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아이파크몰 ‘마진 조작’ 의혹

“상품 수불원가 수정…전산에 손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현대아이파크몰의 ‘갑질’이 도마에 올랐다. 인터넷몰 현대아이몰의 계약기간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근거 없이 계약해지를 통보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마진율 전산 조작 의혹까지 일고 있는 상태다.
 
 
현대산업개발 계열사인 현대아이파크몰은 현대아이몰을 통해 상품을 인터넷(옥션, G마켓, 11번가 등)으로 판매해왔다. 현대아이몰을 운영했던 A씨는 사업수완을 발휘해 매출증대에 기여해왔다. 그러던 A씨에게 10년 계약 중도해지라는 불편한 소식이 전해졌다. 이후 현대아이파크몰은 인터넷몰을 직영하고 있다.
 
인터넷 판매…
갖은 사유로 팽
 
A씨는 2010년부터 현대아이몰을 운영해 연매출 30억원이던 인터넷몰 매출을 300억원까지 끌어 올렸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현대아이파크몰이 현대아이몰에 온라인백화점 운영대행계약 해지예정통보를 했다. 이어 내용증명을 통해 온라인백화점 운영대행계약해지 확정통보를 했다. A씨가 그동안 여러 문제를 발생시켰다는 이유에서였다.
 
현대아이파크몰이 A씨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한 사유는 이렇다. ▲계약에 따른 계약이행보증보험 제출의무 불이행, 제소전 화해조서 제출의무 불이행 ▲사무실 관리 미납 ▲지속적 회의 요청 불응 ▲11번가(커머스 플래닛)에 대한 광고선전비 미입금 등 재무불안정성 증대 ▲현대아이몰 CS담당직원, MD담당직원 등 직원들에 대한 월급미지급이 집단퇴사로 정상적인 운영 불가능 ▲CS번호 무단변경으로 인한 업무방해 ▲배송비 미결재로 배송이 장기간 지연되는 등 지속적인 배송상의 문제점 발생 ▲현대아이파크몰 승인 없이 GS홈쇼핑과 계약을 해지한 계약위반 행위 등이다.
 

현대아이파크몰은 2013년부터 총 7차례에 걸쳐 현대아이몰 부실 운영에 대한 문제점을 고지한 공문을 보내고 현대아이몰 직원들도 지속적으로 만나 시정을 요구했으나, 개선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현대아이파크몰이 알린 해지사유가 부당하다며 지난해 11월 변호사를 통해 현대아이파크몰에 통고서를 보냈다. A씨 측 변호사는 계약해지 통보 사유에 반박했다.
 
우선 계약과 관련해서는 A씨가 계약체결 이후 1년이 경과한 시점에 현대아이파크몰과 정산방법상의 이견이 있어 부득이 그 이행절차를 보류하고 있었을 뿐이고, 보증보험증권은 자금을 집행하는 현대아이파크몰에서 진행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제소전 화해조서의 경우 현대아이파크몰이 비용부담을 해 절차를 개시하면 A씨가 이에 협조하는 것으로 했는데, 현대아이파크몰이 그 비용부담에 관한 조치를 하지 않아 이행이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임대료 문제는 현대아이파크몰이 위법하게 정산지연을 하는 바람에 임대료 등을 미납했을을 뿐이어서 부당하다고 했다. 또 A씨는 현대아이파크몰 회의 요청에 불응한 사실이 없으며, 오히려 현대아이파크몰이 현대아이몰의 정산방법 변경에 관한 공문에 대해 부실한 답변을 하거나 답변을 회피했다고 했다.
 
현대아이몰 통해 온라인백화점 대행
계약기간 남았는데…돌연 해지 통보
 
광고선전비 미입금 문제는 현대아이파크몰이 정산지연 및 세법상 위법한 처리를 통해 현대아이파크몰 자금운용부담을 A씨에게 전가한 것이므로 부당하다고 했다. 일부 직원의 월급 미지급 사태는 현대아이파크몰의 위법적이면서 부당한 정산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월급 미지급 사태에도 A씨가 회사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자체적으로 대행인력을 통해 경영을 했으므로 현대아이파크몰의 적법한 정산이 진행되면 직원의 급여 미지급 상태는 해소될 것이라고 봤다.
 
 
CS번호 무단변경의 경우 전산적 오류는 일부 인정하나, 개인고객들의 전화를 업무 주체 회사인 현대아이파크몰에게 대응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A씨에게 전가하는 행위는 온라인쇼핑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윤리상 부당하다고 했다.
 

배송비 미결재의 경우 A씨는 전반적인 자금 결제 전환으로 인해 익월 결제가 당일 결제로 변경되었음에도 최선을 다해 배송비 결제를 해왔고, 결제가 지연된 상태는 현대아이파크몰의 위법한 정산지연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배송비 미결제에 관한 지적 역시 부당하다고 했다. 계약위반행위의 경우 현대아이몰은 GS홈쇼핑과의 계약을 해지한 사실이 없으므로 이 점 역시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현대아이파크몰은 지속적으로 현대아이몰의 영업을 방해해왔다. 지난해 1월부터 현대아이파크몰 팀장과 과장이 전 온라인몰 관련 채널을 방문해 조만간 백화점이 온라인 운영을 직영할 것이라는 공표를 하고 다님으로써, 채널로 하여금 마케팅 전략의 혼선으로, 광고 노출 축소 등으로 매출이 급격하게 하락하게 돼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돈 되니까…
직영으로 전환?
 
