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퍼터 금지' 실전 대처법

역사 속으로 사라진 ‘롱퍼터’

올해부터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롱퍼터 사용이 금지됐다. 롱퍼터 금지는 2013년 연말에 확정됐다. 2년 동안 유예 기간을 거쳐 2016년 1월1일부터 적용됐다.

올해부터 사용 제한
애용자 이제 어쩌나?

팔뚝에 대고 퍼팅하는 쿠처
퍼터 개발 열올리는 용품사

롱퍼터 금지 규정이 시행된 뒤 열린 첫 PGA 투어는 현대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였다. 지난해 투어 대회 우승자만 출전할 수 있는 대회라 출전 선수가 31명뿐이었다. 출전 선수 가운데 롱퍼터 애용자는 없었으나 사실상 롱퍼터 금지 규정이 적용되는 첫 대회라고 할 수 있었다.

퇴출 수순

80년이라는 오랜 역사를 지닌 롱퍼터는 최근 10년 사이에 전성기를 구가했다. 롱퍼터가 주목받은 계기는 2011년 키건 브래들리(미국)의 PGA챔피언십 우승이다. 브래들리는 롱퍼터를 사용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첫 번째 선수다.
이듬해 US오픈과 디오픈에서 웹 심프슨(미국)과 어니 엘스(남아공)가 롱퍼터를 들고 나와 우승한 데 이어 2013년 마스터스에서 롱퍼터를 앞세운 애덤 스콧(호주)이 정상에 오르자 롱퍼터는 논란이 됐다.
양손을 자유롭게 휘두르는 동작을 ‘스윙’으로 보는 전통주의자들 눈에 샤프트나 그립을 신체 일부에 고정시킨 채 스트로크를 하는 롱퍼터는 ‘반칙’으로 보였다. 논란 끝에 롱퍼터는 퇴출당하는 운명을 맞았다.
롱퍼터를 쓰던 선수들이 규정 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심프슨은 일찌감치 롱퍼터에 대한 미련을 접은 경우다. 2014년 말부터 일반 퍼터로 돌아선 심프슨은 롱퍼터를 쓰고 싶다는 유혹을 방지하려고 쓰던 롱퍼터를 아예 분질러버렸다. 분질러 버린 롱퍼터는 US오픈 우승 트로피와 함께 진열장 속에 넣어놨다. 단번에 롱퍼터와 작별을 고한 셈이다.
심프슨은 “1년만 더 쓰자는 유혹이 계속 머리 속에 맴돌더라”면서 “아내가 보는 앞에서 퍼터를 무릎에 대고 분질렀다”고 털어놨다.
심프슨처럼 누구나 ‘금단 증세’를 단숨에 극복하지는 못한다. 브래들리는 2014년 시즌 중반에 들어서서야 애지중지하던 롱퍼터를 내려놨다. 하지만 전통적인 짧은 퍼터가 아니라 길이 41인치짜리 퍼터를 대용품으로 결정했다. 그가 쓰던 롱퍼터는 46.5인치짜리였다. 대신 배꼽에 퍼터 그립 끝을 댄 채 스트로크를 하던 퍼팅 방식은 버렸다.
하지만 브래들리는 한동안 벨리 퍼터를 다시 쓰다가 지난해 가을이 되어서야 롱퍼터와 영영 작별할 수 있었다. 브래들리는 “짧은 퍼터를 처음 쥐니 너무 가볍고 짧은 느낌이라 생소했다”며 “그래도 지금은 다 적응이 됐다”고 말했다.
스콧도 퍼터를 바꾸는 데 꽤 애를 먹었다. 2014년에도 롱퍼터를 고집했던 그는 2015년 첫 대회 캐딜락챔피언십 때 짧은 퍼터를 잡았다. 하지만 마스터스 땐 다시 롱퍼터를 들고 나왔다. 다시 쇼트퍼터로 돌아간 건 지난해 10월 프레지던츠컵 때부터다. 아무래도 적응 기간이 부족했을 법하지만 스콧은 “짧은 퍼터로도 이제 퍼팅을 잘 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나마 6개월 전부터 짧은 퍼터로 바꾼 브래들리나 스콧과 달리 작년 연말까지도 롱퍼터를 놓지 못한 선수들도 있다.
