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신동빈 시대’ 막전막후

장자승계 없다…형님 제치고 아우가 대권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한·일 롯데 원톱으로 우뚝 올라섰다. 롯데그룹 경영권 승계가 확정된 분위기다. 공식적인 후계자로 낙점된 건 사실이지만 아직 풀어야할 과제가 잔존한다. ‘신동빈 시대’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일본 롯데의 지주회사다.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오른 것은 사실상 롯데그룹의 회장직이나 다름없다. 그룹 후계자로 자리를 굳힌 셈이다.

신동주·신영자
가만히 있을까?
 
이번 대표 선임으로 신 회장은 한국 롯데뿐 아니라 일본 롯데도 함께 경영하게 됐다. 신 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현장 중심 경영 지침에 따라 일본 현장경영도 맡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 15일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이사회에서 참석 이사 전원 찬성으로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신 회장은 이날 오후 주요계열사 사장단회의에서 “이번 이사회 결정을 겸허하고 엄숙하게 받아들인다”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신 총괄회장의 뜻을 받들어 한국과 일본의 롯데사업을 모두 책임지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는 한편, 리더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17일 롯데케미칼 본사를 찾아 업무 보고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일선 현장을 방문하는 등 바쁜행보를 이어 나가고 있다. 8월 초에는 일본 롯데홀딩스를 방문해 일본 롯데 대표로서도 행보를 이어 나갈 계획이다. 롯데는 신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선임으로 한·일 롯데의 협력을 통한 시너지가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이 신 회장에게 그룹의 열쇠를 맡긴 것은 그간 신 회장이 보여준 공격적인 경영 드라이브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2013년 기준 한국롯데는 74개 계열사에 매출 83조원을 기록했다. 반면 일본롯데는 37개 계열사에 매출 5조7000억원가량에 머물렀다. 이 같은 경영실적의 차이가 신 총괄회장이 신 회장을 낙점했다는 것이다.
 
일본롯데 지주회사 홀딩스 대표이사
한-일 양국 장악…경영권 승계 완료 
 
실적뿐만 아니라 사업적으로 공격적인 신 회장의 면모도 주효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실제로 신 회장은 2006년 롯데쇼핑의 상장을 성사시킨 것을 시작으로 2004년 이후 9조원에 달아는 기업을 인수했다. 올해에는 국내 렌터카시장 1위인 KT렌탈을 인수했고, 미국에서는 130여년의 역사를 가진 더 뉴욕 팰리스 호텔을 사들였다. 올해 투자하겠다고 밝힌 금액은 사상 최고인 7조5000억원에 이른다. 그의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그룹 부회장이 해임되기 전까지는 일본롯데는 신 전 부회장이, 한국롯데는 신 회장이 맡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졌었다. 신 회장은 2010년 언론 인터뷰에서 “일본롯데는 형님(신 전 부회장), 한국롯데는 저로 오래전에 정해져 있었다”며 후계 구도가 정리됐다는 식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장남과 차남의 관계는 그리 평화롭지 않았다.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은 지난 2013년부터 경영권 승계 문제로 부딪혔다. 신 전 부회장은 2013년 8월부터 롯데제과 주식을 매달 사들여 지난해 2월 기준으로 신 회장이 가진 주식과 자신이 가진 한국 롯데 계열사 지분을 10억여원 차이로 좁혔다. 한국 내 롯데 계열사 지분 매입은 후계구도를 깨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됐다.

형 누른 아우
광폭행보 나서
 
이후 지난해 12월26일 신 전 부회장이 롯데 부회장, 롯데상사 부회장 겸 사장, 롯데아이스 이사에서 일괄 해임된 데 이어 지난 1월9일 지주사인 롯데홀딩스 부회장직까지 잃으면서 후계구도의 윤곽이 드러났다. 신 총괄회장이 신 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실적에 민감한 신 총괄회장의 마음을 신 회장이 움직였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난 건 아니다. 신 회장이 진정한 후계자로 올라서려면 부친의 숙원인 제2롯데월드 사업과 부진에 빠진 일본롯데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 회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된 롯데홀딩스는 일본 롯데그룹 지주회사로 지배구조의 중심에 있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신격호 총괄회장 일가-광윤사-롯데홀딩스-호텔롯데-국내 계열사’로 요약된다. 신 회장에게 필요한 것은 실질적인 일본롯데의 경영권 획득이다.
 
