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김종인 궁합 보니…

킹이냐, 킹메이커냐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또 다시 “다수의 대권주자들이 공정한 경쟁을 해야 한다”며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김 대표는 불과 4개월 전, 문 전 대표가 직접 영입한 인사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미 ‘문재인 대선 배제설’이 파다하다. 그렇다면 김 대표가 염두에 둔 차기 대권주자는 누구일까? 김 대표와 유력 대권주자 간의 친소 관계가 대선 판을 뒤흔들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다수의 대권주자들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전국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대선후보를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표를 중심으로 짜인 더민주 내 대선구도를 뒤흔들 수 있다는 선언이다.

총선 이후 노골적으로 자신을 흔들고 있는 친문(친 문재인) 그룹에 대해 적개심을 드러낸 것이다. 김 대표는 불과 4개월 전, 문 전 대표가 직접 영입한 인사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미 김 대표가 문 전 대표를 대선주자 후보군에서 배제시킨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중요 변수는?

그렇다면 김 대표가 염두에 둔 차기 대권주자는 누구일까? 김 대표는 지난 총선 기간 문재인, 박원순, 손학규, 안희정, 김부겸, 이재명 등 6명을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라고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김 대표와 유력 대권주자 간의 친소관계가 대선 판을 뒤흔들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당초 김 대표는 총선 이후에도 문 전 대표를 도울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최근 김 대표와 문 전 대표의 갈등은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모습이다. 김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 사람(문 전 대표)은 작문하는 것이 무슨 버릇인 것 같다”며 “자신이 무슨 당의 주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행세한다”고 지적했다.


‘문 전 대표가 더민주의 대주주가 아니냐’는 질문에는 “무슨 얼어 죽을 대주주냐”라고도 했다. 김 대표의 측근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더는 킹메이커를 하지 않겠다’는 김 대표의 기존 발언에 대해 “문 전 대표에 대한 반감이 워낙 강해서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는 안 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가 아닌 다른 대권주자를 위해서는 힘을 보탤 수도 있다는 얘기다. 호남의 반문(반 문재인) 정서도 김 대표와 문 전 대표 사이를 벌어지게 하는 걸림돌이다. 김 대표 측은 호남이 거부하는 야권 대권주자가 본선에서 승리할 수 있겠느냐며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전히 김 대표가 문 전 대표에게 힘을 보탤 가능성은 남아 있다. 문 전 대표가 현재 더민주 내 최대계파의 수장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고 대선 지지율 또한 가장 높다. 대선이 가까워지면 정권교체를 위해 가장 가능성이 높은 문 전 대표와 협력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문 전 대표를 대선에서 배제하고 대체주자를 고민하는 듯한 김 대표는 손학규 전 고문과의 스킨십을 늘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김 대표는 지난 총선기간에도 손 전 고문에게 수차례 러브콜을 보낸 바 있다. 김 대표와 손 전 고문은 오래 전부터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지난 2013년 말 동아시아미래재단의 송년 아카데미 강연자로 참석하기도 했다. 김 대표가 주도한 총선 공천에서 손학규계 인사는 20명 가까이 대거 당선됐다.

총선 전 김 대표가 꾸린 당 비대위에는 손 전 고문의 사람이 상당수 포함돼있어 오래전부터 김 대표와 손 전 고문의 교감설이 정치권에서 제기됐었다. 더민주의 선거대책본부장·총선기획단장·공천관리위원을 겸했던 정장선 전 의원은 손 전 고문의 오른팔로 불렸던 인물이고, 이철희 전략기획본부장, 김헌태 정세분석본부장, 민병오 경선관리본부장, 이학노 운영지원본부장도 손 전 고문 사람으로 분류된다.

총선이 끝난 후 김 대표가 임명한 더민주 비상대책위원 8명 가운데서도 무려 절반(양승조, 이개호, 이춘석, 김영춘)이 손학규계로 분류된다. 손 전 고문은 오는 7월 동아시아미래재단이 창립 10주년을 맞아 각종 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8월쯤 정치권으로 돌아올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이 밀어줄 잠룡 누구? 관심 집중
누가 대권 잡든 실권은 김이 차지?

안희정 충남지사도 유력한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김 대표가 문 전 대표를 대선주자에서 배제할 경우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계를 달랠 수 있어야 하는데 안 지사 역시 친노 인사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와 안 지사는 총선을 앞둔 지난 2월 전격 회동한 바 있다.

당시 더민주 의원들이 무제한 토론에 들어간 이튿날이고 정국이 어수선한 상태에서 만난 것이라 큰 의미가 담긴 만남이 아니겠냐는 관측이 나왔다. 두 사람의 회동은 김 대표의 비서실장인 박수현 의원이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의 비서실장인 박 의원은 안 지사의 최측근이기도 하다.

안 지사와 김 대표의 인연은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안 지사는 김 대표를 충남도청으로 초청해 명사 특강을 진행했다. 이후 두 사람은 몇 차례 개인적 만남을 가지며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 지사는 김 대표가 영입됐을 당시 국보위 이력 등이 논란이 되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금융실명제라든지 토지공개념, 개혁적인 정책을 일반화하고 시행을 했던 분”이라며 김 대표를 적극 옹호했다. 이에 화답하듯 이번 20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는 안희정계 인사들이 대거 단수 추천되기도 했다.

반면 김 대표는 박원순 서울시장과는 별다른 인연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박 시장의 측근들은 이번 총선 공천과정에서 추풍낙엽처럼 탈락했다. 박 시장측은 이번 20대 국회에 측근들을 최소 5명 이상 진출시킨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살아 돌아온 사람은 기동민 당선인 단 한 명뿐이었다.

애초부터 지역 조직이 없던 박 시장의 측근들이 경선을 통과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김 대표가 박 시장을 차기 대권주자로 염두에 두었다면 전략 공천 등을 통해 얼마든지 박 시장 측을 배려할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박 시장은 현직 서울시장이어서 선거 과정에서의 역할이 제한적이었던 탓에 더민주가 수도권에서 선전한 것에 대한 공로를 내세우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최후의 파트너는?

김부겸 당선인은 대구에 출마했던 ‘민주당 계열’ 인사 중 31년 만에 당선되면서 단숨에 대권주자로 떠올랐고, 이재명 성남시장도 기초단체장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차기 대권주자로 언급됐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아직까지는 대권주자로 인정받기에는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두 사람은 김 대표와 별다른 친분도 없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김 대표는 누구와 손을 잡게 될까? 김 대표의 선택이 대선 판을 뒤흔들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지원이 보는 김종인 사퇴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8월 말∼9월 초 대표직에서 물러나기로 한 것과 관련, “쓴소리를 한다고 팽시킨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더민주에) 그만한 능력을 가진 분이 없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전 대표가 김 대표와)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김 대표가 영입돼 비록 비례대표 2번을 받았지만 어떻게 됐든 제1당을 만들어줬지 않느냐”며 이같이 밝혔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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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