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3당 당권전쟁 막전막후

총선보다 치열…당권에 대권 달렸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총선은 끝이 났지만 내년 대선을 향한 진짜 경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차기 당권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여야 3당의 대권 그림까지 180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차기 당 대표 자리를 놓고 여야 3당 모두 벌써부터 당권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일요시사>가 총선보다 치열한 여야 3당의 당권경쟁을 미리 들여다봤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여야 3당의 당권경쟁이 시작됐다. 각 당의 당권경쟁은 급기야 계파갈등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차기 당 지도부는 내년에 치러질 당내 대선경선을 관리하는 막중한 권한을 갖게 된다. 누가 당권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경선 룰을 정하는 과정에서 계파 간 유불리가 크게 엇갈릴 수밖에 없다. 여야 3당 당권의 향배에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당권 향배 따라
대권구도 달라져

우선 새누리당의 경우에는 총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당권을 둘러싼 계파 갈등이 외부로 표출되고 있다. 당 비대위원장을 임시로 맡았던 친박계(친 박근혜) 원유철 원내대표는 비박(비 박근혜)계를 중심으로 한 당내 쇄신파의 끊임없는 압박에 한발 물러나 새로 선출되는 원내대표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넘기겠다고 선언했다.

당내 비박계는 총선 참패의 책임자 중 한 명인 원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원 원내대표를 비판해왔다. 이 같은 비박계의 비판에도 원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이 뭐 대단한 벼슬이냐? 내가 지금 십자가를 지고 있는 것”이라고 버텼지만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당 지도부 공백사태가 장기화되며 당내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원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이번 논란은 당권경쟁을 앞둔 친박계와 비박계의 전초전 성격에 불과하다. 새로 선출되는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기로 한 만큼 향후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계파갈등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대 계파가 ‘비대위원장 합의 추대’와 같은 극적 합의를 해내지 않는 이상 차기 원내대표 선거는 계파 간 진흙탕싸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당내에서는 총선에서 참패한 새누리당이 개혁하기는커녕 계파싸움을 벌이면 내년 대선에서도 참패는 불보듯 뻔하다는 자성론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새누리당 내에서는 총선 참패에 따른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당을 이끄는 투톱인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양대 계파가 각각 나눠서 맡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비박계가 원내사령탑을 맡고, 친박계가 당권을 맡아야 한다는 이른바 ‘권력 분점론’이다. 당내 쇄신파를 자청하는 한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과 전당대회를 치르면 아무리 내부적으로 단속을 한다고 해도 계파갈등이 외부로 표출될 수밖에 없다”며 “총선 패배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친박계와 비박계의 공천다툼이었는데 총선에서 참패하고도 반성하기는커녕 또다시 밥그릇싸움을 한다면 우리 당은 정말 끝장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친박계와 비박계가 원내대표 자리와 당대표 자리를 나눠가짐으로써 양 계파가 대립하기보단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다.

새누리 참패 자숙? 벌써부터 계파싸움
합의 추대 움직임에 셀프 추대 맹비난

당 일각에서는 아예 외부인사를 영입해 당대표로 합의 추대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이 외부인사인 김종인 대표를 영입해 총선 승리를 이끌었듯 쇄신 이미지가 강한 외부인사를 영입해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자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현재 새누리당 의원 중 누가 당권을 잡더라도 국민들은 그 나물의 그 밥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바로 내년에 대선이 치러지는데 어떻게든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퇴임 후 전관예우를 거부하고 편의점 사장으로 변신해 화제가 됐던 김능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나 호남 출신으로 이명박정부에서 안정적인 국정운영 능력을 보여줬던 김황식 전 국무총리 등의 인물이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외에도 김수한 전 국회의장,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 이석연 전 법제처장,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의 인사들도 거론된다.
 

그러나 차기 당 지도부는 임기 2년에 대권 경선을 관리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외부인사를 합의추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집권여당의 당대표 자리를 외부인사에게 맡기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어차피 외부인사를 영입한다고 해도 영입 과정에서 자신들과 좀 더 가까운 인사를 영입하려고 계파싸움이 벌어질 것이 뻔하다”며 “혁신위원장 정도를 외부에서 모셔오고 당대표는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선출하는 것이 조속한 당의 재건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의 남자'로 불리는 대표적인 친박 이정현 의원은 이미 당권 도전 의사를 공식화하고 있다. 이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득권을 버리고 당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당권 도전 의사를 재차 밝혔다. 이 의원은 “선수(選手)와 지역, 계파 구분에서 벗어나 당이 변화해야 한다”며 자신은 새누리당 불모지인 호남에서 23년간 출마한 끝에 재선에 성공하는 등 새누리당의 과거 기득권을 초월했다고 주장했다.

외부인사 영입?
내부경쟁 돌입?

이 의원은 친박계 당 대표는 안 된다는 당내 비판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기조에 적극 협조하는 것은 당원의 도리”라며 “대통령과 한 길을 가지 않는 사람이 집권 여당에 있는 이유가 뭐냐”고 되물었다.