이를 위해서는 일본 롯데그룹의 정점에 있는 일본법인 광윤사의 지분을 넘겨받아야 한다. 포장재를 만드는 광윤사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 27.65%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일본롯데 핵심 기업으로 꼽힌다. 광윤사의 대표이사 신 총괄회장은 지분 절반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장남 신 전 부회장과 차남 신 회장도 각각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비상장사의 주주를 공개할 의무가 없어 구체적인 지분구조는 알 수 없지만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지분 차가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다.
 
대세 기울었지만…안심하긴 일러
형제 반발 등 아직 풀 숙제 남아 
 
광윤사는 한국롯데의 지주사 격인 호텔롯데의 지분도 5.45%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신 총괄회장이 대부분 대표를 맡고 있는 L투자회사들은 호텔롯데의 지분 72.65%를 11개로 나눠 갖고 있다. 일본 L투자회사는 롯데알미늄과 롯데리아, 롯데푸드 등 기타 계열사의 주주명단에 올라와 있다.
 
결국 신 회장이 광윤사와 L투자회사의 지분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따라 한·일 롯데의 진정한 수장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복누나인 큰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장남과 차남 중 누구와 손을 잡느냐에 따라 균형이 깨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 상황이 신 회장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건 맞지만 그룹 전체의 지분 구조를 볼 때 후계구도를 100% 장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신 전 부회장과 이복누나인 신 이사장이 갖고 있는 롯데 계열사 지분을 합칠 경우 신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신 이사장이 ‘캐스팅보트’를 쥔 셈이다. 다만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신 이사장은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닷컴 등의 그룹사에서 적지 않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제과의 경우 신 이사장은 3만5873주를 보유해 지분율이 2.52%다. 6.83%를 보유하고 있는 신 총괄 회장이나 5.34%를 보유하고 있는 신 회장에는 못 미치지만, 3.95%를 보유하고 있는 신 전 부회장과 합치면 적지 않은 규모다.

경영수완 발휘
꾸준히 인정받아
 
롯데쇼핑, 롯데닷컴, 롯데칠성음료, 롯데정보통신에서 신 이사장의 지분율은 각각 0.47%, 2.66%, 1.3%, 3.51%다. 롯데쇼핑 지분율은 신 회장(13.46), 신 전 부회장(13.45%)과 격차가 크지만 신 회장이 각각 5.71%, 2.35%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롯데칠성음료, 롯데닷컴에서는 격차가 좁아진다.
 
이밖에도 신 이사장은 롯데 오너 일가로서는 유일하게 대홍기획의 지분 6.24%를 갖고 있다. 신영자 이사장이 이끄는 롯데복지장학재단도 롯데제과(8.69%), 롯데칠성음료(6.28%), 롯데푸드(4.1%) 등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신 이사장이 경영에 전면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예측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신 이사장은 롯데백화점이나 호텔롯데에서 사장직을 맡으며 경영에 직업 관여했지만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을 맡은 뒤로는 롯데복지장학재단의 봉사활동에만 참여하며 롯데그룹의 사회공헌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신 이사장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하지 말란 법은 없다.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 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재계에서는 신 이사장이 부친의 뜻을 따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신 총괄회장이 첫 번째 부인인 고 노순화 여사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신 이사장을 지극히 아꼈고, 현재 신 이사장의 딸인 장선윤씨가 지난 4월 호텔롯데 해외사업 개발담당 상무로 발령 받으면서 경력을 쌓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신 회장이 이끌 롯데를 바라보는 재계의 관심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955년 2월14일 신 총괄회장과 일본인인 부인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 사이에서 태어난 신 회장은 아오야마가쿠인 유치원, 초·중·고등부를 거쳐 77년 아오야마가쿠인대 경제학부에서 학사학위를 받고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했다.
 
