박계 전체를 책임론으로 등치하는 것, 이를테면 ‘친박=책임’이라는 등식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내가 중립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친박과 비박 다 책임이 있는 것이지, 어느 계파 한쪽에만 일방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일련의 움직임을 보면 정 원내대표가 서서히 ‘친박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정 원내대표 당선 이후 친박계가 서서히 본인들의 목소리를 키워나가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단적인 예로 최근 친박계 내에서 당대표 후보들이 거론되는 상황인데, 지난 원내대표 경선이 있을 당시 마땅한 후보조차 이름이 거론되지 않았을 때와는 분명 차이가 있는 모습이다.

원내대표단 친박인사로 전격 물갈이
비대위 겸직 두고 혁신위 무용론 대두

거론되는 후보들에는 이정현·이주영·홍문종 의원 등 직·간접적으로 출마 의사를 내비친 사람뿐만 아니라 원유철 의원(전 원내대표) 등이 포함돼 있다. 지난 4일 첫 당대표 경선 후보로 등록한 친이(친 이명박)계 심재철 의원을 제외하곤 대부분이 친박계로 분류된다. 특히 원유철·이정현·홍문종 의원 등은 친박계 핵심에 속한다.
 

원내대표단이 꾸려질 때부터 계파 편향 얘기가 나왔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열린 당선자 총회에서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를 포함한 13명의 원내부대표단 당직 인선을 발표했다. 강석진 의원은 최 의원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코레일 사장 출신의 비례대표인 최연혜 당선인 또한 친박으로 통한다. 원내대변인에 추가 선임된 민경욱 당선인의 경우, 자타가 공인하는 진박 후보로 공천 당시 유승민계 민현주 의원을 경선에서 꺾고 공천권을 따냈다. 이러한 대표단 인선을 두고 하태경 의원이 “민의를 반영하지 못한 원내대표단 인선”이라고 꼬집었을 정도다.

원내대표단은 자신들의 계파색 논란에 반발하고 있다. 수석부대표가 된 김도읍 의원은 KBS라디오에서 사회자가 ‘이번 원내대표단 인선에 대해 친박 일색이다라는 비판이 나오더라. 어떻게 받아들이나’고 묻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우리 정 원내대표께서 탈계파를 선언하면서 당선됐고, 우리 부대표단들도 보면 초선 의원들의 지역이라든지 전문성을 배려를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꼭 친박계로 꾸려졌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를 하기 어렵다.”

정진석 체제
친박 뜻대로

비대위 구성 문제는 친박-비박이 서로 이견을 보인 지점이다. 친박계는 ‘관리형’ 비대위를 내세운 반면 비박계는 ‘혁신형’ 비대위를 주장했다. 물리적으로 전대까지 3개월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혁신형 비대위가 세워진들 바꿀 수 있을 건 없다는 친박계의 현실론과 지금과 같은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선 외부 인사를 데려온 혁신형 비대위 뿐이라는 비박계의 당위론이 서로 부딪혔다.

결국 정 원내대표는 친박계의 현실론을 받아들였으며 비대위원장까지 겸임하게 됐다. 정진석 체제는 이제 앞으로 있을 전당대회(이하 전대) 실무를 준비하는 일을 맡게 된다. 친박계의 당권 장악이 한층 수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설문조사까지 간 끝에 나온 결과였다. 지난 10일 비대위 구성에 관한 당내 총의를 모으기 위해 정진석 지도부는 당선자 전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도 뒷말이 많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설문조사가 의견을 모으기 위한 목적이라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설문조사지에는 ▲관리형 비대위 ▲관리형 비대위+별도 혁신위 ▲진단형 비대위 ▲혁신형 비대위 ▲기타까지 총 5개의 보기로 이중 하나를 고르는 5지선다형이었다.

불만이 터져 나온 이유는 해당 설문조사가 사실상 친박계가 원하는 관리형 비대위로 가기위한 형식에 불과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기타’를 제외한 나머지 4개의 항목 중 ‘혁신형 비대위’를 제외한 나머지 3개 항목이 사실상 같다는 것이다.

“전대 늦춰라” 8월 연기 지시 있었나?
당·대권 결합론 부상…친박으로 통일?

즉 ▲당 지도체제 개편 ▲원외 당협위원회의 정비 등 지도부 시스템을 손봐야 함에도 혁신형을 제외하면 혁신의 주체가 차기 지도부 또는 비대위가 구성한 혁신위로 같다. 다시 말해 외부 인사 영입이 없는 나머지 3개 항목은 행위가 주체가 동일하기 때문에 이름만 다르지 사실상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것이다.

