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에서 열린 서양화가 김지선 작가의 개인전이 마무리됐다. '풍경 속 게으른 쾌락'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연 김 작가는 추상화에 가까운 이색적인 풍경화를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갤러리 도스의 큐레이터 윤채원씨가 쓴 소개글을 토대로 김 작가의 작품 세계를 정리했다. 얼마 전 '풍경 속 게으른 쾌락'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열었던 김지선 작가. 그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자신의 작업노트 첫 문단에 다음과 같이 썼다. “도시의 '떠들썩한 세상'의 차량들 한가운데서 마음이 헛헛해지거나 수심에 잠기게 될 때, 우리 역시 자연을 여행할 때 만났던 이미지들, 냇가의 나무들이나 호숫가에 펼쳐진 수선화들에 의지하며, 그 덕분에 '노여움과 천박한 욕망'의 힘들을 약간은 무디게 할 수 있다." 관객들을 인도 김 작가 쓴 문구는 알랭 드 보통의 유명 에세이 <여행의 기술> 중 일부를 인용한 것이다. 김 작가는 여행을 주제로 추상화에 가까운 풍경화를 선보였다. 알랭 드 보통이 화려한 글솜씨로 사람들의 '심리적 공간'을 자연으로 옮겼다면 김 작가는 이색적인 풍경들을 펼치며 관객들을 도심 밖 자연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전통(트래드)과 트렌디(유행), 양 대칭에 있는 두 단어는 동전의 양면처럼 짝을 이루고 있다. 김예훈 작가는 전통을 바탕으로 트렌디한 텍스타일(직조) 컬렉션들을 선보여 온 유망한 작가다. 오는 7월 또 다른 도전을 위해 미국행을 준비하고 있는 김 작가. 배움을 향한 끝없는 열정과 섬세한 감각으로 무장한 그를 <일요시사>가 만났다. 늘씬하면서도 서구적인 외모에 놀랐다. 검은색 슬리브리스 차림에 고급스런 스카프를 한 손에 걸친 눈앞의 여성은 전통이란 단어와 거리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김예훈 작가는 전통 기하문(직선과 곡선이 자유롭게 서로 연속되거나 교차되어 질서 있는 아름다운 구성을 이루는 문양)을 소재로 입체적인 섬유 작품들을 선보여 온 디자이너였다. 본인 스스로도 대학 시절 전통미술공예를 전공했음을 자부심으로 여겼다. 예술가처럼 작업 "전통 문양을 현대화해서 섬유 작품에 접목하고 있는데요. 디자인을 할 때 기하문의 반복된 패턴을 즐겨 사용하는 편입니다. 보통 디자이너라고 하면 상업화된 제품을 떠올리기 쉬운데요. 저는 많이 파는 디자이너보다는 아티스트(예술가)처럼 작업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물론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인터뷰 내내 전화벨이 울렸다. 방금 전까지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와 함께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응원 벽화를 그렸던 그다. 다음 날이면 촬영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해 지방에 내려가야 한다고 했다. 서울로 올라오면 자신이 교수로 있는 대학교의 CF 영상 제작과 개인 작업에 몰두할 것이다. '뉴 미디어 아티스트' 김태은 작가는 본인이 2년 전부터 구상한 장기프로젝트로 말문을 열었다. 예술에 대한 풍부한 이해와 날카로운 안목이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안겼다. 인터뷰는 끝났지만 복제될 수 없는 김 작가만의 아우라로부터 헤어 나오기 힘들었다. 김태은 작가를 수식하는 여러 명사가 있다. 영화감독, 뮤직비디오감독, 광고감독 등. 하지만 김 작가의 바이오그래피는 필름이나 영상에 국한되지 않았다. 설치미술, 연극, 무용, 패션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업은 이른바 전천후 예술이었다. 전천후 예술 최근 김 작가는 자신의 대학 전공인 페인팅(회화)에도 공력을 쏟고 있다. 대학 졸업 후 주로 미디어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그라 사운드가 배제된 회화가 조금은 답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김 작가는 "미디어 아트를 경험하면서 내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김상현 작가는 평생 외국을 다녀온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그림에는 이국적인 색채와 상징들이 가득하다. 현실과 꿈의 경계선에 서있는 그림들. 