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범 리포트 - 그들이 궁금하다’ ②그들은 어떻게?

“한번 죽이면 또 죽이고 싶다”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경찰청 범죄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동안 913건의 살인범죄가 발생했다. 이 중 총기, 칼, 독극물 등을 이용한 소지범죄가 771건, 미소지범죄가 142건으로 조사됐다. <일요시사>에서는 범행 강도가 높은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유형별로 정리해봤다.
 

살인은 사람을 죽이는 행위를 말한다. 치정, 원한, 재물(강도), 정신병으로 인한 살인이 일반적이나 장기간에 걸쳐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연쇄살인도 더러 발생한다.

대한민국 발칵 연쇄살인

연쇄살인은 장기간에 걸쳐 여러 사람을 죽이는 행위를 말한다. 살인범과 피해자 사이에 원한, 치정, 채무 등의 특별한 동기 없이 불특정 다수에 행해지는 살인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연쇄살인은 ‘외딴집 일가족 연쇄살인사건’ ‘화성연쇄살인사건’ ‘대구동구연쇄살인사건’ ‘정두영연쇄살인사건’ ‘유영철연쇄살인사건’ ‘서울서남부연쇄살인사건’ ‘경기서남부부녀자연쇄살인사건’ 등 7건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연쇄살인은 1975년에 발생한 ‘외딴집 일가족 연쇄살인사건’이다. 살인범 김대두(당시 27세)는 8월13일부터 10월7일까지 55일간 전남 광산군민 안종현(당시 63)씨를 시작으로 경기도 평택, 양주, 시흥, 수원 등 전국 9개 지역의 외딴집에서 17명을 살해했다.

가장 참혹한 살인으로는 평택의 외딴 초가집에 살던 할머니(당시 71)와 손주(당시 5·7·11세)를 장도리로 가격해 살해한 사건과 시흥군의 20대 여성을 강간한 후 부엌칼로 가격해 살해한 사건이 꼽힌다. 시흥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에서 피해여성의 자녀인 생후 3개월 된 아기도 발로 짓밟아 내장 파열시켜 살해하기도 했다. 피해자의 혈흔이 묻은 청바지를 세탁소에 맡겼다가 세탁소주인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힌 김대두는 1976년 12월28일에 사형됐다.


다음으로 알려진 연쇄살인은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재조명된 ‘화성연쇄살인사건’이다. 1986년 9월19일부터 1991년 4월3일까지 여성 10명이 살해된 이 사건은 2006년 4월2일 공소시효가 만료돼 영구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1986년 9월19일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안녕리에서 하의가 벗겨진 노인(당시 71세)이 목 졸려 살해된 채 발견된 데 이어 불특정 다수 여성 9명이 강간 살해됐다.
 

피해자 전원이 태안읍 반경 2km 이내에서 살해돼 동일범 소행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180만명의 경찰이 동원돼 수사를 벌였으나 3000여명이 용의자로 지목된 채 미제사건으로 분류되고 말았다. 7·9·10차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3명이 자살하는 소동이 벌어져 항간에 ‘화성괴담’이 떠돌기도 했다.

1997년 2월20일 대구광역시 동구에서도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살인범 이승수(당시 21세)는 함께 잠을 자던 김(당시 27세)씨가 자신의 몸을 더듬는데 격분해 흉기로 살해한 후 도주했다. 50m 근방의 분식점에 들러 식사를 하려다 “식사 안 된다”는 종업원 이모양(18세)의 말에 또 다시 격분해 이양을 살해했으며 새벽기도를 가던 60대 여성도 살해했다. 총 4명을 살해한 이승수는 사형을 선고받아 현재도 복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986년 불심검문 중인 방범대원 김찬일(당시 43세)씨를 살해한 혐의로 11년간 복역한 정두영(당시 32세)은 출소 직후인 1999년 6월부터 2000년 4월까지 16번의 강도짓을 하고 9명을 살해했다. 부산과 울산 등 경남 일대에서 살인강도 행각을 벌인 정두영은 충남 천안에서 인질강도를 저지르다 체포됐다.

1999년 6월2일 부산 서구 부민동의 한 부유층 주택에 무단침입한 정두영은 가정부의 머리와 얼굴이 으스러질 정도로 가격해 살해했으며 2000년 3월11일 부산 서구 서대신동 고급 주택에서 두 명의 여성을 야구방망이로 때려 살해했다. 같은 해 4월8일에는 DCM철강 정진태 회장의 자택에 침입해 정회장과 가정부를 칼로 찔러 살해했다.
 

유영철(당시 34세)은 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20명을 살해했다. 유영철은 주로 80대 이상의 노인을 범행대상으로 삼았으며 8월13일 구속 기소돼 ‘이문동살인사건’을 제외한 20명 살인범죄의 유죄가 인정, 사형 선고를 받았다. 미국 잡지 <라이프>의 ‘20세기 대표 연쇄살인자 30인’에 선정돼 역대 최악의 살인마로 통한다.