불만이 터져 나온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비밀이 아닌 실명 공개를 전제로 한 설문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관리형 비대위를 찍도록 유도했다는 주장이 당내에서 일고 있다. 이는 특히 입지가 튼튼하지 못한 초·재선 의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다.

결과적으로 혁신위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 기자들 사이에서 존재한다. 최근 새로운 원내대변인으로 취임한 민경욱 대변인과의 질의에서는 몇몇 기자들이 과거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맡았던 보수혁신위원회처럼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민 대변인은 “새로 선출되는 당대표에게 혁신위에서 결정한 문제를 다 받아들이도록, 수용하도록 하자는 그런 구체적인 방법까지 논의는 됐지만 결정된 건 없다”고 답해 부분 수용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혁신위원장으로는 김용태 의원이 선임됐는데, 이를 두고도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 원내대표가 소통과 화합을 위해 비박계인 김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앉힌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2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획기적인 혁신안을 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김 의원을 혁신위원장에 앉힌 것은 비박계에게 덤터기를 씌우기 위한 술수라는 견해도 있다.

결과적으로 혁신위가 ‘유명무실’해 질것이란 비관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실행권한이 없는 특별기구의 성격이라서 정진석 체제의 입김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친박계 핵심의 입을 통해 혁신위의 지위를 격하하는 발언이 나와 논란에 불을 지폈다.

총선 당선 직후 차기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이정현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비대위와 혁신위는 문제 진단과 전대 관리의 역할로 한정하고 새 지도부가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자가 ‘혁신안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냐’고 질문하자 “그렇다”고 답했다.

유명무실
혁신위원회

이처럼 혁신위의 지위와 역할에 의문부호가 달리자 정 원내대표는 수습에 나섰다.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혁신위는 단순히 이번 총선 패배에 대한 미봉책을 땜질하는 기구가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다.

향후 비대위·혁신위에서 정해질 ▲전대 날짜와 ▲당권·대권 결합 여부가 계파전의 새로운 뇌관이 될 전망이다. 또한 친박계의 입김에 따라 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정 원내대표에 대한 평가도 이때를 기점으로 명확하게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친박계가 원하는 것은 최대한 전대 시점을 늦추는 것이다. 앞서 예상됐던 7월보다 한 달가량 늦은 8월에 열리게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정확한 날짜가 잡히지 않았지만, 시점이 중요한 이유는 전대 시기가 늦어지면 질수록 ‘친박 책임론’이 잠잠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당권·대권 결합론도 친박계 내부에서 얘기가 나온 만큼 향후 불씨가 될 예정이다. 새누리당 당헌에는 ‘차기 대선주자는 대선 1년6개월 전에 모든 선출 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이는 당권·대권을 분리시켜 놓은 규정이다.

이에 대한 폐지를 주장하는 친박은 마땅한 대권주자가 없음을 근거로 내세운다. 즉 인력난을 겪고 있으니 당권·대권을 함께 가져가 강력한 1명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친박계는 그 1명이 당내 과반을 넘긴 친박계에서 나와야 한다고 보고 있다.

최근 나오는 최고위원회의 폐지론과 궤를 같이 한다. 즉 지금과 같이 9명(당대표 1명+원내대표 1명+정책위의장 1명+최고위원6명)이 정하는 집단식 의사결정 시스템은 비효율적이니 이를 당대표에게 몰아줘 과거 총재 시절의 강력함을 되살리자는 취지다.

‘범친박계 당직 장악→정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겸직→전대 연기’로 이어진 일련의 과정은 분명 친박계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과연 친박계의 의중에 따라 움직인다는 의혹을 받는 정 원내대표는 앞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총선 참패 후 한 달간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새누리당에 혁신의 바람이 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철우의 최고위 해체론

현재 새누리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최고위원회의다. 선출직 4명+지명직 2명에 당 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까지 9명으로 구성된 이 기구는 과거 당 총재의 독단적 결정을 제어하기 위해 지난 2002년 탄생했다. 지금까지 당의 민주화에 큰 공헌을 했지만 반대로 많은 사공으로 인해 배가 산으로 가게 만들었다는 비판도 있다.

중진으로 올라선 이철우 의원은 최고위원회의를 해체하는 수준으로 당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선자 총회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이런 식으로 결론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집단지도체제는 안 된다. 차기 당 지도부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비대위에서 논의해야 한다. 최고위를 해체해야 한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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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