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3당 당권전쟁 막전막후

총선보다 치열…당권에 대권 달렸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총선은 끝이 났지만 내년 대선을 향한 진짜 경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차기 당권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여야 3당의 대권 그림까지 180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차기 당 대표 자리를 놓고 여야 3당 모두 벌써부터 당권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일요시사>가 총선보다 치열한 여야 3당의 당권경쟁을 미리 들여다봤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여야 3당의 당권경쟁이 시작됐다. 각 당의 당권경쟁은 급기야 계파갈등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차기 당 지도부는 내년에 치러질 당내 대선경선을 관리하는 막중한 권한을 갖게 된다. 누가 당권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경선 룰을 정하는 과정에서 계파 간 유불리가 크게 엇갈릴 수밖에 없다. 여야 3당 당권의 향배에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당권 향배 따라
대권구도 달라져

우선 새누리당의 경우에는 총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당권을 둘러싼 계파 갈등이 외부로 표출되고 있다. 당 비대위원장을 임시로 맡았던 친박계(친 박근혜) 원유철 원내대표는 비박(비 박근혜)계를 중심으로 한 당내 쇄신파의 끊임없는 압박에 한발 물러나 새로 선출되는 원내대표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넘기겠다고 선언했다.

당내 비박계는 총선 참패의 책임자 중 한 명인 원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원 원내대표를 비판해왔다. 이 같은 비박계의 비판에도 원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이 뭐 대단한 벼슬이냐? 내가 지금 십자가를 지고 있는 것”이라고 버텼지만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당 지도부 공백사태가 장기화되며 당내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원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이번 논란은 당권경쟁을 앞둔 친박계와 비박계의 전초전 성격에 불과하다. 새로 선출되는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기로 한 만큼 향후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계파갈등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대 계파가 ‘비대위원장 합의 추대’와 같은 극적 합의를 해내지 않는 이상 차기 원내대표 선거는 계파 간 진흙탕싸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당내에서는 총선에서 참패한 새누리당이 개혁하기는커녕 계파싸움을 벌이면 내년 대선에서도 참패는 불보듯 뻔하다는 자성론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새누리당 내에서는 총선 참패에 따른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당을 이끄는 투톱인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양대 계파가 각각 나눠서 맡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비박계가 원내사령탑을 맡고, 친박계가 당권을 맡아야 한다는 이른바 ‘권력 분점론’이다. 당내 쇄신파를 자청하는 한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과 전당대회를 치르면 아무리 내부적으로 단속을 한다고 해도 계파갈등이 외부로 표출될 수밖에 없다”며 “총선 패배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친박계와 비박계의 공천다툼이었는데 총선에서 참패하고도 반성하기는커녕 또다시 밥그릇싸움을 한다면 우리 당은 정말 끝장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친박계와 비박계가 원내대표 자리와 당대표 자리를 나눠가짐으로써 양 계파가 대립하기보단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다.

새누리 참패 자숙? 벌써부터 계파싸움
합의 추대 움직임에 셀프 추대 맹비난

당 일각에서는 아예 외부인사를 영입해 당대표로 합의 추대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이 외부인사인 김종인 대표를 영입해 총선 승리를 이끌었듯 쇄신 이미지가 강한 외부인사를 영입해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자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현재 새누리당 의원 중 누가 당권을 잡더라도 국민들은 그 나물의 그 밥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바로 내년에 대선이 치러지는데 어떻게든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퇴임 후 전관예우를 거부하고 편의점 사장으로 변신해 화제가 됐던 김능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나 호남 출신으로 이명박정부에서 안정적인 국정운영 능력을 보여줬던 김황식 전 국무총리 등의 인물이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외에도 김수한 전 국회의장,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 이석연 전 법제처장,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의 인사들도 거론된다.
 

그러나 차기 당 지도부는 임기 2년에 대권 경선을 관리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외부인사를 합의추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집권여당의 당대표 자리를 외부인사에게 맡기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어차피 외부인사를 영입한다고 해도 영입 과정에서 자신들과 좀 더 가까운 인사를 영입하려고 계파싸움이 벌어질 것이 뻔하다”며 “혁신위원장 정도를 외부에서 모셔오고 당대표는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선출하는 것이 조속한 당의 재건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의 남자'로 불리는 대표적인 친박 이정현 의원은 이미 당권 도전 의사를 공식화하고 있다. 이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득권을 버리고 당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당권 도전 의사를 재차 밝혔다. 이 의원은 “선수(選手)와 지역, 계파 구분에서 벗어나 당이 변화해야 한다”며 자신은 새누리당 불모지인 호남에서 23년간 출마한 끝에 재선에 성공하는 등 새누리당의 과거 기득권을 초월했다고 주장했다.

외부인사 영입?
내부경쟁 돌입?

이 의원은 친박계 당 대표는 안 된다는 당내 비판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기조에 적극 협조하는 것은 당원의 도리”라며 “대통령과 한 길을 가지 않는 사람이 집권 여당에 있는 이유가 뭐냐”고 되물었다.

