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3당 당권전쟁 막전막후

총선보다 치열…당권에 대권 달렸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총선은 끝이 났지만 내년 대선을 향한 진짜 경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차기 당권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여야 3당의 대권 그림까지 180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차기 당 대표 자리를 놓고 여야 3당 모두 벌써부터 당권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일요시사>가 총선보다 치열한 여야 3당의 당권경쟁을 미리 들여다봤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여야 3당의 당권경쟁이 시작됐다. 각 당의 당권경쟁은 급기야 계파갈등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차기 당 지도부는 내년에 치러질 당내 대선경선을 관리하는 막중한 권한을 갖게 된다. 누가 당권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경선 룰을 정하는 과정에서 계파 간 유불리가 크게 엇갈릴 수밖에 없다. 여야 3당 당권의 향배에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당권 향배 따라
대권구도 달라져

우선 새누리당의 경우에는 총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당권을 둘러싼 계파 갈등이 외부로 표출되고 있다. 당 비대위원장을 임시로 맡았던 친박계(친 박근혜) 원유철 원내대표는 비박(비 박근혜)계를 중심으로 한 당내 쇄신파의 끊임없는 압박에 한발 물러나 새로 선출되는 원내대표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넘기겠다고 선언했다.

당내 비박계는 총선 참패의 책임자 중 한 명인 원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원 원내대표를 비판해왔다. 이 같은 비박계의 비판에도 원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이 뭐 대단한 벼슬이냐? 내가 지금 십자가를 지고 있는 것”이라고 버텼지만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당 지도부 공백사태가 장기화되며 당내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원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이번 논란은 당권경쟁을 앞둔 친박계와 비박계의 전초전 성격에 불과하다. 새로 선출되는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기로 한 만큼 향후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계파갈등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대 계파가 ‘비대위원장 합의 추대’와 같은 극적 합의를 해내지 않는 이상 차기 원내대표 선거는 계파 간 진흙탕싸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당내에서는 총선에서 참패한 새누리당이 개혁하기는커녕 계파싸움을 벌이면 내년 대선에서도 참패는 불보듯 뻔하다는 자성론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새누리당 내에서는 총선 참패에 따른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당을 이끄는 투톱인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양대 계파가 각각 나눠서 맡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비박계가 원내사령탑을 맡고, 친박계가 당권을 맡아야 한다는 이른바 ‘권력 분점론’이다. 당내 쇄신파를 자청하는 한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과 전당대회를 치르면 아무리 내부적으로 단속을 한다고 해도 계파갈등이 외부로 표출될 수밖에 없다”며 “총선 패배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친박계와 비박계의 공천다툼이었는데 총선에서 참패하고도 반성하기는커녕 또다시 밥그릇싸움을 한다면 우리 당은 정말 끝장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친박계와 비박계가 원내대표 자리와 당대표 자리를 나눠가짐으로써 양 계파가 대립하기보단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다.

새누리 참패 자숙? 벌써부터 계파싸움
합의 추대 움직임에 셀프 추대 맹비난

당 일각에서는 아예 외부인사를 영입해 당대표로 합의 추대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이 외부인사인 김종인 대표를 영입해 총선 승리를 이끌었듯 쇄신 이미지가 강한 외부인사를 영입해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자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현재 새누리당 의원 중 누가 당권을 잡더라도 국민들은 그 나물의 그 밥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바로 내년에 대선이 치러지는데 어떻게든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퇴임 후 전관예우를 거부하고 편의점 사장으로 변신해 화제가 됐던 김능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나 호남 출신으로 이명박정부에서 안정적인 국정운영 능력을 보여줬던 김황식 전 국무총리 등의 인물이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외에도 김수한 전 국회의장,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 이석연 전 법제처장,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의 인사들도 거론된다.
 

그러나 차기 당 지도부는 임기 2년에 대권 경선을 관리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외부인사를 합의추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집권여당의 당대표 자리를 외부인사에게 맡기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어차피 외부인사를 영입한다고 해도 영입 과정에서 자신들과 좀 더 가까운 인사를 영입하려고 계파싸움이 벌어질 것이 뻔하다”며 “혁신위원장 정도를 외부에서 모셔오고 당대표는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선출하는 것이 조속한 당의 재건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의 남자'로 불리는 대표적인 친박 이정현 의원은 이미 당권 도전 의사를 공식화하고 있다. 이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득권을 버리고 당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당권 도전 의사를 재차 밝혔다. 이 의원은 “선수(選手)와 지역, 계파 구분에서 벗어나 당이 변화해야 한다”며 자신은 새누리당 불모지인 호남에서 23년간 출마한 끝에 재선에 성공하는 등 새누리당의 과거 기득권을 초월했다고 주장했다.

외부인사 영입?
내부경쟁 돌입?

이 의원은 친박계 당 대표는 안 된다는 당내 비판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기조에 적극 협조하는 것은 당원의 도리”라며 “대통령과 한 길을 가지 않는 사람이 집권 여당에 있는 이유가 뭐냐”고 되물었다.

