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발목 잡을 초대형 악재 넷

지금은 잘나가는데…앞날은 안갯속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잘나가는 수입차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형 악재들이 돌출했기 때문이다. 연비와 탈세, 결함 논란이 그것. 거기에 ‘강력한’ 국산 새 모델이 속속 출시되고 있어 수입차에 제동이 걸릴 지 주목된다.

 
수입차 판매가 사상 최대를 기록 중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악재에도 수입차 비중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달간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차(승용차 등록대수 기준)는 지난해 같은 기간(1만7803대)보다 36.4% 증가한 2만4275대로 집계됐다. 

사상 최대 기록 
못 웃는 사정은?
 
이는 지난 3월 기록한 2만2280대보다 1995대 많은 월간 기준 역대 최다 판매기록이다. 지난 5월과 비교해서도 32%나 늘었다. 상반기 누적 수입차 판매대수 역시 지난해(9만4263대)보다 27.1% 증가한 11만9832대로, 반기 기준 역대 최다 판매기록을 경신했다.
 
브랜드별로 보면 BMW가 6월 한 달간 5744대를 팔아 압도적으로 1위다. 폭스바겐(4321대), 메르세데스-벤츠(4196대), 아우디(2150대), 포드(1150대) 등이 2∼5위를 차지했다. 이어 랜드로버(825대), MINI(785대), 렉서스(727대), 도요타(711대), 푸조(678대), 크라이슬러(602대), 포르셰(479대), 혼다(464대), 닛산(461대), 볼보(316대), 인피니티(254대), 재규어(253대) 등의 순이었다.
 

모델은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이 1062대가 판매돼 6월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로 꼽혔다. 폭스바겐 골프 2.0 TDI(1006대)와 BMW 520d(863대) 등도 인기가 많았다. 배기량별로는 2000cc 미만이 1만3886대(57.2%), 2000∼3000cc 8176대(33.7%), 3000∼4000cc 1630대(6.7%), 4000cc 이상 557대(2.3%)로 나타났다. 
 
 
수입차 관계자는 “적극적인 마케팅과 신차 효과, 물량 확보 등에 힘입어 수입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며 “올해 수입차 판매대수는 역대 최다인 20만∼25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잘나가는 수입차 시장. 앞으로의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비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대형 악재들이 돌출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악재는 연비 논란이다. 제조사나 소비자에게 모두 민감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연비는 판매와 직결될 수 있어 더욱 더 그렇다. 논란은 일부 수입차들이 연비를 실제보다 10% 넘게 ‘뻥튀기’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최근 수입차 업체들은 유로6 모델의 공인 복합연비를 일제히 내렸다. 유로6 환경기준에 맞춰 출시한 폭스바겐, 푸조, BMW 등의 신차 연비가 기존 모델보다 낮아진 것.
 
폭스바겐은 골프 1.6 TDI 블루모션의 연비를 리터당 16.1㎞라고 표기했다. 기존 연비가 리터당 18.9㎞였던 것을 감안하면 14.8%나 떨어진 것이다. 지난 5월 국내 시장에 출시한 뉴 푸조 308 1.6도 이전 모델의 연비는 리터당 18.4㎞였지만, 새 모델은 16.2㎞로 11% 줄었다. 
 
