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인 사정' 위험지역 대해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20대 총선은 끝이 났지만 선거법 위반 혐의로 사정기관의 수사대상에 오른 당선인이 1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선증을 받아든 기쁨을 만끽할 새도 없이 정치권은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지역 국회의원의 당선무효를 걱정해야하는 지역구들은 어디일까? <일요시사>가 정리해봤다.

20대 총선이 끝나자마자 선거법 위반 혐의로 사정기관의 수사대상에 오른 당선인이 100여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총선은 여야 모두 대규모 여론조사 경선을 실시했고, 본선은 3당 체제에서 무소속까지 더해져 치열하게 경합했다.

이에 따라 각종 불법 선거운동이 발생할 개연성이 더 컸다. 게다가 선관위는 총선 출마자들의 선거비용 보전청구 신청이 마감된 지난달 25일부터 3개월간 강도 높은 실사를 벌일 방침이어서 당선무효 사례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역대 최대
미니 총선

허위로 회계보고를 하거나 법정 선거비용 제한액을 초과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제한액의 0.5%만 초과해도 당선무효형을 받을 수 있다. 벌써부터 내년 4월12일 열릴 예정인 재·보궐 선거가 역대 최대 규모의 ‘미니 총선’으로 치러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재·보궐선거가 열릴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은 바로 국민의당 박준영 당선인의 지역구인 전남 영암·무안·신안이다. 박 당선인은 현재 국민의당 입당 전 소속됐던 신민당 사무총장 김모씨로부터 공천헌금 명목으로 수차례에 걸쳐 3억6000만원가량을 제공받은 혐의(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달 21일에는 박 당선인 선거사무실 회계책임자가 긴급 체포되기도 했다. 선거운동 관련 금품을 선거운동원 등에게 지출한 혐의와 선관위에 신고한 통장 외의 지출내역이 포착된 것이다. 공직선거법상 당선인 본인뿐만 아니라 선거사무장·회계책임자나 당선인의 직계존비속·배우자 등이 선거법 위반이나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아도 당선 무효가 된다.

결백을 주장하던 박 당선인은 수사가 시작된 후 미리 예정된 언론 인터뷰까지 펑크를 낸 후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춰버렸다. 박 당선인 외에도 선거가 끝나자마자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당선인들은 당선무효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섰다는 것은 사안이 중대하고 증거가 어느 정도 충족되어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경기 수원무 지역구에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김진표 당선인도 최근 압수수색을 당했다. 수원지검은 선거 다음날인 지난달 14일 이천시청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김 당선인과 같은 당 소속인 조병돈 이천시장이 지난 설 연휴 직후인 2월13일 이천 설봉산에서 수원의 한 산악회 소속 회원 30여명을 만나 2만원 상당의 5㎏짜리 이천 쌀을 나눠준 혐의로 수사를 하고 있다.

아직도? 금품살포에 공천헌금 뒷돈까지
국민의당 박준영 타깃…무효 가장 유력?

김 당선인은 또 회원들에게 쌀을 나눠주면서 확성기로 “우리 (수원) 태장동 주민들을 위해 도울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보겠다”고 발언하는 등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공직선거법은 선거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인사 및 제 3자의 기부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고 공식적인 선거운동 기간에 돌입하기 전에는 명함, 현수막, 거리 유세 등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충남 천안갑 새누리당 박찬우 당선인도 압수수색을 당했다. 대전지검 천안지청은 박 당선인의 선거사무실과 선거캠프 핵심 관계자 3명의 집도 함께 압수수색했다. 박 당선인은 지난해 10월 충남 홍성에서 새누리당 정당 행사를 진행하면서 지역구민들에게 교통편의와 음식 등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행사는 정당 주최 행사임에도 총 750여명의 참석자 중 상당수가 당원이 아닌 일반 지역구민이었다고 선관위는 설명했다.

강원 동해삼척의 무소속 이철규 당선인은 선거캠프 관계자가 전화 등으로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선거사무실을 압수수색당했다. 이 당선인 측은 “일반 지지자 중 한 명이 개인적으로 이 후보를 돕기 위해 전화로 지지를 호소한 것이며, 당선인이나 선거캠프와 직접 관련은 없다”고 밝혔다.