이외에도 현재 친박계에서는 친박계로 분류되지만 계파색이 상대적으로 옅은 이주영 의원이나 최경환 의원, 유기준 의원 등이 유력 당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반면 비박계에서는 5선에 성공한 정병국 의원이나 나경원 의원 등이 당권주자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후 복당을 신청한 유승민 의원의 행보도 주목된다. 유 의원의 복당이 성사된다면 비박계에서 가장 강력한 당권주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복당이 허용되면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유 의원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20대 총선을 통해 원내 제1당을 차지한 더민주의 당권경쟁도 조기에 불붙고 있다. 이번 총선을 승리로 이끈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합의추대론이 거론되자 당내 친노(친 노무현)계와 비노(비 노무현)계를 막론하고 모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친노계 인사로 분류되는 정청래 의원은 “셀프 공천도 문제지만 셀프 합의추대라는 게 가능한 일인가. 북한 노동당 전당대회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며 “합의 추대는 100% 불가능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또 정 의원은 김 대표의 태도가 염치없다고 비판한 뒤 “이번 총선 승리의 견인차는 20대, 30대들이 대거 투표장으로 나온 것 아니냐”며 “(총선 승리는) 그 분(김 대표)이 아니었어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SNS를 통해서는 “비리 혐의로 돈 먹고 감옥 간 사람은 과거사라도 당대표 자격기준에서 원천 배제해야 한다”며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던 김 대표의 과거사까지 거론하며 김 대표를 맹비난했다.
 

그러나 김 대표 측은 총선 승리를 견인한 김 대표의 역할이 아직 남아 있다면서 합의추대에 대한 당내 공감대가 형성되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김 대표 측은 합의가 되면 추대로 가는 것이지만 경선까지 해서 당대표를 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김 대표는 당 비대위 회의에서 “내가 합의추대라는 얘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는데 왜 그 얘기가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불편한 심경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최근 이철희 선대위 상황실장을 전략기획위원장에 임명하고, 손혜원 홍보본부장을 유임하는 등 친정체제를 더욱 공고히 구축하고 있다. 당 일각에선 대표직을 사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합의 추대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엔 김 대표가 비례대표 의원직까지 포기하며 탈당을 결행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3월 이른바 비례대표 공천파동 당시에도 사퇴를 시사하며 당무거부에 나서 비례대표 2번을 유지한 바 있다.


합의 추대?
셀프 추대?

김 대표는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으로 활동하던 지난 2012년 대선에서도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다섯 차례나 당무 거부를 선언한 적이 있다. 김 대표가 물러나면 더민주엔 도로 친노당이라는 꼬리표가 붙을 수가 있다. 이럴 경우 또 한 번 문재인 전 대표가 나서서 상황을 정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현재 김 대표 자신의 힘만으로는 당대표직에 추대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김 대표가 당대표에 추대되기 위해서는 문 전 대표의 도움이 절실하다. 현재 더민주 내 최대 계파의 수장인 문 전 대표가 김 대표 합의 추대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다른 의원들도 그 뜻에 따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총선 당시 김 대표가 셀프공천 논란으로 집중포화를 맞게 되자 문 전 대표가 김 대표의 자택을 찾아 공천 논란을 해소시킨 바 있다. 문 전 대표가 김 대표를 옹호하고 나서자 당내 의원들은 순식간에 모두 김 대표에 대한 공격을 멈췄었다.

일단 문 전 대표 측은 ‘당권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문 전 대표의 의중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친노계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김 대표는 총선에서 승리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공신”이라며 “내년 대선에서도 김 대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김 대표의 영향력이 너무 커졌다며 우려하는 인사들도 많다. 만약 전당대회가 치러진다면 정세균 전 대표, 김부겸 전 의원, 김진표 전 원내대표, 박영선 전 원내대표, 송영길 전 인천시장, 정청래 의원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2야도 주도권 잡기 레이스
“절대 양보 못해!” 총력전

김 전 원내대표는 “정권교체에 필요하다면 당대표든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겠다”고 출마 의사를 밝혔고, 송 전 시장은 이미 총선 출마와 동시에 당권도전을 공식화했다. 나머지 인사들도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을 열어 둔 상황이다.

국민의당도 당권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모양새다. 20대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국민의당의 높아진 위상만큼 차기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당 내에서 유력한 당권주자로 꼽히는 인사들은 천정배 공동대표를 비롯해 4선의 박지원 의원, 3선의 정동영 의원, 박주선 의원 등이다. 이들은 모두 호남 출신 중진 의원들로 각각 당권 도전을 시사하며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반면 안 대표가 당권에 도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당헌·당규상 국민의당은 창당(2월 초) 후 6개월 내에 새 당대표를 선출하도록 되어 있다. 당헌·당규대로라면 오는 7월 전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역시 당헌에 따르면 대선에 출마하려는 당직자는 1년 전에 당직에서 사퇴해야 한다. 안철수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불과 4개월 만에 스스로 대표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천정배 공동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 대표 재추대론에 대해 “4개월짜리 대표는 안 된다”며 “대통령 후보를 꿈꾸는 분들과 당 지도부와는 분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안 대표 측은 기득권 정치인 이미지가 강한 호남 중진 의원이 국민의당의 대표로 선출되는 것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거론되는 이들이 당대표로 선출되면 표 확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전당대회 연기론
안철수 사당화?

따라서 안 대표를 지지하는 인사들은 전당대회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이들은 창당 2개월이 갓 지난 신생정당이 제대로 된 전당대회를 치를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또 당권경쟁을 늦춤으로써 당내 분열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포석이다. 현재 일부 지역에선 국민의당의 조직이 전무한 실정이다.

전당대회를 열기 전에 전국적인 조직개편 작업을 해야 하는데, 상식적으로 한두 달 만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가 연기돼 안 대표가 내년 초까지 대표직을 맡게 되면 대선행보엔 파란불이 켜진다. 하지만 전당대회가 연기될 경우 ‘안철수 사당’ 논란이 불거질 수 있고, 정동영 의원 등이 대선 도전을 염두에 둔 행보를 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어 전당대회 연기 결정이 순조롭게 승인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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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