‘불티나는 외제차’ 상반기 역대 최다 판매
전망이 그리…“제동 걸린다” 비관론 고개
 

하반기 국내 출시될 푸조 508 2.0 블루HDi 역시 연비가 리터당 13㎞로, 이전 모델(14.8㎞)보다 떨어졌다. 지난달 출시된 BMW 118d는 연비를 18.7㎞에서 7% 감소한 17.4㎞로 조정했다. BMW의 경우 일부 모델의 연비를 실제보다 작은 타이어로 측정해 연비 향상을 위해 꼼수를 부린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들 차종은 유로6 기준을 적용한 국내 모델 연비에 못 미친다. 현대차의 2016년형 쏘나타 1.7과 기아차 신형 K5 1.7의 연비는 각각 16.8㎞다. 이제 ‘유럽 차들이 연비 좋다’는 말은 옛말이 된 셈이다. 특히 수입차들이 그동안 연비를 과장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수입차 업계는 “신 모델을 출시하면서 엔진과 변속기 등 주요 부품들이 구 모델과 달라 연비가 떨어졌다”고 주장하지만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그동안 연비를 부풀리다 국내 연비 검증 강화를 앞두고 수정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 정부는 오는 11월부터 국내 연비 검증을 강화할 예정이다. 수입차 업계는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기존 연비검증대상인 자기인증적합조사의 차량과 함께 안전도평가 대상 차량까지 연비 검증을 확대하기로 했다. 자기인증적합조사는 제작사가 자동차관련 법규와 안전기준에 적합한지 여부를 스스로 인증해 판매하는 자기인증제도를 정부가 사후관리 차원으로 보완하는 제도.
 
현재 자기인증적합 대상 수입차는 아우디 A7 50 TDI, 렉서스 ES 300h, 재규어 XF 2.2D, 푸조 3008, 지프 컴패스, 모토스타코리아 이륜차 등 6종이다. 여기에 추가로 5종이 늘었다. 안전도 평가 대상 수입차는 폴크스바겐 폴로, 미니 미니쿠퍼, 인피니티 Q50, 포드 토러스, BMW X3 등 총 11종이 연비검증에 들어간다.
 
검증 방식도 까다로워 진다. 자동차 연비 사후검증은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가 각각 하다 지난해부터 국토부가 독자적으로 맡고 있다. 기존엔 도심연비와 고속도로연비를 합산한 복합연비만 따졌다. 앞으론 개별연비로 판정한다. 

연비 속속 내려
‘뻥튀기’ 의혹
 
국토부와 산업부, 환경부의 연비 공동고시에 따라 도심연비와 고속도로연비 모두 제작사 신고연비와의 차이가 허용 오차범위(5%) 안에 있어야 한다. 조사 차량은 1대로 하되 1차 조사에서 연비 부적합이 의심되면 3대를 추가 조사해 평균값으로 연비를 산정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1차 조사는 국토부 산하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이, 2차 조사는 산업부와 환경부 산하 5개 기관이 맡는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동차 업체들이 연비를 부풀리는 꼼수를 막기 위해 차종을 늘리고 판정 기준을 강화했다”며 “관련법은 오는 11월부터 시행되므로 변경안은 내년 연비 조사 때부터 적용된다”고 전했다.
 
 
탈세 문제도 수입차 업계에 악재일 수밖에 없다. 오너나 경영진이 고가의 수입차를 법인 명의로 구입해 세금을 탈루하는 편법이 도마에 올랐는데, 관련법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수입차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판매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사업자 업무용으로 팔린 차량은 10만5720대로 조사됐다. 이렇게 팔린 찻값만 모두 7조4700억원에 달한다. 1억원 이상 수입차 1만4979대 중 83.2%(1만2458대), 2억원 이상 수입차 1353대 중 87.4%(1183대)가 업무용으로 판매됐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포르셰,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 이른바 ‘슈퍼카’의 90% 이상이 업무용 차량으로 등록된다. 업무용 차량은 현행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에 따라 차량 가격은 물론 취득세 등 각종 세금과 보험료, 기름값 등 유지비를 5년간 무제한으로 사업자 경비로 처리할 수 있다.
 