꼼수 백태
언젠간 걸린다


인천 남구갑 새누리당 홍일표 당선인은 총선 직전 차명계좌 의혹이 불거져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으나 선거에서 승리했다. 홍 당선인은 회계처리 과정에서 차명계좌를 이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3월 회계처리에 차명계좌를 이용한 혐의로 홍 의원을 검찰에 수사의뢰하고 회계책임자 A씨 등 6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인천지검에 고발했다. A씨 등은 지난 2010년 1월부터 지난 2월까지 6년 여간 총 2억여원을 부정 지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통합진보당 출신으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윤종오(울산 북) 당선인은 벌써 세 번이나 압수수색을 받았다. 사건을 담당한 울산지검은 윤 당선인이 대표로 있는 마을공동체 ‘동행’과 북구 매곡여성회 사무실 등 2곳과 선거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자택까지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또 윤 당선인의 선거를 도운 핵심 참모들에 대한 압수수색도 동시에 진행했다. 윤 당선인은 동행과 매곡여성회 사무실을 선관위에 등록하지 않고 선거운동 사무실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윤 당선인 측은 “박근혜 정권의 공안탄압이자 노동자 국회의원 죽이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신이 통합진보당 출신이라는 이유로 보복정치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편 울산에서는 윤 당선인 외에도 지역구 당선인 6명이 모두 선거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울산 남구갑 이채익 당선인은 선거에서 경쟁하던 무소속 박기준 후보를 ‘스폰서 검사’라고 비방해 박 후보로부터 고발당했다. 박 후보는 “6년 전 무혐의로 처리된 스폰서 검사 사건을 거론한 것은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라고 주장하고 있다.

울산 동구 김종훈 당선인은 선거공보물에 ‘우리 편 국회의원입니다’ ‘동구 국회의원 김종훈입니다’라고 적어 상대 안효대 후보 측에서 “현직 국회의원이 아님에도 마치 현직인 것처럼 표현한 것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고발했다. 울산 중구 정갑윤 당선인은 지인의 결혼식에서 인사말을 한 게 사전선거운동으로 고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 남구을 박맹우 당선인은 선거운동원이 불법으로 인쇄물을 배포한 것이 선관위에 적발돼 고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 울주군 무소속 강길부 당선인은 측근으로 알려진 최모씨가 불특정 다수에게 보낸 김두겸 후보 비방 괴문자 발송을 사전에 공모했는지 여부를 검찰이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재판에 넘겨진 후보도 있다. 새누리당 황영철(강원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 당선인은 지난해 1월 지역구 체육행사에서 선거구민 2명에게 돈봉투를 건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황 당선인은 당시 코치에게 준 돈은 학생들을 위해 쓰라는 의도였고, 나머지 한 건은 내기에 져서 준 돈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이 있는 기부행위가 아니라 예외적인 경우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달 22일 열린 3차 공판에서 황 당선인에게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검찰 측은 “핵심은 돈을 준 행위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라며 “피고인은 기부행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선거법을 위반하고 동호인들과 주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돈을 준 게 확실하다”고 했다. 검찰의 구형이 확정되면 황 당선인은 당선무효가 된다.

같은 당 김종태(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당선인은 선거구 개편 예정 지역 주민에게 음식물을 제공한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김 당선인은 새해 첫날 한 식당에서 선거구가 통합되면 같은 선거구에 편입이 되는 주민 10여명과 식사를 했다.

측근이 마련한 식사 자리에서 김 당선인은 선거구가 통합되면 자신을 기억해달라는 발언과 함께 명함을 나눠주며 사전선거운동을 했다. 예비후보가 아니어서 명함을 나눠주며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데 이를 어겼다는 게 선관위의 판단이다. 또 선관위는 당일 식사비 16만여원을 김 당선인의 수행원이 결제한 의혹이 불거져 김 당선인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공안 탄압?
일부 반발도


새누리당을 탈당한 무소속 장제원(부산 사상) 당선인은 교회 예배에 참석해 신도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헌금을 전달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장 당선인은 평소 다니지 않던 부산 사상구의 한 교회에 총 4차례 들러 예배 중인 신도들을 대상으로 지지를 호소하는 발언을 하고 측근이 헌금 10만원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에 다니지 않는 교회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하는 것은 선거법에 저촉된다. 장 당선인 측은 “교회 장로인 학교 퇴직자와 함께 신앙 간증을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충북 제천·단양 선거구 새누리당 권석창 당선인도 다수의 선거법 위반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어 앞날이 불투명한 상태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총선 다음날인 14일, 권 당선인의 선거캠프 관계자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컴퓨터와 휴대전화 기록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권 당선인이 당비를 대신 내주고 지인 수백 명에게 입당원서를 받아 제출하는 등 사전선거운동 혐의를 포착해 수사 중이다.

