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최태원 광폭행보 막전막후

회장님 돌아오니 활기가 넘친다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역대 재벌 총수 중 최장인 2년7개월(926일)간의 긴 수형생활을 마치고 ‘광복절특사’로 돌아온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고 경기활성화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뉴 SK 비전’을 내놨다. 최 회장은 예상보다 빠르게 경영복귀에 시동을 걸고 있다. 주말도 반납한 채 광폭행보를 보이며 경영활성화에 골몰하고 있다.

 
지난 13일 정부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특별사면을 단행하면서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절제된 사면’이라고 강조했다. 다음날 14일 오전 0시5분께 경기 의정부교도소 광복절 특사 출소자 43명 중 마지막으로 모습을 보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깔끔한 정장을 입고 손에 성경책을 들고 밝은 미소를 보였다. 926일 만이었다.

‘뉴 SK 비전’
투자·고용 확대
 
기업 총수 중 유일하게 사면 받은 김 회장은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고 감사하다. 국민에게 사랑받는 SK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SK그룹과 최 회장 가족들은 오너의 사면을 위해 팔을 걷어부쳤다. 특히 최 회장은 지난해 연봉 301억 가운데 세금을 제외한 187억원을 옥중 기부했다. 이번 사면과 복권으로 최 회장은 주요 계열사 등기 이사로 복귀할 수 있게 됐다.
 
최 회장은 출소 직후 본사인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 들러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그룹 경영진을 만났다. 연휴 기간이었던 15일과 16일에도 출근해 그룹의 위기 극복 현황과 국가 경제 활성화 기여방안, 창조경제혁신센터 현황 등을 보고받았다. 이 자리에는 김 의장과 수펙스추구협의회 김영태 커뮤니케이션위원장, 지동섭 통합사무국장 등 10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어려운 상황에도 위기를 극복해 온 구성원들에게 감사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최 회장이 풀려나면 종합검진을 받는 등 수감생활 동안 쌓인 스트레스로 악화된 건강부터 챙길 것이란 전망이 많았으나 출소 직후부터 업무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면서 ‘책임경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SK그룹은 일단 최 회장의 출소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17일 최 회장은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쉴 시간이 없다”며 “절박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경영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날부터 본격적인 강행군에 돌입했다. SK그룹은 최 회장 주재로 첫 ‘확대 경영회의’를 열고 경제활성화 방안을 모색했다. 우선 산업계의 두뇌인 반도체를 중심으로 현재 건설 중인 공장의 장비투자 및 2개의 신규공장 증설 등에 46조를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 회장은 투자 집행시기를 앞당기고 계획보다 투자규모를 늘리는 ‘획기적 투자확대’ 방안을 주문했다. SK전략위원회에 반도체 분야 46조원 검토안에 에너지와 화학, 정보통신 부문 투자를 확대해야한다고 요청했다.
 
최 회장은 “경영위기 극복과 경제 활성화 관점에서는 현 경영환경의 제약요건에서 과감히 탈피해 투자시기를 앞당기고 투자 규모를 확대하는 등의 공격적 투자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이를 위해 혁신적이고 창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투자 외에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 분야의 투자확대 방안도 빠른 시일 안에 만들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경영여건, 힘든 환경 아래 내가 앞서서 풍상을 다 맞을 각오로 뛰겠다”면서 그룹의 전 구성원이 힘을 합칠 것을 당부했다.

926일 공백 무색
거침없는 강행군
 
SK그룹은 향후 수년간 반도체를 중심으로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 등 50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위원회 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정철길 사장은 투자가 시급한 반도체 분야에서 향후 신규 공장 2곳을 완공할 때까지 46조원을 투자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현재 건설 중인 경기도 이천의 M14 반도체 생산라인의 장비투자와 2개의 신규공장 증설에 이 같은 규모의 금액을 투자한다는 것이다.
 
 
18일 최 회장은 계열사 공장이 아닌 대전과 세종시, 충북 등 3개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선택했다. 대전·세종·충북 창조센터를 첫 현장 방문지로 택한 것은 경제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날 SK그룹은 “최 회장이 대전·세종센터에서 추진 중인 창조경제의 구체적인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기반시설로 자리잡기 위해 필요한 지원책을 점검하고 확인하기 위해 창조센터를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대전 혁신센터를 찾아 “창조경제 분야에서도 현재 속도와 범위보다 더 큰 활성화 방안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확대 개소 당시 “창조경제의 성과가 조기에 나올 수 있도록 SK가 갖고 있는 전 역량을 다해 추진해 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이날 오전 대전 센터에 입주한 벤처기업 사무실을 찾아 직원들과 인사한 뒤 입주 업체들이 보유한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광복절특사로 2년7개월만에 경영 복귀
쉬지 않고 바로 출근…무리한 일정 소화
 