문제는 오너나 그 일가, 또는 경영진이 고가 수입차를 회사 명의로 구입해 사적 용도로 사용하는데 있다. 대부분 그렇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회사 명의로 수입차를 구매한 뒤 개인용도로 타는 것은 결국 세금 탈루란 지적이다. 경실련은 “수입차에 주어지는 세제혜택이 해마다 2조5000억원에 이른다”며 “고가 수입차가 무늬만 법인차로서 사실상 탈세의 도구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경실련은 대안으로 ‘캐나다 모델’을 제시했다. 캐나다는 업무용 차량에 대해 3만 캐나다달러(약 2700만원)까지만 경비처리를 해준다. 경실련은 “무제한인 업무용 차량 경비처리 기준을 3000만원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000만원 초과금액에 대해선 세금을 징수해야 한다는 것. 이 경우 연간 약 9266억원의 세금징수가 가능하다는 게 경실련의 계산이다.
 
경실련 측은 “국내 법인차 증가와 수입차 판매 증가는 무관하지 않다”며 “업무용 차량에 지원되는 세금혜택을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얼마 뒤, 김동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법인이 구입·리스·렌트한 업무용 차량에 대해 법인세법상 필요경비 인정액(손금산입)을 3000만원 한도로 제한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수입차 시장의 판매 감소가 불가피하다. 수입차 10대 중 8∼9대가 법인에 팔리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김 의원은 “업무용 자산취득에 대한 손금산입제도를 악용, 법인 명의로 최고급 승용차를 구입해 사적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마치 절세의 수단으로서 잘못 인식되고 있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법인의 업무용 차량에 대해 찻값은 물론 유지비까지 전액을 비용처리 해주는 과도한 세제혜택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비·탈세·결함 잇단 논란 ‘삼중고’
‘강력한’ 국산 새 모델들 출동 대기
 
해외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 업무용 차량 구입비용에 대해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다. 미국은 차량값이 1만8500달러(약 2000만원)를 넘으면 세금공제를 차등적으로 적용하고, 일본은 차량 가격 300만엔(약 2600만원)까지만, 호주는 5만7466호주달러(약 5000만원)까지만 비용으로 처리해 준다.
 
김 의원은 “선진국처럼 세금공제의 한도를 정함으로써 최고급 차량을 법인 명의로 구매해 사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수입차 업계엔 두 가지 악재뿐만 아니라 결함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16일 혼다코리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 한국지엠에서 수입·제작·판매한 승용자동차에서 제작결함이 발견돼 자발적으로 시정조치 한다고 밝혔다.
 
 
리콜 규모는 ▲혼다의 CR-V 2730대(2003년 3월14일∼2006년 12월28일 제작), ACCORD 1647대(2003년 10월6일∼2007년 6월29일) ▲재규어의 재규어XK 44대(2011년 7월2일∼2015년 1월13일), 디스커버리4 947대(2014년 8월21일∼2015년 2월12일), 레인지로버 1094대(2005년 3월14일∼2012년 7월26일) ▲포드의 이스케이프 24대(연료펌프 결함·2014년 2월14일∼2014년 3월7일), 이스케이프 311대(계기판 결함·2014년 3월13일∼2014년 12월10일), 익스플로어 1171대(2011년 2월1일∼2012년 11월30일) ▲지엠의 말리부 1358대(2013년 9월3일∼2014년 2월19일) 등 8개 차종 총 9326대다.
 
혼다 CR-V와 ACCORD는 충돌로 인한 에어백(일본 타카타 부품) 전개시 과도한 폭발압력으로 발생한 내부 부품의 금속 파편이 운전자 등에게 상해를 입힐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규어XK는 시동이 꺼진 후에도 전면 차폭등이 꺼지지 않아 배터리가 방전될 가능성이, 디스커버리4는 ABS 자기진단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아 안전운행에 지장을 줄 가능성이, 레인지로버는 전륜 브레이크호스 균열 또는 파열로 인해 브레이크액이 누유돼 제동성능이 저하될 가능성이 발견됐다.
 