데이비드 헌(캐나다)은 RSM 클래식이 끝나고서야 롱퍼트를 내려놨다. RSM 클래식은 PGA 투어에서 롱퍼터를 사용할 수 있는 마지막 무대였다. 소니오픈에 출전하는 헌은 “나는 2005년 투어 데뷔 때는 일반 퍼터를 썼다”며 “그래도 어떨지 모르겠다”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팀 클라크(남아공)와 카를 페테르손(스웨덴)도 지난해 연말까지 고집스럽게 롱퍼터를 사용했다. 헌, 클라크, 페테르센에게는 소니오픈이 롱퍼터를 쓰지 않는 첫 대회이다.
이들 롱퍼터 애용 선수들이 일반 퍼터로 전환하는 건 쉽지는 않다. 20년 동안 롱퍼터를 써온 클라크는 짧은 퍼터가 도저히 적응이 안 된다고 울상이다. 규정의 틈새를 찾아 생존을 모색하는 선수들이 많다.
바뀐 규정은 퍼터의 길이를 제한하는 건 아니다. 앵커링, 즉 퍼터 샤프트를 신체에 고정한 채 스트로크를 하는 행위가 금지된 것이다. 롱퍼터를 쓸 때는 대부분 샤프트 끝을 턱이나 가슴, 배 등 신체에 고정하는 앵커링을 한다.
맷 쿠차(미국)는 롱퍼터를 계속 사용하되 앵커링을 않는 방식으로 살아남았다. 배꼽 부분에 샤프트를 대고 퍼팅하던 쿠차는 퍼터 길이는 줄이지 않고 샤프트를 팔뚝에 고정하고 스트로크하는 방식으로 바꿔 성공적으로 적응했다. 샤프트를 팔뚝에 대는 것은 앵커링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는 새로운 퍼팅 스트로크로 2014년 RBC 헤리티지에서 우승했다. 쿠차는 “왼팔뚝을 밀어내는 듯한 느낌으로 퍼팅을 하는데 아주 효과가 좋다”고 밝혔다.
노장 스티브 플레시는 10여년 동안 롱퍼터를 썼다. 4승 가운데 3승을 롱퍼터로 일궜다. 특이한 점은 롱퍼터를 써 따낸 3승 가운데 2승은 앵커링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는 롱퍼터를 쓰면서도 샤프트 끝이 살짝 배꼽에서 떨어진 상태에서 스트로크를 하는 게 편했다고 밝혔다.
플레시는 “이러한 방법은 롱퍼터에서 일반 퍼터로 전환이 힘든 선수에게 권할 만하다”고 말했다.
보 판 펠트와 히스 슬로컴(이상 미국), 그리고 일반 퍼터가 익숙해지기 어려운 클라크도 이런 방법을 채택했다. 그립 끝을 가슴에 댄 채 퍼팅하던 페테르손은 “그립을 팔뚝에다 고정하고 스트로크를 하는 방식으로 바꾸거나 집게 그립을 하면 된다”면서 “큰 걱정은 않는다”고 태평이다.


해결책 제각각

용품 업체도 롱퍼터에서 일반 퍼터로 돌아선 선수들을 위한 퍼터 개발이 나섰다. 앵커링을 금지하기로 결정난 뒤 3년 동안 일반 퍼터면서도 기존 퍼터보다 샤프트가 다소 긴 제품을 앞다퉈 내놨고 롱퍼터의 무게감이 익숙한 선수들을 배려해 헤드나 그립 부분에 무게를 더한 퍼터도 만들어냈다.
이런 새로운 제품은 워낙 일관성이 뛰어나고 방향성이 좋아 일반 퍼터를 쓰던 버바 왓슨과 더스틴 존슨이 쓰기도 했다. 롱퍼터 전면 금지라는 새로운 규정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소니오픈에서 롱퍼터를 쓰던 선수들의 성적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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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