하얀 빙하 위에 불안한 듯 질주를 멈춘 말이 그러하고, 이슬람사원 위에 떠 있는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이 그러하다. 10여년 전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 이태원에 자리 잡은 김 작가는 본인을 둘러싼 주변의 '낯섦'을 예술로 전이했다. 완숙한 표현기법으로 주목받는 김 작가를 <일요시사>가 만났다. 김상현 작가는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대학교를 졸업한 후 학원 강사로 활동했다. 김 작가는 창작자라면 누구나 겪는 갈림길에서 원치 않는 현실을 택했다. 개인적인 부침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김 작가에게는 표현에 대한 가시지 않는 갈망이 있었다. 김 작가는 이상을 좇아 다시 예술가의 길로 돌아왔다. 예술가의 길 "방황했던 시기인 것 같아요. 작가들은 현실적인 부분에서 많이 흔들리잖아요. 돈만 벌어야 하는 현실이 결코 행복하지 않았어요. 늘 전업작가에 대한 갈증이 있었는데요. 비록 뒤늦게라도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게 돼서 참 행복합니다." 김 작가는 서울 이태원에 있는 이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대부분의 우화 속에는 작가가 장치해 놓은 상징이 있다. 천진난만한 이야기 끝에는 역설적이게도 어떤 교훈이 도사린다. 독자들은 비교적 단순한 줄거리를 따라가면서 숨겨진 내막을 파악하고 종국에는 지적 호기심을 충족한다. 조각가 강은영 작가의 작품은 '어른들을 위한 우화'의 형식을 차용하고 있다. 큐레이터 윤채원씨는 강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면서 '진의를 파악하는 재미'라는 표현을 썼다. 이번 편은 윤씨가 쓴 소개글을 기초로 강 작가의 작품세계를 전한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에 있는 갤러리도스에서 지난 4일부터 강은영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오는 10일로 마무리되는 이번 전시 제목은 'HUMAN NOTE'. 인간과 동물의 기묘한 공존이 특징인 조각들은 모두가 강 작가의 솜씨다. 도예를 전공한 강 작가는 인물 전신을 표현한 세라믹 작업에서 강점을 드러낸다. 앞서 강 작가는 일본과 대만 등지에서 그룹전에 참여한 적은 있지만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첫 번째 개인전 화이트 계열의 세라믹 작품들은 형식면에서 그로테스크하다. 구성으로 따지면 일면 긴장감도 엿보인다. 혼합재료를 쓴 2009년 작품인 'between you an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2014대한민국세계여성발명대회'가 지난달 16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렸다. 한국여성발명협회와 특허청이 개최한 이번 대회에서 김은 아루마루 대표는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수여하는 해외특별상을 수상했다. 직접 입고 해보는 새로운 체험형 교육교구인 '곤충을 잡아라'로 심사위원의 마음을 사로잡은 김 대표. 맵시 좋은 한복을 입고 누구보다 열정적인 자세로 자신의 발명품을 소개했던 김 대표는 "가장 한국적인 소재와 기획으로 세계인에게 우리 것을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저 상 탔어요." 수화기 너머로 기분 좋은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김은 아루마루 대표였다. 지난달 열린 '2014대한민국세계여성발병대회'에 참가했던 김 대표는 출품명 '곤충을 잡아라'로 심사위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체험이 중요 '곤충을 잡아라'는 아이들 11명이 각각 곤충옷을 입고 거미와 벌 등으로 역할을 나눠 놀이를 즐기는 신개념 교육교구다. 이밖에도 김 대표는 모형화된 배추와 조미료를 이용해서 아이들이 직접 김장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김장놀이세트'도 선보였다. 이 두 작품은