검찰, 당선인 100여명 수사 중
"내년 역대 최대 재보선 열린다"

권 당선인은 또 지난해 2월 충북의 한 식당에서 열린 종친회 모임에 참석해 식사비를 부담하고, 지지를 호소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선관위가 고발한 종교단체연합회 한 임원이 지난해 11월 지역 종교인들에게 특정 후보의 지지를 부탁하며 식사를 제공한 혐의와 관련해서도 권 당선인이 관여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는 권 당선인이 익산지방국토관리청장으로 재임하던 때로 경찰은 공직선거법 위반과 함께 공무원법 위반 혐의도 수사하고 있다.

선거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인천 부평갑에서 26표차로 승리한 새누리당 정유섭 당선인은 상대후보였던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이 당선무효소송을 제기하면서 그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문 의원 측은 “야권단일후보 표현 관련 선거관리위원회의 혼선과 잘못된 대응이 부평갑의 선거결과를 결정적으로 뒤바꿨다”고 주장했다.
 


문 의원은 “지난 2014년 6·4지방선거 당시 서울시교육감선거에서 보수단일후보 관련 표현에 대해 법원이 허위표시로 선거법 위반이라 판결한 바 있다. 그런데 중앙선관위는 이번 4·13총선에서 더민주와 정의당의 단일화를 ‘야권 단일후보’로 표현한 데 대해 공직선거법(250조)을 위반하지 않는다며 허용했다”며 “대법원 판결까지 단일후보라는 표현을 쓸 수 없다고 했는데 선관위가 이를 몰랐다면 직무유기고, 알면서도 허용했다면 허위공문서 작성”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20대 총선에서는 ‘야권 단일후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가 고발당한 당선인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을 제외하고 더민주, 정의당 등 사이에서만 야권단일화가 이뤄졌는데 선거공보에 야권 단일후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이유다.

이미 더민주 송영길·홍영표·신동근 당선인 등이 야권 단일후보 명칭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상대 후보자로부터 고발당해 현재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앞서 법원은 특정 후보를 빼고 단일화 합의가 이뤄졌는데도 단일후보 명칭을 사용했던 후보에 대해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물론 이들 당선인들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다 해도 당선 무효형까지는 선고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당선무효 임박
이미 구형까지

이외에도 더민주 강훈식(충남 아산을) 당선인은 선거공보에 기업 유치 및 일자리 창출 관련 허위사실을 기재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 보령·서천 새누리당 김태흠 당선인은 측근들이 금품제공 등의 혐의로 충남선관위에 의해 고발당했다. 측근들이 선거구민에게 음식물 등을 제공하고 후보자를 참석시켜 선거운동을 하게 한 혐의다.