81년 일본 노무자증권에 입사해 런덤 지점에서 근무하면서 수년간 금융 실무와 글로벌 감각을 익히고 88년 4월 일본 롯데상사에 입사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이후 1990년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취임하면서 한국롯데에 발을 들여놓았다.
 
91년에는 침체하는 롯데 오리온즈의 지원조치로서 구단 사장 대행으로 취임하고 팀의 홈구장을 가와사키 구장에서 지바 마린 스타디움으로 옮겼다. 구단 이름도 롯데 오리온즈에서 지바 롯데 마린스로 고쳤다. 그해 11월에는 구단주 대행으로 취임했고 95년에는 구단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바비 발렌타인 감독을 불러들여 팀을 인기 구단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95년에는 롯데그룹 기획조정실 부사장을 거쳐 97년 롯데그룹 그룹기획조정실 부회장에 올랐다. 2004년부터는 그룹 정책과 전략을 총괄하는 정책본부 본부장을 지냈다. 이후 입사 20년 만인 2011년 2월 롯데그룹 회장 자리에 앉게 됐다.
 
신 회장은 그룹에서 요직을 맡으며 신격호 회장의 후계자로 일찌감치 점쳐졌으나 언론 앞에 나서지 않고 공식 석상에서도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는 과묵한 성격으로 ‘은둔의 황태자’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회사 내부에서는 엘리베이터를 혼자 잡아타는 일이 없고 해외출장에도 여행가방을 직원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챙기는 등 겸손한 회장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신 회장은 부친의 현장경영 정신을 물려받아 시간이 날 때면 근처 백화점이나 마트, 편의점 매장을 수시로 돌아보며 현장을 챙긴다고 알려져 있다. 또 신 회장은 조용하지만 거침없는 추진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신 회장이 정책본부 본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주력사업인 힉품과 유통뿐 아니라 석유화학, 금융으로 그룹을 확장했고 굵직굵직한 기업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다.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미도파백화점, 현대석유화학, 우리홈쇼핑, 두산주류BG, AK면세점, 바이더웨이, GS리테일 백화점·마트부문 등 인수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각 계열사들의 외형을 키웠다. M&A는 국내에 머물지 않고 아시아로 뻗어나갔다. 중국과 인도네시아 대형마트 마크로, 벨기에 초콜릿 회사 길리안, 말레이시아 석유화학 기업 타이탄 등을 인수했으며 현지 법인과 공장을 설립하는 등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신 회장은 정책본부장 당시 ‘2018 아시아 톱 10 글로벌 그룹’ 비전 달성에 박차를 가해왔다. 그 결과 롯데그룹은 나날이 덩치를 키우면서 매출을 올려 매출 기준으로 삼성-현대기아차-SK-LG에 이어 국내 재계 5위 그룹의 자리를 확고히 굳혔다. 현재 신 회장은 그 여느 때보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서 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재계 지배구조 개편작업 '관전포인트'
일단 경영승계…그리고 안정적 지배
 
삼성그룹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 개편작업에 정점을 찍은 가운데 삼성 외에도 재벌그룹들의 구조개편에도 관심이 쏠린다. 경영권 승계나 지배력 강화가 목적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재벌그룹들의 가장 큰 화두는 지배구조 개편이다.
 
삼성 필두로 SK·LG 움직임
부진한 실적 개선에도 효과
 
우선 삼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성사시켰다. 삼성의 합병에 눈길이 쏠린 사이 롯데는 조용하게 후계구도 개편을 마무리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일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합병을 끝내며 자산규모 31조원의 거대 철강회사를 탄생시켰다. SK는 지난달 그룹 지주회사SK와 지주회사를 지배하는 옥상옥 회사 SK C&C를 합병해 총자산 13조 규모의 통합 지주회사를 만들었다.
 
LG 역시 상반기 구본무 회장 장남 구광모 상무의 지주회사 지분율을 1%포인트 이상 늘렸다. 최대 재벌그룹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경영권 승계 내지 총수 일가의 안정적 지배력 확보가 주목적이다. 어려운 대내외 경영환경 속에서 단행된 총수 일가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이 부진한 실적의 개선에도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광>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