[일요시사=사회팀] 지난해 숱한 화제를 뿌렸던 SBS 드라마 <상속자들>, 여심을 뒤흔든 <상속자들>의 심볼은 '드림캐쳐'였다. 극중 두 주인공의 사랑을 상징하는 표식으로 등장했던 드림캐쳐는 인디언들이 썼던 부적으로 '걸어놓고 잠들면 나쁜 꿈이 그물에 걸려 좋은 꿈만 꾸게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드라마에 나왔던 드림캐쳐를 직접 디자인한 전주영(예명 Charmed) 작가는 당시 작업에 대해 "재밌게 도전해 본 일이었다"며 웃어보였다. 꿈을 꾸기에는 이른 낮이었지만 전 작가의 컬렉션에서 나를 지켜줄 것만 같은 신비로움을 느꼈다. 유독 햇살이 따스했던 월요일 오후. 온순한 강아지가 기자를 반겼다. 서울 동작구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전주영 작가는 직접 내린 커피를 테이블 위에 정성스레 올렸다. 국내외 유명 아트페어에서 Charmed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전 작가는 매력적인 패브릭주얼리 시리즈로 여심을 사로잡고 있다. 자연서 모티브 "당장 팔 수 있는 것보다는 특이하거나 과감한 작품을 만들 때 희열을 느껴요. 먼저 오뜨꾸뛰르한 작품을 해 놓고, 연속된 시리즈로 다른 작품을 만들고 있죠. 이곳 카페를
[일요시사=사회팀] 미술은 시각행위다. 사랑하는 연인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듯 그래서 심장이 뛰듯 그림은 보이는 것이고, 반응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그림을 다른 맥락에서 본다. 그들에게 그림은 사치품이며, 때로는 비자금이다. 그 틈에는 '인간'이 없다. 인간이 배제된 이데올로기만 존재한다.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문화를 화두로 이야기를 꺼냈다. 문화가 말라버린 사회. 그것은 '인간됨'을 잃어버린 사회나 다름없다고 했다. 우리는 산업화란 미명 하에 '한강의 르네상스'를 이뤘지만 역설적이게도 본질적 의미의 '르네상스'는 도외시했다. 정 실장은 "이제라도 문화정책 전반을 손봐야 한다"며 말을 이었다. 자본주의가 발달하지 않았을 때만 해도 예술은 종교와 결합했다. 성직자 집단은 예술가를 지원했고, 예술가는 미술을 포함한 건축·도예 등의 분야에서 각각의 작품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작품들은 시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문화'가 됐다. 미술품은 공공재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예술가를 후견하는 집단은 성직자가 아닌 부호가 됐다. 이들은 화가의 그림을 사들이고, 미술관과 같은 전시공간을 만듦으로써 '문화'를 형성했다. 부르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스페인 도예의 거장 조안 자세르(Joan Llacer)의 작품이 한국을 찾았다. 태초의 신비를 완벽에 가깝게 재현한 자세르의 작품은 독특한 조형미와 뛰어난 예술성으로 관객의 시선을 고정시켰다. 현지 일정상 한국을 찾지 못한 자세르를 대신해 자세르의 부인이자 조력자인 박정연(조각가)씨와 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일요일(11일) 막을 내린 서울오픈아트페어(SOAF)에는 수백여점의 미술품이 전시돼 관객의 눈을 매료시켰다. SOAF에 설치된 수많은 부스 중 갤러리 라메르(LA MER)는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한 4인의 작가를 초대해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전시장 벽면에 걸린 모던한 회화들과 배치된 앤티크(Antique)한 조각들은 범상치 않은 아우라(Aura)로 공간을 압도했다. 유일한 외국 작가인 조안 자세르의 작품이었다. 40년을 헌신 자세르는 스페인 발렌시아의 한 바닷가 마을에서 자랐다. 유년시절 파일럿을 꿈꿨던 그는 시력이 좋지 않아 다른 인생의 항로를 개척해야 했다. 예술가. 그것은 어쩌면 자세르의 운명이었을지 모른다. 파블로 피카소와 같은 날 태어난 그는 예술가가 되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40여년을 열정적인 작품 활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행복을 위해서는 힘들었던 시간의 고리를 먼저 끊어야 합니다." 한국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화려하면서도 깊이 있는 작품 세계를 선보였던 서양화가 엄옥경 작가.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평단과 미술 애호가의 찬사를 한 몸에 받았던 엄 작가는 최근 서울에서 귀국전시를 가졌다. 사회를 바라보는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그의 작품은 관객들에게 건네는 위로의 언어이자 누군가에게는 희망의 언어다. 멀게만 느껴졌던 행복은 오 작가의 작품 안에서 어느덧 무지개를 꽃피우고 있었다. 엄옥경 작가는 한국의 민화라는 전통 주제를 서양화의 재료를 통해 한 화면에 드러내는 일종의 융합(컨버전스)예술을 선보이고 있다. 과거와 현재의 각기 다른 이미지들은 동일한 공간에 어우러져 새로운 조형적 의미를 생성한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노스탤지어에 가깝다. 