이에 대해 김 당선인 측은 “선관위로부터 고발당한 사람들은 김 당선인의 측근이 아니며 캠프에서 직책도 맡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선관위는 “현재 당선인 본인의 위법 여부는 확인된 게 없다”면서도 “피고발인이 선거사무실을 수시로 드나드는 등 여러 정황상 당선인과 친분관계가 두텁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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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입에 삼키기엔 너무 컸던 걸까?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이브와의 전쟁서 이겼지만 ‘상처뿐인 승리’가 된 모양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공룡 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불과 몇 년 만에 국민 기업서 밉상 기업으로 전락했다. ‘카카오톡’이 전 국민의 메신저가 될 때까지만 해도 카카오의 미래는 밝았다. 카카오톡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배경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초기에도 부정적인 여론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 쪼개기 상장 등의 문제가 터지면서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국민 기업 밉상 기업 카카오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2~3월 하이브와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전 과정서 일어난 일이 사법 리스크로 되돌아오는 모양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어울리는 결말이다. 승자의 저주는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그 과정서 과도한 비용을 사용해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한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지난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 인수 과정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올릴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카카오가 지난해 2월 2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지난해 2월16~17일, 27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1100억원을 먼저 투입하고 같은 달 28일 카카오가 뒤이어 13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씨를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이 SM 지분 매수 과정서 어떤 불법적 행위도 지시, 용인한 바 없으며 지분 매수는 정상적 장내 매수였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카카오 내부는 당혹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영장을 청구한 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첫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영장전담판사가 배정된 점 등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하이브와 크게 벌인 ‘쩐의 전쟁’ 경영권 차지했지만 사법리스크↑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20시간의 밤샘 조사에서 “SM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매수 방식과 과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않아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조사 이후 8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해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카카오 임직원 간 메시지를 비롯해 김 위원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관계자의 통화 녹취,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SM 인수전은 혈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했다. SM은 K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연예기획사로 H.O.T,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EXO, NCT, 에스파, 라이즈 등의 유명 보이·걸그룹을 배출한 ‘아이돌 명가’로 알려져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인수전은 K팝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SM 인수전의 시작은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매각설서 시작됐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설립자로 SM 소속 가수를 좋아하는 팬덤 사이에서는 ‘수만 아버지’로 불리는 등 일종의 개척자로 여겨지고 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당시 카카오, 네이버 등이 매수자로 언급되곤 했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이 SM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면서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특히 얼라인파트너스는 이 전 프로듀서 소유의 라이크기획이 SM과의 내부거래로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SM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내부 갈등이 촉발됐다. 급히 먹다 탈 났나? 이 과정서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등 현 SM 경영진이 얼라인파트너스,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이 전 프로듀서 측과 완벽한 대립각을 세운 현 SM 경영진은 ‘SM 3.0’을 발표하고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제로 전환을 발표했다. 이 전 대표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SM 경영진이 지난해 2월7일 카카오가 신주와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지분 9.05%를 확보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찾은 동앗줄은 하이브였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공시 다음 날 법원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기했다. 그리고 2월9일 자신이 보유한 SM 지분 18% 중 14.8%를 하이브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이브는 SM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해 지분을 추가로 25%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SM 인수전이 카카오와 하이브의 대결로 압축됐다. SM 인수전은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했다. 법원이 이 전 프로듀서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하이브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가 공개매수가 실패한 사실이 드러나자 카카오가 반격하는 식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3월7일부터 SM의 지분 35%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하기 시작했다. 약 833만주에 달하는 주식으로 총 1조2500억원이 투입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SM 인수전은 하이브가 카카오가 시작한 ‘쩐의 전쟁’서 한발 물러나면서 변곡점을 맞게 됐다. 쇄신 노력 ‘물거품’ 이후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SM 인수전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3월12일 하이브는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하이브는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SM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원동력인 임직원, 아티스트, 팬덤을 존중하고자 자율적‧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현 경영진이 제시한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또 다른 공룡 기업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카카오가 SM을 인수하기 위해 벌인 ‘쩐의 전쟁’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하이브는 당시 SM 인수전서 발을 뺀 뒤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며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SM 주가가 공개매수가인 12만원을 넘어 한때 13만원까지 급등한 점을 문제 삼았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비정상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시세를 조종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지난해 10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와 카카오법인을 검찰에 넘겼다. 지난 11월에는 김범수 당시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홍은택 대표, 김성수·이진수 카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 대표이사 등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등 카카오 수사에 열을 올렸다. 시세조종 의혹 창업자에 칼끝 댔다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잃을 수도 카카오는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금감원이 카카오 경영진과 함께 카카오법인까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카카오뱅크를 잃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 법인이 벌금 이상의 형을 받으면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한 카카오가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데 이때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간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SM 인수전 과정서 제기된 시세조종 의혹으로 카카오는 창업자 구속 가능성과 알짜배기 기업을 놓칠 가능성을 함께 안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의 쇄신 노력에도 찬물이 끼얹어졌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새 대표이사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전 대표를 선임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계열사 대표도 바꿨다. 계열사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하는 독립기구인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도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김 의장을 비롯한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쇄신작업은 물론 기업 전체 동력에 타격을 입게 됐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그룹 덩치를 줄이기 위해 알짜배기만 남겨두고 일부 자회사를 매각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쪼개기 상장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어렵게 인수한 SM 역시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등은 핵심 자산으로 분류된다. 몸집 줄여 해결될까?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카카오는 SM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문어발식 기업 인수, 계열사 확장 과정서의 잡음으로 수사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서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준호 당시 투자전략부문장이 바람픽쳐스에 시세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카카오의 운명이 연이은 사법 리스크에 잠식되는 모양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