이외에도 현재 친박계에서는 친박계로 분류되지만 계파색이 상대적으로 옅은 이주영 의원이나 최경환 의원, 유기준 의원 등이 유력 당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반면 비박계에서는 5선에 성공한 정병국 의원이나 나경원 의원 등이 당권주자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후 복당을 신청한 유승민 의원의 행보도 주목된다. 유 의원의 복당이 성사된다면 비박계에서 가장 강력한 당권주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복당이 허용되면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유 의원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20대 총선을 통해 원내 제1당을 차지한 더민주의 당권경쟁도 조기에 불붙고 있다. 이번 총선을 승리로 이끈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합의추대론이 거론되자 당내 친노(친 노무현)계와 비노(비 노무현)계를 막론하고 모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친노계 인사로 분류되는 정청래 의원은 “셀프 공천도 문제지만 셀프 합의추대라는 게 가능한 일인가. 북한 노동당 전당대회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며 “합의 추대는 100% 불가능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또 정 의원은 김 대표의 태도가 염치없다고 비판한 뒤 “이번 총선 승리의 견인차는 20대, 30대들이 대거 투표장으로 나온 것 아니냐”며 “(총선 승리는) 그 분(김 대표)이 아니었어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SNS를 통해서는 “비리 혐의로 돈 먹고 감옥 간 사람은 과거사라도 당대표 자격기준에서 원천 배제해야 한다”며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던 김 대표의 과거사까지 거론하며 김 대표를 맹비난했다.
 

그러나 김 대표 측은 총선 승리를 견인한 김 대표의 역할이 아직 남아 있다면서 합의추대에 대한 당내 공감대가 형성되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김 대표 측은 합의가 되면 추대로 가는 것이지만 경선까지 해서 당대표를 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김 대표는 당 비대위 회의에서 “내가 합의추대라는 얘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는데 왜 그 얘기가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불편한 심경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최근 이철희 선대위 상황실장을 전략기획위원장에 임명하고, 손혜원 홍보본부장을 유임하는 등 친정체제를 더욱 공고히 구축하고 있다. 당 일각에선 대표직을 사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합의 추대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엔 김 대표가 비례대표 의원직까지 포기하며 탈당을 결행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3월 이른바 비례대표 공천파동 당시에도 사퇴를 시사하며 당무거부에 나서 비례대표 2번을 유지한 바 있다.


합의 추대?
셀프 추대?

김 대표는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으로 활동하던 지난 2012년 대선에서도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다섯 차례나 당무 거부를 선언한 적이 있다. 김 대표가 물러나면 더민주엔 도로 친노당이라는 꼬리표가 붙을 수가 있다. 이럴 경우 또 한 번 문재인 전 대표가 나서서 상황을 정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현재 김 대표 자신의 힘만으로는 당대표직에 추대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김 대표가 당대표에 추대되기 위해서는 문 전 대표의 도움이 절실하다. 현재 더민주 내 최대 계파의 수장인 문 전 대표가 김 대표 합의 추대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다른 의원들도 그 뜻에 따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총선 당시 김 대표가 셀프공천 논란으로 집중포화를 맞게 되자 문 전 대표가 김 대표의 자택을 찾아 공천 논란을 해소시킨 바 있다. 문 전 대표가 김 대표를 옹호하고 나서자 당내 의원들은 순식간에 모두 김 대표에 대한 공격을 멈췄었다.

일단 문 전 대표 측은 ‘당권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문 전 대표의 의중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친노계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김 대표는 총선에서 승리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공신”이라며 “내년 대선에서도 김 대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김 대표의 영향력이 너무 커졌다며 우려하는 인사들도 많다. 만약 전당대회가 치러진다면 정세균 전 대표, 김부겸 전 의원, 김진표 전 원내대표, 박영선 전 원내대표, 송영길 전 인천시장, 정청래 의원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2야도 주도권 잡기 레이스
“절대 양보 못해!” 총력전

김 전 원내대표는 “정권교체에 필요하다면 당대표든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겠다”고 출마 의사를 밝혔고, 송 전 시장은 이미 총선 출마와 동시에 당권도전을 공식화했다. 나머지 인사들도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을 열어 둔 상황이다.

국민의당도 당권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모양새다. 20대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국민의당의 높아진 위상만큼 차기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당 내에서 유력한 당권주자로 꼽히는 인사들은 천정배 공동대표를 비롯해 4선의 박지원 의원, 3선의 정동영 의원, 박주선 의원 등이다. 이들은 모두 호남 출신 중진 의원들로 각각 당권 도전을 시사하며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반면 안 대표가 당권에 도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당헌·당규상 국민의당은 창당(2월 초) 후 6개월 내에 새 당대표를 선출하도록 되어 있다. 당헌·당규대로라면 오는 7월 전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역시 당헌에 따르면 대선에 출마하려는 당직자는 1년 전에 당직에서 사퇴해야 한다. 안철수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불과 4개월 만에 스스로 대표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천정배 공동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 대표 재추대론에 대해 “4개월짜리 대표는 안 된다”며 “대통령 후보를 꿈꾸는 분들과 당 지도부와는 분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안 대표 측은 기득권 정치인 이미지가 강한 호남 중진 의원이 국민의당의 대표로 선출되는 것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거론되는 이들이 당대표로 선출되면 표 확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전당대회 연기론
안철수 사당화?

따라서 안 대표를 지지하는 인사들은 전당대회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이들은 창당 2개월이 갓 지난 신생정당이 제대로 된 전당대회를 치를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또 당권경쟁을 늦춤으로써 당내 분열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포석이다. 현재 일부 지역에선 국민의당의 조직이 전무한 실정이다.

전당대회를 열기 전에 전국적인 조직개편 작업을 해야 하는데, 상식적으로 한두 달 만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가 연기돼 안 대표가 내년 초까지 대표직을 맡게 되면 대선행보엔 파란불이 켜진다. 하지만 전당대회가 연기될 경우 ‘안철수 사당’ 논란이 불거질 수 있고, 정동영 의원 등이 대선 도전을 염두에 둔 행보를 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어 전당대회 연기 결정이 순조롭게 승인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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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