유영철과 살인수법이 비슷한 살인범 정남규는 2004년 2월26일부터 2년간 서울 서남부 지역에서 13명을 살해하고 20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1월14일 경기도 부천시의 한 공터 놀이터에서 놀던 초등학생 2명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후 인근 야산에 암매장한 데 이어 20대 여성 두 명도 둔기로 가격해 살해했다.


또 조선족 김모씨는 옆구리와 가슴 등 4곳을 칼에 찔렸고, 군포시 산본동에서 우유배달을 하던 김모씨도 20차례 칼에 찔려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당시 영화 <살인의 추억>의 유행으로 ‘서울판 살인의 추억’으로 주목받은 정남규는 2006년 4월22일 체포돼 사형 선고를 받았다. 정남규는 2009년 11월21일 독방에서 스스로 목을 매어 자살했다. 
 

경기도 서남부 일대에서 여성 7명이 연쇄적으로 납치·살해된 ‘경기서남부부녀자연쇄살인사건’도 발생했다. 강호순은 납치 여성을 목 졸라 살해한 후 인근 절벽 및 농가에 암매장했다. 

길가다 ‘푹’ 묻지마살인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살인을 저지른 연쇄살인범들이 있는가 하면, 동시간대에 불특정 다수를 무차별 살해한 묻지마살인범들도 최근 빈번히 등장하고 있다. 특히 군부대의 총기난사 사건도 끊이지 않고 있다.

1982년 4월26일, 청와대 근무요원을 지낸 우범곤 순경(당시 26세)이 지방 발령 및 동거녀와의 불화에 인근 예비군 무기고에서 카빈소총 2정과 실탄 180발, 수류탄 7발을 훔친 후 62명을 살해하고 33명에게 중·경상을 입혔다.

우범곤은 우체국에 들러 집배원과 전화교화원을 살해해 외부와의 통신을 두절시킨 후 경남 의령군 궁류면 일대 4개 마을을 돌아다니며 총을 쏘고 수류탄을 터트렸다. 이튿날 새벽 5시 평촌리의 한 가정집에서 자고 있던 일가족 5명을 깨워 함께 자폭했다.

1991년 10월17일, 대구광역시 서구 비산동의 한 나이트클럽에서는 농부 김정수(당시 29세)가 무대 위에 휘발유를 뿌린 후 불을 질러 16명이 사망했다. 그는 옷이 누추하다는 이유로 출입을 제지 받자 격분해 범행을 일으킨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아동황산테러사건’은 1999년 5월20일 대구광역시 동구 효목동에서 김태완(당시 6세)군이 정체불명의 남성에게 황산 테러를 당한 사건이다. 황산테러를 당한 김태완군은 실명과 전신에 3도 화상을 입어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으나 49일 만에 숨졌다. 경찰은 2013년과 2014년에 재수사를 벌였으나 용의자를 좁히지 못했다. 이 사건은 2014년 7월7일부로 공시시효가 만료됐다.

최대 참사로 꼽히는 ‘대구지하철화재참사’는 지난 2003년 2월18일 대구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에서 발생했다. 이 화재참사로 192명이 사망하고 21명이 실종됐으며 151명이 부상당했다. 방화범 김대한(당시 56세)은 경찰 조사에서 뇌졸중으로 오른쪽 상·하반신의 장애 및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게 되자 삶을 비관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김대한은 이듬해인 2004년 8월30일 지병 악화로 사망했다.
 

2005년 6월19일에 발생한 ‘연천군부대총기난사사건’으로 28사단 소속 GP 간부 1명과 병사 7명이 사망했다. 김동민 일병이 내무실에 수류탄 1발을 던지고 K1 기관단총 44발을 난사해 현장에서 8명 모두 즉사했다. 당시 연천군총기사건유가족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마련해 김동민 일병의 단독 범행이 아닌 북한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현재 김동민 일병은 사형선고를 받고 복역 중이다.

지난 5월13일에는 서울 서초구 소재의 한 예비군훈련장에서 사격훈련 도중 한 예비군이 동료 예비군 4명에게 총기를 난사해 3명이 사망했다. 사건 직후 자살한 가해자에게서 범행 계획을 적은 유서가 발견됐다.

벌레 취급하는 엽기살인


살인범들은 살해 대상자에게 독극물을 먹이거나 살인 후 사체를 토막 내는 등 극악무도한 짓도 서슴지 않는다. 최근 발생한 ‘파주전기톱살인사건’과 ‘시화호토막살인사건’, ‘상주농약사이다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2012년 4월1일, 수원시 팔달구 지동에 거주하던 조선족 오원춘이 28세 여성을 납치한 후 목 졸라 살해했다.

