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박지원 의원이 지난달 22일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하고 무소속을 자처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박 의원이 DJ가 창당한 당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또 향후 박 의원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 <일요시사>가 야권통합의 키맨으로 떠오른 박 의원을 만나 심중의 진솔한 담론을 들어봤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을 탈당한 박지원 의원이 야권통합의 키맨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달 22일 “김대중 대통령이 창당한 당을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이 떠난다”며 더민주 탈당을 선언했다. 김대중(이하 DJ) 전 대통령의 가신그룹인 동교동계 권노갑 상임고문 등에 이어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박 의원마저 더민주를 떠나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호남의 민심은 요동치고 있다.
그런데 박 의원은 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국민의당에 합류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일단 무소속으로 남았다. 제3지대에 머물면서 야권통합을 위한 가교역할을 하겠다는 것이 그의 복안이다. 야권통합의 키맨으로 떠오른 박 의원을 <일요시사>가 만나봤다. 다음은 박 의원과의 일문일답.
- 지난 달 22일 더민주를 전격 탈당했다. 총선을 앞두고 민감한 시기인데 지역주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다행히 대부분 긍정적으로 평가를 해주신다. 시민들에게 제가 탈당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 드렸더니 이해한다고 하시더라. 탈당을 결심하는 과정에서 주민, 핵심 당원, 지역위원회 관계자 및 고문단, 시도의원들과의 면담을 통해서 의견을 수렴하고 경청했다. 지난 1월29일 지역 언론에 보도된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저의 탈당에 대해서 ‘잘못했다’는 평가는 21.2%에 불과하고 대부분 탈당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를 해주셨다.
- 의원님과 함께 ‘박남매’로 불렸던 박영선 의원은 더민주에 잔류하기로 했는데.
▲ 남매는 혈연이기 때문에 곧 만날 것이다. 남매라고 해서 꼭 한집에서 살 필요는 없다.
- 김영록 의원과 이개호 의원도 당 잔류 쪽으로 기울었다.
▲ 현역 의원들의 정당 선택과 진로는 자기의 책임 하에 하는 것으로 누구의 강요도 있을 수 없다. 지역구민과 국민 정서, 본인의 정치적 소신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 김종인 위원장 영입 이후 더민주에 대한 호남 지지율이 오르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 김종인 위원장 영입과 문재인 대표의 사퇴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긍정적으로 평가를 해주시는 것 같다. 하지만 김종인 위원장은 국보위 참가 전력이 있어 호남에선 김 위원장에 대한 반감이 상당한 것도 사실이다. 역시 더민주로는 정권 교체가 어렵다고 하는 분위기가 아직까지는 더 강하다. 현재 호남 민심은 더민주보다는 국민의당 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다.
"무소속 출마해도 충분히 승산 있어"
"호남 민심은 국민의당으로 기울어"
- 김종인 위원장이 국보위 참여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는데?
▲ 정치인들이 누구나 조금씩 과오가 있다. 적극적이고 빠른 사과가 있었으면 사람들이 이해를 하고 감동을 받을 수 있었는데 마지못해서 하는 사과는 별로 효과가 없을 것이다.
- 더민주 의원 시절 문 대표의 사퇴를 꾸준히 요구해왔는데 문 대표가 드디어 대표직에서 사퇴를 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 문 대표가 사퇴를 하려고 했으면 조금 빨리 했으면 이러한 사태를 방지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문 대표는 우리 국민 48%로부터 지지를 받았던 대통령 후보였다. 야권의 소중한 자산이다. 이제 사퇴를 했기 때문에 차기 대권을 착실하게 준비해서 좋은 결과를 얻기 바랄 뿐이다.
- 더민주 탈당 이후 예상을 깨고 국민의당에 합류하지 않았다. 이번 총선은 그냥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인가?
▲ 아직까지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역주민들께서는 무소속으로 남아서 야권을 통합하는 역할을 해주길 바라더라. 저는 통합을 성공시키는 길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길이라면 무소속을 택하겠다. 현재로서는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이 더 높다.
- 무소속으로 출마해 더민주나 국민의당 후보들과 경쟁하게 된다면 승리할 자신이 있나?