최 회장은 일부 업체의 시연장면을 지켜보면서 “다음 번 목표가 무엇인가” “사업 모델 특징이 무엇인가” “기술은 좋은데 사업모델로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 등 다양한 질문을 건넸다. 이후 인큐베이팅을 받고 졸업을 앞둔 벤처기업 대표들과 1시간가량 간담회도 진행했다. 최 회장은 대전센터의 주요 시설을 둘러본 뒤 입주 벤처기업의 사무실에서 근무중인 직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오후에는 세종센터를 찾아 창조마을 시범사업의 성과와 향후 운영 계획을 점검했다. 세종센터는 지난해 10월 시작한 창조마을 시범사업의 성과를 발전시켜 농촌형 창조경제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SK그룹의 정보통신기술과 에너지 기술을 접목시킨 첨단 농법을 개발해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살기 좋은 농촌, 살고 싶은 농촌’을 만들고 있다.
 
최 회장은 세종센터 관계자들에게 “농업이 첨단산업을 만나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 가는 것이 농촌형 창조경제 현장”이라면서 “이런 모델이 전국과 해외로 확산될 수 있도록 농업의 첨단 산업화를 구현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SK그룹은 최 회장의 방침에 따라 대전과 세종에서 진행되는 ‘쌍끌이 창조경제’가 더욱 힘을 받을 수 있도록 그룹이 보유한 특허 기술 공유를 확대하고 에너지·화학·반도체 기술을 벤처기업의 사업화 모델에 이식하는 활동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최 회장은 바이오·신약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도 방문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전국에 산재한 만큼 각 센터들의 특장점을 벤치마킹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자는 취지다.
 
최 회장은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이 대전·세종센터와 연계해 창조경제 활성화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볼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SK그룹이 발표한 청년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인 ‘고용 디딤돌’ 프로젝트와 청년 창업지원 모델인 ‘청년 비상’ 프로그램에 대해 “혁신적인 접근”이라면서 “이른 시일에 성공모델을 만들어 확산하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SK그룹은 청년들의 창업과 취업경쟁력 확보를 방향으로 일자리 프로그램을 기획, 내년부터 2년 동안 시행하기로 했다. 정부의 청년고용 종합대책 발표에 호응해 선제적으로 일자리 창출 2개년 프로젝트를 내놓는 등 재계 경제 활성화 동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쉴시간 없다는 
절박함 느낀다”
 
주 내용은 매년 취업을 원하는 청년 2000명씩 모두 4000명을 대상으로 직무교육과 인턴십을 통해 분야별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대학과 공동으로 창업지원센터를 설립해 2만명을 교육시켜 미국 실리콘벨리에서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SK그룹의 행보에 다른 대기업들도 움직이고 있어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최 회장은 “경영현장에서 떨어져 있는 동안 기업은 사회 양극화, 경제활력, 청년실업 등의 사회문제와 별개가 아니라고 다시 한 번 생각하면서 육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기업인에게는 기업의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 국가 경제 기여가 가장 중요한 책무라고 다시 한번 마음속 깊이 새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광복 70년에 내가 (사면받아) 이 자리에 있는 것은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을 이뤄온 선배 세대와 국가유공자, 사회적 약자 등을 위해 기여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글로벌 경영 보폭도 넓힐 준비를 하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오는 10월 SK종합화학의 울산 넥슬렌 공장 준공식을 열고 사빅의 모하매드 알마디 부회장과 회동한다. 최 회장의 오랜 지인인 알마디 부회장과 만나는 것은 지난 2011년 4월 중국 보아오포럼 이후 4년여 만이다. SK종합화학과 사빅은 지난달 5일 SK의 고기능 폴리에틸렌 브랜드인 넥슬렌 생산 판매를 위해 자산 7100억원 규모의 합작법인 SSNC 설립계약을 체결했다.
 
SK종합화학은 이미 지난해 사빅과 합작사업의 일환인 넥슬렌 공장을 완공하고, 생산한 제품을 중국, 일본, 베트남 등지로 수출하고 있다. SK그룹은 최 회장과 알마디 부회장의 회동이 합작사업의 새로운 장을 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 회장은 2004년 12월 알 마디 부회장이 사업차 내한했을 때 처음 인연을 맺은 후 이를 바탕으로 2011년 3월 알마디 부회장에게 자사의 넥슬렌 기술을 소개했다.
 