같은 해 10월에는 현대아이파크몰 팀장이 CS직원들에게 온라인쇼핑업무가 곧 종료된다며 A씨의 업무를 방해했다. 같은 시기 매출증대를 위해 홈플러스, 패션플러스, 아이스타일24, 이마트 등 신규 채널 확대계획에 따라 승인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승인거절을 당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에는 현대아이파크몰이 백화점 매니저들에게 온라인 판매 중인 상품을 전부 내리라는 지시를 함으로써 A씨의 고유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했다. 또한 고객의 구매 미확정행위로 인해 채널에 남아 있는 금액(월평균 3억∼7억원)을 현대아이파크몰이 정산하지 않아 A씨는 그만큼 자금부담을 안게 됐다. A씨는 현대아이파크몰에 수차례 사정을 전달했지만 끝내 시정되지 않았다.
 
 
앞서 2013년 9월에는 현대아이파크몰이 지급받는 수수료 0.5%를 2%로 인상하자고 압박을 가했다. A씨가 세금계산서를 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산이 늦어진다는 이유로 대금지급 약속을 지키지 않기도 했다.
 
또한 A씨는 용역대행계약에 의해 온라인 위탁업무를 하고 있어 임차료를 부담할 의무가 없는데도 현대아이파크몰이 사전 통보 없이 대금에서 임차료를 상계처리 해왔다고 주장한다. 같이 대행업무를 수행하고 있던 타 업체 두 곳이 무상으로 사무실을 사용한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현대아이파크몰 관계자는 “A씨의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며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가 문제되지 않음이 명백하다”고 했다.
 
전산기록 의문
경찰 수사 중
 
A씨는 지난해 10월(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시점)에 앞서 7월에 현대아이파크몰 온라인쇼핑몰 각 부문 경력직 채용을 진행한 것이 자신을 밀어내기 위한 현대아이파크몰의 시나리오라고 주장한다. 현대아이파크몰 관계자는 “복지몰((주)명진: 직원전용 쇼핑몰) 채용이었다”며 현대아이몰 계약해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A씨는 현대아이파크몰의 거래상지위남용행위에 대한 건으로 공정거래분쟁조정협의회에 공정거래분쟁조정신청서를 제출했다가 현재 지난달 24일 공정거래위원회로 사건을 송부해 현재 당국이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다.
 
A씨는 이 같은 근거를 들어 현대아이파크몰의 계약해지통보가 부당한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A씨는 현대아이파크몰이 전산 조작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전산 조작 소문을 들은 A씨는 상품출고인도인수증을 살펴봤다. 확인 결과 원가 숫자가 달라져 있었다. A씨는 현대아이파크몰이 상품 수불원가를 계획적으로 임의 수정해 이익을 편취했다고 보고 있다. 현대아이파크몰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6만건 이상의 전산을 조작해 현대아이몰에 1억3000여만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상품출고 인도인수증 보니…
4년간 6만건 “숫자가 달라”
 
인터넷몰에서 매출을 높이기 위해 약속된 마진율 내에서 쿠폰 할인율을 조정함으로써 매출과 수익을 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대아이파크몰이 A씨에게 판매가 1만원인 상품에 대해 30%(3000원)의 수수료를 주기로 약속하면, A씨는 주어진 마진율 내에서 매출을 늘리기 위해 할인쿠폰을 사용한다.
 
이때 주어진 마진율의 운영권한은 A씨에게 있다. 즉 1만원인 상품을 판매할 때 수수료 3000원을 받을 수 있지만 A씨가 영업이익을 수수료의 10%(1000원)를 목표로 정하고 할인쿠폰을 20%(2000원) 사용하면 매출을 증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약속 마진율은 현대아이파크몰 입점 업체인 상품브랜드 매니저가 전산을 입력하며, 상품별 원가 수정(마진율 수정)은 현대아이파크몰만의 권한이기 때문에 A씨는 절대로 수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A씨에 따르면 현대아이파크몰은 전산 조작 문제가 불거지자 ‘전산 조작 당사자는 협력업체 책임자’라며 매니저들에게 강제진술을 강요했다. 매니저 박모씨의 심경을 녹취한 속기록을 보면 전산 조작과 관련해 시끄러웠던 당시 상황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사인만 해서 내는데 우리가 고쳐서 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고친 적 없고요. 우리는 사민만 해서 그대로 올려요. 그렇게 애기했거든요. 그런데 고쳤다는 거예요. 그걸 왜 나한테 뒤집어 씌었어요.” 
 
매니저 박씨는 ‘상기 브랜드는 인터넷 판매 시 출고인도증 서류에 마진 수정을 한 적이 없습니다. 정산 마진율만을 사용하였음을 확인합니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했다. 현재 박씨는 백화점을 떠난 상태다. 현대아이파크몰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요청을 했을 뿐 일체의 압력행위는 없었다”고 밝혔다.
 

A씨가 제기한 전산 조작 의혹에 대해 현대아이파크몰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회사 관계자는 “마진 입력을 현대아이파크몰이 하기에 조작이라고 주장을 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마진 조정은 통상적인 영업활동 중에 빈번하게 발생하는 업무다. 다만 백화점은 주문과 매출이 동시에 발생하는 관계로 매출 확정과 정산에 오류가 발생하지 않아 문제가 되지 않아 왔지만, 온라인 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구멍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대아이몰의 손해분도 있지만 현대아이파크몰이 과 지급한 금액도 현재까지 파악된 것이 4000여만원”이라며 “이 문제는 정산함에 있어 제대로 청구하지 못한 현대아이몰이 문제를 현대아이파크몰에 전가하는 파렴치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통상적인 영업
빈번하게 발생”
 
현대아이파크몰 전산 조작 문제를 수사 중인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A씨는 “직원들과 회사에 대한 보상 및 명예회복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갑의 횡포와 부도덕한 기업은 시간이 갈수록 많은 사람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한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현대아이파크몰이 자신을 의도적으로 퇴출시켜 ‘토사구팽’ 했다는 게 A씨의 입장이다.
 
 
<khlee@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