▲ 제가 감히 당선을 확신한다고 말할 수 있겠나? 다만 열심히 노력할 뿐이다. 저는 지난 8년간 외국 한번 안 나가고 금요일엔 지역구에 갔다가 월요일 새벽에 돌아왔다. 목포시민들도 이런 저의 지역구 사랑을 다 알고 계신다. 또 목포 발전을 위해서 2조2000억이 넘는 예산을 가져왔고, 김대중 대통령의 유일한 후계자로서 중앙정치에서 열심히 활동한 것도 알고 계시기 때문에 승산은 있다고 생각한다.
"선거에 DJ 끌어들여선 절대 안 돼"
"집권 위해 합리적 보수 안고 가야"
- 야권 통합의 길을 가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 지금 야권이 분열되어 있고 특히 이러한 틈을 타서 모두 광주 호남을 근거로 창당을 하다 보니 호남이 오분육열됐다. 다행히 최근 신당 추진 세력들 간의 통합 움직임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저는 그 동안 신당 추진 인사들을 만나 통합을 위해서 노력해왔다.
최후의 선택으로 탈당을 한 이유도 바로 중립적 위치에서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저는 소통합, 중통합, 대통합의 3단계 통합을 주장해왔는데 현재 천정배, 박주선 의원 등이 국민의당과 함께 하는 소통합과 중통합이 동시에 추진되는 등 상당한 진전이 있다.
- 야권이 통합해야 하는 이유는?
▲ 신년 초 실시된 모 방송국 여론조사를 보면 호남 민심은 ‘분당의 책임은 문재인 대표에게 있지만 총선 전에 반드시 야권이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무려 85%에 달했다. 야권통합은 국민의 명령이다. 호남 지역에서는 어쩔 수 없이 야권이 경쟁을 하더라도 비호남 지역에서는 통합 또는 연대해야 승리할 수 있다.
저는 선거 전 최소한 완전한 중통합을 이루고, 선거 기간 중에는 더민주와의 연합 연대를 추진하고 총선 후에는 국민의 힘으로 대통합을 추진할 것이다. 야권은 기울어진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에서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통합 또는 선거 시기에 연합 연대, 단일화하지 않으면 필패한다.
- 야권통합과 관련해 너무 정체성이 다른 분들이 선거를 위해 뭉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이런 분들이 모여서 원활하게 당을 운영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인데?
▲ 대중정당은 집권이 목표다. 집권을 위해선 정체성의 스펙트럼을 넓힐 필요가 있다. 합리적인 진보나 중도보수까지도 우리가 아우를 때 집권이 가능하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과거 DJP연합이다. 우리의 목표는 집권이기 때문에 집권을 위해서는 다소 진보적 가치를 존중하는 정동영 같은 분도 필요하고 또 보수적 가치를 존중하는 그러한 분들도 필요하다. 그런 분들이 함께 있으면서 이견이 있는 것은 서로 조정해 나가는 것이 집권의 길이다.
-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걸씨가 더민주에 입당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더민주는 이제 DJ정신은 자신들에게 있다고 주장하는데.
▲ 이희호 여사님이나 김홍걸씨에 대해서는 좀 이제 말이 안 나왔으면 좋겠다. 작년 6월에 문재인 대표가 저에게 김홍걸씨의 비례대표 추천 문제를 이야기 해서 제가 이희호 여사님께 보고를 했더니 이 여사님께서 ‘돌아가신 대통령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절대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런데 문 대표가 김홍걸씨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여사님과는 아무런 상의도 없이 김홍걸씨를 입당시킨 거다.
- 동교동계에 이어 의원님까지 탈당했으니 더민주는 DJ정신을 계승하지 못한 정당이 되나?
▲ 어떤 정치인이든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감히 DJ정신을 언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정치권과 정당 모두가 DJ정신을 기리고 계승하는 정당이 되길 바란다.
<mi737@ilyosisa.co.kr>
[박지원 의원은?]
▲ 미국 뉴욕한인회 회장
▲ 제14, 18, 19대 국회의원
▲ 제2대 문화관광부장관
▲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
▲ 민주당 원내대표
▲ 민주통합당 원내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