파편화된 기억들이 하나의 심상으로 모여 관객의 마음을 건드리는 것이다. 오방색과 민화 차용 "제 그림 안에 민화를 들여 놓게 된 계기를 설명하자면요. 전 할머니 품에서 자랐습니다. 할머님은 상당히 검소한 분이셨는데 여간해서는 낡은 물건도 잘 버리는 일이 없으셨어요. 그러다보니 제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도자에 그림을 그려 넣는다. 폭신한 흙이 물감을 빨아들인다. 꽃과 동물이 한데 어우러져 도자의 고운 선에 아름다움을 더한다. 도자공예가 정명훈 작가는 독특한 핸드프린팅으로 다양한 작품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내 작업이 다른 사람에게 작은 기쁨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조 작가. 그의 그림은 마음의 위로이자 누군가에게는 가슴 따뜻한 선물이다. "인터뷰를 별로 안 좋아해요." 도자공예가 정명훈 작가는 무척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나긋나긋하면서도 분명한 목소리는 그의 꼼꼼한 성격을 대변했다. 서울 성동구에서 작은 공예샵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일본에서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일본어 강사로 10년 넘게 일했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는 자신의 본래 전공인 도자로 돌아왔다. 정 작가는 "흙이 좋아서 다른 걸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그에게 '흙'을 물었다. 도자에 그림 "흙을 무엇무엇이라고 정의내리는 건 안 했으면 해요. 모든 단어는 상황과 연령에 따라 변한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가령 엄마란 단어도 어릴 때는 보살펴주는 존재고, 청소년 때는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서울 북촌에서 작은 소품샵을 운영 중인 김유하 작가. 전직 영화감독이라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인 그는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조명 받는 작가다. 현대적인 디자인과 동양적인 색감을 조합한 그의 섬유 작품들은 오늘도 진열장 곳곳에서 수줍은 고개를 내밀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예술가 고유의 특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심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심상을 배제한 표현물들은 자본주의 시대에 이르러 '상품'이 됐다. 작가주의니 작가정신이니 하는 말 등은 결국 예술가가 지닌 고유의 정체성, 즉 오리지널리티와 연관이 있다. 카메라 대신 바늘 자수공예가 김유하 작가는 엄밀한 기준에서 '장인'으로 볼 수 없다. 대신 그는 '예술가' 집단에 가깝다. 촉망받는 영화감독이었던 그는 한 방송국을 거쳐 서울 북촌에 자리를 잡게 됐다. 부모님의 골동품 가게를 물려받은 이 예술가는 배우 대신 바늘을 자신의 '페르소나'로 삼았다. "독립영화 연출은 2006년까지 했고요. 다수 영화제 수상 경력이 있고요(웃음). 하루는 방송국에 있는 선배가 미술감독을 해달라고 해서 잠시 일한다는 게 2010년까지 했어요. 돌아보니 드라마 스크립터가 돼 있
[일요시사=사회팀] "가방을 만든다. 그 전에 가방을 만들기 위한 원단부터 만들어야겠다. (원단에) 색을 입히고 문양을 더한다. 원단의 형태를 변형시키기도 한다. 때론 다른 재료와 결합을 해본다." 섬유공예가 조영주 작가의 작업노트를 보면 그의 작업은 무척 담백하게 묘사돼 있다. 그러나 원단을 염색하고, 프린팅하고, 바느질하는 과정, 그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은 모두 형용할 수 없는 가치를 담고 있다. 틀에 구애받지 않는 다양한 작업을 통해 오늘도 세상과 소통하고 있는 조 작가. 아이디어 넘치는 그의 작품은 우리에게 행복을 전하고 있다. 섬유공예가 조영주 작가는 스마트폰을 쓰지 않고 있다. 독일 유학파 출신으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젊은 작가’지만 그의 생활은 다분히 아날로그적이다. 크레파스로 해맑게 웃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렸던 소녀. 어른이 되면서 반대도 많았지만 그는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했다. "앞으로도 쭉 즐거운 작업을 하고 싶다"고 말한 조 작가. 그가 수놓고 있는 세상은 디지털화된 차가움과 한 발짝 빗겨서있다. '행복전도사' "부모님 뜻에 따라 어학을 전공했는데 제가 하