포드 이스케이프는 연료펌프 내부 모터 불량으로 연료압력이 낮아져 주행 중 시동이 꺼질 가능성과 속도, 엔진회전수, 연료량, 냉각수온도 등을 표시하는 계기판이 내부 프로그램 오류로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아 안전운행에 지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익스플로어의 경우 차문 잠금 스프링 장치의 결함으로 차문이 정상적으로 닫히지 않거나 주행 중 열릴 위험이 있다. 지엠 말리부는 연료장치를 제어하는 연료컨트롤 유닛 내부 회로 부품 불량으로 엔진시동 불량 또는 주행 중 시동이 꺼질 수 있어 리콜 조치했다.
 
 
차시장 관계자는 “7월 들어 국내에 리콜된 차량은 1만3421대로 크게 늘었다”며 “이중 국내 생산된 한국지엠 차량(1358대)을 제외할 경우 수입차의 리콜 비중은 90% 이상에 달한다”고 말했다.
 
업무용 지원 제한
판매 급증에 제동
 
수입차 리콜은 올 들어 급증하는 추세다. 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결함신고센터에 따르면 1∼6월 상반기 리콜된 수입차는 202개 차종 9만17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E시리즈 등 3만4756대로 가장 많았다. 이어 BMW가 1만238대, 포드가 5094대, 크라이슬러가 3867대, 닛산이 3827대였다. 제작사는 한국GM이 가장 많은 21만7884대를 리콜했다. 크루즈, 라세티 프리미어, 올란도 등 3개 차종 9만9985대를 브레이크호스 누유로 리콜하고, 말리부와 알페온 등 7만8615대를 안전벨트 결함으로 시정조치한 바 있다.
 
수입차 시장에 빨간불이 켜진 사이 국내차들은 전방위 공세에 나설 태세다. ‘강력한’국산 새 모델이 속속 출시될 예정이라 수입차 판매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 하반기 창사 이래 최대 수량인 11종의 신차를 국내외 시장에 출시할 방침이다. 가장 많이 팔리는 준중형과 중형을 비롯해 대형차, SUV, 상용차, 친환경차 등도 선보인다. 자동차 업체는 보통 분기당 1∼2개 신차를 출시한다. 11종이나 되는 많은 모델이 쏟아지는 것은 극히 이례적. 승부수를 걸었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우선 7월 LF쏘나타 1.6 터보, 1.7 디젤 등 쏘나타 2016년형 모델과 신형 K5를 동시에 출시했다. 이들 중형차가 선봉에 선 모양새. 국내 중형차 시장의 입지를 굳힌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쏘나타의 엔진 모델을 7개, K5는 5개로 만들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높였다. 
 
특히 연비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현대기아차가 새로 내놓은 디젤 모델의 연비는 ℓ당 16.8㎞(16인치 기준). 독일의 대표 디젤 세단인 BMW 520D(16.1㎞), 폭스바겐 파사트(14.6㎞)보다 높다.
 
3분기엔 아반떼의 신형 모델도 나온다. 아반떼는 지난해 한국 단일 차종 중 최초로 1000만대 판매를 돌파한 ‘베스트셀러’다. 세계 판매 모델 중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먼저 국내에 출시한 뒤 내년 상반기 미국시장에 내보낼 계획이다. SUV도 출격한다. 현대차의 크레타는 7월 인도 출시를 시작으로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판매를 확대한다. 상반기 국내 출시된 신형 투싼은 8월 미국, 9월 유럽 시장을 공략한다. 기아차의 신형 스포티지는 3분기 먼저 국내에 선보인 뒤 글로벌 시장에 출시된다.
 
대형차와 상용차, 친환경차도 등장한다. 현대차는 대형 플래그십 모델인 신형 에쿠스를 연말에 선보인다. 현대차의 미니버스 쏠라티와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기아차의 K5 하이브리드 모델 등도 하반기 출시된다. 

리콜도 악영향
토종 11개 출시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에 다양한 신차들이 출시될 계획”이라며 “판매 확대 및 수익성 향상을 동시에 해결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상 최대를 기록 중인 수입차 업계에 악재들이 돌출해 브레이크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불거진 논란과 문제, 국내차 공세 등으로 발목을 잡힐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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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