협상이 벽에 부딪힐 때마다 비행기에 오른 최 회장은 10여차례 알마디 부회장을 직접 만나 협상타결의 실마리를 찾아냈다. 당초 SK와 사빅은 울산의 넥슬렌 제1공장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에 제2공장 건립을 목표로 협상을 추진해왔으며, 최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옥중 로드맵 출소 후 곧바로 실현
사업 현장 둘러보고 대규모 투자
 

같은 날 SK하이닉스를 찾은 최 회장은 “그동안 위기 속에서도 열심히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준 임직원들 덕분에 SK하이닉스가 최대 실적을 올리는 등 그룹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발전에 이바지해줘 자랑스러웠다”며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임금 상승분의 일정액을 협력사 직원들을 위해 내놓기로 한 ‘임금공유제’와 같은 사회적 책임을 위한 임직원의 노력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SK하이닉스발 상생문화 확산도 주문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안에 3세대(48단) 256기가비트(Gb) eTLC(엔터프라이즈트리플레벨셀) 3D 낸드플래시의 개발을 완료하고 자사 상표를 단 SSD를 직접 출고하고 관련 소비자 시장에도 직접 뛰어들 전망이다.
 
 
SK그룹은 최 회장의 현장경영에 대해 “최태원 회장은 이번 방문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 발굴과 경제활성화에 가장 중요한 연구개발과 과감한 투자가 중요하다는 점을 직접 현장 방문을 통해 강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K그룹의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역할도 강화될 전망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옥중에서 집필한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을 통해 사회적 기업 활성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저서를 통해 소외계층이 자립해 기업을 일구는 게 국가 경제에 실질적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밝힌 것이다.
 
그 일환으로 최 회장은 ‘경제기적’을 이끈 선배 세대들의 복지를 위해 통 크게 1000억원을 내놓기로 했다. SK그룹은 국가 발전에 기여했지만 형편이 어려운 저소득 노인층 주거복지 해결을 위해 향후 3년간 총 1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올해 200억원, 내년에 400억원, 2017년 400억원을 순차적으로 기부한다. 특히 국가유공자와 독립유공자 후손 등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정부에 제안했다.
 
SK그룹 주요 계열사 주도로 사회적기업 모델을 발굴하는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은 경북장애청소년자립지원센터, 농촌공동체연구소 등을 지원 대상에 넣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들 기관이 제안한 사업에 1년간 총 5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고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할 예정이다. 장애청소년 자립 카페 및 바리스타 교육장, 농촌지역 다문화 여성 제빵 작업장, 요양원 세탁작업장, 북한이탈주민 패션상품 가공기업 등을 비즈니스 모델로 선정, 1년간 총 5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고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기로 했다. 

국가경제에 기여
사회적 역할 강화
 
사회적기업 투자도 본격화된다. 최 회장은 사회적기업가를 발굴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돕고자 작년에 사재 100억원을 출연해 카이스트 청년창업투자지주를 만들었다. 청년 사회적기업가 5명을 올해 초 첫 투자 대상자로 선정했다.
 
출소 직후부터 전국 사업장을 도는 강행군에 나서며 현장경영을 이어가고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 최 회장을 두고 업계에서는 광복 70주년 특별 사면에 대한 보답차원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SK그룹 임금피크제 로드맵
“정부 노동개혁에 동참”
 
SK그룹이 내년부터 모든 계열사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 청년 고용확대 및 고용정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지난 17일 SK그룹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데 이어 나머지 계열사들도 모두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SK그룹은 이미 계열사의 90%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했거나 할 예정이지만, 다른 모든 계열사까지 대상으로 그룹 차원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의 최근 노동 개혁 추진에 대한 강력한 의지 천명에 따라 SK그룹도 청년 고용 확대 등을 위한 후속 조치로 임금피크제를 전 계열사에 도입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전 계열사에 도입
이미 90% 조치 마무리 수순
 
SK그룹은 수펙스추구협의회 소속 17개사 모두가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거나 도입을 완료했으며 SKC 계열과 워커힐도 수년 전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상황이다. 새로 SK그룹에 편입된 계열사나 일부 소형 계열사만 동참하면 그룹 전체적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은 마무리되는 셈이다.
 
SK그룹은 다수의 계열사가 고령자법 개정 전부터 이미 정년을 60세로 정하고 있었으며, 정년 60세 미만인 회사는 고령자법 개정을 전후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거나 검토 중이었다. SK이노베이션과 SK네트웍스, SK C&C 등은 정년을 60세까지 보장하고, SK텔레콤은 59세부터, SK하이닉스는 58세부터 매년 연봉을 전년보다 10% 줄여 책정하고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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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