이외에도 현재 친박계에서는 친박계로 분류되지만 계파색이 상대적으로 옅은 이주영 의원이나 최경환 의원, 유기준 의원 등이 유력 당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반면 비박계에서는 5선에 성공한 정병국 의원이나 나경원 의원 등이 당권주자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후 복당을 신청한 유승민 의원의 행보도 주목된다. 유 의원의 복당이 성사된다면 비박계에서 가장 강력한 당권주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복당이 허용되면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유 의원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20대 총선을 통해 원내 제1당을 차지한 더민주의 당권경쟁도 조기에 불붙고 있다. 이번 총선을 승리로 이끈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합의추대론이 거론되자 당내 친노(친 노무현)계와 비노(비 노무현)계를 막론하고 모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친노계 인사로 분류되는 정청래 의원은 “셀프 공천도 문제지만 셀프 합의추대라는 게 가능한 일인가. 북한 노동당 전당대회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며 “합의 추대는 100% 불가능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또 정 의원은 김 대표의 태도가 염치없다고 비판한 뒤 “이번 총선 승리의 견인차는 20대, 30대들이 대거 투표장으로 나온 것 아니냐”며 “(총선 승리는) 그 분(김 대표)이 아니었어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SNS를 통해서는 “비리 혐의로 돈 먹고 감옥 간 사람은 과거사라도 당대표 자격기준에서 원천 배제해야 한다”며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던 김 대표의 과거사까지 거론하며 김 대표를 맹비난했다.
 

그러나 김 대표 측은 총선 승리를 견인한 김 대표의 역할이 아직 남아 있다면서 합의추대에 대한 당내 공감대가 형성되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김 대표 측은 합의가 되면 추대로 가는 것이지만 경선까지 해서 당대표를 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김 대표는 당 비대위 회의에서 “내가 합의추대라는 얘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는데 왜 그 얘기가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불편한 심경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최근 이철희 선대위 상황실장을 전략기획위원장에 임명하고, 손혜원 홍보본부장을 유임하는 등 친정체제를 더욱 공고히 구축하고 있다. 당 일각에선 대표직을 사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합의 추대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엔 김 대표가 비례대표 의원직까지 포기하며 탈당을 결행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3월 이른바 비례대표 공천파동 당시에도 사퇴를 시사하며 당무거부에 나서 비례대표 2번을 유지한 바 있다.

합의 추대?
셀프 추대?

김 대표는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으로 활동하던 지난 2012년 대선에서도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다섯 차례나 당무 거부를 선언한 적이 있다. 김 대표가 물러나면 더민주엔 도로 친노당이라는 꼬리표가 붙을 수가 있다. 이럴 경우 또 한 번 문재인 전 대표가 나서서 상황을 정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현재 김 대표 자신의 힘만으로는 당대표직에 추대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김 대표가 당대표에 추대되기 위해서는 문 전 대표의 도움이 절실하다. 현재 더민주 내 최대 계파의 수장인 문 전 대표가 김 대표 합의 추대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다른 의원들도 그 뜻에 따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총선 당시 김 대표가 셀프공천 논란으로 집중포화를 맞게 되자 문 전 대표가 김 대표의 자택을 찾아 공천 논란을 해소시킨 바 있다. 문 전 대표가 김 대표를 옹호하고 나서자 당내 의원들은 순식간에 모두 김 대표에 대한 공격을 멈췄었다.

일단 문 전 대표 측은 ‘당권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문 전 대표의 의중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친노계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김 대표는 총선에서 승리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공신”이라며 “내년 대선에서도 김 대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김 대표의 영향력이 너무 커졌다며 우려하는 인사들도 많다. 만약 전당대회가 치러진다면 정세균 전 대표, 김부겸 전 의원, 김진표 전 원내대표, 박영선 전 원내대표, 송영길 전 인천시장, 정청래 의원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2야도 주도권 잡기 레이스
“절대 양보 못해!” 총력전

김 전 원내대표는 “정권교체에 필요하다면 당대표든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겠다”고 출마 의사를 밝혔고, 송 전 시장은 이미 총선 출마와 동시에 당권도전을 공식화했다. 나머지 인사들도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을 열어 둔 상황이다.

국민의당도 당권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모양새다. 20대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국민의당의 높아진 위상만큼 차기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당 내에서 유력한 당권주자로 꼽히는 인사들은 천정배 공동대표를 비롯해 4선의 박지원 의원, 3선의 정동영 의원, 박주선 의원 등이다. 이들은 모두 호남 출신 중진 의원들로 각각 당권 도전을 시사하며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반면 안 대표가 당권에 도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당헌·당규상 국민의당은 창당(2월 초) 후 6개월 내에 새 당대표를 선출하도록 되어 있다. 당헌·당규대로라면 오는 7월 전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역시 당헌에 따르면 대선에 출마하려는 당직자는 1년 전에 당직에서 사퇴해야 한다. 안철수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불과 4개월 만에 스스로 대표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천정배 공동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 대표 재추대론에 대해 “4개월짜리 대표는 안 된다”며 “대통령 후보를 꿈꾸는 분들과 당 지도부와는 분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안 대표 측은 기득권 정치인 이미지가 강한 호남 중진 의원이 국민의당의 대표로 선출되는 것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거론되는 이들이 당대표로 선출되면 표 확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전당대회 연기론
안철수 사당화?

따라서 안 대표를 지지하는 인사들은 전당대회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이들은 창당 2개월이 갓 지난 신생정당이 제대로 된 전당대회를 치를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또 당권경쟁을 늦춤으로써 당내 분열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포석이다. 현재 일부 지역에선 국민의당의 조직이 전무한 실정이다.

전당대회를 열기 전에 전국적인 조직개편 작업을 해야 하는데, 상식적으로 한두 달 만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가 연기돼 안 대표가 내년 초까지 대표직을 맡게 되면 대선행보엔 파란불이 켜진다. 하지만 전당대회가 연기될 경우 ‘안철수 사당’ 논란이 불거질 수 있고, 정동영 의원 등이 대선 도전을 염두에 둔 행보를 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어 전당대회 연기 결정이 순조롭게 승인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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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