[일요시사=사회팀] 차가운 금속은 예술가의 손을 거쳐 내 몸에 꼭 맞는 장신구로 변형된다. 그러나 인체를 배제한 장신구는 결국 차가운 금속에 불과하다. 인간이 가진 따뜻한 체온이 장신구와 만났을 때 비로소 금속은 온기를 품은 '보석'이 된다. 다양한 금속공예 연작을 선보이고 있는 조수정 작가는 고급스러우면서도 절제된 표현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금속에 접목하고 있다. 조 작가가 만든 주얼리는 여타 보석들처럼 인간의 주체성을 정의하거나 지배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잊고 있던 '미의 본질'을 드러낸다는 측면에서 그의 작품들은 '신화'에 가깝다. 대학교에서 금속조형디자인을 전공한 조수정 작가는 졸업 후 예술가가 아닌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고 있었다. 한 대기업 의류회사에 취업한 그는 직장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그러나 "하고 싶은 게 아닌 잘 하는 것을 해야 한다"는 선배의 조언으로 조 작가의 삶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직장인서 예술가로 "저는 인테리어 일을 하고 싶어 했어요. 그런데 전 성격이 꼼꼼하고 작은 걸 잘하는 사람이었죠. 대학교 때도 남들은 다 큰 조형만 만드는데 저는 작은 걸 만들었어요. 그게 싫었죠. 인테리어를 선
[일요시사=사회팀] 서른넷. 평범한 사람이라면 새로운 도전을 주저할 나이. 하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한 소녀는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섬유공예가 이람 작가는 누구보다 자신의 삶에 치열했다. 현실이란 높은 담이 그를 에워싸고 있을 때에도 이 작가는 담 너머에 있는 세상을 그렸다. 인생이란 무한한 천에 자신의 꿈을 수놓고 있는 이 작가. 자연의 아름다움을 고귀한 손으로 옮기고 있는 이 작가를 <일요시사>가 만났다. 섬유 공예는 일반인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종류가 많다. 자수나 직조(위빙), 편물(니트), 홀치기염(천의 일부를 실로 묶은 뒤 염료를 묻혀 문양을 나타내는 방법) 등 각각의 공예법마다 구현 가능한 시각 효과는 천차만별이다. 두 번째 일본유학 이람 작가는 이중 양모(양털)를 원료로 한 펠트(섬유를 가공한 원단의 일종, 부직물) 공예를 선보이고 있다. 대다수 펠트공예가 알록달록한 색에 초점을 맞춰 염색에 공을 들이는 것과 달리 이 작가는 가급적 염색을 배제하고 천연 그대로의 양모를 조합하여 색을 만드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저는 양모를 원료로 한 작품을 많이 했는데요. 큰 타피스트리로 벽면을 메꾼다든가 펠팅 처리된 원단
[일요시사=사회팀] 훤칠한 얼굴의 사내가 홍대 한 커피숍에 모습을 드러냈다. 몇 해 전까지 그는 '한국 팝아트의 차세대 주자' '컨템포러리 아트의 샛별' 등으로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김준식 작가는 더 이상 '차세대 주자'도 '샛별'도 아닌 '리얼리즘 아티스트'로 세계 곳곳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사진보다 더 사진 같은 페인팅으로 평면 위에 '현실'을 증강하고 있는 김 작가, 그의 놀라운 작업은 포스트모더니즘 이후의 미술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 프랑스 파리와 미국 뉴욕으로 대변됐던 현대미술은 영국을 거쳐 최근 중국으로 시장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미술시장의 거대한 흐름이 중국을 주목하기 전 김준식 작가는 황해를 건너 중국 심천에 작업실을 마련했다. 조용한 작업 환경을 찾아갔던 김 작가는 그곳에서 중국 미술시장의 팽창을 경험하며, 중국과 함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세계가 무대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중국으로 간 작가 중에선 1세대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실제 해외에 나가보니 국내에 있는 것과는 파급 효과가 달라요. 제 그림은 서울은 물론 홍콩·대만·싱가폴·중국&midd