범행 직전 여성에게 두 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경찰이 주변을 수사하던 중 스패너로 여성을 내려친 후 목 졸라 살해했다. 이후 오원춘은 사체를 358점으로 토막내 여행용 가방과 비닐봉지에 담아 팔달산에 버렸다. 검찰은 오원춘이 장기매매 목적으로 여성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오원춘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지난해 5월26일, 파주에서 핸드폰 채팅어플로 성매매를 해온 A(당시 37세, 여)씨가 모텔에서 성매수자 B(당시 50세, 남)씨의 신체 41곳을 칼로 찔러 살해했다. A씨는 B씨의 사체를 전기톱으로 토막 낸 후 인천 남동구의 한 공장 앞과 파주시의 농수로에 상·하반신을 나눠 버렸다. A씨는 범행 직후 B씨의 신용카드로 귀금속을 구매하고 다른 남성과의 성매매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A씨에 대해 3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같은 해 12월4일, 수원시의 팔달산에서 얼굴과 팔, 다리가 없는 상반신 사체가 비닐봉투에 담긴 채 발견됐다. 당시 신장으로 추정되는 장기 일부만 있고 심장, 간 등의 주요 장기는 없었다. 사체 발견 지역은 오원춘 사건 발생 지역에서 1km도 채 되지 않은 곳이었다.

일주일 후 수원천 매세교 인근에서 검은색 비닐봉투에 담긴 살점과 속옷이 추가 발견됐다. 두 장소에서 발견된 사체 일부가 동일인이라는 국과수 감정결과가 나오자 경찰은 피해자와 동거한 박춘봉을 살인혐의로 구속했다.

지난 2월4일,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 일대에서 토막 사체가 발견됐다. 인근 거주자 박(당시 67세, 여)씨의 실종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박씨의 별채에 불이 난 점 등을 수상히 여겨 별채에 세 들어 살던 김(당시 58세, 남)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조사 결과, 김씨가 내다버린 육절기(고기뼈를 자르는 기계)에서 박씨의 혈흔과 인체 조직이 발견됐으며 인터넷에 ‘인체해부학’ 등을 검색한 사실을 확보해 김씨를 살인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박씨가 김씨의 구애를 거절하고 방을 빼라고 한 데 앙심을 품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4월7일, 조선족 김하일이 토막 사체를 유기하다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경기도 시흥시 시화방조제에서 토막난 김하일의 부인 사체가 발견된 지 이틀이 지난 후였다. 김하일은 부부싸움에 우발적으로 아내를 망치로 때린 후 목 졸라 살해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김하일은 아내의 사체를 화장실에서 부엌칼로 토막낸 후 시화방조제와 조카의 집 등 4곳에 유기했다.

지난 7월14일, 경상북도 상주군 공성면 금계1리의 한 마을에서 초복 잔치를 하던 7명의 할머니가 사이다를 마신 후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중태에 빠졌다. 3일 후 초복 잔치에 동석했으나 유일하게 사이다를 마시지 않은 박모(당시 82세) 할머니가 긴급 체포됐으나, 직접적인 증거가 확보되지 않아 오는 12월7일부터 11일까지 5일간 국민참여재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기사 속 기사> 살인사건 최다 발생지역 "역시 살인의 추억"
경기 화성시 태안읍 불명예, 10건 중 4건 '집안'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살인범죄의 실태와 유형별 특성: 연쇄살인, 존속살인 및 여성살인 범죄자를 중심으로’연구자료에 따르면, 살인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한 장소는 ‘집안’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10년간 살인사건의 발생장소를 취합한 결과, 집안 발생이 41∼45%의 비율로 나타났으며, 이어 노상(16∼19%), 기타(12∼18%), 숙박 및 유흥업소(8∼10%), 상점 및 시장(2~5%), 야외(1∼5%) 순으로 나타났다. 이외 사무실과 공사장·창고·공지, 기관의 살인범죄 비율은 1∼3%대였다. 10년간 평균치는 집안(43.4%), 노상(18.3%), 기타(15.1%), 숙박·유흥업소(9.2%), 야외(3.5%), 상점·시장(3.4%), 사무실(2.3%), 공사장·창고·공지(2.1%), 기관(1.9%), 교통수단(0.8%) 순이다.

살인범죄를 포함한 전체 범죄 발생도가 가장 높은 장소는 노상(60.8%), 기타(11.1%), 집안(10.4%), 숙박·유흥업소(5.1%) 순으로 나타나 살인범죄 발생 장소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발생한 연쇄살인사건의 최다 발생 지역은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으로 나타났다. ‘화성연쇄살인사건’으로 화성시 태안읍 진안리에서 3명, 안녕리에서 2명, 황계리·병점리에서 각 1명씩 살해돼 총 7명이 살해됐다. <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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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