[일요시사=사화팀] 백승주 작가는 팬이 많다. 우리에게 친숙한 반려동물을 작업의 오브제로 쓰기 때문만은 아니다. 작고 여린 동물을 사랑할 줄 아는 그녀의 순수한 마음은 보드라운 흙에 담겨 예쁜 작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따스한 손길로 생명을 빚고 있는 백 작가를 홍대에서 만났다. 백승주 작가가 기른 강아지의 이름은 '아지'였다. 백 작가가 '아지'의 이름을 지었을 때 아지는 백 작가에게 와서 가족이 되었다. 그리고 잊히지 않는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백 작가는 아지와 함께했던 일상의 순간들을 담아내기로 마음먹었다. 누군가에겐 사소한 일이겠지만 그 사소한 일마저 인간의 보편적인 감성, 연민으로 승화하는 작가의 솜씨가 놀랍다. 일상의 기록 "전 회화가 아닌 도예를 전공했는데요. 디자이너 일도 함께하다 보니까 정말 하고 싶은 작업에 대한 마음이 커지더라고요. 그래서 소재를 찾던 중에 키우던 강아지를 소재로 작업을 해보면 어떨까 했어요. 늘 미안한 마음이 있었거든요. 아지라고 하는데, 제가 아지를 한 번 떨어뜨리면서 아지가 머리를 다쳤어요. 그래서 사람으로 치면 치매가 왔는데요. 아지가 늙고 병들고 떠나는 과정을 슬픔으로 해석했어요. 그게 '푸른 기억'이라는
[일요시사=사회팀] 조삼현 아이엠핸드메이드 대표는 이른바 초짜였다. 문화계와 연결된 인적 네트워크는 물론이고 예술 작품을 보는 안목도 없었던 그는 오로지 진심만으로 수백명의 예술가와 만났다. 창작자의 정직한 '손'에 인생을 걸었던 조 대표. "핸드메이드 문화를 꽃피우겠다"던 그의 땀방울은 이제 조금씩 그 싹을 틔우고 있다. 이 세상 단 하나 밖에 없는 머그컵이 있다고 해보자. 그것도 나를 위해 누군가 손수 만들어 준 머그컵이라고 해보자. 과연 이 머그컵의 가치는 계량화될 수 있을까. 조삼현 아이엠핸드메이드 대표는 현업 예술 작가가 직접 만든 수공예품을 소개·전시·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일상에서 쓰는 주방·생활용품부터 귀여운 장난감·액세서리,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인테리어 소품까지 그야말로 장인이 '한땀 한땀' 공들인 작품은 우리가 잊고 있던 인간의 온기를 상기시킨다. 직접 손으로 "핸드메이드라는 말도 있지만 저는 핸드크래프트라고 불러요. 일상에서 쓰는 물건들을 인간의 손을 이용해 매우 높은 수준으로 만드는 거지요. 그래서 우리가 다루는 수공예품은 예술가 고유의 창의성이 집약된 작품
[일요시사=사회팀] "진도 출신으로 국전에 입·특선한 작가만 350명에 달합니다. 이러한 점을 키워 진도를 문화예술 특구로 지정하고 이에 일조하면서 여생을 보내고 싶습니다." 동양화가 길산 김길록 화백은 자타가 공인하는 '진도 지킴이'다. 서울 유명 갤러리의 무수한 스카웃 요청을 뿌리치고 진도를 지키고 있다. 전시회를 열 때 빼고는 진도를 떠나본 적이 없다. 전남 진도는 남도 문화예술의 보고로 일컬어진다. 진도는 운림산방의 소치일가며 6대 화가인 의재 허백련 선생, 동양의 서성 소전 손재형 선생을 비롯하여 수많은 서화가와 국악계의 명인 명창 인간문화재의 보고다. 유별난 고향 사랑 땅끝 해남을 지나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불과 13척의 병선으로 133척의 일본 병선을 물리친 명량해협 울둘목을 건너면 예향인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진도가 눈앞에 펼쳐진다. 이곳에 진도를 지키고 사랑하면서 문화예술의 도시로의 발전에 일조하고 있는 동양화가 길산 김길록 화백이 산다. 김 화백의 작업 공간이자 삶의 터전은 진도다. 전시회를 열 때를 제외하고는 단 한번도 진도를 떠나본 적이 없다. 그는 단기사병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전업작가로 나섰다. 함께 그림을
[일요시사 = 취재1팀] 강현석 기자 = 은은한 묵향과 함께 피어나는 매화를 닮은 한 사내의 그림은 잔잔한 감동을 관객에게 안긴다. 예술의 본고장인 전남 진도에서 태어난 문인화가 김민재 화백은 목포서 활동했던 10여년을 제외하고는 줄곧 진도를 떠나지 않았다. 그림과 문학에 남다른 소질이 있던 한 소년은 앓고 있던 소아마비 때문에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대신 그는 활동의 제약을 딛고, 먹을 통해 무한한 세계와 만났다. 진도 토박이 '문인화 대가' 김민재 화백은 교습본으로 독학을 시작한 뒤 금봉(金峰) 박행보 선생의 제자로 입문한 케이스다. 박행보 선생은 남종화의 대가인 의제(毅齋) 허백련 선생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명인 중에 명인. 그래서 한 언론 관계자는 김 화백에 대해 "허백련과 박행보의 화풍을 이어받은 선비"라고 극찬했다. 남종화는 당나라의 왕유로부터 시작된 그림의 한 분파로 화가(선비) 자신의 내면세계를 수묵과 담채로 표현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특히 남종화는 간일한 문법이 그 멋스러움을 더하는데 예로부터 남종화를 그리기 위해선 인격적인 도야를 먼저 해야 할 정도로 배움의 과정이 엄격했다고 한다. 허백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